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390)
독식하는 재벌 3세-390화(390/518)
390. 타이밍 (5)
공매도 세력은 정말 끊임없이 공격을 가했다.
그리고 2015년 1월의 유가는 여전히 하락세를 보이고 있었기에 헤스의 주가는 가파른 하락세를 보였다.
비단 헤스뿐만이 아니었다.
미국은 물론이고 유럽의 석유 기업마저 자금 경색에 빠져 버렸고.
돈이 되지 않는 사업은 헐값에 팔거나 폐기처분하는 경우도 발생했다.
그 덕분에 뜻하지 않은 기회가 우리에게 찾아왔다.
[보스! 셀(Shell)에서 가이아나 스타브르크 근해 구역 개발권을 넘기겠다고 합니다.]“얼마에 넘기겠다고 하던가요? 아니, 가격은 상관없으니 우리가 무조건 가지고 와야 합니다!”
[그래도 가격은 들어 보셔야죠. 개발권 전체를 단 1달러에 넘기겠답니다. 대신 탐사와 개발을 계속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어요.]1달러?
유전만 발견되면 수십조 원을 그냥 벌 수 있는 개발권이었다.
우리가 가이아나 펀드 지분을 다량으로 보유하고 있기에 찾아온 기회이기도 했다.
“무조건 가지고 오세요. 정 안 되면 엑슨모빌과 지분을 50%씩 나눠 가지는 한이 있더라도 발을 걸쳐 둬야 합니다.”
[협상을 진행해 볼게요. 아마 엑슨모빌 측에서도 지분을 나눠 가지는 조건이라면 반대하진 않을 것 같아요. 시대가 워낙 어렵다 보니 리스크를 줄이는 방법을 마다할 리가 없죠.]“유전 탐사에 필요한 금액을 오늘이라도 바로 투자를 시작하겠다고 하세요.”
[그래도 괜찮을까요?]데이비드답지 않게 축 처진 목소리였다.
아마 공매도 공격 때문에 목소리가 처진 듯싶었다.
“공매도 공격이라면 신경 쓰지 마세요.”
[하지만 우리가 셀이 보유한 유전까지 탐사하는 비용을 투입한다는 소식이 뜨면, 헤스의 주가가 더 떨어집니다.]“한국 속담에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글까? 라는 말이 있죠. 구더기 같은 공매도 세력이 무서워서 투자를 머뭇거릴 필요는 없죠.”
[오케이! 그럼, 제가 나서서 사전 협상을 진행하도록 할게요. 나중에 한 사장이나 태우상사 사람을 보내서 사인만 하면 되도록 해 둘게요.]“제가 직접 가도록 하죠.”
고작 1달러에 수십조 원의 이득을 볼 수 있는 사업.
이런 아이템을 눈앞에서 놓칠 수는 없기에 나는 다급히 미국행을 선택했다.
* * *
조개 모양의 로고로 유명한 세계적인 석유 기업 셀(Shell).
네덜란드 왕립 석유 회사와 영국의 석유 기업과 합병하면서 만들어진 대형 석유 기업이었고, 그렇기에 본사는 네덜란드에 있었다.
하지만 가장 큰 자회사는 미국에 있었다.
미국 자회사인 쉘 오일 컴퍼니.
석유 사업뿐만 아니라 자동차 윤활유 등을 생산하는 회사였고, 태우 자동차도 쉘 오일 컴퍼니와 윤활유 공급 계약을 맺은 상태였다.
그렇기에 내가 직접 협상을 하기 위해 쉘을 방문했다.
우리의 경쟁자인 엑슨모빌 측에서도 석유 탐사를 담당하는 레이먼 부회장이 참석했다.
“전달드렸듯이 쉘은 가이아나 유전 탐사를 포기할 생각입니다. 벌써 10년 동안 탐사를 했지만, 제대로 된 유전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자금과 인원을 투입해야 할지 모르는 사업입니다.”
“쉘의 뜻을 이어 엑슨모빌이 탐사를 이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석유 컨소시엄에서도 탐사를 이어 나갈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80년 가까이 유전 탐사를 해 온 헤스를 통해 대규모 유전 탐사를 진행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누구 하나 먼저랄 것도 없이 준비한 멘트를 던졌다.
고작 1달러에 개발권을 넘기겠다는데 무조건 받는 게 이득인 상황이었다.
이를 쉘도 잘 알고 있었기에 몇 가지 조건을 추가했다.
“우린 가이아나와 한 약속을 지켜야 합니다. 그러니 정말 최선을 다해 탐사를 진행할 능력이 있는 곳에 개발권을 양도하고 싶습니다.”
“아시다시피 엑슨모빌은 지금도 가이아나 유전 탐사를 주도적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석유 컨소시엄에 보유한 헤스 또한 가이아나 유전 탐사 지분 30%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헤스가 공매도 공격을 받고 있더군요.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유전 개발권까지 얻게 되어도 괜찮겠습니까?”
이런 질문이 나올 줄 알았다.
누가 봐도 현재의 헤스는 넝마가 된 상황이었으니까.
공매도로 하루에 7% 이상 주가가 하락하고 있었고, 공매도 금액만 수십억 달러가 넘어서고 있었다.
현재 월가에서는 유행처럼 헤스를 공격하고 있었고.
이러다가 헤스가 파산을 할 수 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기도 했다.
“만약 헤스가 파산의 위기에 처한다면, 태우그룹 전체를 매각해서라도 헤스를 살리고, 가이아나 유전 탐사를 진행할 것이라는 내용이 명시된 계약서를 써 드릴 수도 있습니다.”
“반도체, 자동차, 전자, 건설 이런 알짜배기 사업을 전무 매각해서라도 헤스를 살리겠다는 말씀이십니까?”
“먼저 공매도로 인해 헤스가 파산할 가능성은 매우 낮습니다. 그리고 태우그룹 전체가 아니라 계열사 한 곳만 매각해도 충분히 파산 위기를 벗어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태우그룹 전체를 매각하겠다고 한 것은 그만큼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는 걸 알려 드리고자 함이었습니다.”
쉘의 경영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태우그룹의 가치를 잘 아는 그들이었고, 태우그룹 전체를 담보로 한다면 충분히 믿고 맡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듯 보였다.
“다음으로 엑슨모빌 측에 묻겠습니다. 헤스만큼은 아니지만, 엑슨모빌의 주가도 많이 떨어졌습니다. 그런데 가이아나의 새로운 유전 탐사와 개발이 가능하시겠습니까?”
“충분히 가능합니다. 우리도 엑슨모빌을 담보 삼아서라도 돈을 만들어 탐사와 개발을 계속 진행할 의지가 있습니다.”
여기가 사우나인가?
워낙 열기가 뜨거워 사무실의 공기가 후끈해졌다.
나만 뜨거운 공기를 느끼고 있는 것은 아니었고, 쉘의 경영진도 우리의 진심을 읽었다.
“이렇게 하는 것은 어떠십니까? 태우그룹과 엑슨모빌이 지분 50%씩을 나눠 가진다면, 리스크를 절반으로 줄일 수 있지 않겠습니까?”
“확실히 유전 탐사 능력이 뛰어난 엑슨모빌과 헤스가 공동으로 탐사를 진행한다면, 유전 발견 속도를 앞당길 수는 있겠군요.”
나는 처음 듣는 말인 척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하지만 이는 내가 짠 작전이었고, 데이비드를 통해 엑슨모빌과 쉘의 경영진에게 제안한 내용이기도 했다.
“엑슨모빌에서만 받아들인다면, 두 곳이 공동으로 개발하는 것으로 하였으면 합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세부 내용은 지분 양도 후 따로 이야기를 나눠 보겠습니다.”
“좋습니다. 그럼 양도 계약서를 작성하겠습니다.”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계약이었다.
거금이 오고 가는 계약이었다면, 당연히 따질 부분이 많겠지만.
고작 1달러에 진행되는 계약이었기에 따질 것도 더 볼 것도 없었다.
“여기에 서명을 해 주시면 계약이 끝납니다.”
슥슥-!
계약서에 단숨에 사인을 했다.
그리고 나와 엑슨모빌 부회장은 동시에 주머니에서 동전을 꺼내 들었다.
“대금을 지불하겠습니다.”
“허허, 10년의 노력이 1달러라니 참으로 가슴이 아프군요.”
50센트 동전 두 개.
쉘이 10년 동안 가이아나 유전을 탐사한 노력의 값이었다.
사실 금액은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완벽한 끝맺음이라는 상징성을 위한 금액에 불과했다.
“반드시 유전 탐사에 성공하도록 하겠습니다.”
“유전 탐사에 성공한다면 쉘의 입장에서는 이번 거래가 최악의 거래로 기록되겠군요. 하지만 응원하겠습니다. 10년 동안 우리가 허튼짓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해 주십시오.”
눈물까지 글썽이는 쉘 경영진이었다.
많은 의미가 담겨 있는 눈물이었다.
10년간의 아쉬움, 그리고 후련함까지.
석유 전쟁이 아니었다면 최소 몇 년은 더 탐사를 진행했을 것이다.
그리고 조만간 유전 발견에 성공했을 터.
결국엔 타이밍 문제였다.
모든 타이밍이 쉘에겐 불리했고, 태우그룹과 엑슨모빌에 유리했을 뿐.
“그럼 우린 일어나 보겠습니다. 두 분은 남아서 이야기를 더 나누시지요. 앞으로 같이 유전 탐사를 진행해야 하는 사이니 친해져서 나쁠 건 없지요.”
“그럼 염치없게 장소를 빌리도록 하겠습니다.”
“다음에는 좋은 계약으로 만나 뵙길 기원하겠습니다.”
쉘 경영진이 밖으로 나갔고.
나와 엑슨모빌 부회장은 동시에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유명하신 태우그룹 김민재 회장님을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제가 더 영광입니다. 석유 업계에서 레이먼 부회장님의 명성이 얼마나 높은지 잘 알고 있습니다.”
아주 훈훈한 분위기였다.
그도 그럴 것이 단돈 50센트에 지분의 50%를 가지게 되었으니 분위기가 나쁠 수가 없었다.
“그런데 태우그룹에서 가이아나 유전에 관심이 정말 많으신 것 같습니다. 일전에도 가이아나 펀드의 지분 10%를 인수해 가셨지 않습니까?”
“베네수엘라 곳곳에서 유전이 나오고 있는데 바로 옆 나라인 가이아나에 유전이 없다는 것이 말이 안 되지 않습니까?”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고 가이아나 유전 탐사를 시작했지요. 하지만 10년 동안 남아 있는 탐사 기업은 엑슨모빌이 유일하다시피 합니다.”
쉘까지 철수를 해 버렸다.
그러니 가이아나 유전 탐사에 남은 기업은 엑슨모빌이 유일하다고 볼 수 있었다.
“헤스의 유전 탐사 인력 다수를 가이아나로 파견 보낼 생각입니다. 당연히 엑슨모빌과 조율해서 결정하도록 하겠습니다.”
“헤스가 도와준다면 가뭄에 단비가 되겠군요. 그런데 단순히 인원 몇 명을 파견 보낸다고 해서 될 일은 아니긴 합니다.”
유전 탐사는 일종의 도박이었고.
도박을 하기 위해선 판돈이 필요했다.
천문학적인 판돈을 걸어야만 탐사를 시작할 수 있었고, 10년 동안 많은 석유 기업들이 판돈만 내고 아무런 이득도 보지 못한 채 철수를 했다.
“유전 발견에 성공할 때까지 계속해서 유전 탐사에 투자를 할 계획입니다. 돈이 부족해서 탐사를 못 하는 불상사는 생기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아주 든든한 말씀이시군요. 그런데 정말 공매도는 괜찮으십니까?”
공매도 이야기가 나오자 괜히 헛기침이 나왔다.
엑슨모빌 부회장이 태우그룹을 걱정하다니.
석유 전쟁이 시작될 때 태우증권은 많은 석유 기업 공매도를 진행했었고, 그중에는 엑슨모빌도 있었다.
물론 태우증권이 주도하지도 않았고.
핀테크 은행을 통해 이름을 숨겼기에 태우그룹이 공매도를 진행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지는 않았다.
“괜찮습니다. 공매도 세력이 무슨 짓을 하든 우리가 지분만 꽉 쥐고 있으면 큰 문제는 없습니다.”
“아무쪼록 공매도 일이 잘 해결되었으면 합니다. 태우그룹을 위해서가 아니라 미국의 석유 산업을 위해서 말입니다.”
확실히 석유 산업이 힘들긴 한가 보다.
엑슨모빌의 부회장의 입에서 이런 소리까지 나오고.
하지만 지금이 최저점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몇 년 뒤에는 지금보다 더 심한 지하실이 기다리고 있었으니까.
물론 올해 상반기에는 유가가 상승하게 될 터였고.
공매도 세력에게 한 방을 먹이기 위해선 엑슨모빌의 도움이 필요했다.
“가이아나에서 유전만 발견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 않겠습니까?”
“그보다 더 좋은 호재는 없긴 하지요. 공매도 세력을 짓밟아 주기 위해서라도 유전 탐사에 더 공을 들여야겠습니다!”
“헤스뿐만 아니라 태우그룹 차원에서도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필요하다면, 태우건설의 인원이라도 차출해서 보내겠습니다.”
빈말이 아니었다.
유전 발견은 그만큼 중요했고.
공매도 세력을 이겨 내기 위해서뿐만 아니라, 앞으로 태우그룹의 먹거리 확보를 위해서도 필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