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394)
독식하는 재벌 3세-394화(394/518)
394. 반격 (4)
내가 잠시 놓쳤던 사실이 하나 있었다.
눈치 빠른 헤지펀드가 한국으로 날아오는 것보다 먼저 나를 찾아온 곳이 있었다.
이번 공매도에 참여했던 세력 모두가 미국에 있는 것은 아니었고, 한국 금융허브 타워에 입주해 있는 헤지펀드 두 곳도 공매도에 참여했었다.
“회장님, 레일 헤지펀드 대표와 마크 헤지펀드 대표가 찾아왔습니다.”
“거기가 공매도에 참여한 곳들이죠?”
“배신한 놈들이 맞습니다. 자기들이 공매도에 참여했다는 걸 자수했고,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합니다.”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들어나 보죠. 들어오라고 하세요.”
마크와 레일.
자신의 이름을 딴 헤지펀드를 만든 두 명의 대표였고.
월가에서는 그리 크지 않은 규모긴 했지만, 그래도 조 단위에 가까운 자금을 운용하는 헤지펀드였다.
기껏해야 지금의 피해는 100억 원도 안 되는 상황.
그래서 그럴까? 아주 당당하게 사무실로 들어서는 마크와 레일이었다.
“오랜만에 뵙는군요. 잘 지내시고 계시죠?”
“흠흠, 먼저 고백부터 하겠습니다. 저희가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헤스와 태우상사 공매도에 참여를 했습니다. 월가의 공매도 세력의 움직임에 동승한 직원 개인의 실수였습니다.”
“레일 펀드도 비슷한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우리 펀드는 직원에게 많은 권한을 부여했고, 이런 실수가 발생하고 말았습니다.”
실수?
이런 식으로 입을 맞췄구나.
회사의 기조가 아니라 직원 개인의 실수로 공매도에 참여했다고 변명하는 두 명이었다.
고개를 박아도 부족한 판국인데 이런 식으로 나온다?
“직원의 실수야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는 거죠. 굳이 저에게 말하지 않아도 됩니다. 큰일도 아닌데 말이죠.”
“너그럽게 이해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다시는 이런 실수가 나오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 감독 하겠습니다.”
“직원의 권한을 축소하고, 모든 프로젝트를 제가 직접 관리하도록 시스템을 이미 바꾸어 두었습니다.”
미소를 짓는 두 명의 헤지펀드 대표였다.
벌써 미소를 짓다니.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이렇게도 모르다니.
이런 사람이 헤지펀드의 대표 자리에 앉아 있으니 이 꼬라지가 났지.
“잘하셨군요. 이만 가 보셔도 됩니다.”
“저, 헤스의 지분 일부를 지금 가격에 매입하고 싶습니다. 많이는 아니고 3천만 달러만큼의 지분만 넘겨주시면, 공매도를 청산할 수 있습니다.”
“저희는 2천만 달러 분량입니다.”
“주식을 제게 맡겨 두셨어요?”
손실액이 3천만 달러와 2천만 달러.
합쳐서 6백억 원에 달하는 금액이었다.
물론 금융사에게 주식을 빌릴 때는 훨씬 적은 금액을 투입했을 것이다.
손실을 보면서까지 지금 당장 공매도를 청산하고 싶어 하는 그들이었다.
그런데 내가 왜?
지금이야 6백억 원이었지만.
헤스의 주가가 더 상승한다면 손실액이 백억 단위에서 천억 단위로 바뀌게 된다.
그리고 바뀐 금액만큼의 이득을 내가 취할 수 있는데 굳이 주식을 지금 팔아 줄 이유가 없었다.
“지금 공매도를 청산해야 서로에게 좋지 않겠습니까?”
“맞습니다! 공매도 세력이 분열되는 시발점으로 삼을 수도 있습니다.”
“저는 지금 헤스의 주식을 팔 생각이 전혀 없어요. 직원 개인의 실수로 벌어진 일을 왜 제가 손해를 감수하며 도와야 합니까?”
웃음기가 사라진 두 명의 대표였고.
그들은 이제야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깨달은 듯 보였다.
“이번 일로 마음이 상하셨다면 사과드리겠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공매도 세력을 빠져나와 청산했다는 소식이 알려진다면, 다른 공매도 세력도 발을 빼지 않겠습니까?”
“공매도 세력과 오래 싸워 봐야 이득이 될 게 전혀 없습니다. 김 회장님도 이득을 꽤 보셨으니 지금 끝내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사과가 아니라 협상을 하려고 들다니.
협상은 동등한 입장이거나 서로에게 이득이 되는 무언가가 있을 때나 하는 것이었다.
“공매도 세력과 오래 싸워서 이득 될 게 없다뇨. 당신들이 던진 5천만 달러 분량의 주식이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5억 달러가 될 겁니다. 가만히 앉아 있으면 돈이 들어오는데 제가 왜 공매도 세력과의 싸움을 그만둡니까?”
“······헤스의 주식이 지금처럼 계속 상승할 수는 없습니다. 지금이야 본전을 찾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다시 하락하게 될 겁니다.”
“그건 두고 보면 알겠죠.”
“정말 이런 식으로 나오실 겁니까!”
책상을 강하게 내리치며 자리에서 일어나는 헤지펀드 대표들이었다.
공매도 세력이 아직도 갑의 입장이라고 생각하는 건가?
아직 손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지 않으니 이런 행동을 취할 수 있는 거지.
“좋습니다. 그래도 같은 금융 타워에서 일하는 처지이니 좋은 기회를 드리죠. 딱 3배만 받도록 하죠. 1억 5천만 달러에 주식을 팔도록 하죠.”
“5천만 달러짜리 주식을 1억 5천만 달러나 받겠다는 말씀이십니까?”
“프리미엄이 아무리 붙어도 그렇지 1억 달러나 프리미엄이 붙는 경우가 어딨습니까? 꼬리가 개를 흔드는 격입니다!”
개보다 꼬리가 더 큰 격이긴 했다.
하지만 1억 달러의 프리미엄이 결코 비싼 가격은 아니었다.
시간이 지나면 1억 5천만 달러가 아니라 2배 혹은 3배 이상의 돈을 주고도 못 사게 될 테니까.
“싫으시면 어쩔 수 없지요. 하지만 하나만 기억하세요. 지금 자리에서 일어나시면 이번 제안은 없던 일이 되는 겁니다.”
“그런 제안을 어떻게 받아들이라는 겁니까! 이런 식으로 나오면, 저도 더는 참지 않겠습니다. 아예 금융 타워를 떠나 드리죠!”
자리를 박차고 떠나 버리는 두 명이었다.
지금 자신들이 받은 제안이 하늘에서 내려온 황금 동아줄인 것도 모르고 말이다.
* * *
다음 날.
한 사장이 오전부터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밤새 미국 주식시장을 들여다봤는지 머리가 산발인 그였다.
“잠은 좀 자면서 하세요.”
“잘 시간이 없습니다. 적당한 타이밍에 헤스의 주식을 사고팔아야 주가가 오르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타이밍을 노리느라 밤새 차트만 보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결과는 어떤가요?”
“오늘 하루 만에 헤스의 주가가 10% 넘게 상승했습니다!”
생각보다 빠른 속도였다.
며칠 동안 쉼 없이 올랐기에 이제 주춤할 때도 되었다.
그런데 한 사장의 능력 덕분인지 하루 사이에 10%나 상승한 헤스의 주가였다.
“한 사장의 능력이 그렇게나 뛰어난 줄 몰랐네요. 5% 정도면 만족인데 무려 2배나 올려 버렸군요.”
“사실 제가 한 건 별로 없습니다. 타이밍을 노리고 물량을 던졌고, 더 비싼 가격에 사들이려고 했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물량을 던지는 순간, 1초도 걸리지 않아 전부 팔려 나갔습니다.”
“누군가가 헤스의 주식이 풀리기만을 기다리고 있다는 이야기군요. 누군가요?”
잠시 뜸을 들이는 한 사장.
그리고 그의 입에서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이름이 튀어나왔다.
“버크셔에서 전부 사들였습니다.”
“버크셔라면? 워렌 버핏이 전부 사들였다는 말인가요?”
“그렇습니다. 숨겨진 큰손이 워렌 버핏이었습니다. 다이먼의 핀테크 은행과 퀀텀펀드가 사들인 물량보다 더 많은 주식을 버크셔가 사들였습니다.”
전혀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
대부분의 금융사가 공매도로 수익을 얻었지만.
워렌 버핏의 버크셔는 공매도와는 거리를 두는 투자 방식을 고수했다.
그렇기에 헤스의 주식을 사들인 큰손이 워렌 버핏이라는 말에 당황하고 말았다.
“무슨 목적으로 사들였는지는 파악했나요?”
“여러 경로를 통해 정보를 파악하려고 했지만, 알아내지 못했습니다.”
“사들인 지분이 몇 %나 되죠?”
“못해도 6%가 넘습니다. 그나마도 핀테크 은행과 퀀텀펀드가 경쟁하고 있어서 6%지 경쟁 상대가 없었다면 시장에 풀린 15%의 지분을 전부 사들일 기세였습니다.”
워렌의 생각이 중요했다.
나를 지지하기 위해서 주식을 매입했다면 상관없지만.
만약 반대의 입장이라면, 서로가 곤란해질 수도 있었다.
“이야기를 나눠 봐야겠군요. 미국에서 돌아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또 미국으로 가게 생겼군요.”
“워렌 버핏을 만나기 위해 미국을 가실 생각이시면 그러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며칠 후에 워렌 버핏이 한국을 방문한다고 연락받았습니다.”
버크셔 한국 지부가 금융 타워에 있었고.
한 사장은 금융 타워를 총괄 관리하기에 이런 정보를 누구보다 빠르게 알 수 있었다.
“워렌이 한국으로 오기 전까지는 헤스의 주식을 아주 조금만 푸세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아는 게 우선입니다.”
“알겠습니다. 속도 조절에 들어가겠습니다.”
“그리고 다음 주에 미국 대사와도 약속을 잡아주세요. 워렌과 만난 후에 미국 대사와도 이야기를 나눠 봐야겠어요.”
“지금 바로 일정을 잡아 놓도록 하겠습니다.”
* * *
일주일 후.
헤스의 주식은 하루에 3~4%씩 꾸준히 상승했다.
우리가 푸는 물량이 적었음에도 워낙 시장에서 관심을 받고 있는 종목이라 수요가 넘치기에 계속해서 상승세를 이어 나갈 수 있었다.
그리고 버크셔도 계속해서 헤스의 주식을 사들이고 있었고.
지분율이 7%가 넘었을 시점에 워렌 버핏이 한국에 도착했다.
그가 가장 먼저 찾은 곳은 금융 타워였고, 내가 직접 버크셔 한국 지부를 안내한 다음 그를 사무실로 모셔 왔다.
“버크셔 한국 지부는 마음에 드십니까? 가장 좋은 자리에 배치를 했습니다.”
“본사보다 훨씬 더 좋은 환경에서 일을 하고 있군요. 배려 감사합니다. 허허허.”
사람 좋은 미소를 보이는 워렌 버핏.
그는 정말 기분이 좋은지 탄산이 가득한 콜라까지 마시며 더욱 환한 미소를 지었다.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한 가지만 묻고 싶습니다.”
“김 회장의 질문이라면 언제든지 환영이죠.”
“헤스의 주식을 버크셔에서 매입하고 있다는 정보를 들었습니다. 혹시 어떤 연유로 헤스에 관심을 가지시는지 여쭈어봐도 되겠습니까?”
아주 조심스럽게 질문을 던졌다.
다행스럽게도 워렌 버핏은 여전히 미소를 유지하며 대답을 해 주었다.
“별 이유 있겠어요? 가치가 높은 기업을 싼값에 살 기회가 생겼는데 사지 않을 이유가 없지요.”
“저유가 시대에 석유 기업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시는 겁니까?’
“저유가 시대가 언제까지 가겠어요? 하락을 하면 상승을 하는 것이고, 석유 산업은 아직도 더 성장할 수 있어요.”
가치 투자.
워렌 버핏은 다른 목적이 있어서가 아니라 정말 석유 기업의 가치만 보고 주식을 사들인 것이었다.
그의 말이 거짓처럼 들리진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회귀 전에도 워렌은 비슷한 투자 방식을 보인 적이 있었다.
지금보다 유가가 더 떨어졌을 때도 꾸준히 석유 기업의 주식을 사들인 그였고, 유가가 다시 상승하고 큰 이득을 본 적이 있는 그였다.
“혹시 저를 지지하거나 견제하기 위해 주식을 사들인 건 아닌가 해서 조금 걱정을 했습니다.”
“허허, 그럴 일은 없어요. 그리고 내가 왜 김 회장을 견제를 하나요? 지지를 하면 했지. 물론 이번 헤스 주식 매입은 김 회장과는 전혀 상관없이 기업의 가치만 보고 투자한 겁니다.”
나를 좋게 보고 있는 워렌이었다.
그렇기에 그를 위해 나는 한 가지 제안을 던졌다.
“그렇다면 혹시 지금 보유하고 있는 지분을 저에게 다시 넘기실 순 없으시겠습니까? 지금보다 프리미엄을 붙여 매입하겠습니다. 지금 당장에야 유가가 소폭 상승하고 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떨어지게 됩니다.”
“저는 단기 투자를 하지 않죠. 앞으로 유가가 하락한다고 하더라도 장기적으로 놓고 본다면, 언젠가는 유가가 다시 대폭 상승하게 됩니다. 그때까지 기다릴 수 있어요.”
역시 안목이 대단한 워렌이었다.
그렇기에 현자라고 불리는 것이겠지.
“그렇다면 버크셔가 보유한 지분을 임대해 주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딱 3년만 빌려주시면 5배 이상으로 가치를 높여 되돌려 드리겠습니다.”
“아주 재미난 일을 하려나 보군요.”
“주식시장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이벤트를 열려고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버크셔가 보유한 지분이 필요합니다.”
이번 작전에 원래 워렌 버핏은 포함되지 않았었다.
하지만 헤스의 주식 일부를 버크셔가 사들였기에 손을 잡아야 했다.
물론 손을 잡지 않아도 작전 수행에 큰 문제는 없었지만, 버크셔를 동맹군으로 끌어들인다면 더욱 드라마틱한 상황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