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395)
독식하는 재벌 3세-395화(395/518)
395. 반격 (5)
적막이 흐르는 사무실.
워렌 버핏은 남은 콜라를 시원하게 들이켜고는 말을 이어 나갔다.
“공매도 세력과 아주 거하게 전쟁을 벌이려는 생각이군요.”
“전쟁이라고 칭하기엔 과합니다. 그저 약간의 다툼 정도로만 봐주시면 되겠습니다. 주식 시장에서 보기 힘든 아주 재밌는 다툼이 될 겁니다.”
“흠, 저는 당신이 공매도 세력과 싸우는 것에 대해선 큰 흥미가 없습니다. 제게 중요한 건 석유 산업이죠. 이번 건이 석유 산업의 발전에 도움이 되는 일인가요?”
예상치도 못한 질문이었다.
워렌 버핏은 진정한 투자자였고, 그의 관심사는 오직 자신이 투자한 종목의 발전이었다.
“저는 석유 산업의 발전을 위해 막대한 투자금을 투입했습니다. 그리고 가이아나에서 대규모 유전을 발견하는 결과까지 만들어 내었습니다. 더 많은 성과를 내기 위해선 공매도 세력을 지금 꺾어 놓아야만 합니다.”
“더 많은 성과를 만들어 낼 수 있겠어요?”
“그렇습니다. 학창 시절엔 선생님께서 석유 고갈까지 30년도 남지 않았다고 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50년까지 늘어났습니다. 아직 석유 산업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내 의견에 동조하는지 고개를 끄덕이는 워렌 버핏이었다.
하지만 쉽사리 손을 잡아 주진 않았고, 또 다른 질문을 던졌다.
“태우가 주도하고 있는 전기 자동차 시장이 석유 산업에 해가 될 거란 생각은 하지 않습니까?”
“어찌 보면 겹치는 산업이라고 볼 수 있지만, 전기 생산도 결국은 석유를 이용하게 됩니다. 그리고 중국, 인도, 아프리카 등 여러 지역에서는 큰 폭으로 석유 사용량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전기 자동차가 완전히 자리를 잡는다고 해도 석유 사용량은 오히려 늘어나게 되어 있습니다.”
숨 한 번 쉬지 않고 말을 쏟아 내었다.
그런 열정적인 모습이 마음에 들었는지 워렌 버핏은 드디어 손을 내밀었다.
“공매도 세력과의 싸움을 응원하겠습니다. 하지만 제가 빌려준 주식은 약속대로 해 주셔야 합니다.”
“꼭 그렇게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한국 지부장에게 말해 놓을 테니 계약서는 거기서 작성하면 될 겁니다.”
“감사합니다.”
“저는 이만 일어나 봐야겠습니다. 한국에도 저평가받는 기업이 꽤 많은 것 같아서 이번 기회에 한 번 둘러보려고 합니다.”
워렌 버핏은 다시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밖으로 나갔다.
나는 금융타워 입구까지 그를 배웅하였고, 그가 차를 타고 사라지자 기다리고 있던 한 사장이 내 옆에 바짝 붙어 상황을 물어 왔다.
“어떻게 되었습니까?”
“버크셔 한국 지부로 가서 계약서를 쓰세요. 버크셔가 보유한 헤스의 지분을 우리가 임대하기로 했어요.”
“버크셔와 손을 잡은 겁니까? 공매도 세력이 아주 난리가 나겠습니다.”
“워렌 버핏과 손을 잡았다는 뉴스만 나와도 주가가 아주 난리가 나겠죠.”
사실 워렌 버핏과 손을 잡지 않아도 되었다.
하지만 공매도 세력을 압박하기 아주 좋은 방법이었기에 사용했다.
원래의 계획이 단칼에 베는 것이었다면, 버크셔의 합류로 천천히 숨을 막히게 하는 더욱 잔인한 방법으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었다.
“계약서를 작성하는 동시에 미국 언론사에 정보를 풀도록 하겠습니다.”
“이제 미국 대사만 만나면 되겠군요. 일정이 내일이었나요?”
“내일 강 대위의 식당에서 점심 약속을 잡아 두었습니다.”
공매도 세력의 숨통을 완전히 끊어 버리기 위해선 미국 정부의 도움이 필요했다.
정확히는 도움까지는 아니고 묵인 혹은 무관심 정도면 충분했고, 그렇기에 미국 대사와의 협의가 필요했다.
* * *
강준용 미국 대사와는 이제 친분이 꽤나 쌓였다.
강 대위의 식당에서 만나자마자 농담을 던지며 인사를 하는 사이까지 되었다.
“김 회장님 오셨습니까? 요즘 공매도 세력과 너무 열심히 싸우시는 거 아닙니까? 마음 같아서는 저도 대사 자리를 때려치우고 싸움에 끼고 싶지만, 돈이 없어서 참고 있습니다.”
“대사님이야 큰일을 하셔야 하는데 더러운 돈 냄새는 멀리하셔야지요. 괜히 옷에 돈 냄새가 묻어서야 되겠습니까.”
“허허허, 그래서 제가 월가에 가지 않고 워싱턴에 자리를 잡은 거 아니겠습니까?”
농담과 함께 점심을 즐겼다.
식사가 모두 끝나자 강준용 대사가 먼저 말문을 열었다.
“뜸은 충분히 들이셨으니 이제 말씀해 보세요. 저를 보자고 한 이유가 뭔지 궁금해 죽을 것 같습니다.”
“공매도 세력을 제대로 털어 보려고 합니다. 그런데 방법이 워낙 과격해 미국 정부의 승인이 필요합니다.”
“혹시 갱단을 고용하거나 테러 행위를 하려는 건 아니시죠? 그런 것만 아니면 괜찮습니다. 금융공학을 이용한 다툼이라면 백악관에서는 크게 상관하지 않을 듯합니다.”
과격한 방법은 물리적인 충돌만이 있는 것이 아니었다.
금융공학적으로도 충분히 과격한 방법이 상당수 있었고, 강준용 대사가 생각하는 것보다 나는 훨씬 과격한 방법을 사용하려고 했다.
“불법적인 일까지는 아니지만, 약간의 편법을 사용하려고 합니다. SEC(미국 증권 거래 위원회)에서 문제를 삼으면 문제가 되는 일입니다.”
“도대체 어떤 방법을 사용하려고 하시기에 이렇게나 하십니까?”
“헤스를 상장폐지 하려고 합니다.”
상장폐지.
말 그대로 주식 시장에서 자격을 취소당하는 행위였다.
보통의 경우 파산 직전의 회사나 심각한 비리 행위를 저지른 기업이 상장폐지가 되곤 했다.
“헤스의 주가가 많이 회복되었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왜 상장폐지 이야기를 꺼내십니까?”
“저평가받은 기업들은 기업의 가치를 올리기 위해 상장폐지 후 다시 상장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헤스 또한 지금 너무 저평가받고 있기에 상장폐지를 진행한 다음 가이아나 유전에서 석유 생산을 시작하면 다시 상장을 하려고 합니다.”
자진 상장폐지.
헤지펀드가 기업을 사들인 후 상장폐지를 하는 경우가 꽤 있었다.
기업의 가치를 올린 다음 다시 상장을 하면, 이전보다 주가가 훨씬 높게 책정되곤 했기 때문이었다.
“지분의 95% 이상만 보유하고 있다면, 상장폐지는 회사 경영진의 선택이죠. 그런데 굳이 상장폐지를 하려는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공매도 세력과의 싸움에서 상장폐지 카드가 어떻게 활용이 되는 겁니까?”
“자진 상장폐지를 하는 경우엔 시장가보다 높은 가격에 공개매수를 진행할 수 있지요. 보통의 경우 50% 정도를 높게 공개매수를 하지만, 저는 100%의 프리미엄을 붙여 공개매수를 진행하려고 합니다.”
어느 주주가 상장폐지를 반기겠는가?
그렇기에 프리미엄을 붙여 공개매수를 진행하게 된다.
그리고 공개매수가 진행되는 순간 주가는 공개매수 가격을 따라 상승하기 마련이었다.
“자진 상장폐지를 위해선 지분의 95%를 모아야 하니 공개매수 절차는 당연히 동반되어야 하겠군요. 허허, 갑자기 주가가 100% 가까이 상승하게 되면, 공매도 세력이 아주 난감해지겠습니다.”
“손실액이 지금의 2배가 되겠지요. 하지만 저는 2배로 만족할 생각이 없습니다.”
“또 다른 방법이 있으십니까? 상장폐지 카드를 꺼낸 이상 다른 카드가 존재할 수가 없지 않습니까?”
다른 방법이 없다는 말은 틀리지 않았다.
그렇다면 같은 방법을 반복하면 되었다.
“1차 공개매수에서 지분 95%를 확보하지 못하면, 2차 공개매수도 진행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렇게 5차 공개매수까지 진행하게 되면, 주가는 500% 가까이 상승하게 됩니다.”
“······그래서 미국 정부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하셨군요. 확실히 불법은 아니지만, 문제가 될 소지가 있긴 합니다.”
공매도 세력을 짓밟기 위해 누가 상장폐지를 결정하겠는가?
보통의 경우라면 공매도 세력에게 패배해 어쩔 수 없이 상장폐지를 선택하곤 했다.
하지만 헤스는 달랐다. 태우그룹이라는 돈이 넘쳐나는 모회사가 있기에 말 그대로 돈으로 찍어 누르는 전략을 사용할 수가 있었다.
“이번 기회에 공매도 세력을 완전히 짓밟을 수 있습니다. 리먼 사태의 실수를 만회할 좋은 기회기도 하지요.”
“금융사들의 모럴해저드를 문제 삼는 국민이 많긴 하지요.”
리먼 사태로 처벌받은 금융인은 극소수였다.
미국은 물론이고 세계 경제를 휘청이게 만든 사건이었지만, 책임지는 금융사는 없었다.
솜방망이 처벌이 문제가 되어 오바마 정권의 지지율이 추락하기도 했었다.
“공매도 세력의 추락이라면 아주 좋은 뉴스거리가 되지 않겠습니까?”
“제가 직접 미국으로 들어가 VIP를 비롯해 관계자들과 이야기를 나눠 보겠습니다.”
“금융 발전을 위해 공매도는 꼭 필요하지만, 가짜뉴스나 퍼트려 이득을 보려는 공매도 세력은 없애야 하지 않겠습니까?”
사실 공매도 세력을 욕하는 건 누워서 침 뱉기나 다름없었다.
석유 전쟁으로 가장 큰 이득을 본 사람이 바로 나였고, 대부분이 공매도를 통해 벌어들인 수익이었다.
내로남불 혹은 이중잣대.
내가 하면 좋은 공매도고, 남이 하면 나쁜 공매도로 볼 수도 있었다.
하지만 미국 정부는 결국 내 편을 들어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미국의 석유 산업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세력.
그리고 그 세력을 공매도하여 추락시키려는 세력.
미국 입장에서는 당연히 전자를 택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 * *
며칠 후.
데이비드로부터 전화가 걸려 왔다.
[보스! 미국 정부의 승인이 떨어졌습니다. SEC(미국 증권 거래 위원회)도 헤스와 관련된 일은 일체 관여하지 않기로 하였습니다.]“생각보다 빨리 승인이 떨어졌군요.”
[미국 정부에서는 석유 산업을 살리기 위해 천문학적인 돈을 투자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공매도 세력이 석유 산업을 망치려고 드니 얼마나 밉게 보이겠어요? 그렇다고 직접 제재를 가할 수도 없는데 보스가 대신 때려 주겠다고 하니 모르는 척을 해 주겠다는 거죠.]사실 승인도 아니었다.
미국 정부의 도움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묵인이 필요한 것이었고.
그렇기에 미국 정부에서도 이렇게 빨리 대답을 해 줄 수 있었다.
“그럼 1단계 작전부터 시작하도록 하죠. 버크셔가 헤스의 주식을 사들였다는 뉴스부터 퍼트리세요. 그리고 헤스의 지분을 태우그룹에게 맡겼다는 뉴스도 연달아 터트리고요.”
[워렌 버핏의 지지자들은 그가 사들인 주식이라면 무조건 따라 삽니다. 안 그래도 수요가 많은데 헤스 주식의 수요가 더 많아지겠네요.]워렌 버핏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특히나 주식을 하는 사람 중에 그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고 볼 수 있었고.
그가 헤스의 주식을 선택했다는 것만으로도 주가는 훨씬 빠르게 상승하게 되어 있었다.
“그리고 조만간 한 사장을 미국으로 보낼 테니. 자진 상장폐지와 공개매수를 진행하도록 하세요.”
[미리 준비를 하려면 지금부터 바쁘게 움직여야겠네요.]데이비드가 먼저 전화를 끊었다.
상장폐지 준비를 위해서는 가장 바삐 움직여야 할 사람이 자신이라는 걸 데이비드도 잘 알고 있었다.
“저는 내일 바로 미국으로 들어가겠습니다. 금융공학적인 일은 제가 처리를 해야 하니 하루빨리 미국으로 들어가는 편이 나을 것 같습니다.”
“힘들긴 해도 재미는 있을 겁니다.”
데이비드와의 통화를 듣고 있었던 한 사장.
그는 시종일관 미소를 유지하고 있었고, 마치 새로운 장난감을 빨리 가지고 놀고 싶은 아이처럼도 보였다.
하긴 어디서 이런 장난감을 구하겠는가?
무려 공매도의 제왕이라 불리는 장난감을 자신의 손으로 가지고 놀 수 있게 되었으니까.
물론 가장 재밌는 부분은 내 차지였다.
아무리 한 사장이 내 최측근이라고 해도 하이라이트까지 넘겨줄 수는 없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