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396)
독식하는 재벌 3세-396화(396/518)
396. 갈취 (1)
딱 일주일.
데이비드와 한 사장이 자진 상장폐지를 준비하는 데 걸린 시간이었다.
미국 정부와 SEC의 승인과 묵인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회장님, 오늘부터 상장폐지와 공개매수를 공시하게 됩니다.”
“한 사장이 없는 동안은 기획실장님이 태우증권 일까지 꼼꼼하게 챙겨 주세요. 며칠만 고생하면 한 사장이 금방 복귀할 겁니다.”
기획실장은 국내에서 터지는 일을 관리했다.
물론 기획실이야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활동했지만, 한 사장과 데이비드를 통해 많은 일을 해결하다 보니 기획실의 입지가 다소 약해진 경향이 있었다.
그래서일까?
기획실장에게서 신입사원과 같은 열정이 느껴졌다.
“확실히 챙기도록 하겠습니다!”
“기획실장님의 일처리 실력이야 의심의 여지가 없죠. 지금 헤스의 주가가 많이 올랐죠?”
“버크셔와 관련된 뉴스가 보도되고 난 후 지금까지 40%가 넘게 상승하였습니다.”
일주일에 40%.
공매도 세력의 피를 말리기에 충분한 수치였다.
게다가 공매도는 레버리지를 사용하기에 주가가 1%만 올라도 5~10%의 손해까지 볼 수 있었다.
그런데 1%가 아니라 100%가 오른다면?
1,000억 원의 손해가 조 단위의 손해가 될 수 있었고.
여기서 장난질을 몇 번만 더 쳐도 수십조 단위의 손해를 입히는 건 일도 아니었다.
“앞으로 미국에서 손님들이 여러 명 찾아오겠네요.”
“아직 기획실 차원에서 계획된 약속은 없습니다.”
“공개매수 뉴스가 터지면, 헤지펀드 대표들이 줄지어 찾아올 겁니다. 딱히 준비할 건 없고, 그냥 시원한 냉수나 많이 준비해 두세요. 속이 타들어 가고 있는 사람들이니까요.”
“얼음물을 대량으로 준비해 놓겠습니다!”
나는 일과를 보며 시간을 기다렸다.
그리고 기다렸던 공개매수 공시가 나스닥에 뜨는 순간, 하던 일을 멈추고 주가 차트를 바라봤다.
“회장님! 헤스의 주가가 엄청난 속도로 상승하고 있습니다!”
문을 열고 뛰어 들어오는 기획실장.
그럼에도 나는 계속해서 주가 차트를 바라봤다.
1분 봉이 계속해서 위로 뛰어오르는 모습은 그 어떤 댄서의 춤보다 황홀했으니까.
“수요는 늘어나는데 물량은 없으니, 가격은 가파르게 상승하기 마련이죠.”
“이 속도가 계속 유지되면, 일주일 안에 100%까지 상승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여기서 좋은 뉴스가 터지면, 일주일이 아니라 사흘 안에도 100%를 달성할 수도 있죠.”
“좋은 뉴스가 또 남아 있습니까?”
나는 살짝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기획실장에게 작전 일부를 설명해 주었다.
* * *
카노스의 사무실.
오늘은 다른 날과 달리 헤지펀드 대표들이 언성을 높이고 있었다.
카노스를 향해 손가락질을 하는 사람까지 있었다.
그들 모두 공개매수 공시를 확인하고 카노스의 사무실로 달려왔고, 엄청난 속도로 상승하는 헤스의 주가에 덩달아 흥분한 상태였다.
“어떻게 된 일입니까? 태우그룹이 빈털터리가 되었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무슨 돈으로 공개매수에 들어간다는 겁니까?”
“벌써 주가가 40% 넘게 상승했어요. 입이 있으면 뭐라고 말 좀 해 보세요!”
헤지펀드 대표들은 지금 보이는 것이 없었다.
이대로 가다간 올해에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는 건 당연했고, 펀드 보유금의 절반 이상이 날아가게 생겼으니 화가 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진정들 하세요. 태우그룹이 자충수를 둔 겁니다. 공개매수를 통해 일시적으로 주가를 끌어 올릴 순 있지만, 결국엔 실패하게 됩니다. 그러면 주가는 지금보다 더 빠른 속도로 떨어지게 되겠죠.”
“무슨 녹음기도 아니고! 헤스의 주가가 오를 때마다 시간이 지나면 떨어질 거라는 말만 반복합니까!
카노스는 신뢰를 잃은 상태였다.
항상 금방 헤스의 주가가 떨어질 거라고 말했지만, 한 번도 주가가 떨어진 적이 없었다.
인내심에 한계가 온 헤지펀드 대표들을 진정시키기 위해 카노스는 오히려 더 당당하게 나섰다.
“상장폐지까지만 기다리면 우리가 이기는 싸움입니다. 발을 빼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말리지 않겠습니다. 고작 몇 달을 못 참아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탈출을 하고 싶다면, 그렇게 하세요.”
“탈출을 하고 싶어도 못 하는 상황 아닙니까! 시장에 헤스의 주식이 있어야 매입을 해서 탈출을 하지요! 사고 싶어도 없어서 못 사고 있습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어차피 태우그룹은 절대 헤스의 지분을 95% 이상 보유할 수가 없어요.”
단언하는 카노스.
하지만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속보가 날아들었고.
카노스 컴퍼니 직원은 속보를 모든 사람이 들을 수 있도록 외쳤다.
“퀀텀펀드가 보유한 헤스 지분 3%를 태우그룹에게 공개매수가로 넘긴다는 뉴스가 터졌습니다!”
“퀀텀펀드가 언제 3%나 들고 있었던 거야?”
“시장에 풀린 지분을 퀀텀펀드에서 야금야금 사들인 것 같습니다.”
“다들 진정하세요. 대세에는 큰 지장이 없는 일입니다. 그리고 퀀텀펀드는 예전부터 태우그룹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소문이 돌던 곳입니다. 통정거래나 다름없는 행위니 신경 쓰지 마세요.”
신경 쓰지 않고 싶은 헤지펀드 대표들이었다.
하지만 속보와 함께 다시 무섭게 치솟는 헤스의 주가 차트를 보면서 어찌 진정을 하겠는가?
“저는 알아서 살길을 찾아봐야겠습니다.”
“공매도의 제왕도 옛말이군.”
“자자, 다들 나가자고.”
절반이 넘는 헤지펀드 대표가 밖으로 나가 버렸다.
여기서 가만히 기다리고 있다간 질식사할 수 있다는 생각에 살 방법을 찾아 나서는 그들이었다.
그들의 뒷모습에 카노스는 마른침을 삼켰다.
이토록 초조하고 불안했던 적이 있었을까?
그리고 이게 끝이 아닐 거라는 예감이 강하게 드는 그였다.
* * *
한 사장이 한국으로 돌아왔다.
헤스의 자진 상장폐지 전략을 완성했으니 이젠 한국에서도 충분히 통제가 가능했다.
“고생했어요. 준비가 쉽지 않았을 텐데 신속하게 잘 처리하셨어요.”
“SEC와 미국 정부에서 묵인을 해 주니 크게 어렵지 않았습니다. 이번 일로 월가의 헤지펀드들이 아주 난리가 났습니다. 단기간에 주가가 100% 상승하니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습니다.”
“벌써 그런 반응이면 곤란하죠. 공개매수를 연달아 진행할 건데 벌써 호들갑을 떨고 있군요.”
1차 공개매수는 퀀텀펀드를 이용했다.
퀀텀펀드가 보유한 지분을 100% 인상된 가격으로 인수했고.
이제 다음 타자는 핀테크 은행이었다.
그다음은 버크셔의 차례였고, 이렇게 최소 3바퀴는 돌릴 수 있었다.
그러면 헤스의 주가는 300% 상승하게 될 터.
그렇게 된다면 헤지펀드들은 최소 3배에서 15배 이상의 손실을 봐야 했다.
레버리지를 적게 이용했다면 피해가 적겠지만, 레버리지를 적극 활용했다면 파산까지 고려해야 할 피해였다.
“항공기에서 익숙한 얼굴 몇 명을 봤습니다. 조만간 헤지펀드 대표들이 금융타워로 찾아올 듯합니다.”
“한 사장 선에서 쳐 내세요. 잔챙이를 만나 봐야 뭘 하겠어요.”
“잔챙이들을 전부 우리 쪽으로 포섭하면, 카노스를 고립시킬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럴 수도 있겠죠. 우선은 저울질을 좀 해 보자고요. 조만간 카노스도 한국으로 들어오지 않겠어요? 그때 결정해도 늦지 않아요.”
“카노스가 한국으로 들어오겠습니까? 죽으면 죽었지 자존심 때문이라도 한국으로는 들어오지 않을 것 같습니다.”
공매도의 제왕이라 불리는 사람.
그러니 얼마나 자존심이 높겠는가?
하지만 다른 업계라면 모를까, 금융계에서는 자존심보다 돈이 우선이었다.
“카노스는 분명 올 겁니다. 자신의 명예를 지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뭔지 깨닫는다면 말이죠. 너무 늦게 깨닫는다면 기회가 없겠지만, 그렇게 아둔한 사람은 아닐 겁니다.”
“회장님에게 읍소하는 것 말고는 해결 방법이 없긴 합니다. 그럼 그가 빨리 움직일 수 있도록 헤스의 주가를 조금 더 높여 보겠습니다.”
한 사장과 공매도 세력을 어떻게 요리할지 이야기하고 있을 때.
똑똑똑, 기획실장이 노크와 함께 사무실 안으로 들어왔다.
“회장님, 최재석 의원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급히 만나 뵙고자 하십니다.”
“최 의원과 얼굴을 안 본 지 오래되긴 했군요. 오늘 저녁에 보자고 전해 주세요. 이제 경기도지사도 아니니 강 대위의 식당에서 보면 되겠군요.”
“지금 바로 일정을 잡도록 하겠습니다.”
대선을 포기한 최재석 의원.
경기도지사를 그만둔 그는 노원구 국회의원에 당선되었었다.
거대 양당에서 후보를 내지 않아 큰 어려움 없이 당선될 수 있었고, 재기를 위해 숨을 고르며 힘을 키우고 있는 단계였다.
“그러고 보니 총선이 1년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최재석 의원과 국민경제당이 본격적으로 움직여야 하는 시기이긴 합니다.”
“벌써 그렇게 됐나요? 흠, 정치권 일은 나와 기획실장이 알아서 해결할 테니 한 사장은 계속해서 공매도에 신경 써 주세요.”
“다음 주 내로 2차 공개매수에 들어갈 수 있도록 준비해 두겠습니다!”
* * *
오후 7시.
저녁 식사를 하기엔 조금 늦은 시간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별관에 차려진 음식 향기에 군침이 돌았다.
최재석 의원도 아직 식사하기 전인지 나보다 음식을 먼저 곁눈질하며 인사를 건네왔다.
“정말 오래간만에 회장님과 이런 자리를 가지는 것 같습니다.”
“그간 소홀해서 죄송합니다. 하지만 최재석 의원님과 국민경제당을 항상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저야 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우선 식사부터 하시지요. 밤늦게까지 이야기가 이어질 것 같으니 속부터 든든하게 채워야 하지 않겠습니까?”
“듣던 중 반가운 이야기입니다!”
우린 한 마디 대화도 없이 식사에만 집중했다.
전투적으로 음식을 먹어 치웠고, 빈 그릇이 쌓이고 나서야 대화를 시작하는 최재석 의원이었다.
“대선을 포기하면서 얻으려고 했던 연임제 개헌을 이제 진행할 수 있게 될 것 같습니다.”
“드디어 시작하는군요.”
“이미 작년부터 꾸준히 이야기가 되어 왔고, 이제야 정식 절차를 밟게 되었습니다.”
“다음 대선부터는 연임제가 적용될 수 있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이제 우리도 미국처럼 4년 연임제를 시행하게 되고, 다음 대통령부터는 연임이 가능하게 됩니다.”
대통령 단임제와 연임제.
어느 방식이 더 뛰어나다고는 확신할 수 없었다.
하지만 연임제가 시행되면, 최재석 의원이 8년 동안 대통령 자리에 앉을 수 있기에 연임제를 추진하려고 했다.
“그간 고생 많으셨습니다. 이제 고지가 정말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아직 멀었습니다. 다음 대선까지는 3년 가까이 남았습니다.”
그렇게나 오래 걸리진 않을 것이다.
역사대로 흘러간다면, 이번 대통령은 탄핵을 당하게 되고.
대선은 7개월가량 일찍 시행하게 되니 최재석 의원은 2년 정도만 더 참고 기다리면 되었다.
“그나저나 다음 총선 구도는 꽤 복잡해질 것 같더군요. 야당이 2개로 쪼개지고, 여당은 지금보다 더 쪼그라들 것이라는 분석이 있습니다.”
“분열되어 나온 표를 국민경제당이 최대한 흡수할 수 있도록 노력할 생각입니다. 국민경제당이 제1당으로 올라설 수도 있는 아주 좋은 기회입니다.”
신생 정당을 제1당으로.
최재석 의원을 대통령으로 만들기에 충분한 업적이었다.
“최대한 지원을 해 드리겠습니다. 물론 금전적인 지원은 어렵겠지만, 태우그룹이 할 수 있는 선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지원을 해 드리겠습니다.”
“말씀만으로도 정말 감사합니다. 그런데 조만간 청와대에서 대기업 총수를 불러 모은다고 합니다. 평창 올림픽 유치를 위해 대기업의 지원을 바라는 것 같습니다.”
“쉽게 말해 지원금을 내라는 말이로군요.”
탄핵의 배경이 된 주요 사건 하나가 이제 막 시작하려고 했다.
자칫 잘못했다간 나까지 똥물을 뒤집어쓸 수도 있는 사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