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398)
독식하는 재벌 3세-398화(398/518)
398. 갈취 (3)
카노스의 명성은 거짓이 아니었다.
그는 고작 2주 만에 헤지펀드들을 파산으로 몰아붙였다.
금융계에 평생 있었던 한 사장조차 놀랄 정도로 과격하고 무식한 방법으로 헤지펀드들을 뜯어먹는 카노스였다.
“월가에서 요즘 카노스가 미쳤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월가의 사신이라고 부르는 사람까지 있습니다.”
“2주 전에는 월가의 배신자라고 하더니 이젠 월가의 사신이 되었군요.”
“그래도 실패자보다는 배신자나 사신이 더 낫지 않겠습니까?”
“훨씬 낫죠. 오히려 카노스 펀드의 규모가 더 커지고 있다고 하더군요.”
“배신을 하고 망나니처럼 칼을 휘둘러도 일단은 돈을 잃지 않는다는 확신을 준 것 같습니다.”
전향자가 원래 가장 잔인하게 움직이는 법이었다.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선 그 누구보다 높은 성과를 내야 했고, 그렇기에 카노스는 자신의 쓸모를 나에게 증명하기 위해 헤지펀드들을 잔인하게 쥐어짰다.
그 덕에 태우그룹의 지갑 사정이 훨씬 좋아졌다.
석유 전쟁으로 거액을 벌었고, 공매도를 통해 헤지펀드까지 털어먹었으니 1년 사이 10배에 가까운 수익을 낸 태우증권이었다.
“석유 쪽은 이만하면 되었고, 이제 먹잇감을 바꿔야 할 시기가 되었군요.”
“벌써 석유 쪽을 그만둡니까? 아직 수익이 쏠쏠하게 나오고 있습니다.”
“저유가 시대가 당분간은 지속될 겁니다. 유가가 파도처럼 움직이긴 하겠지만, 너무 잔잔한 파도예요.”
“잔잔한 파도로는 큰 물고기를 잡기 힘들긴 합니다.”
물론 석유 산업에 완전히 손을 놓는 건 아니었다.
석유 산업도 일종의 사이클이 존재했고, 몇 년 뒤면 지금보다 더 큰 돈을 벌어들일 기회가 찾아온다.
그때까진 다른 먹잇감을 물고 뜯어야 했고, 우리의 다음 먹잇감은 중국이었다.
“중국 쪽 일은 잘 진행되고 있죠?”
“석유 전쟁으로 벌어들인 돈의 일부를 미리 중국 쪽에 깔아 두었습니다. 그리고 공매도 세력으로부터 뜯어내는 돈도 속속들이 중국 쪽으로 돌리고 있습니다.”
“이번에 잔뜩 뜯어내야 합니다. 지금은 중국 고위층의 비호를 받을 수 있지만, 1~2년만 지나도 그러지 못하게 될 겁니다.”
“사드 때문에 그러십니까?”
사드 배치 문제가 시작되고 있었다.
중국은 거세게 반대하고 있었고, 아직 배치를 한 상태는 아니었기에 큰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사드가 배치되고 나면.
중국은 한한령을 시작하게 될 터였고, 중국 공산당 고위층도 태우그룹을 무작정 비호할 수만은 없게 된다.
물론 고위층과의 끈이 완전히 끊어지진 않겠지만, 지금처럼 대놓고 움직일 수는 없게 될 게 분명했다.
“사드를 시작으로 한국과 중국의 관계는 계속 악화될 겁니다. 그리고 중국은 지금 패권 국가가 되기 위해 힘을 과시하려고 하고 있어요. 그러니 만만해 보이는 한국부터 밟아 누르려고 할 겁니다.”
“지금 기세만 놓고 본다면 그렇게 될 수 있겠지만. 경제 상황은 그다지 좋아 보이지 않습니다. 회장님이 다음 타겟을 중국으로 삼겠다고 한 뒤부터 중국의 경제 상황을 집중해서 파악했습니다.”
“한 사장이 보기에 중국의 상황은 어떤가요?”
침을 삼키는 한 사장이었다.
워낙 복잡한 중국 경제 상황이었기에 쉽게 설명하기 힘들어 보였다.
“경제는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긴 하지만, 기초가 튼튼하지 않은 채로 무작정 물건을 쌓아 올린 듯이 성장하고 있습니다. 조금만 흔들려도 와르르 무너질 듯이 보입니다. 하지만 중국이라서 속단할 수가 없습니다. 워낙 내수 시장도 크고, 수출도 많이 하는 곳이라 완전히 무너질 것처럼은 보이지 않습니다.”
“완전히 무너지진 않겠죠. 하지만 반대로 시장의 규모가 워낙 크다 보니 조금만 흔들어도 떨어지는 콩고물이 엄청나지 않겠어요?”
“콩고물이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떡이 박스째로 떨어질 것 같긴 합니다.”
중국의 경제가 완전히 무너질 가능성은 높지 않았다.
하지만 흔들리기만 해도 엄청난 수익을 올릴 수 있을 정도로 거대한 시장이 중국이었다.
“한 사장, 기억나세요? 처음 도련님 전담팀이라는 이름으로 일을 시작했던 순간을요.”
“당연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회장님과 제가 처음 만났던 순간인데 어찌 잊겠습니까? 지금도 한 번씩 도련님 전담팀 때의 일이 꿈에 나오곤 합니다.”
“일본 경제 버블의 시작점이 어디였는지도 기억하겠군요.”
“대출 총량제가 시발점이었습니다. 물론 버블의 이유는 수백 개가 넘겠지만, 대출 총량제가 모든 문제를 밖으로 끌어내는 신호탄 역할을 하였습니다.”
딱!
나는 손가락을 튕기며 정답을 외쳤다.
“맞아요. 중국에서도 곧 대출 총량제를 시작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더군요.”
“일본 버블이 터졌던 것처럼 중국도 그렇게 될 것이라고 보십니까?”
“워낙 규모가 다르니 그렇게까진 되지 않겠죠. 하지만 엄청난 돈이 단기간에 증발하게 될 건 분명하죠.”
“아깝게 돈이 증발하면 안 될 일이지요. 최대한 태우그룹이 증발한 자금을 쓸어 모아 보겠습니다.”
손을 허우적거리며 공기를 쓸어 담는 한 사장이었고.
앞으로 부회장이 될 사람치고는 상당히 경박스러운 모습이긴 했다.
“아시겠지만, 올해 3월부터 홍콩거래소에서 상하이에 상장된 주식을 공매도할 수 있게 되었어요.”
“후강통 공매도 시스템 말씀이십니까? 확실히 중국도 외국 자금을 끌어모으려고 부단히 노력하고 있긴 합니다.”
후강통.
상하이를 뜻하는 한자 ‘후’.
그리고 홍콩을 뜻하는 ‘강’.
그리고 통은 서로 통하게 한다는 뜻으로 홍콩과 상하이를 통하게 만드는 시스템이었다.
외국 자본은 홍콩을 통해 들어오니.
이제 홍콩에서 상하이 주식도 쉽게 거래하게 하는 시스템이었다.
정말 완벽한 타이밍에 나온 시스템이었고.
중국에서 증발하는 자금을 쓸어 담을 수 있는 기회가 알아서 굴러 들어온 셈이었다.
“부동산을 시작으로 IT, 스마트 기기 산업, 소프트웨어, 등 하한가를 기록하는 종목들이 즐비하게 나오게 될 겁니다.”
“후강통은 공매도 금액에 제한이 있습니다. 그러니 홍콩은 물론이고, 상하이 주식 시장에 직접 공매도를 칠 수 있도록 준비를 철저히 해 두겠습니다.”
“중국 주식 시장에 투입할 수 있는 자금은 얼마나 되죠?”
“태우증권이 300억 달러를 투입하고, 금융 허브 타워 전체를 놓고 보면, 600억 달러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600억 달러.
80조 원에 가까운 천문학적인 금액이 중국 시장을 강타하게 된다.
600억 달러는 일종의 포집기 역할을 하여 증발하는 중국 주식 시장의 돈을 빨아들이게 될 터였다.
“생각보다 금융타워 금융사들이 거액을 투자하는군요.”
“저도 의외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동안 우리와 함께해서 손해를 본 적이 없으니 이번엔 과감하게 투자를 결정한 듯합니다. 그리고 다른 곳도 아니고 중국이라면 뜯어먹을 파이가 많다고 판단한 것 같기도 합니다.”
금융타워의 금융사들은 이미 길들어져 있었다.
우리가 주는 먹이를 기다리는 아기새처럼 입을 벌리고 있었고, 우린 그들의 자금까지 동원해 거대한 규모의 자금을 동원할 수 있게 되었다.
“그나저나 부회장 교육은 잘 받고 있나요?”
“박만덕 부회장님께서 워낙 잘 지도 편달해 주신 덕에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시중에 이상한 소문이 떠돌고 있습니다.”
“무슨 소문이죠?”
“태우그룹의 돈을 제가 통제한다는 소문입니다. 계열사로 투자되는 돈부터 사내 유보금까지 제가 허락하지 않으면 전혀 움직이지 않는다는 괴소문이 왜 떠돌아다니는지 모르겠습니다.”
왜 떠돌아다니긴.
강 대위와 기획실장이 열심히 퍼다 나르고 있으니 퍼지고 있는 거지.
한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하기 위해선 태우그룹의 자금줄을 쥐고 있다고 믿게끔 만들 필요가 있었다.
“나쁘지 않은 소문이죠. 중국 시장에 진출하기 전에 부회장 딱지를 달아야 더 힘이 생기지 않겠어요? 이취임식을 빠르게 진행해야겠군요.”
“빠르게라고 하시면 언제쯤으로 계획하시는 겁니까?”
“늦어도 다음 달 1일에 이취임식을 거행할 계획입니다.”
“너무 이릅니다. 혹시 박만덕 부회장이 무슨 사고라도 쳤습니까? 혹시 횡령이나 비리를 저질러 빠르게 교체해야 하는 일이라도 생긴 겁니까?”
정확한 대답을 해 줄 수가 없었다.
앞으로 똥물이 튀길 일을 박만덕 부회장 대신 한 사장이 뒤집어쓰기 위해 이취임식을 앞당긴다고 어떻게 말하겠는가?
“이제 은퇴할 나이가 되셨죠. 박 부회장님도 하루빨리 은퇴하고 싶다고 하시더군요. 명예회장님이 계신 동남아로 가서 편안한 노후 생활을 즐기고 싶다는데 어떻게 말리겠습니까?”
“확실히 요즘 들어 박만덕 부회장의 표정이 매우 밝아 보이긴 했습니다. 평소에는 인상만 쓰고 다니셨는데 요즘은 콧노래까지 부르고 계셨습니다.”
“박 부회장이 받는 연봉이 업계 최고 수준이었어요. 그렇게나 많은 돈을 벌었는데 쓸 시간은 없었죠. 그러니 빨리 퇴직하고 돈 쓰는 재미를 즐기고 싶어 하지 않겠어요?”
태우그룹 부회장의 연봉은 30억 원이 넘었다.
게다가 부회장 자리에서 물러난다고 하더라도 동남아 지부 총괄 자리를 맡게 되니 연봉은 계속 유지된다.
돈은 똑같이 받고, 쉴 수 있는데 누가 싫어하겠는가?
월급쟁이로서 최고로 높은 자리인 부회장까지 올랐기에 더는 미련이 남지 않은 박만덕 부회장이기도 했다.
“최대한 빠르게 인수인계를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이취임식 준비도 태우증권에서 준비하겠습니다.”
“이취임식 문제는 기획실과 잘 상의해서 진행하도록 하세요. 지금까지 태우그룹에서 진행했던 그 어떤 행사보다 성대하게 해 주세요. 태우그룹에서 쫓겨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느낌이 들 수 있도록요.”
“대통령 이취임식 수준으로 성대하게 열도록 하겠습니다!”
한 사장을 부회장으로 올리려는 건 다른 이유가 더 있었다.
그의 직책이 더 높아지고 권한이 더 많아져야 앞으로 시작하는 사업의 얼굴로 한 사장을 내밀 수 있었다.
그렇기에 하루빨리 한 사장을 부회장으로 올려야 했고.
태우증권의 새로운 사장도 내 입맛에 맞는 사람으로 임명해야 했다.
* * *
며칠 후.
1분기 보고를 위해 기획실장이 사무실을 찾아왔다.
“자동차, 반도체, 전자 계열사의 매출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선분양 시스템을 최초로 도입한 태우건설이 매우 높은 실적을 보이고 있습니다.”
“부동산 가격이 많이 상승했나 보군요.”
“작년부터 부동산 가격이 소폭 상승하기 시작했고, 올해부터는 꽤 빠른 속도로 상승하고 있습니다. 기획실의 예측으로는 올해 부동산 가격이 10% 이상 상승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건설업계는 몇 년 동안 최악의 해를 보내야만 했다.
그렇기에 아파트를 시공하려 하지 않았고, 그렇기에 태우건설이 대량으로 아파트 시공을 도맡아 할 수 있었다.
이젠 선분양이 문제가 아니게 되었다.
부동산 상승장이 본격적으로 찾아오면, 빚을 져서라도 무조건 아파트를 사려고 하게 된다.
“태우건설이 이번에 재미를 크게 보겠군요.”
“도급 순위 1위 자리를 굳건히 자리매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젠 2위 업체를 큰 격차로 따돌리게 되었고, 명실상부 대한민국 1등 건설사가 되었습니다.”
위기에 투자한 유일한 건설사가 태우건설이었다.
당연히 태우그룹이라는 든든한 자금줄이 있었기에 가능했고, 이젠 수확의 시기가 찾아왔다.
“태우건설이 보유한 땅도 가격이 많이 오르겠군요.”
“부동산 불황 시절에 사 놓은 땅의 가격이 요동치기 시작했습니다. 태우건설만 떼어 놓고 봐도 재계 20위 그룹으로 올라설 수 있을 정도가 되었습니다.”
“지금 많이 벌어 둬야 다시 불황이 와도 그룹의 지원 없이 살아남을 수 있어요. 그런 시스템을 만들도록 많이 도와주세요.”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리고 청와대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10대 대기업 경영진을 초청해 만찬 자리를 가지고 싶다고 합니다.”
“한 사장이 부회장으로 취임하고 공식적으로 처음 참여하는 행사가 되겠군요.”
청와대의 일은 이제 한 사장의 몫이었다.
성대하게 이취임식을 해서 세간의 관심을 끈다면, 청와대에서도 한 사장이 만찬회에 참석하는 걸 문제 삼지 않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