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399)
독식하는 재벌 3세-399화(399/518)
399. 갈취 (4)
이틀 전, 이취임식 행사가 성대하게 열렸다.
태우그룹 임원 모두가 참석했고, 금융타워에 입주한 많은 금융사 임원들까지 자리를 밝혀 준 이취임식이었다.
하지만 전반부 행사와 후반부 행사의 분위기는 완전히 달랐다.
태우그룹 부회장과 금융 계열사 총괄 자리를 내려놓는 박만덕 부회장에게는 엄청난 환호가 쏟아졌다.
그만큼 박만덕 부회장의 인품과 능력이 뛰어나다는 반증이었고.
오랜 세월 태우그룹을 지켜 온 사람으로서 많은 존경을 받고 있었다.
하지만 후반부 행사인 한정훈 사장의 부회장 취임식의 분위기는 달랐다.
대부분의 임원보다 어린 나이와 태우그룹에서 월가로 나갔다가 다시 복귀했다는 꼬리표가 붙어 있는 한 사장이었다.
그렇기에 큰 환호가 쏟아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가 부회장으로 취임하는 걸 반대하는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태우그룹의 자금줄을 한 사장이 꽉 쥐고 있다는 소문이 태우그룹 내에도 파다하게 퍼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부회장이 된 한정훈이었고.
부회장 직책을 달고 하루 만에 청와대 만찬까지 초대받은 그였다.
그리고 오늘, 만찬장에서의 일을 보고하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나를 찾아온 한 부회장이었다.
“부회장이 되더니 분위기부터 달려졌어요. 청와대 행사에서도 이런 분위기를 풍겼다면, 이야기가 아주 잘 되었겠네요.”
“······회장님은 알고 계셨습니까? 이번 청와대 만찬의 목표가 갈취라는 걸 말입니다.”
“갈취라니요? 저는 모르는 일입니다.”
“재계 서열대로 돈을 걷어 재단에 기부하라고 협박 비슷한 제안을 받았습니다. 전경련(전국 경제인 연합회)을 통해서도 압박을 가하고 있습니다.”
나는 계속해서 모르는 척을 했고.
한 부회장은 속이 답답한지 주먹으로 가슴을 치며 말을 이어 나갔다.
“총 770억 원이 넘는 돈을 출연하라고 합니다. 태우그룹이 재계 1위니 가장 많은 돈을 내야 하지 않겠냐는 노골적인 말까지 들었습니다.”
“그래서 태우그룹이 할당받은 금액이 얼마인가요?”
“우선은 200억 원입니다. 태우그룹과 삼진전자를 콕 찍어서 200억 원을 출연하라고 하였습니다.”
200억 원은 결코 적은 돈이 아니었다.
우리가 1분기에 수십조 단위의 돈을 벌어들였다고는 하지만.
그건 우리의 노력으로 얻어 낸 성과였고, 재단에 200억 원을 기부하는 건 다른 차원의 문제였다.
“그런데 왜 우리와 삼진전자가 같은 금액을 할당받았죠? 재계 1위는 우리니 우리가 더 많이 내야 하지 않겠어요?”
“그게 저도 조금 의심스러워 조사를 조금 해 봤습니다. 삼진전자는 아마 후계 승계 과정 중이라 우리와 같은 금액을 내는 것으로 추측하고 있습니다.”
“다른 조사도 같이 진행해 봤나요?”
“재단에 후원하는 대가로 보상안이 기업별로 제공된 것으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해외 건설 수주, MOU 임시 협약 지원, 그리고 후계 승계까지 정부에서 도와주기로 약속받은 듯합니다.”
대기업은 규모가 큰 만큼 문제도 많았다.
특히나 내수 시장에 특화된 대기업일수록 정부의 입김에 크게 흔들리곤 했다.
대놓고 정부가 한 기업을 밀어주면, 라이벌 기업은 일감을 잃고 매출이 급감할 수도 있는 구조가 지금의 한국 재계 상황이었다.
“그런데 우린 받을 게 딱히 없지 않나요?”
“청와대 수석이 지나가는 말로 몇 가지 보상안을 제시하긴 했습니다. 고속도로 사업을 태우건설에게 밀어주겠다는 것과 몇 가지 에너지 관련 사업을 보장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다지 구미가 당기지 않는 제안들이군요.”
태우그룹의 매출 대부분은 해외에서 나오고 있었다.
물론 내수 시장에서도 많은 부분을 우리가 점하고 있었지만, 미국에서 나오는 매출의 1/4도 되지 않는 매출이 나올 뿐이었다.
그러니 우리 입장에서는 굳이 제안을 받아들일 필요가 없었다.
한국 정부의 지원 없이도 충분히 많은 수주를 따낼 능력이 되었고, 해외 진출도 가능했기 때문이었다.
“구미가 당기지 않지만 어쩔 수 없이 지원을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다른 일도 아니고 올림픽 유치라는 명분을 내세운 이상 거절하는 순간 악덕 기업으로 찍힐 수 있습니다.”
“악덕 기업이라고 찍히는 건 상관없지만, 정부가 다양한 방법으로 태우그룹을 괴롭히겠죠.”
“세무 조사를 시작으로 신사옥과 금융타워까지 문제 삼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인허가 때마다 딴지를 걸어오면 모든 계열사가 힘들어지긴 합니다.”
제왕적 권력을 보유한 청와대였다.
태우그룹을 무너트릴 수는 없겠지만, 충분히 괴롭힐 수 있는 권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한 번에 다 주긴 아까우니 조금씩 나눠 주는 것으로 하죠.”
“할부로 출연금을 내자는 말씀이십니까? 정부에서 그다지 좋아하진 않을 듯합니다.”
“그래도 안 주는 건 아니니 최소한 불이익을 주지는 않겠죠.”
“그럼 어떤 식으로 나눠서 내면 되겠습니까?”
“올해와 내년에는 25억씩 그리고 내후년에 150억 원을 출연하겠다고 하세요.”
“굳이 올해와 내년에 25억씩만 내는 이유가 있습니까? 그룹 차원에서 놓고 본다면 매년 50억 원씩 4년 동안 내는 게 가장 좋습니다.”
그거야 3년 뒤면 내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었다.
내년만 돼도 재단 비리 문제가 언론을 타게 될 터였고.
내후년이 되면 대통령 탄핵까지 진행하게 되니 150억 원의 돈을 아낄 수 있었다.
“정권 말기가 되면 어떻게 변할지 모르지 않겠어요? 그러니 지금은 최대한 적게 내고 대통령 레임덕 기간에 눈치를 보자는 말이죠.”
“나쁘지 않은 계획 같습니다. 만찬회에 참석해 보니 레임덕이 생각보다 빨리 찾아올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왜 그렇죠?”
만찬회장의 분위기는 화기애애했을 것이다.
그런데도 이상기류를 발견한 한 부회장이었다.
“올림픽 유치 위원장을 현진그룹의 조 회장이 맡고 있습니다. 그런데 뭔가 이야기가 잘 안 되는지 청와대 수석과 언성을 높이는 모습까지 보였습니다.”
“조 회장님이라면 확실히 강단이 있으신 분이죠. 사사건건 간섭하는 걸 싫어하실 테고요.”
이번 일이 시발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청와대에 미움을 받아 현진해운이 파산하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회귀 전에도 나오곤 했었다.
재단과 올림픽 유치 위원장과의 알력 다툼.
그 여파로 인해 현진해운이 정부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 파산했다는 시나리오가 현실성이 없진 않았다.
“올림픽 유치 위원장 자리를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도 의문입니다. 재단의 힘이 유치 위원장보다 강해 보였습니다.”
“조 회장님의 성격상 참고만 있진 않겠죠.”
살아 있는 권력 앞에는 대기업 회장이라고 해도 별다른 수가 없는 법.
조 회장은 아마 유치 위원장 자리에서 내려오게 될 것이었고, 정부의 압박을 받으며 정권이 끝나길 기다려야 할 터였다.
“괜히 떨어지는 불똥에 맞지 않게 멀찍이서 지켜만 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래야죠. 이제 청와대 일은 잊고 중국 쪽 일에만 신경을 쓰세요.”
“태우그룹과 금융타워의 자금 600억 달러가 안전하게 중국 주식 시장에 잠입했습니다. 서서히 공매도 물량을 늘려 나갈 계획이며, 아무리 늦어도 6월 전에는 600억 달러의 공매도 물량을 다 풀 수 있을 듯합니다.”
투자의 규모가 클수록 과정이 복잡해지곤 했다.
무려 600억 달러나 되는 금액으로 공매도를 진행하기 위해선.
아주 다양한 회사에 공매도를 걸어야 했고, 회사에 따라 수익률이 천차만별로 달라질 수도 있었다.
“알아서 잘 진행하겠지만, 금융타워 금융사들이 자신만 차별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지 않도록 잘 조율하세요.”
“태우증권이 수익률 손해를 조금 보더라도 금융타워의 수익률을 높이는 방향으로 투자 포트폴리오를 만들었습니다.”
“너무 퍼주지는 또 말고요. 버릇을 잘못 들이면, 나중에는 우리가 먹이를 주는 걸 당연시 여길 수도 있으니까요.”
우린 사냥개가 필요했다.
배가 너무 부른 사냥개는 사냥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러니 적당한 양의 사료만 주어 명령에 복종하는 착한 사냥개로 버릇을 들여 놔야 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런데 중국 쪽 정보를 받아 보니 벌써 부동산 시장은 침체기에 빠진 듯 보입니다. 파산하는 중소형 건설사가 수백 개가 넘는다고 합니다.”
“부동산 시장에 몰렸던 돈이 주식 시장으로 빠져나갔으니 부동산이 먼저 흔들리는 게 당연하죠.”
“그래서인지 건설사 공매도를 하겠다는 금융사들이 금융타워에 넘쳐나고 있습니다.”
“최대한 원하는 곳에 공매도를 할 수 있도록 조율해 주세요.”
돈은 규모가 클수록 강한 파괴력을 가지게 된다.
그렇기에 나는 굳이 금융타워의 금융사들과 함께 움직였다.
태우증권 혼자 공매도를 진행하는 것보다 금융타워 전체가 공매도를 진행하면, 중국 증시는 더욱 극적으로 하락하게 된다.
미중 패권 전쟁이 시작될 때.
금융타워의 금융사들은 사냥개가 되어 나를 보호할 역할을 할 것이었고.
그렇기에 나는 계속해서 그들에게 먹이를 주며 키우고 있었다.
“그리고 월가에서 들어온 소식이 있습니다. 카노스가 파산시킨 헤지펀드의 숫자가 20곳에 달한다고 합니다.”
“공매도에 참여한 헤지펀드 대부분이 파산을 맞이했군요.”
“파산을 한 회사도 탈탈 털어 내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월가에서는 카노스와 눈을 마주치는 건 물론이고, 같은 공간에 있는 것도 싫어한다고 합니다.”
진정한 사신으로 자리매김한 카노스였다.
얼핏 보면 월가에서 따돌림받는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따돌림이 아니라 두려움으로 그에게 다가가지 못한다고 봐야 했다.
혹여나 사신에게 찍혀 자신들도 파산이라는 죽음을 맞이할까 겁내는 월가의 금융사들이었다.
“칼질 한번 시원하게 하는군요. 칼질이 끝났으면, 이제 중국으로 넘어가라고 하세요. 조만간 중국에도 칼질한 곳이 넘쳐나게 될 테니까요.”
“파산한 중국 기업의 뒤처리도 카노스에게 맡기실 생각이십니까?”
“카노스 정도 되는 인물이 움직여야 겁을 먹고 돈을 뱉어 내지 않겠어요? 그리고 지금 카노스는 광기에 휩싸여 있어요. 공산 국가인 중국에서 칼질을 할 수 있는 광인은 그밖에 없어요.”
중국 기업을 향해 대규모 공매도를 시행하게 된다면.
아무리 중국과 깊은 관계를 형성했다고 하더라도 연결고리가 약해질 수밖에 없다.
수익의 일부를 중국 정부 수뇌부와 나눈다고 하더라도, 예전과 같은 관계가 될 수는 없었다.
게다가 사드로 인해 한한령까지 발동된다면, 돌이킬 수 없는 사이가 될 수도 있었다.
그러니 이제 중국과 새로운 관계를 맺을 준비를 해야 했다.
지금까지는 의도적으로 중국 수뇌부에게 저자세로 나섰지만.
앞으로는 미중 패권 다툼의 한 축으로 태우그룹이 솟아날 테니 동등한 관계로 대화 혹은 협상을 나눠야 했다.
“중국에서의 일을 끝내면, 카노스에게 주요 기업의 공매도를 맡길 겁니다. 그러니 필요한 정보는 공유하도록 하세요.”
“카노스를 태우그룹 전용 히트맨으로 키운다는 말씀이십니까?”
“히트맨이라기보단, 청소부에 가깝죠. 암살은 조용히 움직여야 하지만, 청소는 모두가 보는 앞에서 한 톨의 먼지라도 다 쓸어 담아야 하죠.”
앞으로도 공매도를 할 일이 무궁무진했다.
특히나 코로나 시대가 오면, 아주 많은 기업이 무너지게 된다.
그날을 대비해 카노스를 완벽한 기업 청소부로 만들어 둘 필요가 있었다.
한참을 한 부회장과 카노스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천민정 센터장이 다급히 사무실로 뛰어 들어왔다.
고조된 그녀의 표정만 봐도 엄청난 사건이 터졌음을 짐작할 수 있었고, 그녀가 내뱉은 말에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로보 노디스크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신약을 폐기 처분할 계획이라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