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4)
독식하는 재벌 3세-4화(4/518)
4화. 버블(2)
1990년 3월 27일.
일본의 대출총량제가 실행되었다.
대출 규제를 강화해 부동산 가격 상승을 막고자 하는 의도였다.
선한 의도였지만, 버블 경제의 끝을 알리는 신호탄이 되어 버렸다.
설마 하던 폭탄이 터지니 도련님 전담팀이 정신을 못 차렸다.
“팀장님, 닛케이 지수가 하루 사이에 10퍼센트가량 빠졌습니다. 그리고 부동산 가격도 심상치가 않습니다.”
“일본 채권 가격이 하락하고 있습니다!”
한정훈 팀장은 엄청나게 밀려오는 정보를 분석했다.
뛰어난 분석력을 가진 그였기에 결론을 내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도련님 말대로 정말 일본에 폭탄이 터져 버렸어.”
“그럼 정말 도련님 말대로 닛케이 지수가 절반이나 빠질까요?”
“아마 그렇게 되겠지.”
“그럼 정말 10배가 넘는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겁니까?”
“10배는 물론이고, 20배까지도 이론적으로는 가능해.”
한정훈 팀장은 조용히 계산기를 두들겼다.
220억 원을 투자했으니 20배면, 4,400억 원!
꿀꺽, 자신도 모르게 침을 삼킨 그는 의자에 털썩 쓰러졌다.
“이게 재벌가의 혈통인가? 4,400억 원이라니.”
“연봉으로 몇 년을 벌어야 그 돈을 벌 수 있을까요?”
“우리 연봉이 2천만 원이야. 죽을 때까지 일하고 다시 태어나도 그 돈 못 벌어.”
지금 시대에 꿈의 직장은 증권회사였다.
대기업보다 더 높은 연봉을 받는 그들이었지만, 고작 2천만 원.
물론 실적에 따라 보너스를 받긴 하지만, 억 단위 금액은 아니었다.
“그런데 도련님은 이런 정보를 어떻게 알아냈을까요? 증권사에서도 모르는 정보잖아요.”
“태우경제연구소에서 정보를 받은 게 아닐까? 그게 아니면 설명이 안 돼.”
“경제연구소에서 그런 정보를 알아냈다면 왜 우리 증권사에선 대응을 안 한 겁니까?”
“리스크가 높으니까. 도련님이야 용돈으로 하는 투자니 리스크 관리를 할 필요가 없었겠지.”
한정훈 팀장은 자신이 말했지만, 설득력이 없다는 걸 느끼고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라도 하지 않는다면, 4천억이 넘는 수익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의자에 잠시 퍼져 있던 한정훈 팀장은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팀원을 불러 모았다.
“다들 어떻게 할래? 증권사로 돌아갈 거야?”
“……저는 솔직히 여기 남고 싶어요. 처음으로 일 같은 일을 했어요.”
입사 1년 차인 이동훈 사원이 쭈뼛거리며 말했다.
그가 하는 일이라곤 재떨이를 갈고 커피 배달하는 업무가 대부분이었다.
눈치껏 선배의 일을 배우곤 있었지만, 이렇게 본격적으로 일을 한 건 처음이었기에 더 큰 성취감을 느꼈다.
“저도 여기 남을래요. 증권사에서 일하면서 20배 수익을 올리려면 불법 작전 말고는 없지 않아요? 합법적으로 큰판에서 놀 수 있는데 갈 이유가 없죠.”
“저도 일단 남겠습니다. 따로 결재받으러 뛰어다닐 필요도 없고 월가에서 일하는 기분까지 듭니다.”
“그럼 다 남는 걸로 하자.”
한정훈 팀장을 비롯한 4명의 도련님 전담팀.
그들의 운명을 뒤바꿀 선택이 시작된 시점이었다.
* * *
4월의 막바지.
나는 당당히 할아버지의 서재를 찾았다.
“우리 강아지 왔어? 출장 다니느라 우리 강아지랑 놀 틈이 없네.”
“할아버지 바쁜 거야 세상 사람이 다 아는 건데요, 뭐.”
“허허, 미안하구나.”
할아버지는 정말 바쁘게 돌아다니셨다.
태우그룹의 세계화를 외치며 유럽부터 미국까지 안 간 나라가 없을 정도였다.
세계화의 끝이 어떻게 될지 잘 알고 있는 나로서는 극구 말리고 싶었지만.
“할아버지, 선물 받으세요.”
“우리 강아지가 할애비를 위해 편지를 썼니?”
나는 편지 봉투를 내밀었고.
할아버지는 봉투 안의 내용물을 받아 보시고는 함박웃음을 지으셨다.
“검정고시 합격증이로구나!”
“성적도 보세요. 만점 받았어요.”
“허허, 아주 장하구나.”
우리 집안은 대대로 연기력이 부족하다.
할아버지는 이미 내가 합격했다는 소식을 며칠 전에 알아냈을 것이다.
재계 서열 3위의 대기업 회장에게 검정고시 합격 여부를 알아내는 건 쉬운 일이니까.
내가 먼저 말할 때까지 기다리고 있으셨겠지.
그러니 오늘도 회사로 출근하지 않고 내가 찾아올 때까지 서재에서 기다리고 계셨던 것이겠고.
“할아버지, 내일부터는 미국 대학 입시 준비를 시작하려고 해요.”
“벌써? 올해는 쉬다가 내년부터 시작하지 않고?”
“시간이 부족해요. 내년에 대학에 들어가려면 지금 시작해도 부족해요.”
“허허, 뭐가 그리 급한 게냐? 뒤에서 누가 쫓아오기라도 하는 게냐?”
누가 쫓아오긴, 그룹 부도 때문에 이러지.
여유 넘치는 할아버지를 볼 때면 가슴이 막 답답해진다.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다.
“빨리 대학교 졸업하고 할아버지랑 같이 일하고 싶어서 그러죠.”
“우리 강아지 아주 기특하구나. 어디 보자. 검정고시 합격 선물로 뭘 주면 좋을까? 용돈을 주면 되겠니?”
지금부터는 할아버지의 용돈은 의미가 없다.
초기 자본이 부족할 때나 용돈이 필요했지, 일본 버블 덕분에 초기 자본금 문제는 해결했다.
돈 말고 다른 것에 신경 쓸 차례다.
“선물로 여행가고 싶어요.”
“여행이라면 어딜 말하는 게냐?”
“이번에 사우디에 가신다고 들었어요. 거기에 저도 따라가면 안 될까요? 중동지역을 꼭 가 보고 싶어요.”
“허허, 우리 강아지가 가고 싶다는데 어디든 못 데리고 갈까? 그런데 공부하기도 바쁜데 여행 갈 시간은 있고?”
“걱정 마세요. 비행기에서도 공부할 계획을 다 세워 두었어요.”
“그럼 그러자꾸나. 최 실장에게 다 말해 놓을 테니 이번 사우디행에 같이 가자꾸나.”
사실 공부하기도 빠듯한 시간이다.
그럼에도 사우디로 가려고 하는 건 인맥 때문이었다.
어릴 때부터 인맥을 착실히 쌓아 둬야 필요할 때 써먹을 수가 있으니까.
* * *
할아버지가 출근하고 얼마 후.
도련님 전담팀이라 불리는 증권맨 4인방을 집으로 불러들였다.
일본 버블 사태로 벌어들인 수익을 보고받기 위함이었다.
“와서 앉으세요. 다들 얼굴이 많이 상하셨네요.
“수익을 실현하려다 보니 쉴 틈이 없었습니다.”
수익 실현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외국 보험사, 증권사 그리고 은행으로부터 돈을 받기 위해 밤새 일을 했겠지.
특히나 보험 중에는 미국에서 발행한 보험도 있었고, 한정훈 팀장은 직접 미국까지 다녀갔다고 들었다.
“자, 결산을 해 볼까요? 팀장님, 브리핑 시작해 주세요.”
“흠흠, 결산을 시작하겠습니다. 우선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예상 수익은 4,780억 원입니다. 내년 2/4분기 전에 모든 수익이 실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며, 현재 수익 실현한 금액은 총 1,210억 원입니다.”
확실히 뛰어난 사람들이다.
내가 정보를 줬다고는 하지만, 스스로 정보를 분석해 최대의 수익을 실현한 전담팀이다.
“아주 좋네요. 계약서대로 수익 실현한 금액의 1퍼센트를 팀원들에게 보너스로 지급할게요.”
“저, 정말이십니까? 1퍼센트면 12억 원이 넘습니다.”
“4명이서 나눠 받으면 대충 3억 원씩이 되겠네요. 그런데 한국 계좌로 쏴 드릴 수는 없으니 다들 외국에 계좌를 트세요. 방법은 다들 알고 계시죠?”
“계좌를 만드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정말 4억 원을 보너스로 주시는 겁니까?”
참 의심도 많다.
하긴 지금 시대에 증권맨 대리급 연봉이 2천만 원 후반이었나?
평생 일해도 벌기 힘든 돈을 몇 달 사이에 벌었으니 이런 반응이 나오는 거겠지.
“결산은 여기까지 하죠. 자료는 보고서 형식으로 주세요. 그럼 다음 투자를 시작해 볼까요?”
“또 말씀이십니까?”
“왜 싫으세요? 아! 증권사로 돌아가고 싶으신 거구나.”
“아, 아닙니다! 도련님과 함께하고 싶습니다.”
역시 돈의 힘이란.
3억 원을 보너스로 주니 충성도가 확 높아진 전담팀이다.
이글거리는 눈만 봐도 빨리 다음 투자를 하고 싶다는 의지가 느껴졌다.
“다음 투자는 중동지역이에요.”
“중동지역이라고 하면, 이번에 회장님이 사우디를 방문하시는 것과 관련이 있습니까?”
“크게 관련은 없어요. 요즘 중동지역의 분위기가 흉흉한 건 다들 알고 계시죠?”
“혹시 이란과 이라크 전쟁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1980년부터 88년까지 오랜 전쟁의 홍역을 치른 이란과 이라크였다.
양국은 얻어 낸 것 하나 없이 전쟁에 전력을 쏟아 내었고, 막대한 부채만을 안게 되었다.
특히나 이라크의 상황은 더욱 심각했고, 나는 그 부분을 콕 집어 한정훈 팀장에게 물었다.
“이라크는 전쟁으로 5천억 달러 이상의 부채를 지게 되었는데 가만히 있을까요?”
“UN의 중재로 종전 협정이 이루어졌는데 설마 전쟁을 또 시작하겠습니까?”
“5천억 달러면, 500조 원에 달하는 금액이에요. 이라크 내부에서 쿠테타가 일어나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금액이죠.”
팀원들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일본 버블에 투자해서 큰돈을 번 덕분인지 내가 하는 말을 귀담아듣고 있었다.
다른 사람에게 나는 그저 고등학생이었지만, 전담팀 팀원들에게 나는 단순한 어린아이가 아니라 뛰어난 안목을 가진 재벌 3세이며 리더였다.
“그럼 도련님께서는 이라크가 또 전쟁을 벌일 것이라 예상하십니까?”
“지금 이라크는 누굴 가장 미워할까요?”
“이란이지 않겠습니까? 8년이나 싸운 만큼 원한도 깊을 것 같습니다.”
“아니죠. 원래 적보다 배신한 동료가 더 미운 법이죠.”
“배신한 동료라고 하면 설마 쿠웨이트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지난 전쟁에서 이라크의 가장 큰 지원국은 쿠웨이트였다.
하지만 전쟁이 지지부진하자 쿠웨이트는 자금 지원을 끊어 버렸다.
“이라크는 쿠웨이트가 계속 도움을 줬다면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고 생각하고 있지 않을까요? 그러니 이란보다 쿠웨이트가 더 밉게 보이겠죠.”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는 말씀이십니까? 그렇다고 전쟁을 벌이기까지 하겠습니까?”
“지금 이라크는 흔들리고 있어요. 역사적으로, 흔들리는 내부를 결속하기 위해 외부에 적을 만들기 마련이죠.”
사실 지금 중동지역은 그 누구도 예상하기 어려웠다.
나야 미래의 일을 알고 있기에 전쟁을 강력히 주장할 수 있었고, 충성도 높은 팀원들이었기에 크게 반대하지 않았다.
“이라크와 쿠웨이트의 전쟁을 예상하고 투자를 진행하라는 말씀이십니까?”
“그렇죠. 이라크와 쿠웨이트는 걸프만을 두고 있으니 걸프전이라고 하면 되겠네요.”
전쟁은 돈이 된다.
게다가 그 전쟁이 그 유명한 걸프전이라면, 두말할 것도 없다.
전쟁이 언제 시작되고 누가 승리하고 언제 끝날지까지 예상할 수 있다면 누구든지 큰돈을 벌 수 있고, 그런 정보를 아는 건 내가 유일했다.
“투자 포트폴리오를 작성해 보겠습니다.”
“전쟁이 시작되면, 유가가 급등하는 건 다들 아시죠?”
“혹시 선물 거래를 생각하고 계십니까? 선물 거래는 리스크가 가장 높은 투자입니다.”
한정훈 팀장이 우려의 목소리를 내었다.
증권가 물을 먹더니 위험보다 안전성을 우선시하는 그였다.
하긴 선물이 위험하긴 하지.
100억이 하루 만에 0원이 되기도 하고, 최악의 경우 천문학적인 빚더미에 깔려 죽을 수도 있다. 하지만 반대로 1억 원이 100억 원이 될 수도 있는 기적과도 같은 시장이 선물 시장이었다.
“제가 예상하는 전쟁 시기는 8월 초예요. 그때 레버리지를 최대한 당겨서 유가 상승에 베팅합니다. 그전까지는 최대한 일본 버블에 투자한 돈을 회수하세요.”
“지금 유가는 안정세를 찾았습니다. 사우디에서는 증산까지 계획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지금이야말로 적기죠. 전쟁이 시작만 되면 떨어졌던 유가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을 거예요. 최소 2배에서 3배를 남겨 먹을 수 있는 장사죠. 최대 레버리지로 투자하면 몇 배까지 더 가능한가요?”
“……이론상 6배까지 더 가능합니다.”
“그럼 12배를 남겨 먹을 수 있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