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40)
독식하는 재벌 3세-40화(40/518)
40화. 동상이몽 (1)
항상 기술을 사서 쓰기만 했던 태우그룹이다.
그러니 기술료가 얼마나 돈이 되는지 잘 알고 있는 할아버지셨고, 기술료를 받을 수 있다는 말에 폴더폰을 사랑스럽게 바라보기까지 하셨다.
“물론 지금 만든 폴더폰으로는 영업 이익률이 30퍼센트까지 나오지는 않습니다. 안에 들어가는 대부분의 부품을 다른 회사에서 구입해서 사용하고 있고, 소프트웨어까지 받아 사용해야 됩니다.”
“그렇게 해도 영업 이익률이 최대 15퍼센트까지 나온다고 적혀 있구나.”
“충분히 가능한 수치입니다. 태우전자에서 생산하는 TV나 세탁기, 전자레인지보다 훨씬 높은 영업 이익률입니다.”
가전제품 시장은 거대하다.
하지만 태우그룹의 가전제품 영업 이익률은 5퍼센트가 되지 않는 분기도 많았다.
특히나 경쟁이 심한 경우에는 0점대 영업 이익률이 나오는 경우도 허다했다.
“휴대폰의 영업 이익률이 높다고는 하지만, 다른 기업과 경쟁이 본격화된다면, 가전제품처럼 영업 이익률이 떨어질 게 당연하지 않겠느냐?”
“충성 고객을 확보하면 그 문제는 해결이 됩니다. 무조건 우리가 만든 신제품을 구입하는 고객을 만들어 나갈 계획입니다.”
“마케팅을 하겠다는 거구나. 아무리 마케팅에 돈을 퍼붓는다고 해서 충성 고객을 만들긴 어려운 일이란다.”
나는 한 장의 문서를 꺼내 들었다.
그 안에는 폴더폰을 디자인한 조나단의 이름도 적혀 있었고, 폴더폰 제작을 총괄 감독한 스티브의 이름도 적혀 있었다.
“애플의 주역들과 함께 만든 휴대폰이 바로 폴더폰입니다. 이보다 더 좋은 마케팅이 어디 있겠습니까?”
“애플이라고 하면 매킨토시를 만든 미국의 애플 말이더냐?”
“그렇습니다. 애플의 이름을 이용하면 폴더폰을 다른 휴대폰과 차별화할 수 있고, 고급화 전략을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여전히 이름값이 남아 있긴 하지만, 예전의 애플이 아니지 않느냐.”
애플의 가치를 아직 모르시는 할아버지셨다.
할아버지의 안목이 아무리 좋다고 한들 현재 애플의 재기 가능성을 점치긴 어려웠다.
할아버지뿐만 아니라 많은 전문가들이 애플은 재기가 불가능할 정도로 망가졌다고 판단하고 있었기도 했다.
“애플의 이름이 아니라 스티브 잡스의 이름과 함께 한다고 생각하세요. 세상은 여전히 그가 만들 혁신적인 제품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첫 시작이 바로 우리가 만들 폴더폰입니다.”
“아주 거창하구나. 너는 폴더폰이 태우전자의 미래 먹거리가 될 거라 확신하는 것 같구나.”
“저는 영업 이익률을 중시 여깁니다. 매출이 아무리 잘 나와도 적자가 나오면 결국엔 손해 보는 사업에 불과합니다.”
할아버지가 눈살을 찌푸리셨다.
나와 전혀 다른 생각을 하고 있기에 그런 반응이 나왔다.
“영업 이익률도 좋지만 매출도 기업에게 중요한 부분이란다. 매출이 커지면 커질수록 아무도 우리를 건드리지 못하게 된단다. 바둑 용어로 ‘대마불사’라는 말을 아느냐?”
“대마는 결코 죽지 않는다라고 알고 있습니다. 매출이 커지면 그 기업은 대마가 되고, 절대 죽지 않는다는 말씀을 하고 싶으신 겁니까?”
“그렇단다. 한국에서 기업을 하려면 대마가 되어야 한단다. 영업 이익률이 아무리 잘 나와도 대마가 되지 않으면,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갈대 취급밖에 받지 못하지.”
할아버지가 왜 저런 철학을 가지게 되었는지 잘 알고 있었다.
힘든 군사 정권 시절 살아남기 위해선 대마불사 전략이 필수였다.
살아남기 위해선 결국 질보다 양이 중요했고, 그래서 쓸데없는 회사까지 인수해 합병하신 거겠지.
“휴대폰 시장 하나만으로도 대마가 될 수 있습니다. 태우전자, 중공업, 조선을 다 더한 것보다 더 큰 시장이 휴대폰입니다.”
“보고서와 네 생각이 맞다면 그렇게 될 수도 있겠지. 그렇다고 해서 다른 사업을 다 철수할 수는 없는 일이지.”
첫술에 어찌 배가 부를까?
나도 다른 사업을 지금 당장 철수하자고 주장할 생각은 없었다.
물론 그렇게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선 차근차근 정리해 나가야 했고.
그 시작은 태우전자였다.
“다른 사업을 철수할 필요까지는 없습니다. 단지 태우전자의 주력 사업을 휴대폰으로 정하기만 하면 됩니다.”
“매년 태우전자의 가전제품 점유율이 높아지고 있다. 그런데 갑자기 가전제품 사업을 뒷전으로 미루고 휴대폰 시장에 뛰어들 수는 없단다.”
“그럼 어렵사리 만든 폴더폰을 남에게 줘 버리실 겁니까?”
“어허! 내 손자가 만든 물건을 어떻게 남에게 주겠느냐? 당연히 태우전자에서 생산해야지.”
폴더폰이 돈 되는 물건임은 확실히 알고 계신다.
하지만 선택과 집중을 하지 못하셨다.
가전제품과 휴대폰 모두 쥐고 싶어 하시는 할아버지셨다.
“태우전자의 지금 생산력으로는 폴더폰을 대량 생산하기 어렵습니다.”
“네가 만든 폴더폰은 내가 봐도 아주 좋은 제품이야. 그렇다고 해서 수십만 대가 팔릴 물건은 아니지 않느냐? 지금 태우전자의 생산력으로도 충분할 것 같구나.”
“판매량이 많아지면 어떻게 하실 겁니까?”
“그때는 추가로 공장을 지으면 되지 않겠느냐?”
역시나 양적 팽창을 원하시는 할아버지셨다.
잘라 낼 부분은 자르고 거기에 새로운 것을 채워 넣어야 하건만.
“할아버지의 말씀에 따르겠습니다.”
“나는 네가 휴대폰뿐만 아니라 가전제품에도 관심을 가졌으면 하구나. 폴더폰을 만든 것처럼 가전제품에서도 혁신적인 제품을 만들 수 있지 않겠느냐?”
“제가 가진 권한으로는 힘듭니다. 폴더폰을 개발하기 위해 기술 연구소의 자금은 물론이고, 제 사비까지 사용했습니다.”
“허허, 그러면 곤란하지. 기술 연구소에 추가 연구비를 지원토록 말해 놓으마. 그리고 태우전자의 모든 제품을 관여할 수 있는 권한까지 가질 수 있도록 해 보마.”
이 정도에서 만족해야 하나?
기술 연구소를 넘어 태우전자까지 발을 뻗을 수 있게 되었다.
여기서 한 발만 더 나아가면, 태우전자를 내 손에 쥘 수 있게 된다.
그렇게 하려면 우선 태우전자 박진훈 사장을 끌어내려야만 내가 그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
상대방을 끌어내리는 방법은?
대립과 경쟁.
숫사자들 사이의 서열 경쟁에서는 승리한 사람은 우두머리가 되지만, 패배한 숫사자는 상처를 입고 추방당한다.
그런데 태우그룹은 밀림이 아니었다.
나야 패배한다고 해도 밀려날 일이 없지만, 박진훈 사장의 경우 밀려나는 순간 끝이었다.
“우선은 휴대폰에 집중하고 싶습니다. 태우전자 휴대폰 개발부서를 비롯한 관련 부서의 지휘권을 저에게 주십시오.”
“굳이 그렇게까지 해야겠느냐? 개발된 휴대폰을 태우전자로 이관시키만 해도 박진훈 사장이 알아서 생산 계획을 세우지 않겠느냐?”
“제가 모든 것을 챙기고 싶습니다. 제가 심혈을 기울여 만든 폴더폰의 기술 유출을 막기 위해서라도 꼭 필요한 조치입니다.”
“나 혼자서는 결정하기 어렵겠구나. 박진훈 사장을 호출하마.”
태우그룹의 모든 권력은 할아버지에게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계열사의 모든 일을 결정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특히나 계열사 사장의 권한을 침해할 경우 반발이 나오기 마련이니 박진훈 사장과의 대화가 필요했다.
“1시간이면 충분히 올 수 있다고 하는구나.”
“그동안 보고서를 같이 더 보시지 않으시겠습니까? 제가 설명드리고 싶은 부분이 더 있습니다.”
일종의 세뇌라고 해야 할까?
나는 영업 이익률의 중요성을 다시금 할아버지에게 각인시켰다.
영업 이익률이 그다지 나오지 않는 사업을 접고 돈이 되는 사업에 집중하자고 나는 몇 번이나 강조했다.
그렇다고 태우전자나 중공업을 접자고 하진 않았다.
마음 같아서는 그러고 싶었지만, 그랬다간 할아버지가 더는 내 얘기를 듣지 않을 테니까.
그래서 나는 태우 관광과 태우화학 등의 비주류 계열사의 영업 이익률을 들먹이며 보고서를 설명해 나갔다.
“회장님, 부르셨습니까?”
보고서를 한 번 정독할 때가 되자 박진훈 사장이 도착했다.
그는 회장실에 있는 내 모습을 보며 불길함을 느꼈는지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나는 그러든 말든 은근슬쩍 폴더폰 시제품을 뒤로 숨겼다.
“김 소장이 자네와 상의할 일이 있다고 하여 불렀네.”
“저와 상의할 일이라면 태우전자로 찾아오시지 않고요.”
“대화가 꼬리를 물고 이어지다 보니 그렇게 되었습니다. 사과드리겠습니다.”
나는 정중한 자세로 첫 시작을 열었다.
본론을 꺼내면 자연스레 목소리가 높아질 건데 벌써 힘을 뺄 필요는 없지.
“김 소장이 휴대폰 사업을 지휘하고 싶다고 하는군.”
“연구소 업무만으로도 바쁠 건데 휴대폰까지 말입니까?”
싫은 티를 잘 숨기는 박진훈 사장이었다.
나를 기술 연구소로 보낸 건 유배시키기 위함이었기에 그는 내가 태우전자의 일에 관여하는 걸 못마땅하게 여겼다.
그러면 또 미끼를 던져야지.
절대 물지 않고는 못 배기는 미끼를.
“태우전자에서 휴대폰이 차지하는 비중은 거의 없다고 알고 있습니다.”
“이미 삼진전자와 미국의 대형 전자 회사가 차지하고 있는 시장에 우리가 굳이 끼어들어 갈 이유가 없지요.”
“그래서 제가 한번 맡아 보고 싶습니다. 1년 안에 눈에 보이는 성과를 만들어 보이겠습니다.”
“김 소장이 열심히 하려고 하는 마음은 잘 알겠어요. 하지만 휴대폰 개발을 위해서는 많은 인원과 돈이 들어갑니다. 다른 제품의 생산 일정에 영향이 갈 수도 있는 문제죠.”
“저는 자신 있습니다. 만약 1년 안에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다시는 태우전자의 일에 손을 대지 않겠습니다.”
박진훈 사장에게서 반응이 곧장 왔다.
그는 눈썹을 치켜세우며 웃음을 참고 있었다.
이미 휴대폰 시장의 파이는 다른 기업이 다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1년 안에 성과를 내겠다?
그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나는 그가 미끼를 덥석 물 수 있도록 연기까지 시작했다.
혈기만 넘치는 철없는 애송이처럼 보이기 위해 눈을 최대한 크게 뜨고 목소리를 높였다.
“휴대폰이 뭐 별거 있습니까? 그냥 부품을 다른 업체에서 사 와서 조립하기만 하면 되지 않습니까! 노다지가 눈에 보이는데 그냥 둘 수는 없습니다.”
“흠흠, 김 소장의 자신감이 대단하군요. 회장님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저는 김 소장에게 기회를 주고 싶습니다.”
“박 사장만 좋다면 한 번 맡겨 보고 싶네. 전자 제품 개발과 생산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한번 경험해 봐야 하지 않겠나?”
할아버지까지 지원 사격을 해 주셨다.
폴더폰의 시제품을 보셨기에 성공 확률이 있다는 걸 아는 할아버지셨다.
하지만 박진훈 사장은 내가 이미 시제품 생산까지 성공했다는 걸 모르고 있었다.
“그럼 좋습니다. 휴대폰 개발팀을 기술 연구소 소속으로 옮기겠습니다. 그리고 관련 부서의 협조도 최대한 해 드리죠.”
“생산 공장도 부탁드리겠습니다.”
“휴대폰 관련 모든 프로젝트를 중단하고 김 소장의 프로젝트를 1순위로 올려 드리죠. 휴대폰 개발만 마무리된다면 인천 공장에서 생산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인천 공장은 규모가 작은 공장으로 알고 있습니다. 100만 대 이상을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이 필요합니다.”
다시금 웃음을 참아 내는 박진훈 사장이었다.
한국 점유율 40퍼센트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삼진전자에서도 단일 기종을 20만 대 수준으로 판매하고 있었다.
그런데 철없는 애송이가 단번에 100만 대를 부르니 웃음이 나오겠지.
“그럼 인천 공장과 부천 공장도 김 소장의 뜻에 따라 가동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 놓겠습니다. 그런데 2개의 공장을 가동하는 것이니만큼 실패 시 리스크가 매우 크다는 것만 알아주세요.”
“무조건 성공해 보이겠습니다. 그리고 휴대폰 개발 자금도 부탁드리겠습니다.”
“다른 프로젝트에 들어갈 자금을 빼서 드리죠.”
너무나도 협조적으로 나오는 박진훈 사장이다.
그러는 이유가 있었다.
내게 완전히 독박을 씌우려면 그만큼 많이 퍼 줘야 했기 때문이었다.
모든 실패의 책임을 나에게 돌릴 수 있으니 하나라도 더 퍼 주려고 했다.
준다는데 마다할 필요는 없지.
그럼 더 받아 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