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400)
독식하는 재벌 3세-400화(400/518)
400. 갈취 (5)
농부의 마음이 이러할까?
로보 노디스크라는 밭에서 신약이라는 농작물을 얻기 위해.
아주 오랜 시간 물을 주고 거름을 뿌리며 기다려왔고, 드디어 수확의 시기가 찾아왔다.
“로보 노디스크에서 신약을 폐기 처분할 거라는 게 사실입니까? 아직 데이비드도 그렇고 덴마크에 파견 나간 직원들에게서도 아무런 말이 없었어요.”
“로보 노디스크에 있는 인공 지능 시스템을 통해 확인한 정보예요. 연구진 대부분이 신약 폐기에 동의했다는 보고서가 시스템에 등록이 되었어요.”
아직 상부에 올라가지도 않은 보고서를 확보한 천 센터장이었다.
태우그룹에게서 몰래 훔쳐 간 인공 지능 시스템을 아주 적극 활용하는 예쁜 연구진들이었고.
덕분에 우리는 누구보다 빨리 신약 폐기 정보를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고생했어요. 신약의 폐기 처분이 결정되면, 우리가 인수하는 건 문제도 아니죠.”
“신약 인수가 끝나면, 로보 노디스크에 있는 인공 지능 시스템은 폐기해도 될까요? 다운 그레이드 버전이고, 제대로 된 기능도 없는 버전이라곤 하지만 태우그룹이 아닌 곳에 두고 싶지 않아서요.”
천 센터장에게 인공지능 시스템은 자식과도 같은 존재였다.
그녀뿐만 아니라 인공 지능 센터에서 일하는 많은 연구진에게도 자식 같은 존재가 인공 지능 시스템이었다.
“당연하죠. 하지만 단번에 폐기하는 건 안 됩니다.”
“인공 지능 시스템에 바이러스를 숨겨 두었어요. 천천히 감염되어 작동을 멈추게 할 수 있어요.”
“이미 준비가 다 되어 있었군요.”
“남의 손에 들어갈 바에야 차라리 제 손으로 끝내는 게 맞는 것 같아서요.”
독기를 보이는 천 센터장이었다.
내 앞에서는 착하디착한 사람이었지만, 인공 지능 센터에서는 마녀라는 호칭으로까지 불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성공한 CEO들의 특성인 완벽주의자 성향.
그녀도 어느샌가 그런 성향을 가진 사람이 되어 있었다.
“잠시만 참고 기다려 주세요. 한 달 안에 신약을 인수해 올 수 있도록 하죠.”
“실시간으로 내부 정보를 계속 공유할게요.”
천 센터장이 꾸벅 고개를 숙이고 사무실을 나갔고.
나는 곧장 데이비드에게 전화를 걸었다.
[보스! 공매도 세력을 처리한 건으로 워싱턴 쪽에서도 아주 난리가 났습니다. 백악관이 아주 흡족해하고 있다고 합니다. 지긋지긋했던 공매도 세력을 일거에 잡아 족쳤다고, 보스에게 훈장이라도 줘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어요.]“카노스가 칼질을 잘한 덕분이죠. 오늘은 월가의 일 때문에 전화를 한 게 아니라. 덴마크에 뿌려 둔 씨앗이 잘 익어 수확할 때가 되었어요.”
[그럼 얼른 수확해야지요! 다른 사람이 수확하기 전에 얼른 우리가 가지고 올 수 있도록 판을 짜 놓겠습니다.]다 익은 열매가 열려 있으면 지나가는 사람이 따먹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미 열매에 진흙을 잔뜩 묻혀 두었고 남이 보기엔 썩은 열매처럼 보이기에 그런 걱정을 할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빨리 수확해야 하는 건 맞았다.
로보 노디스크가 열매에 묻은 진흙을 씻어 낼 수도 있었으니까.
“조만간 내가 직접 덴마크로 들어가서 협상을 하도록 하죠.”
[포섭한 이사회 몇 명을 이용해 분위기를 조성해 놓죠. 보스가 사기 싫다고 해도 강제로 떠넘기게끔 만들어 볼게요.]“준비가 끝나면 연락 주세요.”
[이번 주 안에 좋은 소식을 전해 드릴 테니 기다리고 계세요!]자신감 넘치는 데이비드의 목소리.
그런데 옆에서 대화를 듣고 있던 한 부회장이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는지 살짝 인상을 구기고 있었다.
“무슨 문제 있어요?”
“다름이 아니라 중국 공매도에 수백억 달러가 걸려 있습니다. 그런데 이 시기에 회장님께서 덴마크까지 직접 가시면, 급작스러운 사건이 터질 경우 대응하기가 어렵지 않겠습니까?
“신약의 가치보다 중국 공매도의 가치가 더 높다고 생각하는군요.”
“그렇지 않겠습니까? 이번 공매도로 잘만 하면 태우증권만 해도 수십억 달러 아니 수백억 달러 이상의 수익을 올릴 수 있습니다.”
중국 공매도는 매우 큰 판이었다.
그렇기에 한 부회장이 이런 반응을 보이는 건 당연했지만, 그가 모르는 사실이 하나 있었다.
“로보 노디스크의 신약은 수백억 달러 이상의 가치를 가지고 있어요.”
“신약 하나가 100조 원 이상의 가치란 말씀이십니까? 비아그라도 그 정도 가치는 아닙니다.”
“비아그라는 남성들만 사용할 수 있지만, 신약은 남녀 모두가 사용할 수 있죠. 그리고 대부분의 고객층은 돈이 아주 많은 사람들이고요.”
아름다운 신체를 가지는 걸 누가 원하지 않겠는가?
명품을 사는 이유도 결국엔 보여 주기 위함이거나 자기만족을 위해서였다.
자신의 몸을 명품으로 만들어 줄 수 있는 신약이 있다면, 거금을 투자해서라도 사려고 드는 사람이 넘쳐날 게 분명했다.
“정말 신약이 그 정도의 가치가 있는 겁니까?”
“만약 신약의 모든 권한을 센트리언에게 넘긴다면, 센트리언은 태우그룹에 이어 재계 2위 기업으로 성장할 겁니다.”
물론 센트리언에게 권한을 모두 넘길 생각은 없었다.
권한의 일부만을 넘길 계획이었고, 그것만으로도 센트리언은 재계 20위 안에는 충분히 들어올 저력을 얻게 될 것이었다.
“삼진전자까지 뛰어넘을 수 있다는 말씀이시군요.”
“맞아요. 그러니 내가 왜 직접 덴마크까지 가겠다는 건지 이제 이해가 가시죠?”
“신약이 정말 그런 가치를 보유하고 있다면, 태우그룹이 또 한 번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 될 것 같습니다.”
“세계 1위 그룹으로 성장하는 건 물론이고, 최소 10년 동안은 그 자리를 지킬 수도 있게 되죠. 그런데도 아직 제가 덴마크로 직접 가는 걸 반대합니까?”
“아닙니다! 중국 공매도는 제가 책임지고 진행하겠습니다. 무슨 문제가 생긴다면, 제가 목숨을 걸고 해결하겠습니다!”
한 부회장은 주먹까지 꽉 쥐며 목소리를 높였다.
확실히 이런 점 때문에 그를 부회장까지 올린 것이었다.
최소한의 설명만으로도 그는 상황을 분석하고 이해하는 능력을 갖췄고.
고집이나 아집 없이 유연하게 생각을 바꾸는 큰 장점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리고 걱정 마세요. 제가 덴마크를 다녀오는 동안은 큰일이 생기지 않을 겁니다. 아직 버블이 터지려면 조금 더 부풀어 올라야 하니까요.”
“회장님이 덴마크에 가 있는 동안 중국 경제 상황 모든 것을 현미경처럼 들여다보고 있겠습니다.”
아직은 안정적인 중국 시장이었다.
하지만 다음 달이 되면 정말 극적으로 하락하게 될 터였고, 지금 당장은 굳이 내가 나설 필요도 없었다.
* * *
로보 노디스크 이사회.
모든 결정권을 이사회가 보유하고 있는 로보 노디스크였다.
그렇기에 최고 경영자라고 할지라도 이사회의 뜻을 거스를 수는 없었고, 모든 결정은 다수결의 논리로 의해 결정되곤 했다.
그리고 오늘의 의제는 신약 폐기 처분.
몇 년 동안 연구 해온 신약이었지만, 부작용이 전혀 개선되지 않고 오히려 더 나쁜 결과만 낳고 있었다.
“신약 개발에 투입한 자금이 아깝긴 하지만, 지금이라도 다른 방향으로 신약을 개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동의합니다. GLP-1과 유사한 체내 호르몬을 투입해 인슐린 분비를 유도하는 방식으로는 부작용을 개선할 수가 없습니다. 기존 인슐린 방식으로 다시 회귀해야 합니다.”
“신약 개발 비용 절반가량을 태우그룹에서 지원해 주고 있어 큰 손실은 없지만, 그래도 지속적으로 실패만 한다면 문제가 될 소지가 다분합니다.”
다수의 사람이 신약 폐기를 주장했다.
그리고 딱히 신약을 계속 개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인공 지능은 물론이고, 연구진까지 신약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는 상황임을 잘 알고 있는 이사회였다.
“이번 신약 개발은 중단해야겠군요.”
“아직 개발 중인 신약 프로젝트가 여러 개입니다. 하나를 실패했다고 해서 큰 타격은 아닙니다.”
“신약을 모두 성공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긴 하죠. 이번 실패를 교훈 삼아 다음 신약은 반드시 성공하도록 합시다.”
신약 개발 중단을 선언한 이사회 의장이었다.
모두가 의장의 말에 동의하고 있었지만, 구석진 자리에 앉은 사람은 강하게 반발을 했다.
“신약 폐기 처분에는 동의하지만, 어떤 방식으로 폐기를 하는지가 중요하지 않겠습니까? 이 상태로 그냥 폐기를 해 버리면 우리가 수년 동안 투입한 자금을 한 푼도 건지지 못하게 됩니다.”
“에릭센 이사님의 마음은 이해합니다. 하지만 부작용이 이렇게 강한 신약을 그냥 폐기하는 것 말고 다른 방법이 있겠습니까?”
에릭센 이사.
그는 제약 쪽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사람이었다.
해외 유통을 담당하는 사람으로 신약 연구와는 동떨어진 업무를 맡고 있었다.
“저는 신약의 효능이 어떻고, 부작용이 어떤지는 잘 모릅니다. 하지만 우리에겐 폐기물로 취급받는 신약이지만, 다른 곳에서는 간절히 원하는 연구 자료일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신약의 연구 자료를 판매하자는 말씀이십니까? 누가 사기나 하겠습니까?”
“딱 한 곳이 있습니다. 센트리언이라는 제약 회사를 거느리고 있는 태우그룹이라면 그럴 능력이 충분히 됩니다. 지금까지 투입한 투자금을 전부 회수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사악한 미소를 짓는 에릭센 이사.
이사회에서 그는 오로지 돈만 좇는 인물로 이미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그를 계속해서 이사 자리에 두는 건, 돈을 버는 능력이 탁월해서였다.
“태우그룹이 아무리 돈이 많다고는 하지만, 폐기물에 가까운 신약을 거액을 들여 구입하겠습니까?”
“신약으로서의 가치는 없지만, 연구 자료로서의 가치는 충분합니다. 신약의 모든 권한을 비롯해 연구 자료까지 넘기는 조건이면, 충분히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습니다.”
이사회의 고민은 길지 않았다.
너무나 매력적인 제안이었기 때문이었다.
폐기를 하면 손실을 로보 노디스크가 안아야 하지만, 신약을 거액을 받고 팔 수만 있다면 손실은 사라지게 된다.
“조만간 인슐린 추가 협상을 위해 김민재 회장이 직접 덴마크를 방문한다고 합니다. 너무 좋은 기회 아닙니까?”
“좋은 기회긴 하지만, 태우그룹이 신약에 관심이 있는지 없는지 알 수가 없지 않습니다.”
“저에게 맡겨만 주십시오. 김 회장이 먼저 신약의 모든 권한을 구입하고 싶다는 말이 나오도록 만들어 보겠습니다.”
에릭센 이사의 성향을 잘 아는 이사회였다.
그는 돈을 벌기 위해선 무슨 일이든 하는 사람이었고.
그에게 맡긴다면, 신약을 아주 비싼 값에 팔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습니다. 이번 일은 에릭센 이사에게 맡기는 것으로 하지요.”
“최대한 비싼 값에 판매하도록 하겠습니다.”
“너무 무리하지는 마세요. 투자금을 전부 회수하지 못해도 좋으니 적당한 선에서 협상을 진행하도록 하세요. 우린 계속해서 태우그룹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어요.”
“신약 개발 이후에도 아주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오히려 저렴한 가격에 신약의 권한을 구입했다고 생각하게끔 만들어 보겠습니다.”
씨익.
또다시 사악한 미소를 짓는 에릭센 이사.
이사회는 그가 태우그룹을 속여 먹을 생각에 그런 미소를 짓는다고 생각하겠지만.
그의 미소가 향하는 곳은 태우그룹이 아니라 로보 노디스크였다.
데이비드에게 포섭된 이사회 인물 중 한 명이 에릭센 이사였고.
돈을 좇는 사람이기에 가장 먼저 데이비드에게 포섭당한 사람이기도 했다.
이번 이사회는 그가 짠 판이었고, 이사회 의장부터 모든 구성원이 예상대로 움직여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