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402)
독식하는 재벌 3세-402화(402/518)
402. 잭팟 (2)
다음 날.
이른 아침부터 금융타워는 전쟁 직전의 긴장감이 감돌고 있었다.
다들 커피를 입속에 들이부으며 전쟁을 준비하고 있었고, 자신의 뺨을 때리는 사람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그 모습을 감상하며 사무실로 올라갔고.
한 부회장이 곧이어 들어오며 어제의 성과를 보고했다.
“중국 증시가 2% 넘게 하락했습니다. 1조 위안에 가까운 돈이 하루 사이에 증발했습니다.”
“확실히 시장이 크니 2%만 하락해도 규모가 상당하군요.”
“1억 위안이면, 183조 원에 해당하는 금액입니다.”
상해 증권 거래소만 해도 6조 달러에 달하는 시가총액이었다.
10조 달러면 무려 1경 원이 넘는 천문학적인 금액이었다.
그런 시장을 우린 공략하고 있었고, 첫날 2% 하락은 시작에 불과했다.
“하락세가 계속 이어질 겁니다. 계속해서 강하게 공격하세요.”
“몇 퍼센트까지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십니까?”
“두 달 동안 최소 40%는 하락할 겁니다.”
“너무 과한 예상이십니다. 상해 증권 거래소에서만 2.4조 달러가 증발하게 됩니다.”
“커도 너무 큰 판이죠. 그러니 열심히 주워 담아야죠.”
경 단위의 돈이 증발한다.
아무리 열심히 포집한다고 한들 경 단위의 돈을 주워 담을 방법은 없었다.
기껏해야 조 단위의 돈을 챙길 수 있을 터. 하지만 돈을 챙긴다고 해서 끝이 아니었다.
“회장님의 예상대로 중국 증시가 하락한다면, 중국 전체가 아주 난리가 나겠습니다.”
“그러니 문제죠. 지금이야 아무 문제 없이 공매도를 치며 돈을 벌 수 있지만, 문제는 돈을 가지고 나갈 수 있느냐 아니겠어요?”
“그래서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공범을 만들어야죠. 중국 고위층도 이번 일에 엮어 버릴 겁니다.”
“어떤 식으로 공범을 만드실 계획이십니까?”
공범을 만드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이익을 조금이라도 나눠 가지게 되는 순간 공범이 되어 버리니까.
“차명 계좌 여러 개를 태우세요. 대충 계좌 하나당 1억 달러 정도 수익을 보도록 설정해 두고요.”
“차명 계좌를 중국 고위층에 나눠 주는 겁니까?”
“전방위적으로 차명 계좌를 뿌려야죠. 이번 일은 태우증권이 아니라 금융타워 전체 금융사가 같이 움직일 겁니다. 그래야 모두가 살아서 중국 시장에서 빠져나올 수 있죠.”
도박판에서도 괜히 개평을 주는 게 아니었다.
다음에도 도박판에 참가하고 싶으면 딴 돈의 몇 퍼센트는 개평으로 주고 나와야 했다.
“금융사들이 반발하지 않겠습니까? 힘들게 번 돈을 그냥 내어주기 싫어할 듯합니다.”
“알아서 살아나올 자신이 있으면 그러라고 하세요. 약간 떼어 주고 한몫 챙겨서 나오는 게 낫지, 괜히 욕심부리다 한 푼도 못 챙기고 나올 수도 있어요.”
“알겠습니다. 그럼 금융타워 모든 금융사에 통보하도록 하겠습니다.”
“수익의 5% 정도만 떼어 주면 충분하다고 하세요. 그리고 괜히 엄한 사람에게 로비를 하지 말고, 내가 지정한 사람들에게만 로비를 하라고 하세요.”
도박판에는 개평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자릿세도 존재했고, 자릿세는 당연히 도박판의 주인에게 주어야 하는 돈이었다.
권력의 중심에 있는 사람에게 자릿세를 내야지, 괜한 사람에게 돈을 주면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확실히 전달하도록 하겠습니다.”
“데이비드를 중국으로 보내 중국 고위층에게 차명 계좌를 전달하라고 할 겁니다.”
“따로 준비해 놓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태자당에는 따로 더 챙겨 주세요. 과하다 싶을 정도로 챙겨 줘야 뒷말이 나오지 않아요.”
태우증권 혼자 로비를 하려면 부담이 되었다.
하지만 금융타워의 모든 금융사가 십시일반 돈을 모아 로비를 진행하면, 크게 부담되지 않는 금액이었다.
고위층의 입만 막을 수 있다면.
중국 증시가 반토막이 난다고 한들 별다른 일은 생기지 않을 터였다.
* * *
다음 날.
중국 증시는 여전히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었다.
이틀 연속으로 수백조 원에 달하는 돈이 증발하고 있었고, 금융타워 금융사들은 증발하는 돈을 줍기에 바빴다.
한 부회장도 마찬가지였고.
다들 돈에 미친 악귀가 되어 손가락을 움직이고 있었고.
나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데이비드에게서 걸려 온 전화를 받았다.
[보스! 중국에 도착했어요. 오늘 리강 성장을 만나 차명 계좌 일부를 전달하고, 태자당에도 막대한 후원 계좌를 주고싶다는 뜻을 전달하려고 합니다.]“분명히 해 둬야 할 점이 있어요. 태우그룹 차원에서 이번 공매도를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금융타워에 속한 금융사들이 공매도를 진행하고 있다는 점을 반드시 알리세요.”
[그런다고 해서 속겠어요? 태우증권이 핀테크 은행을 통해 공매도를 치고 있다고는 하지만, 이번 일에 태우그룹이 전혀 상관없다고 누가 믿겠어요?]눈 가리고 아웅.
다 알면서도 모르는 척하기 위해선 뻔히 보이는 수작질도 필요한 법이었다.
표면적으로는 태우그룹이 드러나지 않았으니 자신의 주머니로 넉넉한 돈이 들어오기만 하면 얼마든지 모르는 척을 해 줄 수 있었다.
“뻔한 거짓말이지만 우리가 뻔뻔하게 나서면 저쪽에서도 뭐라고 하진 못할 겁니다. 그러니 금융타워의 금융사들의 대리인으로 나선다는 걸 강조하세요.”
[오케이! 제가 또 연기력 하나는 일품이죠. 대리인 자격으로 후원을 하겠다고 몇 번이고 강조할게요.]“혹시 더 많은 돈을 요구하면 그러겠다고 하세요. 그들이 원하는 금액을 다 들어줘도 됩니다.”
[지금 가져가는 돈보다 더 많은 금액을 요구할 수도 있다고요? 이번 일이 얼마나 큰 판이기에 그럽니까? 이 돈이면 미국 대선 자금으로 쓰고도 남을 금액인데.]데이비드가 놀랄 정도의 로비 자금이었다.
하지만 우리가 벌어들일 수익에 비하면 푼돈에 불과했고, 탈출구를 만들 수만 있다면 전혀 아깝지 않은 돈이기도 했다.
“뒷말이 나오지 않게 깔끔하게 처리해 주세요.”
[완벽하게 구워삶아 드리죠. 중국 증시가 더 떨어지길 바라도록 만들어 두겠습니다.]자신감이 넘치는 데이비드의 목소리였다.
중국에서 여러 번 활동했기에 많은 인맥을 보유하고 있었고, 고위층과도 약속 없이 만날 수 있는 사람이 데이비드였다.
데이비드와의 통화를 끝내자.
대기하고 있던 기획실장이 다급히 나를 찾아왔다.
“회장님, 삼진그룹에서 긴급 연락이 왔습니다.”
“삼진그룹에서 무슨 일이죠?”
“오희건 회장님께서 회장님을 뵙길 원하고 계십니다.”
“오 회장님이 깨어나신 겁니까?”
심근경색으로 병원 신세를 지고 계신 오 회장님이었다.
혼수상태까지 몇 번 빠지셨기에 경영 활동은 일체 하지 못하고 있었고.
외부 활동조차 일체 하지 않는 분으로부터 온 연락이었기에 당황스럽기까지 했다.
“방금 막 깨어나셨다고 합니다. 그리고 깨어나시자마자 회장님을 뵙고 싶다고 하셨다고 합니다.”
“지금 바로 차를 준비하세요. 병원으로 가야겠습니다.”
할아버지와 더불어 한국 재계의 큰 어르신인 오 회장님이었다.
그런 분이 나를 만나고 싶다고 하니 당연히 가야 했고, 특히나 마지막 만남일 수도 있기에 나는 급히 몸을 움직였다.
삼진 서울 병원에 도착했다.
삼진그룹의 임원 한 명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고.
그의 안내를 받아 VVIP 병실로 곧장 이동할 수 있었다.
드르륵-!
병실 안에는 몇 명의 사람이 이미 와 있었다.
오희건 회장님의 뒤를 이어 삼진그룹을 경영하고 있는 오용재 부회장을 비롯한 가족들이었다.
“태우그룹 김민재 회장님이 도착하셨습니다.”
비서실장으로 보이는 사람이 내가 도착했음을 알렸고.
나는 앞으로 걸어가 오 회장님의 상태를 두 눈으로 살필 수 있었다.
어쩌다가 이렇게 되셨을까?
호랑이 같던 기운이 모두 사라지고 다양한 의료기기에 의존해 겨우 숨만 쉬고 있었다.
“오 회장님, 정말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태우그룹 김민재입니다.”
“김 회장이 왔군. 다들 나가 있어. 김 회장과 단둘이 할 이야기가 있으니.”
힘겹게 입을 여는 오 회장.
그러자 가족들을 비롯한 모든 사람이 병실 밖으로 나가 버렸다.
사라지는 그들의 뒷모습을 보는 사이 어느새 오 회장님이 내 손을 잡고 계셨다.
“김 회장, 내가 자네를 얼마나 많이 원망하는지 아는가? 자네가 이끄는 태우그룹이 항상 우리 삼진그룹의 앞을 막고 있으니. 쿨럭.”
“그룹으로 보면 태우그룹이 재계 1위지만, 단일 기업만 놓고 본다면 삼진전자가 1위 기업입니다.”
“말장난을 하는군. 내가 모를 것 같은가? 자네는 아직 패를 다 펼쳐 보이지도 않았지 않은가. 다른 사람은 속여도 내 눈은 못 속이지.”
사실 미안한 감정이 조금은 들었다.
역사대로라면, 삼진그룹은 재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어야 했다.
하지만 내가 등장하면서 태우그룹이 삼진그룹 자리를 차지했고, 삼진그룹은 만년 2위 그룹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삼진그룹도 숨겨 놓은 카드가 많지 않으십니까?”
“카드야 많긴 하지. 하지만 그 카드를 제대로 사용하려면, 후계 승계부터 제대로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오용재 부회장님이 잘 이어받을 겁니다.”
“내가 보기엔 한없이 부족한 놈일세. 그래서 자네에게 딱 한 가지 부탁할 일이 있네. 후계 승계 과정을 도와줄 수 없겠는가?”
후계 승계 문제는 내가 없어도 알아서 잘 해결된다.
물론 몇 가지 문제는 발생하고, 오용재 부회장이 감옥에 가긴 하겠지만.
어쨌든 오희건 회장으로부터 오용재 부회장으로 후계 승계가 완벽하게 끝나긴 하였다.
“제 도움 없어도 오용재 부회장이 회장님의 모든 것을 이어받을 수 있을 겁니다.”
“자식놈이 후계 승계를 위해 어떤 짓거리를 꾸미고 있는지 전해 들었네. 그 방법으로 지금 당장은 문제가 없겠지만, 정권이 바뀌면 문제가 될 게 분명하네. 그러니 자네가 문제를 없애 줄 수 없겠는가?”
확실히 오희건 회장은 달랐다.
단번에 후계 승계 방법의 문제점을 알아차렸고.
그 문제를 해결할 사람이 나 말고는 없다는 계산을 내린 듯 보였다.
그런데 내가 왜?
오희건 회장님을 존경하긴 하지만, 그건 개인적인 감정이었다.
삼진그룹의 후계 승계 문제를 돕기 위해선, 개인이 아니라 태우그룹이 움직여야 했다.
그런 일을 아무런 이득도 없이 움직인다?
이는 배임 행위에 해당했고, 내 가치관과 크게 어긋나는 일이었다.
조언 몇 마디를 해 주는 정도야 해 줄 수 있어도 내가 직접적으로 움직일 수는 없었다.
“김 회장, 그냥 부탁하는 것이 아닐세. 후계 승계 과정을 완벽하게 도와준다면, 내가 보유하고 있는 태우그룹의 주식을 전부 자네에게 양도하겠네. 지금 주가가 얼만지는 몰라도 최소 200억 원은 될 걸세.”
오희건 회장님이 한 가지 착각을 하고 계셨다.
아마 병원에 입원하기 전에 태우그룹 주식을 생각하고 200억 원이라 말씀하신 것 같은데, 지금 가격으로는 최소 500억 원 이상이었다.
500억 원이 내게 꼭 필요한 금액은 아니었다.
하지만 다른 것도 아니고 태우그룹 지분이기에 마음이 동했다.
“오용재 부회장에게 완벽하게 후계 승계를 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 드리고, 돕도록 하겠습니다. 하지만 오용재 부회장이 거절한다면 저는 어쩔 도리가 없습니다.”
“그 정도면 충분하네. 용재 그놈이 귀인도 못 알아보는 눈깔이라면, 도와줄 가치가 없는 법이지. 이번 주 내로 비서실장이 여러 경로를 통해 태우그룹 지분을 자네에게 넘길 것일세. 밖에 있는 사람들 좀 불러 주겠나?”
우리의 협상은 끝이 났다.
이제 오용재 부회장의 선택에 달렸기에 나는 미련 없이 오희건 회장님에게 고개를 숙이고 병실을 빠져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