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407)
독식하는 재벌 3세-407화(407/518)
407. 좋은 오해 (2)
천민정 센터장이 도착했다.
그녀는 뉴스를 통해 알게 되었는지 우리가 메르스를 담당하게 되었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메르스 치료를 통해 얻는 정보를 모두 수집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 수 있겠어요?”
“어렵지 않아요. 로보 노디스크와 센트리언에서 사용하는 시스템을 조금만 수정하면 만들 수 있어요. 그리고 AI를 동원하면,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정보까지 수집할 수 있어요.”
역시나 거침이 없는 천 센터장이었다.
불가능할 것 같은 일도 그녀의 손에 들어가면, 항상 해답을 찾곤 했다.
“얘기를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신약 개발에 꼭 필요한 정보들입니다.”
“김장우 박사님에게 들었어요. 코로나 계열 바이러스를 정복하기 위해 꼭 필요한 정보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직접 알고리즘을 만들고 있고, 센터에서 가장 뛰어난 프로그래머들이 시스템을 손보고 있어요.”
천 센터장은 의료 쪽 지식도 상당히 쌓인 상태였다.
센트리언과 로보 노디스크를 그녀가 담당하고 있었고, 특히나 인공지능 센터와 센트리언은 많은 연구를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었기에 내부 사정을 잘 알고 있었다.
“조만간 사스 치료제 관련 자료도 넘어오게 됩니다. 모든 정보를 단기간에 세밀하게 분석하고 분류할 수 있겠어요?”
“정보 분석과 분류 시스템은 이미 완벽하게 만들어져 있어요. 로보 노디스크에서 들어온 신약을 파악하느라 최근까지도 제가 직접 개발하고 있었거든요.”
굳이 천 센터장을 부를 필요가 없었다.
그녀는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고, 내가 원하는 걸 가질 수 있도록 움직이고 있었으니까.
“태우병원에 시스템 설치가 언제 가능할까요?”
“오늘부터 당장 가능해요. 아주 약간 불안정하긴 하지만, 저와 센터 직원들이 24시간 지켜보며 수정하면 됩니다.”
“바쁜 와중에 자꾸만 새로운 일을 만들어 미안하군요.”
“절대 아니에요! 회장님이 어떤 일을 가지고 오셔도 저는 정말 기쁜 마음으로 할 준비가 되어 있어요!”
천 센터장과 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지만.
워낙 상황이 급박하게 흘러가고 있기에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지금 바로 움직여 주세요.”
“제가 직접 태우병원을 방문해 시스템을 설치할게요!”
이로써 이제야 완벽하게 모든 준비가 끝났다.
감염자, 의료진, 시설, 그리고 정보 수집 시스템까지.
수백억 원의 돈을 들인 프로젝트였지만,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위한 사전 작업에 불과했다.
* * *
7월이 며칠 남지 않은 날.
한 부회장이 함박웃음을 지으며 회장실을 찾아왔다.
“회장님! 오늘 사상 최대 수익을 실현했습니다. 하루 사이에 무려 8.5%나 중국 증시가 하락하였습니다. 오늘 하루에 증발한 금액만 770조 원이 넘습니다!”
“제가 말했죠? 하루 만에 700조가 넘는 금액이 증발하는 날이 올 거라고.”
“정말 그렇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지금 흐름대로 8월이 된다면, 중국 증시는 40% 넘게 하락할 것으로 예측됩니다.”
두 달 사이 경 단위의 돈이 증발하는 셈이었다.
증발하는 돈을 모두 우리가 포집할 순 없어도, 어느 세력보다 금융타워가 가장 많은 수익을 올렸을 거라곤 자부할 수 있었다.
“금융타워 금융사들이 과식을 하고 있겠군요. 그러다가 체하지 않을까 걱정되는군요.”
“열심히 소화를 시키고 있습니다. 문제가 있다면 이제 우리가 주는 먹이 말고는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는 정보입니다.”
금융타워 금융사들은 태우그룹에 길들어져 버렸다.
월가라는 야생에서 떠돌 때는 항상 먹이를 찾아다녀야 했다.
그렇게 열심히 돌아다니며 먹이를 사냥한다고 해서 수익률이 꼭 높은 건 아니었다.
하지만 우리가 주는 먹이는 수익률이 매우 높았기에 더는 야생에서 사냥할 의욕을 잃어버린 그들이었다.
“아주 좋군요. 당분간은 먹이를 주지 않아도 배신하진 않겠어요.”
“올해 수익만 해도 몇 년은 수익이 나지 않아도 버틸 수 있습니다. 그리고 먹이를 안 주면 배신은커녕 더 열심히 꼬리를 흔들고 있을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그래도 간간이 먹이는 넣어 줘야죠. 하지만 이번만큼 양질의 먹이는 당분간은 없을 겁니다.”
항상 고급 먹이를 줄 순 없었다.
중국처럼 거대한 시장이 두 달 만에 40% 하락하는 판은 좀처럼 나오기 어려웠다.
하지만 이미 입맛이 길들어져 있기에 참고 기다릴 금융타워 소속 금융사들이었다.
“그리고 회장님이 지시하신 일을 순조롭게 진행하고 있습니다. 머오타이의 지분을 틈나는 대로 인수하고 있고, 선박 회사와 선주 관련 기업의 지분도 인수하였습니다.”
“좋군요. 계속해서 머오타이의 지분과 선박 회사의 지분을 사들이세요.”
“그런데 데이비드에게서 이상한 연락이 왔습니다. 제리 왕이라는 사람이 공매도 세력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한다는 연락이었습니다.”
의도치 않게 대어가 낚였다.
중국 선박회사와 선주들을 압박하다 보면 이 사람과 엮일 일이 있을 거라고는 예상하고 있었다.
세계 최대 선주 회사인 세스팬의 CEO가 제리 왕이었고.
현진해운이 가장 많은 용선료를 내고 있는 회사가 세스팬이었다.
“제가 직접 만나도록 하죠.”
“회장님이 말씀이십니까? 그렇게 되면 중국 공매도 세력의 뒷배가 회장님이라는 사실이 알려지게 됩니다.”
“금융타워의 대표로 만나는 겁니다. 공식적으로는 공매도 세력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죠.”
어차피 눈 가리고 아웅하는 처지였다.
금융타워에서 막대한 공매도를 치고 있는데 태우그룹과 관련이 없다고 누가 믿겠는가?
이미 중국 고위층에서도 알 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었지만, 워낙 막대한 로비를 받았기에 알면서도 모르는 척을 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알겠습니다. 그럼 데이비드를 통해 연락을 넣어 놓겠습니다.”
“리강 성장과 같이 만나자고 하세요. 미래 권력인 그가 함께하면 제리 왕도 엄한 소리를 못 하겠죠.”
“조만간 자리를 마련해 보겠습니다.”
한국 해운업을 독식하기 위한 사전 작업도 이제 막바지에 달했다.
회귀 전에는 한국 해운업은 망했다고 해도 될 정도로 쪼그라들었다.
하지만 이번 생에서는 과거의 영광을 되찾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해운업의 중심으로 나아갈 계획이었다.
* * *
일주일 후.
리강 성장과 제리 왕을 만나기 위해 베이징으로 이동했다.
두 달간 증시가 대폭락한 중국이라 그런지 베이징 거리의 분위기는 어두웠다.
하지만 초대받은 고급 식당의 분위기는 여전히 사치스러우며 환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김 회장님 오셨습니까! 자주자주 얼굴을 뵙고 싶은데 영 기회가 되지 않아 이제야 만나 뵙게 되는군요.”
“요즘 중국 증시가 어려워 얼마나 힘드십니까? 미약하게나마 리강 성장님과 태자당을 위해 지원하겠습니다.”
“하하하, 지금도 충분합니다. 김 회장님 덕분에 제가 면이 서고 있습니다. 이제 어느 행사를 가도 가장 앞자리에 안내받곤 합니다.”
리강 성장은 여전히 나를 환영했다.
중국 증시 공매도 세력의 배후가 나라는 걸 아는 눈치였지만, 조 단위의 로비를 하고 있었기에 그건 아무 상관도 없었다.
“손님을 앞에 두고 너무 우리끼리만 이야기를 한 것 같습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태우그룹의 김민재입니다.”
“유명하신 분을 이렇게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제리 왕입니다. 중국에서는 자그맣게 선박회사를 보유하고 있고, 캐나다 선박업체의 대표도 맡고 있습니다.”
“저와 제리 왕은 예전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입니다. 김 회장님만큼은 아니지만 태자당을 열심히 후원하고 계신 분이기도 하지요.”
내가 내준 숙제를 열심히 한 리강 성장이었다.
나는 그에게 선주와 선박업체 대표와 친분을 쌓길 요구했었고, 그는 제리 왕을 비롯한 여러 사람과 친분을 두텁게 쌓아 두었다.
“우선 식사부터 하며 이야기를 나누도록 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리강 성장님을 위한 선물 개봉식도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또 뭘 이런 걸 다 가지고 오셨습니까. 하하하!”
조 단위의 후원을 하긴 했지만.
꽌시를 유지하기 위해선 따로 선물을 준비해야 했다.
유럽에서도 쉽게 구할 수 없는 최고급 시계와 그의 와이프를 위한 보석류를 선물로 꺼내 놓았다.
“다른 사람이 주는 선물은 거절하겠지만, 김 회장님이 주는 선물은 어찌 거절하겠습니까? 오늘 집에 돌아가면 사랑을 듬뿍 받는 남편이 될 수 있겠습니다.”
“마음에 드신다니 다행입니다.”
“저는 따로 선물을 준비하지 못해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국가의 녹을 받는 사람에게 어찌 선물을 받겠습니까? 저는 그저 리강 성장님께서 기뻐하시는 모습으로 충분합니다.”
평소보다 더욱 리강 성장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제리 왕과의 대화에 앞서 주도권을 가지기 위한 수작질이었고, 작전이 들어맞았는지 제리 왕의 기세가 많이 위축되어 있었다.
“이제 이야기를 시작해 볼까요? 저를 왜 보자고 하셨습니까? 제리 왕 대표님.”
“흠흠, 저는 김 회장님을 뵙자고 한 것이 아니라 지금 중국 증시를 공격하고 있는 흉악한 공매도 세력의 대표를 만나길 원했습니다.”
“제가 공매도 세력의 대표는 아니지만, 제가 보유하고 있는 금융타워에 입주한 금융 회사들이 공매도를 진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제리 왕 대표님의 말씀을 그들에게 전해 드릴 수는 있습니다.”
의도적으로 흉악한 공매도 세력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제리 왕이었다.
이는 중국의 국익을 갉아먹고 있는 사람이 나라는 걸 리강 성장에게 알리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그걸 누가 모르는가? 알면서도 나와의 친분을 쌓고 있는 리강 성장이었다.
“김 회장님의 말이 맞습니다. 건물에 입주한 금융사들이 저지르는 일을 어찌 김 회장님에게 책임을 묻겠습니까? 그렇지 않습니까?”
“흠흠, 그럼, 말씀을 전해 주십시오. 제가 보유한 회사를 더는 공격하지 말아 주십시오.”
“그대로 전달해 드리겠습니다. 그런데 아무런 협상도 없이 공격을 멈춰 달라고 해서 듣기야 하겠습니까? 다들 아시겠지만, 월가의 금융사들은 하이에나 같은 놈들입니다. 약한 모습을 보이면 더욱 사납게 물어뜯는 놈들이기도 하지요.”
살짝 겁을 주었다.
협박 따위가 통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고, 제리 왕의 표정은 급격히 어두워졌다.
“김 회장님의 말이 맞습니다. 월가 놈들을 상대로는 협박이 통하지 않지요. 마음이 상하더라도 협상을 하시는 편이 좋을 것 같습니다.”
“어떤 방식으로 협상을 진행해야겠습니까? 결국 서로가 원하는 것이 있어야 협상을 진행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월가 놈들이 원하는 건 돈 말고는 없습니다. 공매도를 그만하라고 돈을 안겨 줄 수는 없습니다.”
기세가 많이 꺾인 제리 왕이었다.
옆에서 리강 성장이 열심히 바람잡이 역할을 해 준 덕이 컸다.
역시 비싼 선물을 먹인 값을 하는구나.
“공매도 세력이 원하는 걸 제리 왕 대표님이 주실 순 없지만, 제가 줄 수는 있습니다.”
“그럼 김 회장님이 원하는 걸 들어드리면, 공매도 세력의 공격을 멈출 수 있다는 뜻이겠군요.”
“그렇다고 볼 수 있지요. 하지만 공매도 세력을 멈추려면 저도 아주 큰 출혈을 감수해야 합니다. 그 점을 확실히 알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명심하겠습니다.”
이제야 협상을 위한 마음의 준비가 끝난 제리 왕이었다.
그리고 내가 주도권을 쥔 상태기에 굳이 먼저 용선료 이야기를 꺼내진 않았다.
그가 먼저 자신이 쥔 카드가 용선료라는 걸 알아차리기 전까지 충분히 기다릴 준비가 되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