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408)
독식하는 재벌 3세-408화(408/518)
408. 좋은 오해 (3)
의미 없는 대화가 20분이 넘게 이어졌다.
제리 왕은 내가 무얼 원하는지 찾기 위해 계속해서 자신이 보유한 카드를 제시했고.
번번이 내가 고개를 가로젓자 그제야 용선료라는 카드를 슬며시 내밀었다.
“태우그룹이 해운업에 진출하지 않아 관심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한국의 해운사와 계약한 용선료는 제 선에서 재계약이 가능하긴 합니다.”
“제리 왕 대표님께서 그런 권한도 보유하고 계셨습니까? 한국 해운사와 계약한 회사는 세스펜이지 않습니까? 거기의 대표는 워싱턴 일가로 알고 있습니다.”
워싱턴 가문.
캐나다와 미국에서 활동하는 가문이었고.
초대 회장인 데니안 워싱턴의 경우 경제지에서 선정하는 부자 순위에 자주 오를 정도의 자산가였다.
“세스펜은 저와 워싱턴 가문의 장남인 케일 워싱턴이 공동으로 설립한 회사입니다. 저도 그 정도의 권한은 있습니다.”
“그러시군요. 그럼, 재밌는 제안 하나를 해도 될까요?”
“어떤 제안입니까?”
“세스펜과 현진해운이 30억 달러가 넘는 용선료 계약이 남아 있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우리 입장에서는 아주 고마운 고객이지요.”
고맙겠지.
용선료가 가장 비쌀 시기에 장기 계약을 한 고객이 현진해운이었다.
지금 한국 해운회사들은 무려 10배나 더 되는 용선료를 지급하고 있었고, 매출의 대부분을 용선료로 사용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했다.
일은 해운회사가 하지만.
돈을 버는 건 선주의 몫이었고, 그중 가장 큰 선주가 세스펜이었다.
“한국 해운회사들이 계속해서 용선료 재협상을 원하고 있던데 그럴 생각이 있으셨나 봅니다.”
“사실 한국 해운사들과는 재계약을 할 계획은 전혀 없습니다. 한국 해운사가 파산을 하더라도 지금의 계약을 유지하기로 경영진 회의에서 결정되었습니다.”
해운업계는 생각보다 복잡했다.
카르텔이 견고한 곳이기도 했고, 카르텔의 이득을 위해선 대한민국 해운업계 전체를 절벽으로 밀어 버릴 수도 있는 곳이었다.
“그런데 저와는 용선료 재계약을 할 수 있다는 말씀이십니까?”
“많이는 아니더라도 10% 정도는 줄여 드릴 수 있습니다.”
날강도가 여기 있구나.
10배가 넘는 용선료를 받고 있는데 고작 10%를 줄여 주겠단다.
물론 협상의 당사자인 세스펜이 공매도 공격을 받고 있는 건 아니었고.
공동 대표 중 한 명인 제리 왕이 보유한 중국 선박회사가 공격받고 있다곤 하지만 너무 쪼잔한 협상안이었다.
“제가 말씀드렸죠? 아주 재밌는 제안을 드리겠다고. 만약 현진해운이 파산 혹은 매각할 경우, 절반 가격으로 재계약을 체결하고 싶습니다.”
“현진해운을 태우그룹이 인수하실 생각입니까?”
“지금은 그럴 생각이 전혀 없어요. 하지만 현진해운이 파산하게 된다면 관심을 가질 수도 있지요. 그럴 경우를 대비해 이런 제안을 드리는 겁니다.”
잠시 고민에 잠기는 제리 왕이었다.
그의 입장에서는 나쁘지 않은 제안이었다.
지금 당장 돈이 나가는 것도 아니었고, 현진해운이 파산할 가능성은 지금 당장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었다.
한국 해운업의 중심인 현진해운이었다.
그런 회사를 정부가 망하게 그냥 두겠는가?
아마 이런 생각을 하고 있겠지.
“좋습니다. 만약 현진해운이 파산하고 태우그룹이 현진해운을 인수하게 된다면, 50% 인하된 가격으로 용선료를 재계약하도록 하겠습니다.”
“혹시나 해서 드리는 질문인데 워싱턴 일가와 상의하지 않고 제리 왕 대표님 혼자 결정해도 되는 문제입니까?”
“제 권한으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입니다. 그리고 워싱턴 일가도 굳이 태우그룹과 각을 세우고 싶어 하지 않을 겁니다.”
워싱턴 가문은 해운업만 하는 것이 아니었다.
캐나다와 미국의 철도, 도로, 운송업까지.
미국 기업이라고 봐도 무방했고, 태우그룹처럼 미국에 진출한 회사와 나쁜 관계가 되어서 좋을 게 없긴 했다.
물론 이건 나와 제리 왕의 생각이었고.
워싱턴 일가에서 어떻게 판단할지는 두고 봐야 했다.
“계약이 체결되기만 한다면, 지금 당장 공매도 세력을 설득해 제리 왕 대표님의 회사에 한해서는 공매도 공격을 멈추도록 하겠습니다. 그런데 월가 말고 다른 세력에서 공격을 하는 것까지는 제가 어떻게 할 수가 없습니다.”
“우리 회사를 공격하고 있는 공매도 대부분이 월가의 금융사입니다. 그렇게만 해 주시면 충분히 방어 가능합니다.”
“그럼, 계약은 언제 체결 가능하겠습니까?”
“오늘 당장 계약을 체결하시지요. 세스펜의 대표인 제가 직접 서명을 하는 것이니 효력을 의심할 필요는 없으십니다.”
세스펜의 실질적인 주인은 워싱턴 일가라고는 하지만.
법률상 현재 세스펜의 대표는 제리 왕이었기에 계약서 자체는 의심할 필요가 없었다.
나중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겠지만.
그건 제리 왕이 알아서 할 문제였고, 계약은 그대로 발동될 수 있었다.
* **
이틀 후.
나는 한국으로 돌아왔다.
공항에 도착하자 메르스 때문인지 예전과는 분위기가 많이 달라져 있었다.
“한국 분위기가 확실히 많이 어수선하긴 하군요.”
“메르스 사태가 점점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아직 감염자 숫자는 100명을 넘지 않고 있지만, 사회적 분위기만 놓고 본다면 신종 플루와 같은 펜데믹급 전염병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메르스는 확실히 전염성은 약했다.
하지만 20%가 넘는 치사율 때문에 국민의 공포심을 자극했고, 온갖 루머가 깊숙이 퍼지고 있었다.
“확실히 유동 인구도 많이 줄어들었고, 대부분이 마스크를 쓰고 있군요.”
“그래도 아직 비상 휴일이나 재택근무 권고 같은 조치는 취해지지 않고 있습니다.”
“실질적인 피해에 비해 과하게 두려워하고 있다고 봐야겠군요.”
메르스의 공포보다 출근이 우선인 직장인들이었고.
그렇기에 이슈에 비해 실생활에 큰 변화는 없었다.
단지 정부 지지도가 하락하고, 불신이 쌓여 가고 있을 뿐.
“회장님, 도착했습니다.”
기획실장과 대화를 하는 동안 금융타워에 도착했고.
전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회장실로 올라가자 한 부회장이 대기하고 있었다.
그와 함께 회장실로 들어가 소파에 앉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상황 보고를 들어 볼까요?”
“우선 회장님께서 지시하신 대로 제리 왕의 회사에 한해서 공매도를 중단하였습니다. 금융타워 모든 금융사들이 동참했습니다.”
“반발은 하지 않던가요?”
“전혀 반발은 없었습니다. 다른 업종에 비해 선박회사는 그렇게 재미 보는 종목이 아니라 다들 아무런 반대 없이 동의하였습니다.”
물 반, 고기 반.
지금 중국 증시의 상황이었다.
아무 종목이나 공매도를 걸어도 높은 수익을 볼 수 있었고, 그러니 굳이 선박회사 공매도에 목숨을 걸 필요가 없었다.
“8월부터는 더 심하게 주가가 떨어질 겁니다. 그러니 최대한 지금보다 조금 더 공격적으로 나서세요.”
“금융타워의 주류 의견은 이제 폭발적인 주가 하락이 끝났다는 분위기입니다. 며칠 동안 주가가 다소 하락하긴 했지만, 안정세를 찾았다는 분위기입니다.”
6월과 7월 중국 증시는 계속해서 하락 곡선을 그렸다.
하지만 8월에 들어서자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며 일정 수준을 유지하고 있었다.
“위안화 평가절하 소식에 주가가 안정세를 찾았나 보군요.”
“그렇습니다. 8월 10일 전후로 위안화 평가절하가 시작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8월 10일 전에 공매도를 청산하고 수익을 실현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우리는 빠지지 않습니다. 청산하고 싶은 금융사는 그러라고 하세요. 우린 내년 1월까지 계속해서 공매도를 진행합니다. 청산 시기는 2월입니다.”
내년 1월까지 계속해서 중국 증시는 하락한다.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한국과 중국의 무역 분쟁이 시작될 테니 지금 최대한 뜯어먹어야 했다.
“그런데 너무 오랜 기간 돈이 묶여 있는 것도 좋지 않아 보입니다.”
“지금 당장 자금이 들어갈 곳은 없으니 굳이 수익 실현을 할 필요는 없어요. 정 불안하면, 9월에 청산을 하고 연말에 다시 들어가도록 하세요.”
“그럼 9월에 30% 정도를 청산하고 연말에 다시 들어가는 방향으로 하겠습니다.”
리강 성장을 만나 보니 더욱 공격적으로 공매도를 해도 된다는 확신이 들었다.
고위층이 섭섭하지 않을 정도로 로비만 하면, 공매도에는 일절 신경 쓰지 않는 듯한 분위기였다.
* * *
대망의 8월이 찾아왔고.
8월 11일, 중국 정부는 위안화 평가절하 조치를 시행했다.
위안화의 가격이 싸졌다는 뜻이었고, 이는 한국 경제에는 좋지 않은 상황이었다.
특히나 제조업의 경우 중국 제품에 비해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게 되어 수출에 큰 타격을 입게 되었다.
그렇게 보름을 견뎠고.
8월 24일, 중국 증시는 또 한 번 대폭락을 하였다.
“회장님, 오늘 하루에만 중국 증시가 8.5% 하락하였습니다. 780조 원에 달하는 금액이 하루 사이에 날아갔습니다.”
“공매도를 청산하고 수익을 실현한 금융사들이 배를 부여잡고 있겠군요.”
“금융타워 금융사 60% 정도는 우리를 따라 계속 공매도를 진행하고 있지만, 청산을 한 곳도 40% 가까이 됩니다.”
밥상은 차려 줄 수 있지만.
떠먹는 건 금융사의 몫이었다.
메인 요리를 먹기도 전에 배가 부르다고 수저를 내려놓은 선택을 한 금융사들을 위해 내가 뭘 더 하겠는가?
“공매도를 중단한 금융사들이 다시 공매도에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겠군요.”
“어제저녁부터 저를 찾아와 사과를 하고 갔습니다. 다시 거액을 끌어와 공매도를 진행한다고 합니다.”
이 또한 일종의 길들이기였다.
나는 금융타워에 공매도 중단 명령을 내리지 않았다.
그저 수익을 실현하고 싶은 금융사들보고 알아서 하라고 했을 뿐이었다.
그리고 이제 알게 되었겠지.
중단 명령을 내리지 않았는데 자체적으로 공매도를 중단하면 어떻게 되는지.
엄청난 수익을 눈앞에서 놓치게 되었으니 스스로 깨달았을 터였고, 다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금융사들이었다.
“그런데 780조 원이 하루 만에 증발했으면, 공매도 수익이 꽤 높게 나왔겠군요.”
“어제 하루 동안 태우증권만 해도 10조 원에 가까운 수익을 내었습니다.”
“나쁘지는 않군요.”
사실 그렇게 높은 수익률은 결코 아니었다.
태우그룹이 이번 공매도로 준비한 자금을 생각하면 만족스러운 수익률은 아니었다.
“공매도를 칠 수 있는 물량 자체가 한정적이라 수익이 그렇게 높게 나오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퀀텀펀드가 주도하고 있는 위안화 공략으로 추가 수익을 내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에서 계속해서 위안화를 평가절하하고 있으니 수익이 꽤 괜찮게 나오겠군요.”
“아직 청산을 하지 않아서 그렇지, 공매도로 얻을 수 있는 수익은 최소 100조 원이 넘습니다.”
이제야 만족스러운 대답이 나왔다.
대략 1,000억 달러의 수익이면, 앞으로의 상황을 준비하기 충분한 금액이었다.
게다가 석유 전쟁으로 인해 벌어들인 수익까지 있으니 태우그룹의 곳간이 부족할 일은 웬만해서는 생기지 않을 듯했다.
“연말까지는 한 부회장이 하고 싶은 대로 자금을 운용하세요. 하지만 연말이 되면 무조건 공매도를 재개해야 합니다.”
“명심하겠습니다. 그리고 좋은 소식이 하나 더 있습니다!”
“무슨 소식이죠?”
“센트리언에서 메르스 치료제 개발에 거의 성공했다고 합니다. 1차 임상 실험까지 끝마쳤다고 합니다.”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100조 원에 가까운 공매도 수익을 올렸을 때보다 메르스 치료제 개발 소식이 더욱 반가웠다.
“지금 당장 센트리언으로 가 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