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409)
독식하는 재벌 3세-409화(409/518)
409. 좋은 오해 (4)
센트리언은 축제의 도가니였다.
단기간에 메르스 치료제 개발에 성공한 연구진들은 오랜만에 휴식을 취하며 기쁨을 만끽하고 있었다.
“축하드립니다!”
“회장님 덕분에 이렇게 빨리 메르스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이제 겨우 1차 임상 실험을 통과했을 뿐이지만, 워낙 결과가 좋게 나왔습니다.”
김장우 박사의 목소리는 갈라져 있었다.
메르스 치료제 개발을 위해 연구실에서 숙식을 해결했고, 밤샘 작업도 마다하지 않았던 그였다.
“박사님과 연구진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성과였습니다.”
“사실 우리가 한 일은 그다지 없습니다. 미국 제약회사에서 개발한 사스 치료제 관련 자료가 아주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무에서 시작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지만, 사스 치료제라는 참고서가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이건 데이비드의 공이었다.
미국 제약회사에서 1억 달러에 사스 치료제를 매각하겠다고 했지만.
데이비드는 신들린 입놀림으로 무려 50%나 가격을 줄여 고작 5천만 달러에 치료제를 매입했다.
물론 5천만 달러도 결코 적은 금액은 아니었지만.
메르스 치료제를 단기간에 만들 수만 있다면 값어치를 하고도 남았다.
“치료제를 언제쯤이면 출시할 수 있겠습니까?”
“임상 실험은 4단계로 진행됩니다. 이제 1단계가 끝났을 뿐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아무리 빠르게 움직인다고 한들 식약처의 일정을 따라 움직여야 하기에 치료제 출시까지는 꽤 많은 시간이 걸립니다. 아무리 빨라도 올해는 지나야 치료제가 나올 수 있습니다.”
모든 열쇠는 식약처에서 쥐고 있었다.
괜히 미국에서는 식약처와 같은 부처에 막대한 로비를 하는 것이 아니었다.
식약처에서 늦장을 부리면, 신약 출시는 늦어질 수밖에 없었으니까.
제약 업계에서는 식약처가 갑이란 소리였다.
하지만 그런 식약처도 결국 정부 부처에 불과했고, 청와대 앞에서는 을의 처지였다.
“메르스 치료제가 다음 달 안에 출시될 수 있을 겁니다.”
“가능하겠습니까?”
“지금 가장 급한 쪽은 우리가 아니라 청와대입니다. 메르스 사태로 인해 지지율이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죠. 지지율 반등을 위해선 메르스 치료제가 꼭 필요할 겁니다.”
식약처나 청와대에 로비를 할 필요도 없었다.
처음부터 메르스 치료제로 돈을 벌 생각을 한 것도 아니었고, 그저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을 위한 초석에 불과했다.
하지만 청와대의 입장은 달랐다.
무조건 치료제가 빨리 나와야지만 지금의 국면을 극복할 수 있었으니까.
“청와대에서 적극 나선다면 식약처가 빨리 움직이기는 하겠습니다. 그렇다고는 하지만 임상 시험 단계를 축소할 수는 없습니다.”
“그거야 청와대에서 얼마나 이번 사태를 다급하게 보고 있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요.”
잠시 대화를 멈추고 휴대전화를 들어 기획실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청와대에 메르스 치료제 개발에 성공했다고 알리세요. 하지만 식약처의 임상 실험 단계 때문에 내년이나 되어서야 치료제를 출시할 수 있다고도 알리시고요.”
[지금 바로 전달하겠습니다.]태우그룹 기획실장은 여러 핫라인을 보유하고 있었고.
청와대 실장급과 연결할 수 있는 핫라인도 그중 하나였다.
특히나 이번 메르스 사태를 태우병원이 전담하기로 한 뒤에는 더 높은 고위층과도 상시 연락이 가능해졌다.
* * *
이틀 후.
나는 한 부회장과 함께 뉴스 속보를 지켜보고 있었다.
청와대가 메스르 사태를 얼마나 심각하게 보고 있는지 알 수 있는 속보였다.
[식약처에서 메르스 치료제에 긴급사용승인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이는 복잡한 임상시험 단계를 축소하여 최대한 빠르게 치료제를 출시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미국 FDA에서 사용되고 있는 제도이지만,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도입되었습니다.]뉴스 속보에 헛웃음이 터져나왔다.
한 부회장도 지금의 상황이 믿기지가 않는지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었다.
“청와대가 정말 제대로 마음을 먹은 것 같습니다. 긴급사용승인 제도를 도입할 줄은 정말 예상조차 못 했습니다.”
“뭐라도 해야 할 정도로 지지율이 많이 떨어지긴 했죠. 물론 긴급사용승인 제도가 도입되었다고 해서 지금 당장 메르스 치료제를 출시할 수는 없어요. 단지 임상 시험 단계가 4단계에서 3단계로 축소된 것뿐이죠.”
정부 지지율이 29%까지 떨어졌다.
지지율이 떨어질수록 힘은 약해지기에 악을 쓰고 상황을 반전해야 하는 청와대였다.
“지금 청와대 분위기로 보면, 임상 시험도 빠르게 진행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1차 임상 시험을 할 때도 그랬지만, 감염 환자 중에서 임상 시험에 참여하고 싶어하는 사람이 꽤 많습니다.”
“분노의 화살이 식약처로 옮겨 갈 수도 있으니, 모든 인력을 총동원해 메르스 치료제 출시를 앞당기려고 노력하겠군요,”
“한두 달 안에 치료제가 출시될 수도 있겠습니다.”
치료제 출시는 기정사실이 되어 있었다.
그런데 치료제가 출시된다고 해서 정부 지지율이 반등할 것 같지는 않았다.
이미 미운털이 잔뜩 박혀 버렸고, 여당에서도 대통령에게 등을 돌린 의원들의 숫자가 상당했으니까.
* * *
정확히 41일.
긴급사용승인 제도가 발표되고 41일이 지난 지금 메르스 치료제가 정식 출시되었다.
나는 상황을 직접 살피기 위해 센트리언을 방문했고.
김장우 박사 주도하에 메르스 치료제가 생산되고 있었다.
“고생이 많으십니다. 생산과정까지 직접 관리하실 필요가 있으십니까?”
“제가 나선다고 해서 성능이 더 좋아지지 않는 건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자꾸만 발길이 생산 공장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허허허.”
표정이 밝아 보이는 김장우 박사였다.
식약처와 공동으로 진행한 2차, 3차 임상 시험의 결과도 매우 좋았기에 더는 마음고생할 일이 없는 그였다.
“메르스 치료제를 얼마나 생산하고 있습니까?”
“양은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국내 감염자 숫자가 200명이 넘지 않아 대량 생산할 필요는 없습니다.”
“기껏 만든 치료제를 국내에서만 판매하긴 아깝지 않겠습니까? 그러니 미국 FDA 승인 절차를 진행하려고 합니다.”
“깐깐한 미국 FDA에서 승인을 쉽게 내어주겠습니까?”
미국 FDA의 깐깐함은 제약 업계 모두가 알고 있었다.
특히나 신약에 관해서는 한국과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지만 승인을 받을 수 있었다.
“승인은 어렵지 않을 듯합니다. 한국이라는 대규모 임상 시험장에서 직접 결과를 확인할 수 있으니까요.”
“하긴 그렇긴 합니다. 메르스를 이렇게 대규모로 치료하고 있는 곳은 한국 말고는 없겠군요.”
한국 말고도 여러 국가에서 메르스 감염자가 나오고 있었다.
하지만 한국만큼 투명하게 치료 과정이 공개되고, 각종 자료가 온전히 보전되는 경우는 잘 없었다.
“그리고 태우그룹은 예전부터 FDA와 아주 좋은 관계를 형성하고 있었습니다. 아무리 늦어도 올해 안에는 승인을 받을 수 있을 듯합니다.”
“그렇습니까? 정말 좋은 소식이군요.”
“미국 제약회사조차 돈이 되지 않는다고 만들지 않는 메르스 치료제를 한국 제약 회사가 대신 만들어 줬으니 미국에서도 환영할 일이지요.”
사스 치료제의 경우만 해도 그러했다.
미국 제약회사가 처음 개발에 돌입했지만, 결국 경제성 문제로 포기하고 말았다.
메르스도 사스와 다르지 않았고, 경제성은 높지 않았다.
하지만 미국에 메르스 환자가 발생하지 않는 건 또 아니었다.
그러니 치료제를 일정 수량 이상 정부 차원에서 확보를 해야 했고.
그 문제를 우리가 해결해 줬으니 미국 정부에서 두 팔 벌려 환영할 일이었다.
“한국 감염 환자라는 표본이 100건 이상이나 되니 미국 FDA에서도 어렵지 않게 승인을 내어 줄 수 있겠습니다.”
“이번 기회에 메르스 치료제와 함께 당뇨병 치료제도 같이 FDA 승인 절차를 밟을 계획입니다.”
이미 당뇨병 치료제의 경우 FDA 승인 절차를 밟고 있었다.
하지만 워낙 FDA의 일정이 빡빡하여 진전이 되고 있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러니 메르스 치료제와 1+1로 하여 같이 절차를 밟는다면, 더욱 빠르게 승인을 받을 수 있었다.
“당뇨병 치료 효과는 탁월하니 큰 문제 없이 FDA 승인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임상 시험 결과도 매우 좋습니다. 아주 약간의 부작용이 있지만, 건강에 악영향을 주는 것도 아니지요.”
“체중 감소 부작용 말씀이시지요? 오히려 그 부작용 때문에 신약은 더 각광받게 될 겁니다. 그래서 한 가지 더 부탁드릴 일이 있습니다.”
김장우 박사는 프라이드가 강한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에게 상처가 될 수도 있는 부탁을 하려고 했다.
“체중 감소 부작용을 일으키는 성분을 더 추가하여 새로운 신약을 만들었으면 합니다. 당뇨병 치료 목적보다 체중 감소를 위한 다이어트 치료제로 사용했으면 합니다.”
“비만 치료를 위한 신약을 만들어 달라는 말씀이시군요.”
“무례한 부탁이라면 사과드리겠습니다.”
“아닙니다. 비만으로 인해 발생하는 여러 질병을 예전부터 우려하고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비만 또한 질병의 일부라고 보고 있습니다.”
예상과는 다른 반응이었다.
나는 미용 목적으로 비만 치료제를 만들려고 했다.
그런데 김장우 박사는 비만 치료제를 질병 치료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당뇨병 치료제가 FDA 승인을 받는 즉시 비만 치료제도 FDA 승인 절차를 밟을 수 있도록 일정을 당겨 주십시오.”
“크게 어렵지 않습니다. 이미 만들어 놓은 신약의 성분을 조금 조절하는 정도이니 단기간에 완성할 수 있습니다.”
김장우 박사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목소리가 갈라지고 몸이 축 처져 있는 그에게 새로운 숙제를 안겨 주었으니까.
물론 업계 최고 수준의 연봉과 복지를 지원하고 있긴 했지만, 이번 일이 끝나면 역대 최대 규모의 보너스를 그에게 지급할 계획이었다.
* * *
며칠 후.
데이비드가 한국으로 들어왔다.
오랜만에 강 대위의 사무실에서 한 부회장과 함께 조촐한 환영 파티를 열었다.
“여기가 얼마나 그리웠는지 아세요? 고향보다 여기가 더 그립다니까요.”
“궁전 같은 으리으리한 사무실에서 지내면서, 여기가 뭐가 그리 그리워요?”
“사무실이 크기만 해서 좋은 건 아니더라고요. 괜히 더 외롭기만 하죠.”
라면을 안주 삼아 맥주를 즐겼다.
맥주 한 캔을 시원하게 비우고 나서야 데이비드는 한국에 온 목적을 밝혔다.
“FDA 사람들과 함께 한국으로 들어왔어요. 미국에서도 메르스 치료제에 큰 관심을 두고 있어요. 덕분에 로비를 별로 하지도 않았는데 FDA 직원들을 한국으로 데리고 올 수 있었어요.”
“한국 식약처와 협의는 되었나요?”
“FDA와 식약처에서 비밀리에 임상 시험 결과를 공유하기로 했다더라고요. 메르스 치료제의 경우 따로 FDA 승인 절차도 필요 없어 보여요. 한국 감염 환자 치료 상태를 보며 승인을 하려는 듯합니다.”
결코 우리에게 나쁜 조건은 아니었다.
FDA에서 먼저 적극적으로 나오는 경우는 매우 드물었으니까.
“당뇨병 치료제 승인은 어떻게 되어 가나요?”
“FDA 직원들이 왔으니 강하게 밀어붙일 수 있어요. 메르스 치료제를 개발한 회사에서 만든 당뇨병 치료제이니 신뢰가 상승하지 않겠어요? 게다가 인슐린까지 생산하고 있기도 하고요.”
신생 회사가 당뇨병 치료제 개발을 했다면?
FDA에서는 더욱 엄격하게 심사를 할 터였고, 조건에 부합한다고 하더라도 확신이 들 때까지 승인을 미룰 수도 있었다.
하지만 센트리언은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왔다.
신종 플루 치료제, 인슐린 생산, 메르스 치료제 그리고 당뇨병 치료제까지.
“그럼 올해 안으로 당뇨병 치료제가 FDA 승인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 보세요.”
“안 그래도 FDA에서 메르스 치료제를 확인하기 위해 직접 센트리언을 방문할 계획을 가지고 있답니다. 그때 당뇨병 치료제도 같이 보여 주시면 됩니다. 임상 시험 결과와 관련 자료를 두 눈으로 직접 보게 된다면, 승인이 더 빨라지지 않겠어요?”
신약은 결국 FDA 승인 결과에 따라 성공과 실패가 나뉜다.
당뇨병 치료제가 FDA 승인만 받을 수 있다면, 센트리언의 양어깨에 날개가 달리는 셈이었다.
매출은 물론이고 주가까지 훨훨 날아오르게 할 거대한 날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