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41)
독식하는 재벌 3세-41화(41/518)
41화. 동상이몽 (2)
나를 길들이려고 하는 박진훈 사장.
휴대폰 사업이 완전히 망한다면, 내가 회장이 오르고 나서도 섭정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그였다.
그렇기에 나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었다.
휴대폰 사업팀의 인원뿐만 아니라 태우전자 소속의 직원 30명을 받아 낼 수 있었다.
고작 30명이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들은 태우전자에서 가장 업무 능력이 뛰어난 에이스들이었다.
그들을 선발하기 위해 나는 밤새 눈이 빠져라 신상명세서를 뒤졌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휴대폰 사업팀이 보유하고 있지 않은 고가의 장비까지 지원받을 수 있었고.
막대한 추가 자금 지원까지 약속받았다. 금액 일부는 벌써 기술 연구소로 송금되기까지 했다.
돈과 인력.
받을 수 있는 건 다 받아 내었다.
특히나 태우전자의 에이스인 이석준 과장까지 내줄 줄이야.
그는 생산직 출신으로 부품 개발은 물론이고, 기존 제품의 개량에 탁월한 실력을 가진 이였다.
태우전자의 TV를 비롯한 전자제품이 모두 그의 솜씨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런 사람이 지금은 나와 함께 인천의 공장으로 향하고 있었다.
“소장님 인천 공장에 도착했습니다. 제가 5년 동안 근무했던 공장입니다.”
“생각보다 규모가 꽤 큰 공장이군요.”
“한때는 휴대폰을 생산하던 공장이었지만, 지금은 소형 제품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공장에 가서 마저 듣도록 하죠.”
공장 안으로 들어가자 자욱한 먼지가 먼저 나를 반겼다.
게다가 생산직 근로자들은 신나는 트로트까지 틀어 놓은 채로 소형 제품을 조립하고 있었다.
“분위기가 상당히 산만하네요. 이 과장이 있을 때도 그랬나요?”
“이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어쩌다 이렇게 되었죠?”
“제가 보기엔 일이 너무 쉬워져서 그런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휴대폰 같은 어려운 제품을 조립하는 공장이었는데 지금은 눈 감고도 만들 수 있는 제품이다 보니 산만해진 것 같습니다.”
인천 공장의 근로자들은 대부분 10년 이상의 베테랑들이었다.
몇 명을 찍어 상세 정보를 확인해 보았지만, 다들 우수한 업무 능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런 사람들을 왜 이렇게 대우하고 있지?
답을 찾기 위해 인천 공장의 공장장과의 만남을 가졌다.
“아이고, 어서 오십시오. 우리 인천 공장에 도련님이 다 오시고. 정말 영광입니다.”
“김 소장이라고 불러 주세요. 그런데 공장 분위기가 조금 칙칙합니다.”
“인천 공장이 원래 그렇습니다. 태우전자에서 유배지로 불리는 곳이 우리 인천 공장입니다.”
공장의 치부를 아무런 부끄럼 없이 꺼내 버리는 구철규 공장장이었다.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아 거리낌이 없어 보였다.
“아, 여기가 유배지였습니까?”
“인천 공장에 신입 직원이 안 들어온 지 한참 되었습니다. 대신 다른 공장에서 문제를 일으킨 사람을 여기로 보냅니다. 사실 문제를 일으킨 것이 아니라 라인을 제대로 못 탄 사람이 오는 곳이죠.”
여기도 파벌이 문제인가?
태우자동차와 마찬가지로 태우전자에서도 파벌로 승진이 결정되고 있었다.
뭐 이런 문제가 곳곳에 퍼져 있었으니 그룹이 망한 것이겠지.
“뭐, 이제 기술 연구소 소속 공장이 되었으니 파벌 문제는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임시로 기술 연구소 소속이 되었다고 알고 있습니다. 다시 태우전자로 돌아가면 똑같지 않겠습니까?”
“이번 제품만 잘 생산하면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휴대폰을 생산한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공장의 라인으로는 휴대폰을 제대로 생산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확실히 노후된 공장이었다.
그러면 라인을 새로 깔면 되는 일이었다.
아직 생산까지 시간이 남았으니 그 안에 공장으로 새롭게 만들면 되었다.
“제품에 맞게 라인을 새롭게 만들 계획입니다. 이게 우리가 앞으로 만들 휴대폰입니다. 이 과장도 같이 와서 보세요.”
나는 폴더폰을 조심스레 꺼내 들었다.
공장 라인을 새로 깔려면 공장장과 이 과장은 시제품을 봐야만 했다.
“이게 휴대폰입니까? 이런 모양을 한 휴대폰은 생전 처음 봅니다.”
“이야! 만드는 맛이 있겠습니다.”
“생산은 가능하겠습니까?”
“어차피 부품이야 외부에서 만든 걸 사용할 테고. 우린 완성품을 조립만 하면 되지 않습니까? 여기 직원들이 다른 건 몰라도 조립 하나만큼은 기가 막힙니다.”
공장장의 자신감이 대단했다.
그만큼 직원들의 실력을 믿고 있는 것 같았다.
“휴대폰 생산팀에서 조만간 지원을 나올 겁니다. 최대한 빨리 라인을 새로 깔고 생산을 준비해 주십시오.”
“라인을 새로 깔려면 시간이 꽤 걸립니다. 돈도 많이 들고요.”
“태우전자에서 무제한으로 지원해 주기로 했으니 돈 걱정은 하지 마세요.”
“그럼 직원 몇 명만 더 불러서 의논을 해 봐도 되겠습니까? 그 사람들은 제품만 딱 봐도 뭐가 필요한지 아는 사람들이라서요.”
“당연히 그러셔야죠.”
공장장은 반장급 인원을 호출했고.
그들은 이 과장과 함께 폴더폰을 분해해 어떤 기계가 필요하고 라인을 어떤 식으로 깔아야 할지 논의를 했다.
공장장의 자신감이 허튼소리는 아니었다.
나는 아무리 봐도 모르겠는 문제를 단번에 해결하곤 하는 그들이었다.
이런 사람들이 왜 유배를 온 거지?
실력이 너무 뛰어나서 시기를 당한 건가?
“소장님, 회의가 끝났습니다. 몇몇 기계가 좀 필요하긴 했지만, 라인 전체를 새로 깔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기존 라인을 최대한 살리는 방안을 사용하면 두 달 안에 휴대폰 생산이 가능한 라인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그렇게 빨리 가능합니까? 그런데 디자인이나 부품이 달라져도 대응이 가능하겠습니까?”
“디자인이 대폭 변경된다면 시간이 걸리긴 하겠지만, 그 정도는 충분히 대응 가능합니다.”
내 예상보다 훨씬 쉽게 처리된 공장 문제였다.
나는 최대 6개월까지 보고 있었던 생산 문제를 두 달 안에 해결하겠다는 공장 직원들이었다.
그들의 말은 허튼소리가 아닐 것이다.
반장급들이 보유한 업무 능력은 A급 이상이었으니까.
“그럼 내일 바로 생산팀을 내려보내겠습니다. 구체적인 상의가 끝나는 대로 라인 공사를 시작해 주세요.”
“당연히 그래야죠. 공장에 오랜만에 활기가 돌겠습니다. 다들 몸이 근질근질했는데 정말 고맙습니다.”
정치싸움에 밀려난 사람들이라 그런가?
새로운 일을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즐거워했다.
그들과 술이라도 한잔하고 싶었지만, 선약이 있었기에 어쩔 수 없이 다시 서울로 향했다.
이 과장이 직접 운전을 했고.
나는 조수석에 앉아 궁금했던 부분에 대해 말을 꺼냈다.
“인천 공장에 있는 직원들의 실력이 상당한 것 같은데 왜 기존 공장에서 쫓겨난 거죠?”
“……조금 복잡합니다. 최대한 단순하게 말하면, 현장 엔지니어가 무시 받는 경향이 강합니다.”
“그러니까 실력은 있지만 학교를 제대로 나오지 않아 무시 받는다, 뭐 이런 거죠?”
“파벌에 끼워 주지를 않습니다. 오히려 실력이 뛰어나면 다른 곳으로 밀어내 버립니다.”
연구소 혹은 개발팀의 직원들은 고학벌이었다.
다들 좋은 대학교를 나오고 석사는 물론이고 박사 학위까지 있는 사람도 있었다.
그런 사람들의 눈에 현장에서 배운 기술로 엔지니어라 불리는 사람들이 못마땅하게 보였을 것이다.
“그래서 아직 과장인 겁니까? 제가 봤을 땐 이 과장은 과장 자리에 있을 사람이 아닌 것 같아서요.”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솔직히 제가 할 줄 아는 거라곤 기계를 만지는 것뿐인데 과장까지 오른 것도 기적에 가깝습니다.”
승진을 위해선 실력보다 정치력.
태우그룹이 이토록 망가진 이유기도 했다.
아무리 실력이 좋아도 좋은 줄을 잡지 못하면 위로 올라가지 못했고, 인천 공장의 직원들처럼 유배당하기까지 했다.
태우그룹이 실력이 없는 건 절대 아니었다.
오히려 다른 그룹과 비교해도 우수한 인재가 많은 곳이 태우그룹이었다.
단지 제대로 실력을 발휘할 공간을 제공해 주지 못했을 뿐이었다.
“혹시 이 과장과 비슷한 케이스의 직원들과 연락이 됩니까?”
“현장 사람들끼린 다 친하게 지내니 연락은 당연히 됩니다.”
“그 사람들을 전부 인천 공장으로 불러 주세요. 인사 문제는 제가 알아서 해결할 테니까요. 더는 파벌이나 정치 같은 하찮은 문제로 고생하지 않게 해 준다고 하세요.”
“회사에서 파벌이 사라지겠습니까?”
“하긴 사람 사는 곳에는 다 파벌이 생기기 마련이죠. 그럼 제가 그들의 새로운 파벌이 되어 주겠다고 하세요.”
파벌이 없어서 실력을 대우받지 못한다?
그럼 내가 파벌이 되어 준다.
태우그룹에서 나보다 더 좋은 파벌이 있겠나?
차기 태우그룹의 회장의 라인을 잡았는데 누가 건드리겠나.
* * *
이 차장의 차를 타고 서울에 도착했다.
그와는 명동에서 헤어진 뒤 나는 광화문 곰을 만나기 위해 고택으로 향했다.
몇 번 와서 그런지 이제 익숙하기까지 했고.
정문을 지키는 인원도 나를 보며 고개를 꾸벅 숙이며 별다른 절차 없이 문을 열어 주었다.
“왔는가? 자네 기다리다 목 빠져 죽는 줄 알았네.”
“늦어서 죄송합니다.”
이 회장의 목소리에 힘이 가득했다.
태우전자의 주식과 회사채를 꽤 많이 얻어 내었나 보다.
“자네 때문에 내가 얼마나 고개를 숙였는지 아나? 명동 놈들이 가진 태우전자 주식은 모조리 쓸어 왔네.”
“이렇게 단시간 만에 해내실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내가 머리 좀 굴렸네. 창원 공장의 일은 이미 소문이 나 있어서 내가 자네와 한바탕할 거라고 하며 태우전자 주식을 사들였네.”
역시 이 회장은 곰보다는 여우에 가까운 사람이었다.
덩치만 곰이지 하는 짓은 노련한 여우나 다름없었다.
“저와 싸우겠다고 하니 태우전자 주식을 내주시던가요?”
“내가 가진 주식과 교환하자고 하니 별말 없이 내주더군. 자네가 위험하다고 한 삼풍그룹과 한일은행 주식을 그놈들에게 전부 주었다네.”
부도날 기업의 주식과 태우전자 주식을 교환했다고?
내가 말 해 주지 않아도 알아서 명동의 주인이 될 길을 잘 걸어가는 이 회장이었다.
“자금은 부족하지 않으셨습니까?”
“때마침 CT은행에서 4천억 원이 들어와서 부족하진 않았네. 그래도 빨리 자네가 태우전자 주식을 사 주지 않으면 빈털터리가 되겠지만.”
CT은행으로 4천억을 받은 이 회장이었다.
하지만 4천억 모두가 그의 돈은 아니었고, 대부분이 은행 혹은 다른 이에게 빌린 금액이었을 것이다.
그 빚을 다 갚고 남은 돈으로 태우전자 주식을 사들였을 것이고.
그의 말처럼 내가 태우전자 주식을 사 주지 않는다면, 유동 자금이 부족해질 이 회장이었다.
“당연히 사 드려야죠. 미국 월가에 있는 투자회사에서 조만간 찾아올 겁니다. 그때 보유하고 계신 태우전자 주식을 전부 넘기시면 됩니다.”
“그러기만 하면 내가 할 일은 끝나는 건가?”
“태우그룹 다른 계열사의 주식도 시간이 나실 때마다 구해 주십시오.”
“허허, 다른 주식까지? 자네가 뭘 하려고 하는지 도통 알 수가 없군. 가만히만 있어도 주인이 될 것인데. 뭐 자네가 원한다면 그리해 줘야겠지. 그런데 이번엔 무슨 주식을 내주고 태우그룹 주식을 받아 오면 되겠는가?”
부도날 회사는 넘쳐났다.
외환위기가 오면 20대 대기업 절반 이상이 날아가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