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411)
독식하는 재벌 3세-411화(411/518)
411. 격변의 서막 (1)
며칠 후.
나는 최재석 의원을 만났다.
브렉시트라는 영국 정치권의 일도 중요했지만.
한국도 총선이 몇 달 남지 않았기에 한국 정치에도 많은 신경을 쏟아야 하는 시점이었다.
“총선 준비는 잘 되어 가십니까?”
“제가 정치판에 입문하고 이렇게 혼전 양상의 구도는 처음입니다. 진보 세력의 야당이 두 개로 쪼개져 호남의 민심이 신당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여당이 우세인 건 아닙니다.”
“정부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으니 당연히 여당의 지지율도 하락할 수밖에 없긴 하지요.”
거대 양당이 동반 하락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야당은 반으로 쪼개져 표밭인 호남지역을 신당에 내어주게 생겼고.
여당은 정부 지지율 하락의 여파로 지지세가 쪼그라들고 있었다.
반면 국민경제당은 그리 나쁘지 않은 상황이었다.
지난 총선의 결과는 여당 119석, 국민경제당 92석, 야당 75석.
제2정당으로 자리매김한 국민경제당이었고, 이번 선거에서는 최초로 100석 이상의 의석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었다.
“기존 거대 양당의 경우 콘크리트 지지층을 제외한 중도 성향 지지층이 떨어져 나오고 있긴 합니다. 그런 지지층을 국민경제당에서 흡수해야 하는데 쉽지가 않습니다. 특히나 호남지역 신당이 야당의 지지층을 흡수하고 있습니다.”
“많이 힘드시겠지만, 무조건 이번 선거에서는 국민경제당이 제1정당으로 올라서야 합니다. 그래야지만, 다음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는 기반이 됩니다.”
“대선 이야기는 너무 성급하지 않습니까?”
성급하긴.
역사대로 흘러간다면, 당장 내년에 탄핵이 발생한다.
내년에 대통령 선거를 치르게 된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러니 올해부터 민심을 완벽히 사로잡아 둬야지만,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
“이번 총선이 대선의 전초전이라고 생각하시고 전력을 다해 주십시오.”
“그런 마음가짐으로 열심히 달리고 있긴 하지만, 상대 정당의 지역구를 뺏어 올 방법이 신통치가 않습니다. 지금 보유하고 있는 지역구를 간수하기도 벅찬 상황입니다.”
국민경제당은 전국 정당이긴 하지만.
주요 지지 지역은 경기도를 비롯한 수도권과 부산을 중심으로 한 경남권이었다.
그렇기에 이번 총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선 호남지역의 지역구를 최대한 많이 확보해야만 가능했다.
“호남지역 28개 선거구 중에서 10개만 뺏어 오면 국민경제당은 100석이 넘는 의석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그 기세를 타고 충청도와 서울의 표심까지 사로잡을 수만 있다면, 과반 의석도 충분히 가능합니다.”
“이번이 호남지역을 공략할 적기라고는 생각하고 있긴 합니다. 야당이 둘로 쪼개져 전라도 지역의 콘크리트 지지층이 무너졌습니다. 하지만 국민경제당이 호남지역으로 끼어 들어갈 틈이 없습니다.”
국민경제당의 호남 지지율은 결코 낮지 않았다.
20%가 넘는 호남 주민의 지지를 받고 있는 국민경제당이었다.
하지만 국회의원에 당선되기 위해선 20% 가지고는 턱없이 부족했고, 최소 지지율을 30%까지는 끌어올려야지만 당선이 가능했다.
호남지역의 민심이 분열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확고한 거대 양당 체제에서는 무조건 50%의 지지율이 넘어야 당선이 가능했다.
하지만 이번엔 정당이 쪼개졌으니 30~40%의 지지율이면 당선이 가능했다.
“지금의 국민경제당의 호남 지지율만으로는 당선이 불가능하다고 봐야겠군요.”
“비례 의석 확보에는 큰 도움이 되겠지만, 20%의 지지율로는 당선이 불가능합니다. 아무리 후보 개인의 능력이 뛰어나다고 하더라도 10% 정도의 득표만 더 할 수 있을 뿐입니다.”
총선에서 가장 중요한 건 정당이었다.
대권주자급 후보라고 할지라도 정당 지지율이 10% 이상 차이가 나면 당선되기가 어려웠다.
물론 지역구 관리를 잘한 정치인의 경우 무소속으로 당선되는 경우도 있긴 했지만, 제대로 된 후보를 상대 정당에서 내놓는다면 당선은 사실 어려웠다.
“이번 총선은 투 트랙으로 가야 합니다. 먼저 최재석 의원님께선 서울 의석 확보를 위해 수도권 민심을 잡아 주십시오.”
“국민경제당의 서울 지지율은 계속해서 상승하고 있습니다. 강남, 강북 할 것 없이 30%가 넘습니다. 거대 양당과 국민경제당의 삼파전이니 30% 후반대의 지지율로도 충분히 당선이 가능합니다.”
국민경제당의 인기 요인은 포지티브 전략이었다.
상대 정당을 헐뜯고 악담을 하는 네거티브 전략을 사용하는 거대 양당이었고.
이는 지지층 규합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국민들로 하여금 정치 혐오를 일으키게 하는 행위였다.
하지만 국민경제당은 네거티브 전략을 사용하지 않았다.
거대 양당의 정치인이 뇌물이나 범죄 행위를 저지른다고 하더라도 의견을 내놓지 않았다.
그런 점을 불평하는 지지자도 꽤 있긴 했지만, 오로지 경제만을 생각한다는 이미지 덕분에 연령대 상관없이 지지율이 상승하고 있었다.
“경기도야 워낙 지지세가 강하니 걱정이 없고, 서울도 지금 기세라면 더 많은 표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최재석 의원님을 중심으로 수도권은 충분히 공략할 수 있습니다.”
“다른 트랙은 호남지역 공략입니까?”
“그렇습니다. 호남지역 공략을 위해선 특단의 조치가 필요합니다.”
“호남지역 경제 발전을 위한 특단의 조치를 생각해 두신 것이 있으십니까?”
호남지역은 많은 경제 문제를 안고 있었고.
그중 가장 큰 문제점을 국민경제당에서 해결한다면, 10% 이상의 지지율 상승을 기대할 수 있었다.
“우선은 군산 조선소를 살릴 생각입니다.”
“군산 조선소 문제는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현재그룹에서조차 손을 떼 버릴 정도로 적자 규모가 거대합니다.”
군산 조선소의 소유주는 현재중공업이었다.
현재그룹은 왕자의 난 이후 쪼개졌고, 현재중공업의 경우 5남인 장명준 의원이 소유하고 있었다.
경영에서는 손을 떼었다고는 하지만.
가장 많은 지분을 장명준 의원이 소유하고 있었기에 경영진은 그에게 고용된 사람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의원님께서 장명준 의원을 만나 주십시오. 그리고 군산 조선소를 살릴 방도가 있음을 알려주시면 됩니다.”
“장명준 의원은 여당 소속 국회의원입니다. 그런데 저와 협상을 하려고 하겠습니까?”
“지금의 여당에 큰 미련이 남아 있지 않다고 들었습니다. 그러니 군산 조선소만 살릴 수 있다면, 모든 공을 국민경제당에게 밀어줄 것입니다.”
2002년 월드컵과 함께 화려한 전성기를 누렸던 장명준 의원이었다.
하지만 전성기는 너무 빠르게 지나갔고, 지금은 축구 협회장에만 집중하고 있을 뿐, 정치권에는 큰 미련이 남아 있지 않았다.
“그럼 제가 장 의원을 만나 설득해 보겠습니다. 회장님과 장 의원이 만날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하면 되겠습니까?”
“그렇게만 해 주십시오. 그때 군산 조선소를 살릴 수 있는 방도를 장 의원에게 설명해 주겠습니다.”
“그런데 군산 조선소만으로는 호남지역을 완벽히 공략하긴 힘듭니다.”
군산 조선소보다 더 큰 문제가 호남지역에 남아 있었다.
이미 천문학적인 세금이 들어갔지만, 활성화가 되지 않은 새만금 문제였다.
“새만금 사업을 해결할 생각입니다.”
“가능하겠습니까? 벌써 세금이 수십조가 들어갔지만, 해결이 되지 않은 문제입니다.”
“새만금 간척 사업이야 어느 정도 되어 있는 상황이지요. 하지만 새만금 부지로 들어가려는 기업이 없어서 제대로 개발되고 있지 않다 들었습니다.”
“태우그룹의 계열사 일부가 새만금으로 들어갈 계획이십니까?”
“새만금 부지가 더는 공터로 남지 않을 정도로 공장과 연구 센터를 지을 생각입니다.”
모든 도시가 그렇듯.
새만금 또한 기업 유치가 절실했다.
그런데 한국 1위 그룹인 태우그룹이 새만금에 공장을 짓겠다고 하면 어떻게 되겠는가?
그것도 국민경제당이 주도하여 태우그룹을 새만금에 유치한다면, 호남지역의 지지율이 크게 올라가는 건 당연했다.
그리고 태우그룹도 여러 사업을 진행하기 위한 부지가 필요했고.
이왕이면 국민경제당에 도움이 되는 장소에 공장과 연구 센터를 짓는 편이 좋았다.
“그럼 새만금 개발을 호남지역 대표 공약으로 삼아 이번 총선을 기획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태우그룹만 유치를 하면 좀 약하긴 하죠. 해외 유명 기업도 유치하겠다고 선언하세요.”
“가능하겠습니까?”
“태우그룹이 움직이면, 같이 움직일 해외 기업이 있습니다.”
최재석 의원이 미소를 숨기지 못했다.
도저히 공략 방법이 나오지 않던 호남지역 공략법을 태우그룹이 제공해 준다고 하니 얼마나 좋겠는가?
“호남지역에서 지지율이 오르면, 서울 표심에도 아주 긍정적인 영향을 끼칩니다.”
“하긴 서울 주민 중 서울 토박이가 얼마나 되겠습니까. 대부분이 타지에서 상경한 사람들일 테죠.”
“호남 출신 서울 주민이 가장 비율이 높습니다. 무려 15%에 달합니다.”
서울은 단순히 서울만을 공략한다고 되는 문제가 아니었다.
각 지역에서 올라온 사람들이 서울에서 자리 잡고 있었고.
그중 호남 출신이 가장 많았기에 호남지역에서 지지율을 끌어올려야 서울 지지율도 동반상승할 수 있었다.
“호남지역만 제대로 공략해도, 서울에서 더 많은 의석을 가지고 올 수 있겠군요.”
“강남은 몰라도 강북에서는 매우 긍정적인 효과가 일어날 듯합니다.”
“제가 최대한 지원해 드릴 테니 무조건 과반 이상의 의석을 국민경제당이 차지할 수 있도록 같이 노력해 봅시다.”
“회장님이 이렇게나 지원해 주시는데 최선을 다해 보겠습니다. 총선이 아니라 대선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잠을 줄여 유세 활동에 나서겠습니다.”
좋은 마음가짐이었다.
이번 총선은 대선이나 다름없었다.
총선이 끝나고 반년만 지나도 대선이 치러질 테니까.
* * *
한 부회장을 만나기 위해 금융타워를 찾았다.
때마침 출근 시간이라 그런지 해외 금융사 직원들이 출근을 하고 있었고.
나와 안면이 있는 임원급들은 고개를 급히 숙이며 인사를 해 왔다.
“반갑습니다! 회장님!”
“이러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런데 한국 문화를 빨리 받아들이셨네요.”
“마음 같아서는 절을 드리고 싶지만, 보는 눈이 많아 참고 있습니다.”
노란 머리 외국인에게 이런 인사를 다 받다니.
오히려 태우그룹 직원들보다 더 공손히 내게 인사를 하는 외국 금융사 임원들이었다.
“청학동에서 예절 교육을 단체로 받기라도 했나요? 하나같이 고개를 90도로 숙이는군요.”
“금융계가 원래 그런 곳이지 않습니까. 수익만 높게 나올 수 있다면, 영혼까지 팔 수 있는 사람들입니다.”
한 부회장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금융타워에 입주한 덕에 엄청난 수익률을 기록할 수 있었고.
특히나 임원급들은 막대한 보너스를 받고 있을 테니 고개가 절로 숙여질 만도 했다.
“오늘 한 부회장을 보자고 한 이유는 오랜만에 국내에 투자를 할까 해서입니다.”
“얼마나 투자를 하실 생각이십니까?”
“금액이 꽤 큽니다. 대략 10억 달러 정도를 사용할 계획입니다.”
“걱정보단 큰 금액이 아니라 다행입니다. 회장님이 금액이 꽤 크다고 해서 최소 100억 달러는 되는 줄 알았습니다. 오늘이라도 당장 사용하실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 놓겠습니다.”
“무슨 사업에 투자하는지 궁금하지도 않으세요?”
어디에 투자하는지 묻지도 않는 한 부회장이었다.
그만큼 석유 전쟁과 중국 공매도로 거액을 벌어들였기에 여유가 생긴 한 부회장이었다.
“10억 달러 정도의 투자면 그리 큰 규모의 투자는 아니라 묻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어디에 투자하실 생각이십니까?”
“호남지역의 조선소와 새만금 쪽에 투자를 하려고요.”
“그렇게 하십시오. 없는 돈이라고 생각하고 빼 두겠습니다.”
10억 달러면 1조 원이 넘는 금액이었다.
웬만한 기업에서는 10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하기 위해선 많은 회의와 절차를 거쳐야 했지만.
태우그룹은 10억 달러 정도의 투자는 그저 말 한마디면 가능했다.
이런 그룹이 국내에 어디 있겠는가?
게다가 국민경제당의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10억 달러를 사용하는 셈이었다.
어떤 기업도 정치 자금 목적으로 10억 달러나 되는 거액을 사용할 수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