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412)
독식하는 재벌 3세-412화(412/518)
412. 격변의 서막 (2)
장명준 의원.
여러 차례 얼굴을 본 적이 있었고.
특히나 고인이 되신 현재그룹의 장영주 회장님께서 아끼시던 아들이 장명준 의원이었다.
그렇기에 장례식장에서 꽤 길게 인사를 했던 기억이 있었고, 최재석 의원이 주선한 자리에서 어색하지 않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용한 점쟁이가 올해 귀인을 만나게 된다고 하더니 그게 김 회장님인가 봅니다. 이렇게 만나게 되어 너무 반갑습니다.”
“저도 정말 반갑습니다. 장영주 회장님께서 의원님 칭찬을 하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곤 합니다.”
“아버지와 김 회장님이 꽤 친분이 있으셨죠. 돌아가시기 전에도 김 회장님 칭찬을 어찌나 하던지. 아들인 저보다 김 회장님을 더 좋아하는 것 같아 질투가 날 지경이었습니다.”
우린 잠시 장 회장님에 대한 추억을 곱씹었다.
추억을 안주 삼아 술잔을 몇 번이고 기울이고 나서야 본론으로 들어갔다.
“최재석 의원님이 처음 저를 보자고 했을 때 꽤 당황했습니다. 이제 정치판에서 은퇴를 할 저 같은 사람을 왜 보자고 하는 건지 이유를 모르겠더라고요. 혹시나 국민경제당에 영입 제안을 하면 어쩌지 하고 고민을 했는데, 군산 조선소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시더군요.”
“저도 최재석 의원님에게 그 이야기를 듣고는 상당히 놀랐습니다. 호남의 발전과 군산 조선소 회생을 위해 많이 고민을 하고 계셨습니다.”
모든 건 최재석 의원이 주도한 것처럼 말하였다.
내가 구상하고 내가 만든 판이었지만, 모든 공은 최재석 의원의 몫이어야 했다.
“자! 이제 제대로 이야기를 들어 봅시다. 군산 조선소를 어찌 살리겠다는 말씀이십니까? 조선 업계가 불황이 이어지고 있어 울산과 거제도 조선소도 도크를 제대로 채우고 있지 못하고 있는 실정인 건 아시고 계시지요?”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군산 조선소를 이대로 쓰러지게 둘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지금까지 조용히 있던 최재석 의원이 목소리를 높였다.
당당하기 그지없는 모습이었고, 사실 최재석 의원이 고개를 숙일 자리가 아니었다.
오히려 군산 조선소를 살리면 가장 큰 이득을 볼 사람은 장명준 의원이었으니까.
군산 조선소는 현재중공업 소속이었고.
현재중공업의 최대 지분을 보유한 사람이 장명준 의원이었다.
그렇기에 군산 조선소가 되살아나면 장명준 의원이 큰 이득을 취할 수 있었다.
“저도 군산 조선소를 살리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 해봤습니다. 정치권을 움직여도 보고, 해외 선주들을 만나러 다니며 의뢰를 부탁하였습니다. 하지만 아시다시피 상황이 좋지가 않습니다.”
“용선료 가격이 반토막도 아니고 1/10이 되었으니 어떤 선주도 새로운 선박을 만들길 원하지 않겠지요.”
조선소에서 생산하는 선박의 가격은 최소 수백억 원이 넘었다.
초대형 벌크선의 경우엔 1억 달러 이상 가격이 나가는 경우도 있었고.
그렇기에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을 때는 아무도 거금을 들여 선박을 만들려고 하지 않았다.
“다시 용선료가 오르고 시장 상황이 좋아지면, 군산 조선소가 재가동할 수는 있긴 합니다. 하지만 그때까지 버틸 힘이 군산 조선소에는 없습니다.”
“그 시간을 김 회장님께서 벌어 주실 수 있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태우그룹에서 군산 조선소에 투자를 하실 생각이십니까?”
“투자라고도 볼 수 있겠군요. 20만톤급 초대형 벌크선 건조 의뢰를 군산 조선소에 하려고 합니다.”
장명준 의원이 침을 삼켰다.
얼어붙은 시장에서 1억 달러 가까이 되는 수주는 쉽게 찾아오지 않는 기회였다.
그럼에도 장명준 의원은 노련한 정치인답게 쉽게 마음을 열지 않았다.
“태우그룹에는 해운사가 없지 않습니까?”
“태우상사에서 보유하고 있는 선박이 몇 척 되긴 합니다. 대형 벌크선 몇 척 추가한다고 해도 이상하지는 않습니다.”
“한 척이 아니라 ‘몇 척’이라고 하셨습니까?”
역시나 노련하군.
말실수를 가장해서 슬쩍 흘린 말을 단번에 잡아내는 장명준 의원이었다.
“벌크선 한 척 가지고 군산 조선소를 살릴 수 있겠습니까? 군산 조선소를 비롯한 주변 중소 업체까지 일감이 내려가려면 최소 5척은 되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군산 지역 자체를 살리려면 그 정도는 되어야 하긴 합니다.”
“물론 5척 전부를 20만톤급으로 의뢰를 할 수는 없고, 나머지 4척은 10만 톤급으로 건조 의뢰를 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천연가스 운반선 역시 의뢰해도 되겠습니까?”
“당연히 되고 말고요!”
10만 톤급 선박 가격은 5,000만 달러 선이었다.
그리고 LNG선의 가격은 2억 달러까지 하는 아주 비싼 몸이었다.
그러니 군산 조선소가 태우그룹과 계약을 체결한다면, 단번에 5억 달러 분량의 수주를 달성하는 셈이었다.
“5억 달러 정도의 수주면, 군산 조선소가 당분간은 버틸 수 있지 않겠습니까?”
“산소 호흡기를 다는 정도가 아니라 다시 일어나서 걸을 수 있을 정도의 처방입니다.”
“사실 다른 조선소에 의뢰하려고 했지만, 최재석 의원님께서 군산 조선소에 꼭 의뢰를 해야 지역 발전이 가능하다고 하셔서 이런 제안을 드리는 겁니다.”
이번 일은 최재석 의원과 국민경제당을 위한 일이었다.
그렇기에 이런 사족을 달았고, 장명준 의원은 얼른 손을 뻗어 최재석 의원의 손을 잡았다.
“감사합니다. 최재석 의원님 덕분에 군산 지역이 살아남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직 부족합니다. 군산 지역 전체를 예전처럼 살리려면 이 정도 양의 수주로는 부족합니다. 저는 계속해서 여러 기업을 만나 더 많은 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부끄럽습니다. 제가 해야 할 일을 최재석 의원님께서 해 주고 계시는군요. 앞으로 제가 도울 일이 있다면, 뭐든지 말씀만 해 주십시오.”
장명준 의원은 완전히 넘어왔다.
불황에 빠진 조선 업계에 5억 달러 수주를 가지고 온 최재석 의원이 어찌 고맙지 않겠는가?
“국민경제당은 앞으로도 호남지역을 물론이고 대한민국 전체의 경제 발전을 위해 노력할 생각입니다. 그저 이런 뜻을 장명준 의원님께서 알아주시기만 하면 충분합니다.”
“알다마다요. 그런데 이런 깊은 뜻을 저만 알아서 되겠습니까? 국민경제당의 진심을 모두가 알 수 있도록 제가 돕겠습니다. 필요하다면 탈당을 해서 국민경제당에 입당을 할 수도 있습니다. 그게 부담된다면, 국민경제당을 칭송하는 기자회견이라도 열겠습니다.”
전성기가 지났다는 소리를 듣는 장명준 의원이었다.
하지만 한때나마 대통령 후보 지지율 1위까지 했던 사람이었다.
여전히 저력이 남아 있었고, 지지층이 굳건한 정치인이었다.
게다가 군산 주민과는 애증의 관계기도 했다.
그런 사람이 앞으로 나서 국민경제당을 홍보한다면 얼마나 효과가 좋겠는가.
노련한 정치인인 만큼 알아서 국민경제당에게 이득이 되는 홍보 활동을 해 줄 것이었다.
* * *
며칠 후.
장명준 의원은 군산 조선소 앞에서 대규모 기자회견을 열었다.
군산 조선소 폐쇄 소문이 돌고 있었기에 기자 회견장에는 머리에 띠를 두른 노동자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어 아주 험악한 분위기였다.
“군산 조선소 폐쇄 절대 반대!”
“현재중공업은 군산을 포기하지 말아라!”
기자회견이 일어나기 전부터 시위대의 목소리가 현장을 가득 채웠다.
그럼에도 장명준 의원은 당당하게 기자회견장 앞으로 나섰고.
그는 기자진을 향해서가 아니라 시위대를 향해 고개를 숙이며 사과부터 하고 나섰다.
[죄송합니다. 사과부터 드리겠습니다. 경영권을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최대지분을 보유한 사람으로서 군산 조선소의 불황에 대한 책임으로 사과를 드리겠습니다.]회사 경영자는 웬만한 일로는 사과를 하지 않는다.
더더욱 정치인의 경우엔 사과를 하는 경우가 잘 없었다.
장명준 의원의 경우 경영자와 정치인 둘 다 해당된다고 볼 수 있었고, 그렇기에 대중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다.
[저 나름대로 군산 조선소를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했다고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아니었습니다. 몇 년 동안 해답을 찾지 못한 저와 달리 국민경제당의 최재석 의원님께서 군산 조선소를 살릴 수 있는 방안을 찾아내셨습니다.]갑작스럽게 최재석 의원을 언급하는 장명준 의원이었고.
기자진들의 손가락을 바쁘게 움직이게 하기 충분한 이름이었다.
[최재석 의원의 노력 덕분에 5억 달러에 달하는 선박 수주에 성공하였습니다! 군산 조선소의 도크가 모두 가동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일반적인 계약과 달리 5억 달러를 일시불로 받는 계약을 체결했습니다.]선박의 경우 일시불로 계산을 하는 경우는 없었다.
선금으로 10~20%만 받고 2년 혹은 그 이상이 지나야지만, 잔금을 수령할 수 있었다.
하지만 자금 경색에 빠진 군산 일대의 조선소에는 지금 당장 사용할 금액이 필요했고.
일시불로 선박 대금이 지불되었다는 이야기에 시위대는 엄청난 함성을 질렀다.
“우와아아아! 장명준! 장명준!”
[제가 한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최재석 의원님께서 기업 대표를 일일이 만나 따낸 수주입니다. 그렇기에 다시금 사과드리겠습니다. 제가 너무 무능했습니다.]은퇴를 결심한 정치인의 기개가 이런 것일까?
대선 후보 시절보다 더욱 빛이 나는 장명준 의원이었고,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시위대가 감동을 받고 있었다.
[여당 소속 의원인 제가 이런 말을 하는 건 맞지 않겠지만. 호남의 발전을 위해 국민경제당이 진심으로 뛰고 있다는 걸 느꼈습니다. 국민경제당과 최재석 의원 앞에서 저는 너무도 초라했습니다. 그러므로 저는 다음 총선 불출마를 선언합니다.]국회의원은 의원직에 목숨을 건다.
그렇기에 총선 불출마는 국회의원이 꺼낼 수 있는 최고의 카드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런 최고의 카드를 최재석 의원과 국민경제당을 위해 사용한 장명준 의원이었고, 그에 합당한 뜨거운 반응이 터져 나왔다.
TV로 그 모습을 보고 있는 나와 한 부회장마저 박수를 칠 정도였다.
5억 달러나 투자한 보람이 느껴지는 순간이었고, 다선 정치인의 노련미에 감탄을 했다.
“장명준 의원이 이렇게까지 하실 줄은 몰랐어요.”
“정치생명을 아주 화끈하게 불태우는 것 같습니다. 구질구질하게 여당에 남아 정치생명을 이어 나가는 것보다야 더 나은 선택인 것 같긴 합니다.”
“장명준 의원이 자신의 몸을 장작으로 사용해 불을 질렀는데, 불이 쉽게 꺼지게 할 수는 없지 않겠어요?”
“SNS와 영상 플랫폼을 통해 이슈가 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 두었습니다.”
언론의 힘은 예전만 못했다.
물론 아직도 압도적인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언론이긴 하지만.
SNS와 영상 플랫폼의 등장으로 인해 언론이 정보를 독점하던 시대는 지나갔다.
그리고 SNS와 영상 플랫폼을 독점하고 있는 곳이 태우그룹이었다.
“불은 여러 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나야 더 관심을 끌기 마련이죠. 조만간 국민경제당에서 새만금 사업을 발표하겠군요.”
“벌써 국민경제당의 호남지역 지지율이 요동치고 있습니다. 새만금 사업까지 발표한다면, 다음 총선에서 해 볼 만할 것 같습니다.”
호남지역 공략을 위해 준비한 군자금은 10억 달러.
그중 5억 달러는 군산 조선소를 위해 사용했고, 나머지 5억 달러는 새만금의 몫이었다.
물론 5억 달러가 끝은 아니었다.
태우그룹에서 사용하는 돈이 5억 달러였고, 나는 다른 기업까지 새만금 사업에 끌어들일 계획이었다.
그렇게 된다면 20억 달러 이상의 자금이 새만금으로 모이게 된다.
그 모든 공을 국민경제당에게 넘긴다면, 지지율 10% 정도는 아주 쉽게 올릴 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