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414)
독식하는 재벌 3세-414화(414/518)
414. 격변의 서막 (4)
2015년이 한 달도 남지 않은 시점.
계획한 일들이 차근차근 하나씩 진행되고 있었다.
“당뇨병 치료제의 FDA 승인이 곧 떨어진다고 합니다. 아직은 공식 발표되지 않았지만, 데이비드가 FDA 내부자와 접촉해 얻어 낸 정보입니다. 최종 확인 작업에 들어가 있으며, 이번 달 말이면 승인이 발표될 거라고 합니다.”
“승인이 떨어진다고 해서 출시와 동시에 폭발적인 판매량을 기록하진 않을 겁니다. 최소 1년 정도는 입소문이 퍼지고 나서야 고객들이 관심을 가질 겁니다.”
다른 제품도 아니고 의약품이었다.
아무리 광고를 한다고 하더라도 단번에 폭발적으로 성장하기란 어려웠다.
하지만 효능만 확실하다면, 알아서 판매량은 늘게 되어 있었기에 그 준비를 지금부터 해 가면 되었다.
“내년이면 센트리언 신축 공장이 완공되니 생산량에는 큰 문제가 없겠습니다. 하루라도 빨리 신축 공장이 완공되고 당뇨병 치료제가 판매되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한 부회장이 한숨을 쉴 정도면 센트리언의 주가가 많이 떨어지고 있나 보군요.
센트리언 이야기에 안색이 굳어진 한 부회장이었다.
태우라는 이름을 달고 있진 않았지만, 센트리언의 가장 많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태우그룹이었기에 센트리언은 계열사나 다름이 없었다.
“고공 성장하던 센트리언의 주가가 빠르게 하락하고 있습니다. 떨어진 주가가 고스란히 삼진바이오로 넘어갔습니다. 삼진바이오는 작년에 비해 4배 이상 주가가 상승하였습니다.”
“삼진바이오가 적자를 극복했다는 이야기도 들려오더군요.”
“적자를 극복하는 수준이 아니라 완전히 흑자로 돌아섰습니다. 센트리언과 공동 생산하는 인슐린과 신종 플루 치료제 덕분에 날개를 단 삼진바이오입니다.”
삼진바이오는 이미 준비가 되어 있는 기업이었다.
센트리언이 구형 1공장을 넘겨주었다고는 하지만, 삼진바이오 자체적으로도 대형 공장을 보유하고 있었다.
게다가 인력도 가득 채워져 있었기에.
날아오를 기회만 엿보고 있었고, 센트리언을 발판 삼아 날아오를 수 있었다.
“삼진그룹이 순조롭게 승계 과정을 진행할 수 있겠군요.”
“삼진바이오의 지분 대부분을 오용재 회장이 보유하고 있어 승계 과정이 아주 매끄럽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삼진바이오의 성장은 삼진그룹의 승계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었고.
덕분에 회계 장부 같은 잡스러운 짓을 하지 않아도 승계과정을 진행할 수 있게 된 삼진그룹이었다.
“오용재 부회장이 한턱 크게 쏴야겠어요.”
“안 그래도 삼진바이오에서 신축 공장 건설에 도움을 주고 싶다는 연락이 왔었습니다. 무상으로 인력부터 기계까지 지원해 주겠다고 하였습니다.”
“정말 고맙긴 한가 보군요. 그래도 걱정 마세요. 삼진바이오가 날개를 달고 날아가고 있다면, 조만간 센트리언은 로켓을 타고 우주 밖으로 날아가게 될 테니까요.”
당뇨병 치료제만으로도 초거대 기업이 될 수 있는 센트리언이었다.
태우그룹이 없다면, 한국 재계 1위 기업까지 성장할 수도 있었다.
그러니 삼진바이오가 지금 잠시 잘나간다고 해서 부러워할 필요는 전혀 없었다.
“저도 그렇게 믿고 있습니다. 그래도 좋은 소식이 하나 있습니다. 국민경제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급격히 상승하고 있습니다. 이번 달 초에 진행한 여론조사에서는 거대 양당과 근소한 차이로 1위를 차지하기까지 했습니다.”
“호남지역 지지율도 많이 상승했죠?”
“군산 조선소 사태 이후 10% 넘게 상승하였습니다. 특히나 전북 지역에서는 최소 2석 이상을 가지고 올 수 있을 정도로 지지세가 강해졌습니다.”
군산 조선소와 새만금.
모두 전북 지역에 위치했고, 그러므로 전북 지역의 지지율이 크게 상승하는 건 당연한 이치였다.
게다가 강 대위의 뒷공작 덕분에 계속해서 순풍을 탈 수도 있었다.
SNS와 동영상 플랫폼을 통해 국민경제당의 호감도를 상승시키고 있는 강 대위와 그의 직원들이었고, 한 달 작업 비용만 수십억 원이 들 정도로 대규모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올해는 정치판을 구경하는 맛이 있겠어요.”
“그리고 빈 살만 국방부 장관이 한국을 방문한다고 공식적으로 연락이 왔습니다.”
“빈 살만이 한국에 온다고요? 그런 일정은 없지 않았나요?”
“갑작스럽게 온 연락이었습니다. 한국 방산 업체와의 일정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미팅 일정은 고작 반나절도 되지 않고, 대부분의 시간을 태우그룹에서 보내겠다고 합니다.”
방산업체 미팅을 핑계 삼아 나를 보러 왔다는 뜻이었다.
사우디는 지금 매우 좋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런데도 자기 시간을 내서 한국까지 방문한다?
“사우디의 정치판도 이제 재밌어질 수도 있겠군요.”
“빈 살만 장관이 한국에 오는 목적이 회장님을 만나 숙청 계획을 의논하기 위해서입니까?”
“만나 봐야 알겠지만, 그것 말고는 직접 한국까지 방문할 이유가 없긴 하죠.”
격변의 시대가 열리기 직전이었다.
한국 정치계, 미국 대통령, 사우디 숙청까지.
엄청난 사건들이 숨죽이고 있었고, 내년이 되는 순간 동시다발적으로 터지게 된다.
우리 입장에서는 나쁠 게 없었다.
조용하고 평화로운 분위기는 돈이 되지 않으니까.
괜히 전쟁터에 거상이 생긴다고 하겠는가?
태우그룹이 사건을 주도할 수만 있다면, 모든 사건이 곧 돈이었다.
* * *
일주일 후.
빈 살만이 진짜 한국을 방문했다.
예전에도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었지만, 지금은 국방부 장관이라는 직함을 달고 있었기에 의전까지 받으며 입국을 했다.
하루 동안은 정부 관계자와 함께 방산 업체를 방문했고.
다음 날이 되어서야 나를 만나기 위해 태우그룹을 찾아온 빈 살만이었다.
“태우그룹과 사우디와의 좋은 관계 형성을 위해 방문을 요청하였습니다. 응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태우그룹은 항상 사우디와의 좋은 관계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보는 눈이 많았다.
그렇기에 우린 평소와 달리 경직된 말투로 대화를 나누었고.
한참이나 의미 없는 이야기를 나누고 나서야 주변의 눈들을 치울 수 있었다.
“중요한 이야기를 나눠야 하니 다들 대기실에서 기다려 주십시오.”
“모두 밖에서 기다려 주세요.”
태우그룹 관계자와 사우디 인원이 우르르 밖으로 나갔고.
그제야 우린 편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혀가 굳는 줄 알았네.”
“저도요. 형은 여전히 똑같네요.”
“너는 많이 바뀐 것 같다. 국방부 장관이라는 자리 때문에 그런가?”
“요즘 사우디 상황이 말이 아니에요. 주변 국가들과 사이도 좋지 않고요. 그래서 제가 직접 전장에 나간 적도 있어요.”
눈매가 날카로워진 빈 살만이었다.
국방부 장관을 하며 얼마나 시달렸는지 눈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아직도 상황이 완전히 끝난 건 아니지 않아?”
“어느 정도 상황이 정리가 되어 가고 있어요. 올해가 끝나기 전에 안정을 되찾을 수 있어요.”
“안정을 되찾았으니 이제 시작하려고?”
“외부와의 일이 안정되었으니 이제 내부의 일을 정리할 때가 되었죠.”
내부의 일은 곧 왕실의 일이었고.
사우디 왕실의 전통적 승계 구도를 깨겠다는 선언이었다.
“쉽지 않을 거야. 준비를 아주 철저히 해야 문제없이 작업을 마무리할 수 있어.”
“대부분의 준비는 다 끝나 있어요. 내년 1월이 되면, 나예프 왕세자를 끌어내릴 계획입니다.”
“벌써? 너무 이르지 않아?”
“형이 도와준 덕분에 시간을 당길 수 있었어요. 이미 아버지와 이야기는 끝내 놓았고, 내년 1월에 제가 왕세자에 오르게 될 겁니다.”
사람이 이렇게 바뀔 수가 있을까?
전장이 빈 살만을 이렇게 차갑고 냉정한 인간으로 만든 건가?
아니면 숨겨진 욕망이 이제야 발산되는 것일 수도 있었다.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연락해. 자금, 인력, 정보까지 필요한 건 다 지원해 줄게.”
“이미 형에게 받은 도움만으로도 충분해요. 형이 예전에 말했듯이 숙청 작업은 제 손으로 끝내야죠. 그래야 진정한 왕세자로 인정받을 수 있지 않겠어요?”
왕세자 자리를 강탈하는 것도 중요했지만.
그 이후의 상황이 더 중요할 수도 있었다.
결국 왕세자로 인정받기 위해선 강력한 힘을 보여 주어야 했고, 빈 살만은 손에 피를 묻힐 각오가 되어 있었다.
“나예프 왕자가 순순히 내려오진 않을 거야. 그를 지지하는 왕족도 있을 거고 세력도 있어.”
“하나씩 처리해 나갈 겁니다. 형과 함께 찾아낸 비리 장부를 토대로 대대적으로 왕가의 쓰레기들을 치워 나가야죠.”
우리가 확보한 비리 정황은 어마한 양이었다.
사우디 왕가의 핏줄이라는 이유만으로 엄청난 부를 축적한 왕족들이었고, 대부분이 불법적인 방법을 통해 자신의 곳간을 채워 나갔다.
“쓰레기들이 쥐고 있는 자금을 왕실로 가지고 와야 하긴 하지.”
“석유 전쟁으로 인해 사우디는 엄청난 타격을 입었어요. 국채까지 발행할 정도로 왕실에 돈이 궁한 상태죠. 왕족들이 불법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자금을 왕실로 가지고 오기만 할 수 있다면, 단번에 자금 경색을 돌파해 나갈 수 있어요.”
사우디에 돈이 없다니.
아무도 믿지 못할 일이 일어나 버렸다.
특히나 사우디 국민들은 얼마나 큰 충격을 받았겠는가?
큰 충격은 숙청의 명분이 될 터, 그러니 빈 살만을 많은 국민이 지지할 것이었다.
“외국으로 빼돌린 자금은 계속해서 조사를 진행할게.”
“고마워요. 진짜 형이 아니었다면, 이런 계획을 상상조차 못 했을 거예요.”
그건 아니었다.
내가 개입하지 않았던, 회귀 전에도 빈 살만은 숙청을 진행했었으니까.
이번 생은 단지 1년 정도 그 시기가 앞당겨졌을 뿐이었고, 보다 빠르고 확실하게 숙청을 진행하게 되었을 뿐이었다.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언론 쪽도 공략을 해 볼게. 특히나 SNS나 포털, 동영상 플랫폼을 이용해 분위기를 만들어 볼게.”
“외부의 일은 전부 형에게 맡길게요. 저는 지금 다른 생각을 할 여력이 없어요. 오롯이 숙청을 어떻게 진행할지만 생각하고 싶어요.”
벌써 그의 몸에서 피 냄새가 흘러나오는 듯한 기분이었다.
그런 빈 살만을 위해 지금 당장 내가 해 줄 수 있는 건 편안히 쉴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하는 정도였다.
“오늘은 편하게 쉬다가 가. 사우디로 돌아가면 쉴 틈이 없을 테니까.”
“사실 사우디보다 형이 있는 한국에 있는 게 더 마음이 편해요. 사우디에 있으면 언제 어떤 공격을 당할지 모르거든요.”
왕권을 노리는 건 빈 살만 혼자가 아니었다.
나예프 왕세자의 입장에서도 빈 살만은 제거해야 하는 대상이었고, 다른 왕족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니 얼마나 마음고생이 심하겠는가?
그런 빈 살만을 위해 나는 최고의 대접을 해 줄 생각이었다.
“네가 한국에 온다고 해서 호텔 한 곳을 다 빌려 뒀어. 인테리어도 사우디풍으로 다 했고, 주방장도 사우디 출신의 주방장들로 대기시켜 두었어.”
“안 그래도 이야기를 들었어요. 형 덕분에 마음 편히 쉬다가 갈 수 있겠어요.”
“혹시 몰라 태우그룹 보안팀도 호텔에 대기시켜 두었어. 그리고 원한다면 오늘 하루 정도는 나도 스케줄을 비울 수도 있고.”
“그럼 오랜만에 형이랑 밤새 이야기나 할까요? 하고 싶은 이야기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어요. 제가 국방부 장관이 되고 어떤 일을 겪었는지 이야기해 드릴게요.”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온 빈 살만이었다.
숙청을 시작하면 더는 이런 모습을 볼 수 없게 될 터.
그러니 마지막으로 빈 살만과 동심으로 돌아가 이야기를 나누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