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419)
독식하는 재벌 3세-419화(419/518)
419.
수확의 시간 (4)
이번 정권에서는 정부 주도 빅딜은 반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민간 주도 빅딜을 막는 건 아니었고, 삼진그룹의 후계 승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빅딜이 성사되었다.
삼진바이오와 삼진물산의 합병.
삼진그룹의 본체인 삼진물산과 오용재 부회장의 계열사인 삼진바이오의 합병.
삼진바이오의 가치가 많이 상승한 상태였기에 오용재 부회장은 다량의 지분을 확보할 수 있었고, 안정적으로 후계 승계를 이루어 낼 수 있었다.
“오용재 부회장이 큰 짐을 덜었군요.”
“법적으로도 회계상으로도 전혀 문제가 없는 승계 과정이었습니다.
정권이 바뀐다고 해서 문제가 될 소지가 현재로서는 없어 보입니다.”
한 부회장의 분석력은 명실상부 대한민국 최고였다.
한국과 월가에서 수많은 합병을 경험하고 진행한 그의 말이었기에 의심이 가지 않았다.
“오용재 부회장이 크게 한턱 쏴야겠군요.”
“안 그래도 연락이 왔습니다.
조만간 회장님과 만나 식사를 함께하고 싶다고 합니다.
은혜를 갚을 겸 대접을 크게 하려는 듯합니다.”
“한 부회장은 아직도 재벌 생태계를 잘 모르시는군요.
은혜를 갚기 위해 만남을 요구하는 경우는 없어요.”
경쟁자이자 파트너인 관계.
언제 적으로 돌아설지 모르기에 은혜에는 소극적으로 움직이는 재벌들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빨리 연락이 왔다는 건 다른 무언가를 원한다는 뜻이나 다름없었다.
“후계 승계까지 다 끝마쳤는데 회장님에게 바라는 것이 또 있겠습니까?”
“만나 보면 알겠죠.
그래도 나쁘진 않군요.
새로운 무언가를 바란다면, 적어도 이전의 일은 보상해 줄 테니까요.”
외상은 한 번까지였다.
승계 과정을 도와준 값을 치르지 않는다면, 다음 거래는 없다.
오용재 부회장이 그렇게 경우가 없는 사람이 아닐 테니 이런 거래의 기본 원칙은 잘 알고 있을 터였다.
“그리고 새만금 화학단지와 부산 신항 관련 정책과 공약을 만들어 국민경제당에 전달하였습니다.”
“반응은 어떻던가요?”
“워낙 복잡한 일이라 며칠 동안 생각하고 답을 준다고 하였습니다.
조만간 최재석 의원이 회장님을 찾아오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습니다.”
절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새만금 화학단지의 경우 시민단체를 적으로 돌릴 수 있었고.
부산 신항의 경우 해운사 두 곳의 빅딜과 관련이 있으니 정부를 적으로 돌릴 수도 있는 정책이었다.
그러니 결국 이해 당사자인 우리가 만나 담판을 지어야 했다.
그를 설득하기만 한다면, 내가 원하는 그림을 그려 나갈 수 있었다.
“며칠 안에 최재석 의원에게 연락이 오겠군요.”
“일정이 겹치지 않도록 시간을 잘 맞춰 두겠습니다.”
“우선은 오용재 부회장부터 만나죠.
오늘 저녁에 만났으면 하는데 가능할까요?”
“삼진그룹 측과 시간 조율을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런 일까지 한 부회장이 해서는 안 되죠.
기획실에 전달만 해 주세요.”
30분 후.
기획실에서 연락이 왔고.
오용재 부회장과 삼진호텔에서 만나기로 하였다.
***
삼진호텔.
오용재 부회장이 삼진그룹을 가지는 대가로 그의 여동생이 소유하게 된 호텔이었다.
“김 회장님 오셨습니까!
먼저 감사의 인사부터 드리겠습니다.
김 회장님 덕분에 승계 과정이 아주 깔끔하게 해결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빈말이라도 별로 도운 게 없다고 해야 예의에 맞겠지만, 삼진바이오를 도와주다 센트리언의 주가가 아주 많이 힘들었습니다.”
“그래도 이번에 당뇨병 치료제 개발로 주가가 다시 상승했다고 알고 있습니다.
정말 부럽습니다.
신약 개발까지 성공하시고 전부 김 회장님의 능력이 출중한 덕 아니겠습니까?”
정말 바라는 것이 있긴 한가 보다.
과하게 내 얼굴에 금칠을 해 주는 오용재 부회장이었다.
식사를 하는 동안에도 계속해서 칭찬을 넘어 극찬을 하며 나를 띄워 주는 오용재 부회장이었고, 식사가 끝나고 간단히 와인을 마실 때가 되어서야 은근슬쩍 본론을 꺼내는 그였다.
“지분 문제가 해결되긴 했지만, 후계 승계가 완전히 끝난 건 아닙니다.”
“삼진그룹의 새로운 주인이 오용재 부회장임을 모두가 인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무슨 문제가 더 남아 있습니까?”
“아직은 아니지만, 조만간 상속세 문제가 발생하게 됩니다.”
상속세 문제는 재벌의 최대 고민 중 하나였다.
상속세 때문에 회사의 경영권이 국가로 넘어가는 일이 심심치 않게 나오곤 했다.
자신이 보유한 지분을 매각해 상속세를 내야 했고, 그러다 보면 회사의 최대주주가 국민연금이나 산업은행이 되는 경우가 허다했으니까.
“상속세가 많이 나오긴 하겠더군요.”
“최대 10조 원입니다.
그중 제가 부담해야 하는 금액은 3조 원이고, 1년에 5천억 원씩 6년을 내야 하지요.
그렇다고 삼진그룹의 유보금을 개인적으로 꺼내 사용할 수도 없으니 걱정이 큽니다.”
삼진그룹의 유보금은 100조 원에 육박했다.
하지만 상속세는 개인에게 부과되는 세금이었기에 기업의 자금을 사용할 수는 없었고.
오용재 부회장의 개인 자산 혹은 삼진그룹의 지분을 매각해 마련해야만 했다.
그리고 상속세를 그 혼자 내는 것도 아니었다.
오너 일가가 전부 내야 하는 상속세를 다 합치면 10조 원이나 되었다.
“대출을 원하신다면, 태우증권에서 아주 저렴한 금액으로 담보 없이 3조 원을 대출해 드릴 수는 있습니다.
최대 20년 동안 나눠 내면 부담이 줄어들지 않겠습니까?”
“그 방법도 좋긴 하지만, 상속세 자체를 줄이는 방향이 더욱 좋지 않겠습니까?”
“위험한 방법을 생각 중이신가 보군요.
절세를 하신다면 말리지는 않겠지만, 탈세의 경우엔 제가 도와드릴 수가 없습니다.”
오너 일가는 상속세를 해결하기 위해 절세와 탈세를 넘나들었다.
가장 쉬운 방법은 차명으로 지분을 편법으로 증여하는 방식이었고, 지금 당장은 걸리지 않더라도 언젠가는 문제가 되는 방법이었다.
“절세 방식까지 도와 달라고 어찌하겠습니까?
절세 방법은 삼진그룹 차원에서 찾아보겠습니다.
그 이후에 나온 상속세만큼만 도움을 주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오너 일가에 부여된 상속세만큼을 태우증권에서 신용 대출해 드리겠습니다.
태우증권이 부담스러우면 해외 은행과 연결해 드릴 수도 있습니다.
1%대의 낮은 금리로 20년 분할 납부면 괜찮으시겠습니까?”
“그렇게만 도와주시면 정말 감사할 따름입니다.”
신용 대출로 10조 원.
아무리 삼진그룹 오너 일가라고 하더라도.
무담보 신용 대출만으로 10조 원의 돈을 대출받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지분을 매각하거나 담보로 잡힌다면 은행권에서 대출이 가능하긴 하겠지만, 높은 금리를 지불해야 했고, 경영권 확보를 위해서라도 은행권보다 나에게 대출받는 편이 유리했다.
“그리고 다른 지분 매각에도 도움을 드릴 수 있습니다.
ASML 공동투자 지분을 매각한다는 이야기가 들려오더군요.
해외 기업보다야 한국 기업이 인수하는 편이 좋지 않겠습니까?”
“확실히 태우그룹의 정보력은 대단하군요.
ASML 지분 1.6%를 매각할 계획을 세우고 있었습니다.”
네덜란드에 위치한 ASML.
모르는 사람이 많은 기업이었지만, 반도체에 종사한다면 무조건 알고 있어야 하는 회사였다.
ASML 기계를 사용하지 않는다면, 반도체를 만들 수가 없었으니까.
광학 노광 공정 장치를 유일하게 만드는 회사가 ASML이었고.
많은 기업이 ASML의 아성에 도전했지만, 기술력의 격차를 넘어서지 못하였다.
그렇기에 반도체 시장에서 ASML은 슈퍼 을의 위치였고.
새로운 기술을 개발할 목적으로 여러 반도체 회사에게 투자금 형식으로 돈을 뜯어내 기술을 개발할 정도였다.
그 과정에서 반도체 기업들은 ASML의 지분을 얻게 되었고.
경영권에는 일절 영향을 줄 수 없는 공동투자 지분을 삼진그룹도 태우그룹도 보유하고 있었다.
“삼진그룹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이 3%가 넘지 않나요?
모든 지분을 태우그룹이 매입해 드릴 수도 있습니다.”
“금액이 만만치가 않습니다.”
“1조 5천억 원 정도로 알고 있습니다.
공동 투자를 시작한 게 4년 전이었죠?
4년 만에 거의 5배가 넘게 상승하긴 했군요.”
모든 투자자는 익절을 꿈꾼다.
삼진전자는 3,500억 원가량에 ASML 지분 3%를 매입했고.
4년 사이 5배가 상승했으니 익절을 꿈꾸는 것은 당연했다.
“잘 알고 계시는군요.
사실 ASML 주가는 계속 상승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어 지금의 가치로 판매하고 싶진 않습니다.
하지만 김 회장님에게는 지금의 주가대로 판매하겠습니다.
이렇게라도 은혜를 갚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럼 ASML의 지분을 지금의 주가대로 태우반도체가 매입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번 주 중으로 실무진을 삼진그룹으로 보내겠습니다.”
“ASML 지분을 매각하는 것으로 은혜를 다 갚았다고는 생각하지 않겠습니다.
언제든지 삼진그룹의 도움이 필요하시면 말씀만 해 주십시오.
김 회장님의 부탁이라면, 최선을 다해 들어드리겠습니다.”
ASML의 지분의 가치를 낮게 보고 있는 오용재 부회장이었다.
하지만 그의 생각보다 ASML의 지분의 가치는 훨씬 높았다.
우선 몇 년 안에 지분의 가치는 2배 이상 상승하게 되어 있었다.
그러면 나는 차익으로만 1조 원이 넘는 금액을 벌어들일 수 있다.
그리고 단순히 금액으로만 환산할 수 없는 가치가 더 있었다.
우선권.
ASML이 생산하는 기계의 우선권이 지분에 달려 있었다.
지금이야 ASML이 생산하는 기계의 양을 모두가 나눠 가질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ASML의 기계를 원하는 회사는 많아지게 되어 있었다.
공급은 그대로인데 수요만 늘어나는 상황이 된다는 뜻이었고, 지분 보유량에 따라 우선권을 가지게 되어 있었다.
태우반도체가 기술 우선권을 확보할 수 있게 되는 셈이었고.
반 발짝이라도 앞서 나가 시장을 독점할 수도 있다는 뜻이었다.
그런 의미가 담긴 지분을 1조 5천억 원이라는 아주 저렴한 가격에 매각해 준다니 고마울 따름이었다.
“앞으로도 지금과 같은 좋은 관계가 계속 유지되었으면 합니다.
국내에서는 경쟁하는 업체라고도 볼 수 있지만, 세계 시장에 나가면 결국은 국내 대기업끼리 힘을 합쳐야 세계를 상대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아주 좋은 말씀입니다!”
아주 훈훈한 분위기에서 저녁 식사를 마쳤다.
나는 곧장 회사로 돌아왔고, 영국 브렉시트 관련 일을 하느라 늦게까지 남아 있는 한 부회장을 불러들였다.
“미국과 대만에 풀려 있는 ASML의 지분을 사들이세요.
적극적으로 구매 의사를 보이지는 말고, 매각 의사를 보일 때만 사들이면 됩니다.”
“안 그래도 인텔에서 ASML 지분 10% 정도를 매각한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었습니다.”
“가격 상관 말고 전부 사들이세요.
못해도 2배 이상은 남겨 먹을 수 있고, 부가적 가치까지 더해지면 10배 장사도 충분히 가능해요.
5조 원 정도면 매입이 가능할 겁니다.”
“5조 원의 10배 장사면 50조 원을 벌 수 있는 상품이라는 것이군요.
강제로 뺏어서라도 확보하겠습니다!”
익절을 꿈꾸는 건 삼진그룹만이 아니었다.
미국의 인텔도 대만의 반도체 회사도 전부 ASML 지분을 익절하길 원했다.
반대로 태우그룹만이 지분 확보에 나서고 있으니, 우리에게 유리한 구도였다.
“그리고 최재석 의원에게서 연락이 왔었습니다.
내일 뵙길 원하셨습니다.”
“생각보다 빨리 생각을 정리했나 보군요.
어려운 문제라 일주일 이상은 걸릴 줄 알았더니.”
반도체 문제는 해결했으니.
이제 최재석 의원과 함께 해운업 문제를 해결할 차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