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42)
독식하는 재벌 3세-42화(42/518)
42화. 동상이몽 (3)
“한보그룹의 주식부터 처분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래도 부족하시면 제가 몇 개 기업을 더 찍어 드리겠습니다.”
“한보그룹에 무슨 문제라도 있나? 재계 14위의 기업이 한보라네. 그리고 한보가 보유한 부동산이 어마어마하다네.”
다들 그렇게 생각하기 마련이다.
부동산 재벌은 결코 망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한보는 땅 사업만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한보가 부동산 사업을 왜 시작했는지 알고 계십니까?”
“용한 점쟁이가 흙 관련 일을 하면 돈을 번다고 해서 부동산 사업을 시작했다는 건 유명한 이야기지.”
“그런데 그 점쟁이가 이번엔 쇳가루를 만지라고 했다군요.”
“그 이야기도 유명하지. 그래서 한보가 제철소 사업까지 시작한 것 아닌가.”
대기업 총수라는 사람이 점쟁이의 말에 자신의 운명을 맡기다니.
그런데 다들 그렇게 사업을 하곤 했다.
어떤 기업은 신입 사원 면접에 대놓고 역술가를 면접관으로 세우는 경우도 있었다.
“역술인의 말만 듣고 회사를 운영하는데 제대로 굴러가겠습니까?”
“이미 부동산과 아파트 사업으로 떼돈을 번 한보그룹이네. 제철소 사업을 한다고 해서 망하기야 하겠나?”
“제대로 사업을 한다면 망하진 않겠죠. 워낙 비리가 많은 회사라 2년 안에 망하게 되어 있습니다.”
태우그룹보다 더한 곳이 한보였다.
어찌 보면 닮은 점이 많은 그룹이기도 했다.
문어발식 확장을 통해 재계 서열을 올린 경우였으니까.
다른 점이라면 할아버지는 한발 빠르게 움직였고 이미 충분한 확장을 했다는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하더라도 외환위기가 찾아오면 망하는 건 매한가지였지만.
“정말 한보가 망할 것이라 보는가? 자네 생각인가 아니면 월가의 정보인가?”
“둘 다입니다. 한보 주식을 팔아서 손해를 보면 제가 다 보상해 드릴 테니 걱정 말고 태우그룹의 주식과 한보 주식을 바꾸셔도 됩니다.”
“자네가 그렇게까지 확신을 하니 한보 주식과 회사채를 전부 명동 놈들에게 팔아치우겠네.”
“이번 정보도 기밀사항입니다.”
“걱정 말라니까. 내 입은 저승에 가서도 열리지 않을 테니까.”
광화문 곰의 도움 덕분에 태우전자 주식 15퍼센트를 보유하게 되었다.
SAVE 투자회사도 야금야금 태우전자 주식을 사 모으고 있으니 할아버지에게서 태우전자 주식을 양도받는 순간 나는 태우전자의 주인이 될 수 있었다.
* * *
보름이 지났을 무렵.
한 팀장이 다시금 한국으로 날아왔다.
정확히는 일본으로 가기 전 내게 보고를 하기 위해 한국으로 잠시 들어온 것이었다.
“대표님, 일본 기업들이 아주 안달이 났습니다. 우리와 파생상품 계약을 맺은 회사는 전부 미국으로 사람을 파견 보냈습니다.”
“일본 주식 시장이 많이 떨어지고 있더군요.”
일본 주식 시장의 하락세는 더욱 가팔라졌다.
이는 내가 알고 있던 역사보다 더 빠른 속도였고, 내가 만든 파생상품이 하락세를 부추겼다고 볼 수 있었다.
하락하고 있는 기업의 주식만 봐도 알 수 있었다.
파생상품 계약을 맺은 기업의 경우엔 다른 기업보다 2배 이상 빠른 속도로 주가가 하락했다.
파생상품 계약 관련 소문이 이미 미국은 물론이고, 일본까지 퍼진 상태였다.
그리고 또 다른 이유가 하나 더 있었다. 바로 월가의 빠른 움직임이었다.
“월가에서 엔화를 집중 공격하기 시작하니 주식까지 덩달아 하락하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파생상품에 엔화까지 숨 쉴 틈도 주지 않고 두드리네요.”
“하이에나 아닙니까. 상대가 약한 모습을 보이면 더 물어뜯는 족속들입니다.”
“그럼 슬슬 일본 기업들이 아주 애걸복걸을 하고 있겠네요.”
“대표님이 관심을 두고 있는 TDK의 경우 사장이 직접 미국을 방문했을 정도입니다.”
주가는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었다.
이대로 몇 달만 더 주가가 하락하면.
TDK 그룹은 중요 계열사를 매각해야 했고, 그래도 부족하면 부도까지 날 판국이었다.
“멀쩡한 기업이 망하게 둘 수는 없죠. 대충 몇 가지만 받고 파생상품 계약서를 없애 주죠.”
“몇 가지라고 하시면 뭘 말씀하시는 겁니까? 배터리 사업체를 인수하시려는 건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배터리 사업체만으로는 너무 부족합니다.”
“배터리 사업체에 TDK가 가지고 있는 휴대폰 부품 관련 특허를 모조리 쓸어 오세요. 그리고 현금도 일부 받아 오시고요. 그래도 우리가 손해긴 한데 이 정도로 만족해야죠.”
TDK는 역사가 오랜 회사였다.
무려 1935년부터 전자부품을 만든 회사였고, 그만큼 빼먹을 것도 많은 회사였다.
당연히 이차전지와 관련된 배터리 사업부가 제일 먹음직했고.
각종 음향기기 특허와 휴대폰 부품 기술도 나름 잡아먹을 만한 기술들이었다.
이렇듯 워낙 가진 기술이 많은 회사였다.
나와 파생상품 계약을 맺지 않았거나 고베 대지진이 발생하지 않았다면 절대 망할 리가 없는 회사기도 했다.
“특허와 기술만 받아 오면 되겠습니까? 파생상품의 규모를 보면 사업체 몇 개를 더 가지고 올 수도 있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데 그럴 수는 없죠. 그 대신 배터리 사업은 확실하게 받아 와야 합니다.”
“부도나는 것보다야 사업체 하나와 특허 몇 개로 방어하는 편이 TDK 입장에서도 좋으니 거부하지 않을 겁니다.”
“배터리 사업을 인수하면, 교수님들과 협업해서 계속해서 배터리를 연구할 수 있도록 SAVE 투자회사에서 지원해 주세요.”
“TDK 배터리 사업체를 태우그룹에서 인수하는 것이 아니었습니까?”
언젠가는 태우그룹의 소유가 되어야 하겠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계열사를 최대한 정리하고 내가 더 높은 자리에 있을 때 인수합병을 진행하면 모를까.
“태우그룹에서 잡아먹으면 곤란해지죠. 일본 정부와 한국 정부 사이의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고요.”
“제가 미국에만 있다 보니 그런 문제는 생각지 못했습니다.”
“TDK와의 협상이 끝나면, 다른 기업과도 협상을 진행하세요. 휴대폰 관련 원천 기술과 특허를 최대한 확보하시면 됩니다. 그리고 음향과 영상 관련 특허도 같이 확보하세요.”
“휴대폰 특허는 알겠지만, 음향과 영상 특허가 휴대폰과 무슨 관련이 있습니까?”
휴대폰으로 음악을 듣고 영화를 본다.
회귀 전에는 당연한 일이었지만, 지금 휴대폰은 전화와 문자에만 특화되어 있었다.
이런 인식이 강하니 푼돈으로 그런 원천 기술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였다.
“언젠가는 다 쓸 곳이 있습니다.”
“알겠습니다. 특허를 다 받고 부족한 부분은 현금이나 채권으로 받겠습니다.”
“그렇게 되면 SAVE 투자회사의 자금이 얼마나 늘어나게 되죠?”
“아직 보상금을 제대로 정산하지 않아 정확한 금액은 책정할 수 없지만, 어림잡아도 400억 달러는 넘을 것 같습니다.”
400억 달러는 28조 원에 달하는 금액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환율은 고작 700원.
1~2년만 지나 외환위기가 찾아오면, 환율은 1,900원이 넘게 된다.
달러를 가만히 들고만 있어도 28조 원이 2.7배 가까이 올라 75조가 되는 마법이 된다.
물론 이론상으로만 가능한 이야기긴 했다.
그렇지만 최소 2배 이상의 차익을 볼 수 있는 건 확실했다.
그 금액이면, 원하는 회사를 골라잡아 인수할 수 있었고, 내가 그린 큰 그림을 진행할 충분한 자금이었다.
* * *
다음 날.
나는 연구소로 출근함과 동시에 휴대폰 생산팀 전원을 인천 공장으로 보냈다.
그러고는 특허 전담팀을 둘러보며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별다른 일 없이 오전 일과를 마쳤을 때 생각지도 못했던 사람이 나를 찾아왔다.
“소장님, 태우 장학 재단 서문기 부장이 찾아왔습니다.”
“들어오라고 하세요.”
잠시 잊고 있었다.
나는 태우그룹 연구소 소장이자 태우 장학 재단의 이사장이었다.
미국에서 대학을 다닐 때부터 내가 달고 있던 직함이었고, 지금은 내가 딱히 손을 대지 않아도 잘 돌아가고 있었기에 잠시 잊고 있었다.
“소장님, 오랜만에 뵙습니다.”
“서 부장님도 잘 계셨죠? 부장님 덕분에 장학 재단이 잘 운영되고 있습니다.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그렇게 생각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소장님께서 시스템을 워낙 완벽하게 만들어 두셔서 딱히 제가 손쓸 곳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꽤 큰 규모의 투자를 바라는 회사가 장학 재단을 찾아와 상의드리고 싶습니다.”
장학 재단은 보통 학생에게 장학금을 지원하는 사업을 주로 한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지만, 장학 재단은 벤처 회사의 지원도 같이하고 있었다.
“서 부장님이 직접 가지고 온 사업이면 꽤 좋은 아이템인가 보네요.”
“그게 아니라 도통 모르는 분야라 제가 결정할 수가 없었습니다. 혹시 MP3라고 들어 보셨습니까? 음악을 CD나 카세트가 아닌 컴퓨터 파일로 재생할 수 있다고 하는데 처음 들어 보는 것들이라 제 선에선 판단이 어렵습니다.”
아! MP3!
나는 MP3로 인해 세상이 어떻게 바뀔지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휴대폰을 만들고 있기에 다음 버전 휴대폰과 스마트폰에 MP3가 들어갈 것도 알고 있었다.
그런데 벌써 MP3 플레이어를 만들려는 시도가 있었다니.
이것까지는 내가 미처 예상하지 못했었다.
내가 알기로는 2~3년 뒤에야 MP3 플레이어가 처음 나온다고 알고 있었다.
그래서 아직 시간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벌써 준비를 하는 회사가 나온 것이다.
“회사 이름이 뭔가요?”
“디지털케이스라고 합니다.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은 신생 회사입니다.”
디지털케이스.
내 기억 속에 들어 있는 이름이었다.
세계 최초로 MP3를 만들었지만, 외환위기와 사업 실패로 인해 MP3 플레이어 관련 특허를 외국에 뺏긴 회사였다.
회귀 전에도 MP3 플레이어를 한국이 최초로 만들었다는 걸 아는 사람은 드물었다.
이 또한 메시지패드와 마찬가지로 시대를 앞선 물건이었기 때문이었고.
인터넷을 통해 음원 파일이 공유되기 시작하자 불티나게 팔린 물건이 MP3 플레이어였다.
“얼마나 투자를 받고 싶어 하나요?”
“1억 원의 투자를 바라고 있고, 생산과 유통 마케팅을 태우전자에서 해 주길 바라고 있습니다. 그 대신 모든 특허권을 공동 소유하겠다고 합니다.”
고작 1억 원.
물론 돈이 많이 드는 생산과 유통, 마케팅을 우리에게 맡기겠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특허권 공동 소유 조건치고는 매우 저렴했다.
일본 기업의 특허권을 얻어 내기 위해 나는 파생상품까지 만들었다.
그런데 고작 1억 원에 생산 지원만 해 주면 특허권을 공동 소유해 주겠단다.
“지금 당장 디지털케이스 대표를 만나고 싶네요. 자리를 마련해 주세요.”
“지금 바로 연락 하겠습니다.”
벤처 회사는 제대로 된 투자를 받기 힘들었다.
미국의 경우야 월가를 비롯한 여러 투자자들이 존재했지만, 한국은 그러지 못했다.
그리고 중소기업이나 벤처 기업이 좋은 아이디어를 만들어 내어도 대기업에서 강탈해 가는 경우가 빈번했기에 성공하기도 어려웠다.
그럼에도 대기업의 지원을 바랄 수밖에 없는 구조였기에.
디지털케이스 황영철 사장은 연락을 받은 즉시 연구소로 달려왔다.
“안녕하십니까. 디지털케이스 대표 황영철입니다.”
“MP3 플레이어의 아이디어를 만드신 분이시군요. 제 마음에 쏙 드는 아이디어였습니다. 제가 투자를 하겠습니다.”
나는 시간을 끌지 않았다.
단번에 황영철 사장이 가장 듣고 싶어 하는 말부터 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