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420)
독식하는 재벌 3세-420화(420/518)
420.
수확의 시간 (5)
다음 날.
최재석 의원과의 저녁 식사가 약속되어 있었기에.
오전에 최대한 업무를 보기 위해 점심도 거른 채 각 계열사의 보고를 검토했다.
그렇게 한참을 일하고 있을 때, 한 부회장이 다급히 문을 열고 들어와 자신의 휴대폰을 내밀었다.
“회장님, 대박이 났습니다.”
“어디 주식이라도 폭등했나요?”
“유고빈이 대박이 났습니다.
지금 미국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차지했고, 각종 SNS에서도 가장 많이 검색되는 단어 1위가 유고빈입니다.”
갑자기?
아직 유고빈 홍보를 제대로 시작하지도 않았다.
의료 업계 로비가 끝난 다음 제대로 TV 광고를 비롯해 홍보를 시작하려고 했기에 지금 시점부터 이슈가 되는 건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갑자기 유고빈이 왜 이슈가 되는 겁니까?”
“머스크 덕분입니다.”
한 부회장은 휴대폰으로 머스크의 SNS를 보여 주었고.
근육을 자랑하는 머스크의 사진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사진 밑에는 SNS 사용자와의 대화가 적혀 있었다.
↳몸매 관리 비결이 뭐죠?
[단식과 유고빈]짧은 한 줄에 불과했다.
하지만 머스크는 이미 미국에서 연예인급 인기를 끌고 있었고.
그가 유고빈이라는 약을 사용한다는 소식은 일파만파 퍼져 갔다.
“이래서 연예인들의 광고 단가가 높은가 보군요.
유명인이 SNS에 한마디를 적었다고 이런 파급력이라니.”
“머스크뿐만이 아닙니다.
인플루언서 몇 명이 자신도 유고빈을 사용해 엄청난 효과를 보았다는 후기를 올리기도 했습니다.”
“우리 쪽 광고를 받은 사람은 아니죠?”
“아직 홍보 섭외에 들어가기도 전입니다.”
어떻게 알고 유고빈을 사용했을까?
미국 시장에 소량 풀긴 했지만, 홍보를 전혀 하지 않았기에 알 방법은 거의 없었다.
“당뇨병 치료를 위해 구입한 사람 일부가 체중 감소 효과 후기를 남긴 것 같습니다.
그렇게 조금씩 입소문이 퍼졌고, 유명인들까지 사용하게 된 것 같습니다.”
“오늘 반짝 이슈가 되긴 했지만, 대량 생산에 들어가긴 부족한 반응 같군요.
의료계 로비가 끝나고 광고까지 다 방영한 다음 생산량을 늘리도록 하죠.”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한 달 투약비만 200만 원에 달하는 고가의 약입니다.
수요가 그렇게 많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부유층을 위한 약이라고 볼 수도 있었다.
당뇨병 치료제이기에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하더라도 비싼 가격이었고, 아직 수요가 증가하려면 시간이 걸릴 게 분명했다.
“우리의 예상이 틀려도 상관없어요.
예상과 달리 수요가 급격히 증가할수록 입소문이 더 빠르게 퍼지게 되죠.”
“혁신적인 제품들은 전부 초기 물량 부족 이슈를 겪곤 합니다.
유고빈도 그런 이슈를 겪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나저나 머스크는 괴짜라는 단어가 잘 어울리는 사람이다.
한국 대기업 회장과 달리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고민 없이 하는 성격이었고, 남에게 자신을 보여 주기도 참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나쁠 건 없었다.
머스크 덕분에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광고 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되었으니까.
***
저녁 시간이 되자 강 대위의 식당 별관으로 이동했다.
이미 최재석 의원은 도착해 나를 기다리고 있었고, 우린 아주 간단한 인사만을 나누고는 음식에만 집중했다.
후루룩!
마지막으로 숭늉까지 다 마시고 나서야 우린 눈을 마주쳤고.
큰 한숨을 내쉬며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할 준비를 했다.
“회장님께서 보내신 정책은 정말로 위험하면서도 매력적이었습니다.
실패할 경우 리스크가 매우 크지만, 반대로 성공하기만 한다면 지지율을 급격하게 끌어올릴 수 있는 정책입니다.”
“호남 지역은 새만금으로 영남 지역은 부산 신항을 통해 지지율을 끌어올리면, 수도권 선거에도 아주 큰 도움이 될 겁니다.”
누가 모르겠는가?
영남과 호남의 가장 큰 문젯거리를 해결한다면, 당연히 엄청난 지지를 받게 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 과정이 너무 위험하고 어렵기 때문에 최재석 의원이 쉽게 받아들이지 못할 뿐이었다.
“새만금에 꼭 화학단지를 만드셔야겠습니까?
그리고 부산 신항 인프라 투자를 위한 선제 조건이 꼭 해운사 빅딜이어야만 합니까?”
“지속 가능한 사업으로 만들기 위해선 꼭 필요한 과정입니다.
지역 발전을 위해 아무리 많은 돈을 사용하더라도 지속 가능성이 없다면, 헛돈을 쓰게 되는 꼴밖에 되지 않습니다.”
화학단지와 빅딜은 정치권의 입김이 반드시 필요했다.
정부에서 반대한다고 하더라도 총선에서 압승한 정당이 밀어붙인다면, 어쩔 수가 없었다.
그리고 이번 정권의 레임덕이 얼마 남지 않았기에 더더욱 국민경제당의 입김은 강하게 작용할 수 있었다.
“솔직히 해운사 빅딜의 경우에는 가능할 듯합니다.
현진해운과 현재상선이 적자에 허덕이고 있지요.
그러니 태우그룹 같은 든든한 모기업을 만나면 한국 해운업이 더 성장해 나갈 거라고 생각합니다.”
“현진해운과 현재상선이 합병을 하게 되면, 해운 동맹을 상대로도 유리한 고지에서 협상을 이어 나갈 수 있습니다.
그러니 반드시 하나로 합쳐야 합니다.
그래야지만 태우그룹의 든든한 자본력이 제대로 힘을 쓸 수 있습니다.”
해운사 빅딜에는 상당히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최재석 의원이었다.
해운사가 파산을 하게 된다면, 한국 해운업의 미래가 어두워진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부산은 물론이고 영남 선거 공약에 부산 신항을 추가하고, 해운사 빅딜도 추가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새만금입니다.”
“화학단지를 만들기에 최적의 장소가 새만금입니다.
주변에 민가가 전혀 없고, 넓은 부지는 물론이고, 바다를 통해 원재료를 운송하기에도 아주 좋습니다.”
완벽한 입지 조건이었다.
하지만 화학단지라는 이름에서 나오는 위험성 때문에 머뭇거리는 최재석 의원이었다.
“시민단체에서 가만히 있지 않을 겁니다.”
“화학단지라는 이름이 거부감이 들긴 하겠군요.
그럼 핵심 소재 연구·생산 단지로 이름을 정하면 어떻겠습니까?”
“화학단지보다는 훨씬 낫군요.
하지만 이름을 바꾼다고 해서 시민단체가 그냥 넘어가지는 않습니다.”
“그 문제는 지역 주민들만 해결할 수 있습니다.
태우그룹에서 먼저 나서 봐야 대화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지역 주민들이 화학단지 입성을 바란다면, 명분이 우리 쪽으로 넘어오게 됩니다.”
시민단체보다 지역 주민 단체의 힘이 더욱 강력했다.
아무리 뚜렷한 목적의식을 가진 시민단체라고 해도 생존보다 더 큰 명분은 없었다.
생존을 걸고 싸우는 지역 주민 단체를 누가 이길 수 있겠는가?
“지역 주민들이 들고일어나게끔 만들어야 한다는 거군요.”
“정치의 힘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한 가지만 더 말씀해 주십시오.
화학단지가 새만금 지역을 오염시키거나 대형 안전사고에 노출되어 있는 건 아니지요?”
“구미 불산 누출 사고를 염려하시는 거라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태우그룹의 모든 기술력을 총동원해 화학단지를 만들 계획입니다.
태우건설은 원자력 발전소도 지을 수 있는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몇 안 되는 건설사이기도 합니다.”
태우건설의 기술력은 세계 수준이었다.
원자력 발전소까지 만들 수 있는 건설사는 몇 곳 되지 않았고, 그중 하나가 태우건설이었다.
“안전만 확실하다면 제 정치생명을 걸고 이번 정책을 추진해 보겠습니다.”
“저는 태우건설의 이름을 걸고 약속드리지요.
염려하시는 그런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습니다.
그리고 정책 승인이 떨어지는 순간, 대규모 공사를 시작하겠습니다.”
선거 시즌에는 모든 정치인이 공수표를 남발한다.
정치인은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는 이미지가 생긴 이유기도 했다.
그렇다고 해서 최재석 의원까지 그런 이미지를 가질 수는 없었고, 무조건 공약은 이행한다는 모습으로 국민들의 지지를 받아 내야지만, 대선까지 당선될 수가 있었다.
“후우, 벌써 머리가 아파 옵니다.
영남과 호남까지 공략을 하려면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하겠습니다.”
“그럼 제가 두통약을 처방해 드려도 되겠습니까?
효과가 아주 탁월한 두통약입니다.”
“김 회장님이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니 기대가 됩니다.
어떤 약입니까?”
“이제 막 살아나기 시작한 부동산 시장에 기름을 부을까 합니다.
현재 부동산 PF 규모가 대략 50조 원 수준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작년 부동산 PF 규모가 48조 원이었고, 올해도 비슷할 거란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태우그룹 차원에서 부동산 PF에 30조 원가량을 쏟아부을까 합니다.
한국 건설 시장 발전과 집값 안정화를 위해서 말이죠.
”
집값 안정화와 건설 시장의 발전?
사실 이런 건 내 관심사가 전혀 아니었다.
단지 앞으로 최소 5년 동안은 부동산 가격이 계속해서 상승한다.
그러니 미리 이득을 보고 빠지려면, 지금이 가장 좋은 타이밍이었다.
“30조 원이나 부동산 시장에 투입한다는 말씀이십니까?
그러면 단번에 건설 경기가 확 살아나겠습니다!”
“태우증권을 비롯한 금융타워에 입주한 금융사들이 대규모 PF를 만들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국민경제당에서 나서 대규모 PF를 조직한다면, 지지율에 큰 영향을 주지 않겠습니까?”
30조 원은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었고.
정부의 지원을 받는 여당의 입장에서도 끌어오기 힘든 금액이었다.
그런데 국민경제당이 30조 원이라는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게 된다면, 당연히 지지율에 조금이라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었다.
“두통약 수준이 아니라 만병통치약을 내어 주시는군요.”
“특히나 수도권과 광역시 부근에 집중 투입되는 자금입니다.”
“조금은 무섭습니다.
회장님께서 이렇게나 큰 도움을 주시는데 기대에 부응하지 못할까 두렵습니다.”
“절대 그럴 일은 없습니다.
지금처럼만 계속 해 주십시오!”
최재석 의원은 양지에서 열심히 뛰기만 하면 된다.
포지티브한 일은 국민경제당이 담당하고, 네거티브한 일은 강 대위가 알아서 도맡아 줄 테니까.
***
다음 날.
한 부회장을 불러 최재석 의원과 있었던 일을 이야기해 주었다.
“부동산 PF에 30조 원이나 투자를 한다는 말씀이군요.”
“어차피 브렉시트에 투자를 하고도 거액이 남아돌지 않나요?”
“맞습니다.
새로운 투자처를 찾느라 태우증권 직원들이 많이 고생하고 있었습니다.”
“부동산 PF에 투자하면, 채권이나 은행 예금보다는 훨씬 큰 수익을 낼 수 있어요.
잘하면 30%에 가까운 수익까지 기대할 수 있죠.”
석유 전쟁과 중국 공매도.
그리고 이전의 프로젝트들도 최소 2배 수익을 보았다.
그렇기에 30%의 수익이 작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월가의 평균 수익률을 놓고 본다면 30%의 수익은 결코 낮은 수익률이 아니었다.
“PF에 참가하고 싶은 금융사가 꽤 많을 것 같습니다.
다들 이번에 돈을 많이 벌어서 주머니가 두둑한 상황입니다.”
“한 부회장이 금융사들을 만나 PF 가입 권유를 해 보세요.
강제로 진행할 필요는 없어요.
금융사들이 참가하지 않는다면, 우리 자금만 투입해도 충분하니까요.”
“사실 마음 같아서는 태우증권 혼자 먹고 싶습니다.
마땅한 투자처를 찾는 게 워낙 힘든 일이지 않습니까?
그래도 양심상 금융타워 금융사들에게 권유는 해 보겠습니다.”
태우증권이 움직이면 금융타워 전체가 따라 움직인다.
그러니 30조 원 정도는 하루 만에도 채울 수 있었고, 오히려 돈을 더 투자하겠다고 나서는 금융사도 나올 터였다.
새만금, 부산 신항 그리고 부동산 PF까지.
이번 총선을 위해 50조 원이 넘는 자금이 투입되는 셈이었다.
이 정도 금액이면 국민경제당이 싫다고 하더라도 과반 의석을 차지할 수 있게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