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421)
독식하는 재벌 3세-421화(421/518)
421.
미끼 상품 (1)
다음 날.
최재석 의원은 기자 회견을 열어 3가지 정책을 공식 발표했다.
새만금, 부산 신항 그리고 부동산 PF.
50조 원에 달하는 대형 정책 발표에 한국이 발칵 뒤집혔고, 어디를 가든 국민경제당 이야기로 가득 찼다.
“선거에서 이기려면 신문 1면을 놓치면 안 된다는 말이 있죠.”
“총선 전까지는 국민경제당 이슈가 모든 이슈를 잡아먹을 듯합니다.
국민적 관심이 뜨겁다 못해 화상을 입을 지경입니다.”
기획실장은 휴대폰을 열어 실시간 검색어 순위를 보여 주었다.
1위 국민경제당 정책 2위 부동산 PF 3위 최재석 의원 4위 새만금 사업 5위 부산 신항
“이번 선거의 쟁점은 한국 경제 성장이 되겠군요.”
“국민경제당 입장에서는 유리한 전장에서 싸우게 되었습니다.”
“경제 분야에 한해서는 국민경제당이 가장 앞서긴 하죠.”
모든 정당은 추구하는 목표가 달랐고.
그렇기에 유리한 전장이 따로 있었다.
기존 여당의 경우엔 안보, 야당은 복지 분야였다.
경제의 경우엔 상대적으로 여당에 유리한 전장이었지만, 국민경제당의 등장으로 인해 구도가 바뀌어 버렸다.
“그래서인지 거대 양당에서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여당에서는 공수표를 남발하지 말라는 식으로 공격하고 있고, 야당에서는 환경오염을 문제 삼고 있습니다.”
“양쪽에서 협공을 받는 건 이번이 처음이 되겠군요.”
“지금까지야 국민경제당이 교섭 정당이나 캐스팅 보트와 같은 역할을 했지만, 이젠 거대 정당으로 인정받고 있기에 많은 견제를 받게 되었습니다.”
최재석 의원이 대통령이 되기 위해선 넘어서야 하는 벽이었다.
거대 양당의 견제를 이겨 내야지만, 대통령에 당선이 될 수 있었고.
이번 선거에서 과반의 의석을 확보하는 압승을 해야지만, 대통령이 되고 나서도 주도권을 잡고 정부를 운영할 수 있었다.
“정책마다 국민의 반응도 나뉘고 있겠군요.”
“부산 신항의 경우엔 반발하지 않고 있습니다.
해운사 빅딜을 통해 한국 해운업을 발전시키겠다는 내용까지 포함되어 있어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진그룹과 현재그룹의 반응은 좋지 않습니다.”
“반응이 좋을 수가 없죠.
자신들의 회사를 정치권에서 마음대로 하겠다고 하니 기분이 좋으면 이상한 거죠.”
하지만 어쩌겠는가?
적자를 유지하며 해운사를 유지할 힘이 없는 그들이었다.
지킬 힘이 없으면 빼앗기는 것이 자연의 섭리였고, 해운사 직원의 입장에서도 훨씬 좋은 방안이니까.
“그리고 부동산 PF 관련해서 태우건설 안덕환 사장이 회장님을 뵙길 원하고 있습니다.”
“소문이 벌써 태우건설까지 퍼졌나 보군요.”
“국민경제당에서 말하는 부동산 PF가 금융타워 금융사들이 중심이 된다는 이야기가 언론 보도로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그래서 안덕환 사장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같습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태우건설 사장에게는 설명을 해 줘야겠군요.
시간 날 때 올라오라고 하세요.”
“지금 대기실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바쁜 분을 오래 기다리게 할 수는 없죠.
나머지 보고는 다음에 듣도록 하죠.”
기획실장을 내보내고 안덕환 사장을 불러들였다.
그는 깊게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해 왔고, 여전히 충성심 가득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안 사장님 얼굴이 많이 좋아지셨습니다.
국내 건설 경기가 좋아져서 스트레스가 많이 줄어드셨나 봅니다.”
“모두 회장님 덕분입니다.
건설 경기가 어려울 때도 태우그룹 차원에서 선분양 시스템을 만들어 주신 덕분에 태우건설이 유지될 수 있었습니다.”
안덕환 사장의 충성심은 예전보다 더욱 깊어진 듯했다.
건설 경기가 어려울 때 태우그룹 차원에서 태우건설을 지원해 주었기에 고마움을 더 크게 느끼는 그였다.
“부동산 PF 때문에 오셨다고 들었습니다.”
“회장님의 지시가 있기 전까진 가만히 대기하고 있어야 했지만, 사안이 사안이라 결례를 범하게 되었습니다.”
“결례라고 할 게 있나요.
제가 진작 안 사장님에게는 내용을 공유했어야 했는데 늦어서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회장님이 사과하실 문제는 전혀 아닙니다.
회장님의 모든 움직임은 태우그룹을 위한 것이라는 걸 누구보다 제가 잘 알고 있습니다!”
어떨 때 보면 강 대위보다 더 우직한 사람이 안덕환 사장이었다.
저런 안덕환 사장 밑에 있는 부하 직원들이 갑자기 안쓰러워졌다.
자잘한 규칙까지 꼼꼼하게 관리할 게 분명한 안덕환 사장이었고, 부하 직원들은 얼마나 고생하겠는가?
덕분에 태우건설이 명품 건설사란 이야기를 듣는 것이기도 했다.
“우선 30조 원 규모의 부동산 PF를 만드는 건 맞습니다.
태우증권이 주도하여 국내 부동산 시장에 30조 원을 투자하게 됩니다.”
“그러면 혹시 대부분의 수주를 태우건설이 맡게 됩니까?”
“지금 당장은 그렇다고 볼 수 있죠.”
“태우건설은 이미 5년 치 공사 수주를 모두 확보해 놓은 상태입니다.
30조 원 규모나 되는 공사를 신규로 진행할 여력이 되지 않습니다.
기껏해야 5조 원 규모의 공사 정도만 처리할 수 있습니다.”
명품 건설사로 불리는 태우건설이었다.
그러니 아파트를 비롯한 고층 건물 수주에 아주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었고, 이미 많은 공사 수주를 확보해 놓은 상태였다.
그런데 30조 원의 공사를 새로 맡는다?
수주한 공사를 포기하지 않는 한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고.
그렇다고 해서 긴급히 인력과 장비를 충원해 공사를 진행한다면, 품질이 떨어지기 마련이었다.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당장은’이라고 한 겁니다.”
“태우건설이 수주받은 물량을 다른 곳에 넘긴다는 말씀입니까?”
“가장 수익성이 높은 공사만 태우건설이 담당하고,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낮은 공사는 다른 건설사에 넘길 계획입니다.”
“그런데 왜 굳이 대부분의 공사 수주를 태우건설에게 넘기는 과정을 거치는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처음부터 다른 건설사에 수주를 주면 과정이 매우 간단해집니다.”
복잡한 과정이 이번 작전의 핵심이었다.
태우건설이 확보한 수주는 일종의 미끼가 되어 건설사를 보유한 대기업을 낚을 수 있었으니까.
“태우그룹이 진행하는 사업을 위해 꼭 필요한 과정입니다.
공사 수주를 넘기는 대가로 다른 대기업이 보유한 자산과 맞교환할 계획이거든요.
그룹의 일로 태우건설을 이용하는 것 같아 죄송합니다.”
“아, 아닙니다!
그룹 덕분에 태우건설이 불황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습니다.
얼마든지 이용하셔도 괜찮습니다.
필요하시다면 제가 전면에 나서 바람잡이 역할이라도 하겠습니다!”
태우그룹을 위한 일이라면 뭐든지 할 준비가 되어 있는 안덕환 사장.
하지만 그의 연기력은 굳이 필요하지 않았다.
태우건설이 수주를 따낸다는 결과만 있으면 이번 작전은 충분하니까.
“안 사장님은 평소처럼만 있으시면 됩니다.
물고기들이 알아서 미끼를 향해 몰려들게 될 테니까요.”
“그런데 어느 기업에게 수주를 넘겨주실 생각인지 여쭈어봐도 되겠습니까?
혹여나 제가 실수를 할 수 있어 대비하고 싶습니다.”
“여러 곳에 수주를 나눠 주긴 하겠지만, 현재그룹과 현진그룹 계열 건설사에 나눠 줄 계획입니다.”
“알겠습니다!
다시 한번 결례를 끼쳐 드려 죄송합니다.”
절도 있게 인사를 하고 나가는 안덕환 사장이었다.
내가 왜 현진그룹과 현재그룹 계열 건설사에 수주를 나눠 주는지 궁금했겠지만, 그는 이유를 묻지 않았다.
사실 알아서 좋은 건 딱히 없었다.
부동산 PF를 통해 따낸 수주를 미끼 삼아 적당한 가격에 두 곳의 해운사를 인수받는 작전이었으니까.
물론 현재 두 해운사의 주인은 채권단이었다.
하지만 원래 주인이었던 대기업의 지원 사격이 있다면, 채권단을 조금 더 쉽게 상대할 수 있었다.
***
국민경제당의 3대 정책 공약은 매일같이 신문 1면을 차지했고.
나날이 눈덩이처럼 이슈가 커져만 갔기에 청와대에서도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청와대 실장으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부동산 PF와 부산 신항 문제로 상의를 하고 싶다고 합니다.”
“해운사 빅딜 이야기는 없던가요?”
“의도적으로 빅딜 관련 주제는 입 밖으로 꺼내지 않으려고 하고 있는 듯한 분위기였습니다.
정부에서 먼저 이야기를 꺼내게 된다면, 어쩔 수 없이 정부가 개입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듯 보였습니다.”
정부 주도 빅딜은 없다.
이런 기조를 유지하고 있었던 청와대였기에 먼저 빅딜 이야기를 꺼낼 수는 없겠지.
“뻔히 보이는 수를 사용하려나 보군요.
부동산 PF와 부산 신항을 정부에서 주도하는 사업으로 강탈하려나 봅니다.”
“국민경제당이 선점한 이슈를 강탈할 속셈이란 말씀입니까?”
“청와대와 여당 입장에서는 가장 좋은 수이기도 하죠.
국민경제당이 수면 위로 끌어올린 주제를 날름 삼키기만 하면, 최소한 지지율이 국민경제당으로 쏠리는 건 방어할 수 있게 되죠.”
비열하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선거가 아니더라도 이런 이슈는 정부가 주도하는 것이 맞는 일이었으니까.
야당이 아니라 정부와 여당이 주도한다면, 사업은 더욱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기도 했다.
하지만 내가 바라질 않았다.
국민경제당의 압승을 위한 정책을 내가 왜 여당에게 넘기겠는가?
“한 부회장을 또 내보내야겠군요.”
“청와대 실장은 회장님을 만나고 싶다는 의지를 강력히 피력하였습니다.
그런데 한 부회장을 내보내시면 청와대의 심기를 건드리는 일이 될 수도 있습니다.”
“부동산 PF의 경우 금융타워에서 주관하는 사업입니다.
그러니 금융 계열사 총괄 사장을 맡고 있는 한 부회장이 가는 것이 이치에 맞는 일이죠.”
내가 직접 가게 되면 일이 커지게 된다.
하지만 한 부회장을 대리인으로 내세우면, 과정이 하나 더 늘어나기에 약간이나마 시간을 벌 수 있었다.
그 약간의 시간이 우리에게 필요했다.
총선까지만 버티면 되는 일이었으니까.
“한 부회장에게 부동산 PF를 정부 주도 사업으로 넘기는 걸 강요할 수도 있습니다.”
“금융타워 금융사 대부분이 월가 소속이죠.
미국 기업을 상대로 뭘 어떻게 강요하겠어요?
강요가 아니라 권유 정도는 가능하겠군요.”
“아!
제가 생각이 짧았습니다.
외국 기업을 상대로 강요나 협박을 한다면, 국제적 문제가 되어 버리겠군요.”
“그러니 의견을 조율한다는 핑계를 대고 몇 달은 뭉개 버릴 수 있지요.”
금융타워에 입주한 금융사만 50여 곳에 달했다.
미국, 유럽, 아시아, 등 세계 각지의 금융사들이 금융타워에 모여 있었고.
다국적 금융사들의 의견을 조율하기 위해선 오랜 시간이 걸리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물론 태우그룹이 강하게 나선다면 하루면 의견 조율이 가능하긴 했다.
하지만 태우그룹이 나설 생각은 없었고, 최소 몇 달 동안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그런데 부산 신항 문제는 어떻게 합니까?”
“그 문제도 한 부회장 선에서 해결 가능합니다.
부산 신항 인프라 구축 사업을 정부 주도 사업으로 하고 싶으면, 정부 주도하에 해운사 빅딜을 해 주면 된다고 요구하면 그만이죠.”
“그런 요구를 한다면, 총선 전까지는 시간을 끌 수는 있긴 합니다.
하지만 총선이 끝난 뒤에는 문제가 심각해질 수도 있습니다.”
오랜 세월 태우그룹의 대소사를 챙겨 왔던 기획 실장이었다.
그렇기에 그는 정부의 뒤끝이 얼마나 심한지 잘 아는 사람이었다.
물론 나도 정부를 상대로 굳이 싸우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하지만 이번 정부는 총선을 기점으로 끝난다고 봐도 무방했다.
레임덕을 넘어 탄핵 정국이 모든 이슈를 집어삼키게 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