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424)
독식하는 재벌 3세-424화(424/518)
424. 미끼 상품 (4)
범 현재그룹이 보유한 건설사는 두 곳.
한 곳은 현재건설로 현재자동차 그룹이 보유하고 있었고, 다른 한 곳은 현재개발로 돌아가신 장영주 회장님의 동생이 보유한 건설사였다.
“장 회장이 현재가문을 잘 설득할 수 있겠습니까? 왕자의 난 이후 사이가 매우 좋지 않다고 소문이 파다합니다.”
“가문의 일이라면 당연히 얼굴을 보기 싫겠지요. 하지만 거액이 달린 사업을 위해서라면 얼굴을 못 볼 것도 없죠.”
피보다 더 끈적한 것이 돈이었다.
수익 창출이 기업의 목적이었고, 그런 기업을 경영하는 사람 또한 수익 창출을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지 할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
“서로 원하는 것이 확실하니 현재상선 문제는 해결이 되겠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현진해운입니다. 현진가문도 현재가문처럼 왕자의 난이 일어났고, 건설사는 차남이 보유하고 있습니다.”
“현진가문은 비지니스적으로도 얼굴을 보지 않기로 유명하긴 하죠.”
“현진중공업 조근호 회장은 해외를 나갈 때도 현진항공을 이용하지 않을 정도입니다.”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었고.
부동산 PF 계획을 설계할 때부터 이 문제의 해결법을 고민했었다.
“현진해운의 문제는 현진가문을 통해 해결할 이유가 없어요. 현진중공업 경영권이 지금 누구에게 있죠?”
“……올해 초에 채권단에 경영권이 넘어갔습니다.”
“산업은행이 가장 많은 채권을 보유하고 있죠. 현진해운과 마찬가지로 말이죠.”
“그러면 처음부터 현진그룹을 공략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산업은행을 공략하기 위해 부동산 PF를 만드신 겁니까?”
현진가문은 지금 총체적 난국이었다.
현진해운, 현진중공업 등 다양한 계열사가 채권단에 넘어가 있는 상황이었다.
현진그룹의 실질적 주인이 현진가의 사람이 아니라 산업은행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부동산 PF를 현진중공업 소속인 현진건설에 밀어주면, 산업은행을 우리 편으로 만들 수 있지 않겠어요?”
“현진그룹에서 반발을 하지 않겠습니까?”
“현진해운의 경우 경영진과는 이미 상관이 없는 회사가 되었죠. 정부와 산업은행이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에 따라 달리지게 되어 있어요.”
현재상선의 경우 회생의 가능성이 미약하게나마 있긴 했다.
하지만 현진해운의 경우엔 정부의 지원이 아니면, 파산 혹은 매각 말고는 답이 없는 상황이었다.
“산업은행 이명걸 회장이 안 그래도 만남을 요청해 오고 있었습니다.”
“잘 구슬려 보세요. 현진해운을 파산 후 자산 매각을 진행하는 것보다 합병 후 매각하는 방향이 더 큰 이득을 남길 수 있다고요. 그리고 부동산 PF 이야기도 곁들이고요.”
“정부의 눈치를 봐야 하는 입장이라 총선 전에는 제대로 움직이지 못했지만, 이젠 스탠스가 달라졌을 수도 있겠습니다. 우선은 만나 보고 상황부터 파악하도록 하겠습니다.”
산업은행의 지분은 대한민국 정부가 보유하고 있었고.
그렇기에 정부의 기조와 다른 결정을 할 수가 없는 산업은행이었다.
하지만 총선 결과가 국민의 민심을 대변해 주었기에 다른 선택을 할 수도 있었다.
***
한 부회장은 빠르게 산업은행 이 회장과의 만남을 가졌다.
금융 계열사 총괄사장인 한 부회장과 산업은행 회장이 만나는 건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그럼에도 조심스럽게 만남을 가진 두 명이었고, 한 부회장은 나름 긍정적인 내용을 가지고 돌아왔다.
“산업은행 쪽에서 현진해운과 현재상선의 합병 후 매각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특히나 두 회사의 채권단 모두가 태우그룹이 해운사를 인수해 주길 바라고 있다고 합니다.”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이니 당연한 일이죠.”
“그런데 문제는 정부입니다. 산업은행 이 회장이 직접 청와대로 찾아가 설득하겠다고 합니다.”
산업은행의 결정권자는 대통령이라고 봐야 했다.
금융위에서 임명을 제청한다고는 하지만, 결국 임명은 대통령의 권한이었고.
그렇기에 산업은행 회장은 대통령의 사람으로 채워지기 마련이었다.
자신이 임명한 사람이 설득을 한다면, 청와대도 설득이 되지 않겠는가?
“산업은행이 먼저 나서 주니 일이 쉽게 돌아가겠군요.”
“정부가 주도해서 해운사 빅딜을 주도하지는 않겠지만, 최소한 방해는 하지 않을 듯합니다.”
하지만 이런 우리의 생각은 며칠 뒤 완전히 달라졌다.
평소와 다르지 않게 업무를 보고 있을 때, 기획실장이 다급히 달려 들어왔다.
노크도 생략한 채 무작정 문을 열고 들어온 기획실장의 얼굴은 사색이 되어 있었다.
“국세청에서 태우상사를 상대로 세무조사에 들어간다고 합니다!”
“갑자기 그게 무슨 말입니까!”
“태우상사뿐 아니라 태우그룹의 모든 계열사를 대상으로 세무조사하겠다는 이야기가 들려오고 있습니다.”
기획실장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강 대위로부터 전화가 걸려 왔다.
[회장님, 국세청 라인으로부터 긴급 연락이 떨어졌습니다. 태우그룹을 세무조사 하라는 지시가 상부로부터 떨어졌다고 합니다.]세무조사는 정부가 사용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였다.
중소기업은 물론이었고, 대기업도 피해 갈 수 없는 무기기도 했다.
“우리가 청와대의 심기를 심하게 건드렸나 보군요.”
“해운사 빅딜 문제와 부동산 PF로 인해 청와대의 심기가 많이 안 좋은 듯합니다.”
산업은행 회장이 청와대를 찾아간 것이 문제였나?
마치 태우그룹이 권력에 대항해 자신의 사람을 포섭했다고 느낄 수도 있긴 했다.
“세무조사가 진행되면 문제가 될 일이 있나요?”
“엄격한 세무 관리 프로그램과 감사팀을 통해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어 큰 문제는 없습니다. 그런데 아시다시피 털어서 먼지 안 나오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자잘한 세무 분쟁이 발생할 수는 있습니다.”
“분쟁이라고 하면 탈세는 아니라는 거군요.”
“하지만 정부와 국세청의 발표에 따라 탈세 기업으로 낙인찍힐 수는 있습니다.”
세무 문제는 참 복잡했다.
매년 세법은 개정되었고, 개정된 세법을 국세청 직원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렇기에 태우그룹은 절세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세금을 납부하고 있었지만.
세법 해석의 문제에 따라 추징금이 부과될 수도 있었다.
추징금으로 끝날 문제를 탈세로 몰아붙일 힘이 충분한 정부와 국세청이라서 문제가 되었다.
“국세청에서 자료가 넘어가고 발표가 될 때까지 얼마나 걸립니까?”
“빠르면 보름 늦어도 한 달 안에는 발표가 되곤 합니다.”
“우리 쪽 국세청 라인을 총동원하면, 얼마나 지연시킬 수 있죠?”
“모든 라인을 총동원한다면, 두 달 정도는 시간을 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국세청으로 가는 뇌물에는 0이 하나 더 붙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태우그룹은 국세청에 뇌물을 상납하진 않았고, 그 대신 합법적인 펀드 가입으로 라인을 만들었다.
매년 수익률이 200% 이상 나오는 펀드였고.
대기업에서 주는 뇌물보다 더 높은 수익을 볼 수 있는 데다 문제가 없는 돈이었기에 다른 대기업 라인보다 더욱 끈끈한 라인이었다.
“두 달이라, 시간이 촉박하군요.”
“시간을 지연시킨다고 하더라도 청와대에서 세무조사 중단 명령을 내리지 않는다면, 결과는 달라지지 않습니다.”
“청와대가 태우그룹 세무조사에 신경 쓸 수 없도록 대형 이슈를 터트릴 수밖에 없겠군요.”
“이슈가 끝난 다음 더 큰 보복을 당할 수도 있습니다.”
“태우그룹이 이슈를 터트렸다는 걸 모르게 하면 됩니다. 그리고 이번 이슈는 청와대에서 수습할 수가 없으니 보복도 불가능하죠.”
“괜찮겠습니까?”
기업이 정부를 공격하는 경우는 없었다.
물론 나도 정부를 공격할 생각은 일절 없었다.
단지 역사적 흐름을 조금 앞당기려는 계획일 뿐이었고, 우리가 알고 있는 정보를 누구나 볼 수 있도록 하는 정도에 불과했다.
“문제 될 건 전혀 없습니다. 우리가 직접적으로 공격하는 건 절대 아니니까요.”
“알겠습니다. 그럼 저는 국민경제당에 연락을 취해 이번 세무조사의 부당성을 알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국민경제당까지 나서면, 시간을 더 끌 수도 있겠군요.”
국민경제당은 태우그룹이 가진 방어막이었다.
이럴 때 사용하기 위해 많은 돈을 들여 방어막을 구한 것이었고, 정부를 압박하여 세무조사를 늦추는 정도는 충분히 할 수 있었다.
***
나는 곧장 강 대위의 사무실로 이동했다.
사무실은 비상이 걸려 있었고, 강 대위는 국세청 라인을 비롯한 모든 라인을 사용해 세무조사를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국세청 라인에서 최대한 지연시키고 있습니다. 회계 장부와 세무 자료를 누락시키거나 정보를 오염시키는 방식을 사용하기로 하였습니다.”
“고생이 많군요. 개인 커리어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는 일을 부탁하는 신세가 되었군요.”
“크게 문제가 되진 않을 듯합니다. 국세청에서도 이번 세무조사를 탐탁지 않게 여기고 있다고 합니다.”
태우그룹은 5년 연속 모범 납세 기업으로 선정되었다.
국세청에서 선정한 납세 기업을 자신들의 손으로 세무조사하고 있으니 마음이 편할 수는 없었다.
“국세청 라인을 위해서라도 세무조사 자체를 중단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청와대에서 중단 지시를 내리지 않는 한 힘듭니다.”
“그런데 이번 세무조사를 누가 꾸몄는지는 알아냈습니까?”
“청와대 실장이 주도하고 있다고 합니다. 다들 반대했지만, 청와대 실장이 워낙 강력하게 밀어붙여서 어쩔 수가 없었다고 합니다.”
청와대 실장의 힘은 막강하긴 했다.
그렇다고 해서 대기업 세무조사를 일방적으로 진행할 정도의 권력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니었다.
결국엔 청와대의 승인이 떨어졌다는 뜻이었고.
그렇기에 나는 한 치의 고민 없이 움직일 수가 있었다.
“범서북파 정보를 언론에 풀도록 하세요.”
“어느 선까지 정보를 노출시키면 되겠습니까?”
“우리가 보유한 모든 정보를 한 번에 풀어 버리세요. 순차적으로 정보를 공개하는 편이 낫겠지만, 지금은 그럴 시간이 없어요.”
“모든 정보를 말씀이십니까? 범서북파뿐만 아니라 스포츠 스타, 연예인, 정재계 인사 그리고 청와대까지 전부 연루되어 있습니다.”
엄청난 파급력을 가진 정보였다.
강 대위와 그의 직원들은 한국은 물론 동남아 지역까지 직접 파견 나가 정보를 수집했고.
천민정 센터장이 만든 정보 수집 및 분석 프로그램을 통해 완벽한 인과관계까지 나와 있는 정보들이었다.
“그 정도 정보를 푼다고 해서 단숨에 청와대가 무너지는 건 아니죠. 우리가 푼 정보를 토대로 언론사들이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겁니다.”
“이 정도 정보라면, 언론사는 물론이고 야당까지 전부 합세해 물어뜯게 만들 수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건 우리가 정보 공급자라는 걸 모르게 해야 합니다.”
“국정원에서도 알지 못하는 방법을 동원하겠습니다. 천 센터장이 만들어 준 추적 방지 시스템을 동남아 지역에서 사용하면 됩니다.”
천 센터장은 언제 그런 프로그램을 또 만들었지?
시키지 않아도 항상 도움이 되는 일을 먼저 해 놓는 그녀였다.
“천 센터장이 만든 프로그램이라면 확실하겠군요.”
“비트코인을 만들 때 사용하는 암호화 프로그램과 VPN 시스템을 합쳐 만들었다고 합니다.”
“오늘 바로 작전에 돌입하세요.”
“내일부터 신문 1면이 범서북파 뉴스로 도배되도록 만들어 보겠습니다!”
처음으로 정부를 상대로 반기를 들었다.
나도 정말 이러고 싶지 않았지만, 별다른 수가 없었다.
청와대에 사과를 하면 되지 않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랬다간 탄핵 정국이 찾아왔을 때 된서리를 맞을 수도 있었다.
태우그룹을 지키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
이번 위기만 벗어나면, 최재석 의원이 정권을 잡게 된다.
그때까지 버티기 위해선 극단적인 방법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