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425)
독식하는 재벌 3세-425화(425/518)
425. 미끼 상품 (5)
종편 방송의 등장으로 한국에는 다양한 뉴스 채널이 생겼다.
지상파 방송과 뉴스 전문 채널이 독식하던 뉴스를 이제 종편 방송국과 경쟁해야 했고, 그렇기에 더욱 자극적인 이슈를 찾아다니게 되었다.
그래서일까?
우리가 푼 정보를 가장 먼저 보도한 방송사도 종편이었고, 한 부회장과 함께 강 대위의 사무실에서 뉴스를 다시 돌려 보기까지 했다.
“보도 내용이 꽤나 알찹니다. 우리가 푼 정보에 없는 내용까지 포함되어 있습니다.”
“괜히 방송국이겠어요? 방송국에서도 미리 정보를 수집하고 있었겠죠. 하지만 지금까지 결정적인 연결 고리를 찾지 못해 보도를 늦췄을 뿐이겠죠.”
단편적인 정보는 뉴스로 생산되지 못한다.
여러 정보를 하나로 묶을 연결 고리를 찾아야지만, 비로소 뉴스가 될 수 있었고.
우리가 푼 정보가 방송국들이 보유한 정보를 이어 줄 연결 고리 역할을 해 주었다.
“언론사 쪽 이야기를 들어 보니 제보자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고 합니다.”
“정권 지지율이 낮을수록 제보자가 많이 나오기 마련이죠.”
“그리고 올림픽 유치 재단과 관련된 제보도 쏟아지고 있다고 합니다.”
태우그룹은 언론사와 항상 좋은 관계를 유지했다.
삼진그룹과 더불어 가장 많은 광고료를 내는 그룹이 태우그룹이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언론사에도 우리 쪽 라인이 생기기 마련이었고, 강 대위가 알아서 그들을 관리하고 있었다.
“정권의 눈치를 볼 필요 없으니 다양한 뉴스가 생산되겠군요.”
“문고리 3인방, 체육 재단 비리, 그리고 비선 실세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벌써 그런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나요? 확실히 언론들도 정보를 착실히 수집하고 있었군요.”
제왕적 권력을 보유한 대통령.
하지만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선 지지율이 뒷받침해 줘야만 했고, 총선에서 역대급 최저 의석을 기록했기에 더욱 힘이 빠진 이번 정권이었다.
“계속해서 우리가 보유한 정보를 풀어 버리세요.”
“직원들이 가지고 오는 정보를 계속해서 언론사에 보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딱히 우리가 움직일 필요는 없겠지만, SNS와 포털 사이트 관리도 하시고요.”
“불을 더 키울 수 있도록 기름을 뿌리는 역할을 하겠습니다.”
우리가 나서지 않아도 일어날 역사적 사건이었다.
하지만 태우그룹의 세무조사를 조용히 끝내기 위해선 흐름을 최대한 앞으로 당겨야 했다.
“국세청의 분위기는 어떤가요?”
“태우상사 이후 순차적으로 다른 계열사 세무조사가 계획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국세청에서 더는 움직이지 않고 있습니다.”
“이미 청와대의 오더가 떨어졌을 텐데 움직이지 않는다? 잠시 숨을 고르며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뜻처럼 보이는군요.”
“대통령 지지율이 떨어지면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조직이 공무원입니다. 국세청도 마찬가지 아니겠습니까?”
보신주의.
한국 공무원들은 무사안일을 추구하는 성향이 강했다.
그도 그럴 것이 괜히 새로운 일을 진행하다 실패하면 모든 책임을 져야만 했고, 그냥 가만히 자리만 지키고 있으면 임기가 유지되는 직장이 공무원이었다.
국세청도 마찬가지였다.
이번 정부의 예쁨을 받는다고 한들 몇 년 남지 않았기에 몸을 사리고 있었다.
“지금 당장은 몸을 사린다고 하더라도, 청와대에서 압박을 계속 가하면 다시 움직이기 시작할 겁니다.”
“대통령 지지율이 현재 29%입니다. 여기서 더 하락한다면, 국세청 고위 간부들이 청와대의 명령을 거부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언론이 집중 보도를 시작하면, 지지층이 잠시 결집할 순 있겠죠.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지지율은 계속 하락 곡선을 그릴 겁니다.”
“아시다시피 청와대에서 특별한 이유 없이 보복성 세무조사를 지시하는 건 불법입니다.”
불법에 가담하고 싶은 고위 간부가 어디 있겠는가?
자리보전은 둘째치고, 감옥에 갈 수도 있는 일이었다.
“여기서 조금만 더 외부 압박이 들어가면, 국세청이 모든 작업을 멈추겠군요. 제1정당인 국민경제당에서 보복성 세무조사를 중단하라고 한다면 효과가 크지 않겠어요?”
“국세청 간부들도 그런 상황을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세무조사를 지연시킬 마땅한 이유가 없었는데, 국민경제당이 나서 주면 명분이 생깁니다.”
제1정당이 가지는 무게감은 상당했다.
야당과 연합하면, 국세청 특검까지 진행할 수 있는 의석수였으니까.
“울고 싶은 아이에겐 뺨을 때려 주는 게 예의죠. 오늘부터 보복성 세무조사 반대 의견을 주장하라고 전해 주세요.”
“대한민국 경제 발전을 위해서는 보복성 세무조사가 사라져야 한다는 대의가 있으니 국민경제당 입장에서도 부담 없이 나설 수 있겠습니다.”
이제 화살은 활시위를 떠났다.
한 번 날아간 화살은 다시 돌아오지 않기 마련이었고.
탄핵이라는 역사적 사건은 이제 그 누구도 막을 수 없는 상황까지 순식간에 진행되어 갈 것이었다.
***
보름 후.
최재석 의원과 강 대위 식당 별관에서 만남을 가졌다.
보름 동안 열심히 보복성 세무조사 반대를 외쳐온 국민경제당에게 감사의 뜻을 표하기 위한 자리였다.
“국민경제당 덕분에 세무조사가 중단되었습니다. 감사드립니다.”
“태우그룹이 아니라 다른 그룹이 보복성 세무조사를 받았더라도 국민경제당은 똑같은 정치적 스탠스를 유지했을 겁니다. 그러니 감사의 인사를 하실 필요는 없으십니다.”
최재석 의원은 예전보다는 많이 유해지긴 했지만.
일반적인 정치인에 비하면 여전히 꼿꼿한 면이 있었다.
그렇기에 그와 손을 잡은 것이었고, 미래를 위해서도 이런 면모를 유지하는 편이 서로에게 좋았다.
“요즘 청와대가 심심풀이 안주가 된 것 같더군요. 언론은 물론이고, 야당 그리고 여당의 일부 의원들까지 비난하고 있습니다.”
“정치가 코메디가 되어 버렸습니다.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는지. 청와대가 잘못하긴 했지만, 정당한 비판이 아닌 풍자와 비난을 일삼고 있으니 지켜보기 참으로 힘듭니다.”
언론에서는 자극적인 뉴스를 쏟아 내었다.
무속, 비선 실세 그리고 각종 루머들까지 쏟아져 나왔다.
특히나 지난 대선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나왔던 의혹들이 결정타였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나지 않는다고 하지 않습니까? 지난 대통령 경선 당시 같은 당 후보의 입에서 의혹이 재기되었으니 언론 쪽에서도 이미 많은 정보를 보유하고 있는 듯합니다.”
“태우그룹 세무조사가 중단된 건 다행이지만, 나머지 정책들이 진척되지 않고 있습니다.”
해운사 빅딜, 부산 신항, 부동산 PF 등.
총선 당시 많은 공약을 쏟아 낸 국민경제당이었고.
유권자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었지만, 탄핵 정국으로 인해 경제 관련 정책이 외면받고 있었다.
최재석 의원이 지금의 상황을 반가워하지 않는 이유였다.
한국 경제 발전을 위해선 하루라도 빨리 협의가 끝나야 하는 정책들이었으니까.
“많이 답답하시지요?”
“국민경제당이 과반 의석을 확보했을 때는 뭐든지 다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제1정당이 되었다고 한들, 야당이 할 수 있는 일은 제한적이더군요.”
“그러면 여당이 되면 되지 않겠습니까?”
“대통령 선거까지는 아직 1년하고도 6개월이 더 남았습니다.”
거의 2년 가까이 남은 19대 대선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흐름대로라면 대선은 앞당겨질 가능성이 매우 높았고, 빠르면 올해 안에 대선이 치러질 수도 있었다.
“대통령 지지율이 25% 밑으로 떨어졌습니다. 그리고 계속해서 청와대와 관련된 비리가 공개되고 있지요.”
“조금 일찍 레임덕이 찾아왔긴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대선 일정이 달라지지는 않습니다.”
“왜 없습니까? 대통령이 궐위 상태가 되면, 60일 이내로 대통령 선거를 치러야 하지 않습니까?”
“혹시나 탄핵을 생각하시는 겁니까? 탄핵은 결코 쉽지 않은 일입니다. 아시다시피 10년 전에도 대통령 탄핵 절차가 진행된 적이 있지만,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기각되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탄핵은 생소한 단어가 아니었다.
10년 전에도 탄핵이 일어난 적이 있었고, 기나긴 탄핵 심판 과정 끝에 탄핵은 기각된 적이 있었으니까.
“그때와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다릅니다. 정부 지지율에도 큰 차이가 있었고, 태우그룹 차원에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만 봐도 크게 차이가 납니다.”
“여론조사 결과가 어떻게 나왔습니까?”
“국민의 65%가 탄핵에 찬성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여론조사를 진행할 때마다 더 많은 사람들이 탄핵을 찬성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여당의 텃밭인 대구, 경북 지역에서조차 과반이 넘는 사람들이 탄핵을 찬성하고 있습니다.”
10년 전과는 확연히 다른 결과였다.
그때는 대통령 탄핵 찬성 의견은 고작 23% 정도였다.
대통령이 잘못했다는 의견이 65%가 넘긴 했지만, 탄핵할 정도는 아니고 사과하고 넘어가자는 정도에 불과했다.
그런 기류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탄핵을 무리하게 진행했었던 과거의 탄핵이었다.
“정치판이 더욱 시끄러워지겠군요. 탄핵 정국으로 넘어가게 되면, 모든 정책이 중단되어 버립니다.”
“최재석 의원님께서 대통령이 되어 중단되었던 정책을 전부 펼치시면 되지 않겠습니까?”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립니다. 탄핵 과정을 진행하면 최소 1년은 훌쩍 지나가게 되고, 탄핵이 된다고 한들 고작 6개월 정도 일찍 대선이 치러지게 됩니다.”
“6개월은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닙니다.”
“총선에서 했던 약속을 지키지도 못한 채 대선에 나가게 되면, 저는 거짓말쟁이가 되어 버립니다.”
최재석 의원을 거짓말쟁이로 만들 수는 없지.
이번이야말로 최재석 의원이 대통령이 될 절호의 기회였다.
그러니 내가 할 수 있는 건 뭐든지 할 생각이었다.
“태우그룹만으로 진행할 수 있는 정책부터 우선 시작하겠습니다. 군산 조선소 발주를 이번 달 내로 끝내고, 부동산 PF도 시작하겠습니다. 그리고 부산 신항 인프라 공사도 준비하겠습니다.”
“정부의 도움 없이 태우그룹 단독으로 움직이게 되면, 더 많은 비용이 들게 됩니다.”
“괜찮습니다. 의원님을 거짓말쟁이로 만드는 것보다는 적은 손해입니다.”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가장 쉬운 법.
새만금의 경우야 정치권의 합의가 있어야 했기에 건드릴 수가 없었지만, 다른 정책의 경우엔 충분히 태우그룹의 자금력만으로도 진행할 수가 있었다.
“태우그룹에게 부담을 주는 것 같아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그런 생각 마십시오. 의원님은 한국 경제 발전이라는 대의만 생각하시면 됩니다.”
“허허, 대의를 위해 희생을 선택한 태우그룹과 회장님의 결단에 감사드립니다.”
“빠르면 올해에도 대통령 선거가 치러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지금부터 대선 준비를 시작하셔야 합니다.”
최재석 의원이 잠시 숨을 멈추었다.
탄핵 절차는 아무리 짧아도 반년 이상은 걸리기 마련이었고, 탄핵이 통과된다고 한들 대통령 선거 과정까지 더해지면 최소 1년의 시간은 걸렸다.
그러니 물리적으로 올해 안에 대통령 선거가 치러지는 건 불가능했기에 숨까지 멈추며 놀라는 최재석 의원이었다.
“올해 안에 대통령 선거가 치러지는 건 불가능하지 않겠습니까? 아직 탄핵이 될지도 미지수인 상황이지 않습니까.”
“탄핵 절차를 정상적으로 밟으면 의원님 말씀처럼 올해 안에는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탄핵보다 더 빠른 방법이 하나 있긴 합니다.”
“어떤 방법입니까?”
“탄핵이라는 불명예 대신 하야라는 아름다운 퇴장을 선택할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회귀 전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역사적 흐름이었다.
지지율도 더욱 빠르게 빠지고 있었고, 언론의 보도도 회귀 전보다 훨씬 상세하고 공격적이었다.
그 결과, 새로운 선택지가 생겨 버렸다.
탄핵이 아닌 대통령 스스로 자리에서 내려오는 하야라는 선택지가.
그리고 그 선택지를 청와대로 가져가는 건 최재석 의원의 선택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