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426)
독식하는 재벌 3세-426화(426/518)
426. 역대급 (1)
잘못을 하면 사과를 하는 것이라고 우린 배웠다.
하지만 정치인의 경우 사과를 하면 안 된다는 말이 있었고, 이번에도 그 사실이 입증되었다.
“대국민 담화 이후 대통령 지지율이 18%까지 폭락하였습니다!”
“사과를 하니 오히려 지지율이 폭락을 해 버리는군요.”
“잘못을 인정한 셈이 되니, 지지층에서도 이탈층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한 부회장도 예상치 못한 결과였는지 몇 번이고 여론조사 결과를 반복하여 바라봤다.
이래서 정치인들이 뻔히 거짓으로 보이는 주장을 밀고 나가는 것이었다.
잘못을 인정하지만 않는다면, 극성 지지층은 계속 믿어 주니까.
하지만 사과를 하는 순간, 극성 지지층까지 떨어져 나가 버린다.
“CCTV 영상 유출이 결정적이긴 했나 보군요.”
“그렇습니다. 최측근이 돌아서며 유출한 CCTV 자료다 보니 변명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야당에서는 어떻게 하고 있죠? 탄핵 이야기가 나올 때가 된 것 같아서 말이죠.”
“야당에서는 강력하게 특검과 더불어 탄핵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여당마저 분열될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대통령 지지율 하락은 여당에 치명적이었다.
보통 이런 경우 대통령을 출당시키는 것으로 무마하긴 했지만.
이번엔 30명에 달하는 여당 의원이 탈당해 새로운 정당을 만들려고 하고 있었다.
“야당이 탄핵을 주장하고, 여당이 분열되었다고 해서 탄핵을 시작할 수 있는 건 아니죠.”
“그렇습니다. 여당과 야당을 다 합쳐도 과반 의석이 넘지 않습니다. 결국엔 국민경제당이 어떤 결정을 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게 됩니다.”
주도권은 전적으로 국민경제당이 쥐고 있었다.
과반 의석을 보유한 국민경제당이었기에 50명의 의원만 포섭하면 언제든지 탄핵에 돌입할 수 있었다.
“여론이 심상치가 않습니다. 국민경제당이 탄핵을 주도해야 한다는 여론이 거셉니다. 지금처럼 탄핵과 거리를 두는 움직임을 보인다면, 지지층이 대거 빠져나갈 수도 있습니다.”
“최재석 의원이 오늘 청와대를 찾아간다고 하더군요. 청와대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최재석 의원의 움직임도 달라질 겁니다.”
제1정당의 총수와 청와대 고위층과의 만남.
모든 언론의 관심이 쏟아질 만한 일이었지만, 비공개 만남이었기에 극소수만이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
협상 혹은 야합.
모든 건 최재석 의원의 선택에 달려 있었다.
나는 전적으로 이번 일을 최재석 의원에게 맡겼고, 그가 어떤 선택을 하든지 믿어 줄 생각이었다.
“최재석 의원이 청와대를 간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이 있겠습니까?”
“현 권력이 가장 두려워하는 사람은 차기 권력 아니겠어요? 최재석 의원은 차기 대권에 가장 가까운 사람이죠. 그러니 청와대를 설득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 최재석 의원입니다.”
현 권력과 차기 권력의 만남.
그들이 어떤 이야기를 나누냐에 따라 대한민국의 판도가 완전히 바뀌게 되어 있었다.
***
최재석 의원이 청와대에 도착했다.
대통령과 실장 두 명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고, 국민 여론 때문인지 얼굴이 아주 상해 있는 그들이었다.
“갑작스러운 만남 요청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제1정당의 총수가 만나자고 하는데 당연히 응해야지요.”
비서실장이 능글맞게 대답했다.
하지만 최재석 의원은 비서실장에게는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대통령만을 바라보며 말하였다.
“불길이 너무 거셉니다. 산을 다 태우기 전에는 꺼지지 않는 불이 붙어 버렸습니다.”
“항상 그렇듯 시간이 지나면 잠잠해지게 되어 있습니다. 국민경제당에서 기름을 붙이지만 않는다면, 금방 진화할 수 있지요.”
이번에도 비서실장이 대답했다.
하지만 최재석 의원은 비서실장을 없는 사람 취급하며 계속해서 앞만 바라보며 말을 이어 나갔다.
“이대로 국민경제당이 가만히 있는다면, 우리마저 같이 화마를 입게 됩니다. 이미 특검과 탄핵은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 버렸습니다. 국민 여론을 잠재울 방법은 없습니다.”
“지금 어디서 망발을 하시는 겁니까!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탄핵 이야기를 꺼냅니까!”
“저는 탄핵을 반대하는 입장입니다.”
“흠흠, 역시 제1정당의 총수시군요. 목소리를 높여 죄송합니다.”
비서실장이 다시 능글맞은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그의 미소는 최재석 의원의 말이 이어지는 순간 처참하게 구겨지고 말았다.
“탄핵이 아니라 하야를 선택하셔야 합니다.”
“하야리나요! 무슨 잘못을 했다고 스스로 물러난단 말입니까!”
“탄핵 정국에 돌입하게 되면, 국민 여론은 현 정권의 심판을 원하게 됩니다. 그리고 탄핵 정국이 짧아도 1년 길면 2~3년도 갈 수 있습니다. 모든 국정 동력이 탄핵에 쏠리는 것만은 막아야 합니다!”
최재석 의원은 한국의 미래를 위한 최선의 선택이 하야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경제 발전을 위해 투자되어야 할 국정 동력이 탄핵 심판으로 향하는 걸 바라지 않고 있었다.
“하야라는 나쁜 선례가 생기면, 최재석 의원님에게도 매우 좋지 않습니다. 차기 대통령 후보 1위지 않습니까. 만약 최 의원님이 대통령이 되었을 때도 이번과 같은 상황에 처하게 되면, 하야를 강요받게 될 겁니다.”
“그럼 저는 순순히 하야를 선택하겠습니다.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저를 희생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최재석 의원은 단호했다.
하지만 그의 단호함에 처음으로 대통령이 입을 열었다.
“하야를 한다고 해서 달라질까요?”
“제가 달라지게 만들겠습니다. 우선 특검 여론을 제가 잠재울 수 있습니다. 특검이 아니라 일반적인 검찰 조사를 통해 진실을 규명하게끔 하겠습니다.”
“특검이나 검찰 조사나 결국엔 현 권력의 입김에 따라 달라지지 않겠어요?”
“그러니 제가 공정한 조사를 받을 수 있도록 해 드리겠습니다.”
최재석 의원은 최대한 탄핵 심판 여론을 잠재우고 싶어 했다.
그러니 특검 대신 일반 검찰 조사를 원하고 있었고, 그러기 위해선 대통령이 스스로 하야를 해야만 했다.
“최 의원! 차라리 탄핵을 당하고 말지 하야는 너무한 거 아닙니까! 선례가 있듯이 헌법재판소에서는 탄핵을 기각할 겁니다.”
“탄핵을 당하든 당하지 않든 그게 중요합니까? 불을 끄는 가장 좋은 방법은 연소 요소를 제거해 버리는 겁니다. 하야를 선택한다면, 국민적 분노가 가라앉습니다.”
“더 들어 볼 것도 없습니다. 이만 최 의원을 내보내시지요.”
최재석 의원이 처음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는 독기와 살기가 가득한 눈빛으로 비서실장을 바라보며 나지막이 말을 던졌다.
“만약 탄핵을 선택한다면, 제가 가장 앞장서서 이번 정권의 비리를 아주 사소한 것까지도 전부 끄집어내어 부관참시하겠습니다.”
“지금 여기가 어디라고 협박을 하는 겁니까!”
“협박이 아닙니다. 국민경제당의 행보를 예고해 드리는 겁니다.”
비서실장은 한 소리를 하려고 했지만 입을 열지 못했다.
최재석 의원이 쏟아 내는 기운에 얼어 버린 그였고, 깨달았다.
자신이 최 의원이라고 부르고 있지만.
제1정당의 총수이자, 차기 권력이 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사람.
정권이 넘어가게 되는 순간, 자신들의 목줄을 최재석 의원이 쥐게 된다.
게다가 다음 대선부터는 연임제가 시행되기에 8년 동안 청와대의 주인이 될 수도 있는 사람이 최재석 의원이었다.
“이번 주까지 기다리겠습니다. 좋은 선택을 하신다면, 아름답게 퇴장할 수 있도록 국민경제당이 돕겠다고 약속드립니다. 하지만 다른 선택을 하신다면, 국민경제당과 척을 지겠다는 선전 포고로 받아들이겠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나는 최재석 의원.
그는 고개를 숙여 대통령에 대한 예의를 지킨 후 청와대를 떠나 버렸다.
아직 할 말이 많이 남아 있었지만, 그를 붙잡지 못하는 실장들이었다.
최재석 의원은 이미 자신들이 잡을 수 없을 정도로 높은 곳에 있는 사람이었기에.
***
완연한 봄이 찾아왔다.
하지만 청와대는 아직도 겨울이었다.
매주 엄청난 속도로 지지율이 폭락하고 있으니 어찌 봄이라 할 수 있겠는가?
그리고 겨울을 맞이하고 있는 곳이 또 한 곳 있었다.
“영국 의회에서 브렉시트 찬반을 묻는 국민 투표를 6월 23일에 실시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결국 그렇게 되는군요. 이제 몇 달만 지나면, 영국과 EU는 엄청난 폭풍에 휩싸이게 될 겁니다.”
“준비는 이미 끝내 두었습니다. 영국 기업에 대한 공매도 그리고 퀀텀펀드를 중심으로 화폐 공략 준비까지 마쳤습니다. 마지막으로 영국이 EU를 떠나게 되면 이득을 보는 기업과 국가에 대한 투자도 해 두었습니다.”
엄청난 후폭풍을 몰고 오게 될 국민 투표였다.
특히나 금융계에 많은 변화가 오게 될 터였다.
영국은 EU에서 금융허브 역할을 하고 있었지만, 브렉시트를 하게 된 순간부터 금융허브로써의 이점이 사라지는 셈이었으니까.
“런던이 금융허브로서의 지위를 잃게 되니, 다른 국가에서 각축전을 벌일 겁니다.”
“금융타워의 많은 금융사와 이야기를 해 보니 유럽의 새로운 금융허브로는 프랑스 파리가 제격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일랜드의 더블린도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내 기억에 따르면 브렉시트로 가장 큰 수혜를 입는 국가가 아일랜드였다.
영국을 거점으로 삼던 많은 기업이 아일랜드로 거점을 옮겼고, 금융사도 예외가 아니었다.
“지금 당장은 프랑스가 유리해 보이지만, 장기적으로 본다면 아일랜드가 더 나아 보이는군요.”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아일랜드는 낮은 세율과 세금 감면 정책을 펼치고 있고, 해외 기업들의 투자에 대단히 우호적인 제도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환경적으로 프랑스 파리보다 많이 유리합니다.”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는 한 부회장이었고.
그뿐만 아니라 금융타워의 대부분의 금융사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정말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난민 문제나 그리그 구제 금융 같은 손해를 보긴 하지만, 그래도 유로에 소속되어 있기에 많은 이득을 보고 있는 영국입니다. 그런데 왜 브렉시트 같은 초강수를 던지는지 모르겠습니다.”
“결국엔 정치가 문제 아니겠어요? 지지층을 결집시키기 위한 정치인의 농간에 놀아나는 거죠. 브렉시트를 한다고 해서 난민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닌데 말이죠.”
브렉시트의 이유 중 하나가 난민 문제였다.
하지만 브렉시트를 한 뒤에도 난민 문제가 해결되긴커녕 더 많은 난민이 영국으로 몰려든다.
“너무 욕심을 부리진 말고 딱 두 배만 먹도록 하죠.”
“그 정도론 부족하지 않겠습니까? 뭔지는 몰라도 회장님께서 대규모 사업을 진행한다고 하시지 않으셨습니까? 사업비를 충당하려면 두 배가 아니라 그 이상을 벌어야 합니다.”
뭐라고 할 말이 없었다.
브렉시트로 아무리 많은 수익을 낸다고 하더라도, 내가 구상한 계획을 실현하기엔 부족한 금액이었으니까.
“흠흠, 차근차근 진행하면 됩니다. 브렉시트 이후에도 투자할 종목이 여럿 남아 있으니까요.”
“그럼 정말 다행입니다. 그래도 이번 투자에서 최대한 수익을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한 부회장과 어색한 미소를 짓고 있을 때.
기획실장이 다급히 달려 들어와 속보를 알려 왔다.
“회장님! 긴급 대통령 담화가 시작되었습니다!”
TV를 켜자 모든 채널이 대통령 담화를 중계하고 있었고.
녹화된 것처럼 보이는 영상에서 충격적인 발언을 하는 대통령이었다.
[모든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