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427)
독식하는 재벌 3세-427화(427/518)
427. 역대급 (2)
대통령 담화문의 핵심은 이러했다.
의혹의 진실을 떠나 사회 혼란을 야기시켰으니 모든 책임을 지겠다.
대통령이 아닌 국민 한 사람으로서 공정하게 법의 심판을 받겠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대통령 담화문이었고.
한 부회장은 바보처럼 입까지 벌린 채 멍하니 TV만을 바라보았다.
“대통령이 스스로 하야를 선언했습니다. 대한민국 헌정사상 처음 있는 일입니다.”
“최재석 의원이 청와대에 직접 찾아가 담판을 지었나 봅니다.”
“아무리 제1정당의 총수가 움직였다고 해도 대통령 하야가 가능한 일입니까?”
“차기 권력과 척을 져서 좋을 건 전혀 없죠. 특히나 지지율이 폭락하고 있으니 대통령 주변 사람들이 먼저 나서 하야를 권했을 겁니다.”
모든 정권이 그렇듯.
대통령보다 그 주변 사람들의 비리가 더 심한 법이었다.
그러니 살아남기 위해선 차기 권력과 좋은 사이를 유지해야 했고, 그렇게 하기 위해선 현직 대통령이 하야를 해야만 했다.
“그래도 지금 당장 하야를 하는 것은 아니고, 대통령 선거까지는 자리를 유지하기로 했으니 혼란이 가중되지는 않겠습니다.”
“대선의 시간표가 1년 6개월가량 앞당겨진 것뿐이죠.”
회귀 전에는 고작 6개월 정도 대선 시간표가 앞당겨졌었다.
하지만 하야가 아닌 탄핵 이후였기에 제대로 된 준비조차 하지 못한 채 대선이 진행되었었다.
대통령 인수위원회조차 꾸려지지 않았고.
말 그대로 아무런 준비 없이 청와대로 들어가야 했었다.
물론 이번에도 준비할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지만, 그래도 회귀 전보다는 조금이라도 더 준비를 하고 청와대에 차기 대통령이 입성할 수 있게는 되었다.
“선거법에 따르면, 60일 안에 대선이 치러져야 합니다. 오늘부터 당장 대선이 시작되었다고 봐야 합니다. 모든 정당이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상태니 기본기로 싸우게 생겼습니다.”
“진작 준비를 잘한 사람이 승리하는 선거가 되겠죠. 대통령이 하야를 선택했으니 정권 심판론보다 경제 발전에 초점이 더 가는 선거가 될 겁니다.”
탄핵 정국의 진정한 무서움은 후폭풍이었다.
탄핵 과정에서도 모든 이슈를 잡아먹을 뿐 아니라, 탄핵 이후에도 한동안은 정권 심판이라는 이슈가 최우선이 되어 버린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대통령이 하야를 선택했기에 동정 여론이 불 가능성도 높았고.
스스로 국민 한 사람이 되어 법의 심판을 받겠다고 했으니 국민적 분노가 많이 가라앉은 상태에서 대선이 치러지게 된다.
“그래도 여전히 정권 심판론이 중심이 되는 선거가 되지 않겠습니까? 아무리 대통령이 하야를 선택했다고는 하지만, 언론에 뿌려진 각종 의혹들이 너무 많습니다. 그리고 국민적인 관심도 의혹들에 쏠려 있기도 합니다.”
“의혹에 쏠려 있는 관심을 무마할 정도로 거대한 정책을 펼치면 됩니다.”
“혹시 회장님이 생각하고 계신 계획과 관련 있는 정책입니까?”
“그렇다고 볼 수 있죠. 우선은 최재석 의원과 만나 이야기를 나눠 보고 설명드리도록 하죠.”
지금부터는 최재석 의원이 주인공이 되어야만 했다.
대선까지 고작 60일 정도가 남은 시점이기에 모든 이슈를 그가 독점해야지만, 안정적으로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될 수가 있었으니까.
***
다음 날.
최재석 의원과 강 대위의 식당 별관에서 만남을 가졌다.
대통령 하야 소식이 전해진 다음 날이라 그런지 몸이 많이 무거워져 있는 최재석 의원이었다.
“제가 옳은 일을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강요하지 않았다면, 대통령은 하야를 선택하지 않았을 겁니다.”
“최재석 의원님이 앞으로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옳은 일인지 아니면 그른 일인지 역사가 평가할 것입니다.”
“몸도 마음도 많이 무겁습니다. 대선이 이제 코앞인데 어떻게 해야 할지 방향도 잡지 못하겠습니다.”
지금의 상황이 현실로 느껴지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2년 가까이 남았던 대선이 갑자기 60일로 앞당겨졌는데, 어떻게 하루 사이에 방향성을 잡겠는가?
하지만 최재석 의원은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모든 상황이 그에게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었으니까.
“최근 나온 여론조사를 보니 차기 지도자 지지율 1위를 의원님께서 차지하셨습니다.”
“지금이야 제가 지지율이 높게 나오고 있지만, 대선이 다가오면 올수록 결국엔 지지층은 거대 양당으로 쏠리게 되어 있습니다. 지난 대선처럼 30%씩 지지율을 나눠 가지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한국 정치는 지금까지 굳건한 양당 체제를 유지하고 있었다.
국민경제당이 탄생한 덕분에 양당에서 삼당이 되긴 했지만, 대선에서만큼은 지지층이 다시 거대 양당으로 쏠리게 되어 있었다.
하지만 이번 대선의 양상은 조금 달랐다.
우선 하야를 선택한 대통령을 배출한 여당의 지지세가 확 줄었다.
그 지지세를 국민경제당이 흡수하기만 해도 대선은 무난하게 승리할 수 있었다.
“여당이 두 곳으로 분리된다고 하더군요. 그러면 이번 대선에서 여당은 큰 힘을 쓰지 못합니다. 그리고 야당의 경우에도 신당에서 지지율 일부를 흡수할 테니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어 있습니다.”
“대선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릅니다. 쪼개진 당들이 야합을 통해 후보 단일화를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어떤 변수가 나타나더라도 확고한 지지층을 보유해야지만 승리할 수 있습니다.”
지난 대선을 포기했던 최재석 의원이었다.
그렇기에 이번 대선은 더욱 신중하게 움직이려고 하고 있었다.
“진보와 보수 그리고 중도층까지 흡수할 수 있는 정책을 펼치시면 지지율은 지금보다 더 상승하게 됩니다.”
“허허, 너무도 원론적인 이야기를 하시는군요. 모든 정치인이 바라는 정책이지만, 그만큼 실현 가능성이 낮은 정책이기도 합니다.”
“대선용 정책 하나를 제가 준비해 왔습니다. 아주 마음에 드실 겁니다.”
최재석 의원이 눈을 번쩍 뜨며 관심을 보였다.
총선에서도 태우그룹이 준비한 정책으로 과반 의석 확보라는 큰 승리를 맛보았기에 더욱 관심을 보이는 그였다.
“총선 때와 같은 정책과 공약을 펼칠 수만 있어도 지지율 확보에 아주 큰 도움이 됩니다.”
“대선이니만큼 총선 정책보다 더 스케일이 커야 하지 않겠습니까? 게다가 현 정권의 이슈까지 단번에 잠재울 정도의 파괴력도 있어야 하겠지요.”
“김 회장님이 생각하시는 정책의 규모를 도저히 가늠하지 못하겠습니다.”
나는 웃으며 손가락 7개를 펼쳐 보았다.
앞자리는 7이란 뜻이었고, 뒤에 0이 얼마나 붙는지는 최재석 의원으로 하여금 상상하게 만들었다.
“총선보다 규모가 크다고 하셨으니 7조는 아닐 테고, 설마 70조 원 상당의 정책을 계획하고 계십니까? 총선이 끝난 지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70조 원이나 추가로 투입하실 여력이 되십니까?”
“여력은 충분합니다. 그런데 뒷자리에 0이 하나 빠졌습니다. 70조 원이 아니라 700조 원 규모의 정책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700조 원이나 말씀이십니까!”
이렇게 눈이 큰 사람이었던가?
안구가 앞으로 쏟아질 정도로 크게 눈을 뜨는 최재석 의원이었다.
“모든 이슈를 잠재우기 위해선 700조 원 정도의 규모는 되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이 모든 건 최재석 의원님과 국민경제당이 주도하는 공약이어야 하고요.”
“도대체 700조 원을 어디에 투자하시겠다는 말씀이십니까?”
“반도체 도시를 하나 만들까 합니다.”
태우그룹은 이미 거대한 반도체 단지를 보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단지 수준이 아니라 거대 도시 수준의 반도체 공장을 세울 계획을 가지고 있었고, 700조 원이면 충분히 반도체 도시를 만들 수 있었다.
“반도체 산업 하나에만 700조 원을 투자하시겠다는 말씀이십니까? 태우그룹의 일에 제가 왈가왈부할 입장은 아니지만, 너무 과하지 않습니까?”
“반도체가 괜히 산업의 쌀이라고 불리겠습니까? 쌀은 아무리 많이 재배를 해도 다 쓸 곳이 있습니다. 그리고 반도체는 이제 전략 무기로서의 가치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에서 반도체 굴기를 시작했습니다. 중국 정부에서 반도체 산업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중국에서 저가에 반도체를 내놓으면 큰 타격을 입지 않겠습니까?”
중국의 반도체 굴기.
그 분야에서 최고가 되겠다는 뜻을 가진 굴기였고,
반도체뿐만이 아니라 전자, 자동차 등 많은 산업에서 최고가 되려는 중국이었다.
특히나 한국이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는 LCD와 반도체 그리고 조선업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었다.
“다른 산업은 중국의 막강한 자본력과 인력으로 어떻게 할 수 있지만, 반도체는 절대 한국의 기술력을 따라올 수 없습니다. 따라온다고 해도 상관없기도 하고요.”
“왜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중국의 성장방식을 생각하시면 됩니다. 특허권을 전부 무시한 채 좋은 제품을 복제해 싼값에 판매하고 있지요. 하지만 반도체 특허 대부분은 미국이 보유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반도체 기술을 미국이 보유하고 있었다.
단지 아시아 지역에서 반도체를 생산하는 것이 더욱 효율적이기에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크게 짓지 않을 뿐이었다.
그런데 중국이 미국의 특허권을 무시하며 반도체를 생산한다?
미국에서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터였고, 앞으로 미중 무역 분쟁의 중심에 반도체가 있게 되는 이유기도 했다.
“확실히 미국이 특허권을 보유하고 있으니 수출은 어렵겠습니다. 하지만 내수 시장에서만 유통해도 충분히 버틸 수 있는 국가가 중국입니다.”
“너무 심각하게 보실 것 없습니다. 2년 전에 반도체 굴기를 시작할 때 투자한 금액이 겨우 25조 원에 불과합니다. 조만간 35조 원에 달하는 금액을 추가로 투자한다고 하지만, 그래 봐야 태우그룹이 투자하는 금액과는 비교도 되지 않습니다.”
여러 산업에서 최고가 되려는 중국이었고.
그렇기에 반도체에만 투자를 집중할 수는 없었다.
물론 25조 원의 금액이 적은 건 절대 아니었지만, 반도체 업계에서 최고가 되기 위한 금액으로는 충분치 않았다.
“700조 원을 몇 년 동안 투자하시겠다는 말씀이십니까?”
“5년 동안 매년 140조 원을 투자할 계획입니다. 지금이야말로 반도체에 투자할 적기입니다. 사실 조금 늦은 감이 없잖아 있습니다.”
“늦다니요. 이미 태우그룹은 반도체 단지 완공에 수십조 원이 넘는 금액을 투자하지 않으셨습니까?”
“그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아무리 늦어도 3년 안에는 반도체 도시가 순차적으로 완성되어야 합니다.”
반도체 공장을 만드는 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작은 공장의 경우 1년 만에도 완공이 되곤 했고, 규모가 큰 공장도 3년이면 충분했다.
하지만 이론과 현실은 다른 법, 짧게는 5년 길게는 10년이 걸려서야 반도체 공장이 완공되곤 했다.
그 이유는 착공 과정에서 시간이 낭비되기 때문이었다.
각종 규제, 토지 매입, 등. 착공에 들어서기 위해선 다양한 단계를 밟아 나가야 했고.
그런 단계를 최소화하기 위해선 정치권의 도움이 절실했다.
“흠, 700조 원의 투자를 받는 대신 착공 과정을 정부에서 처리해 달라는 말씀이시군요.”
“대선 후보의 1번 공약을 막아서는 사람은 없지 않겠습니까?”
“700조 원이 지역에 투자된다면, 한국 경제 발전에 아주 큰 도움이 되겠군요. 김 회장님의 뜻이 정 그렇다면, 반도체 도시를 1번 공약으로 삼아 이번 대선에 나가겠습니다!”
표정이 밝아진 최재석 의원이었다.
700조 원, 이보다 더 임팩트가 강한 이슈가 어디 있겠는가?
정권 심판 같은 어두운 이슈보다 반도체 도시 같은 긍정적인 이슈가 국민경제당에는 더 어울렸고, 국민들의 표심을 사로잡기에도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