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428)
독식하는 재벌 3세-428화(428/518)
428. 역대급 (3)
오랜만에 찾아온 명동은 많이 바뀌어 있었다.
관광 명소로 자리를 잡아서 그런지 외국인 관광객의 모습이 거리마다 보였고.
고층 건물과 명품관이 명동을 더욱 고급스러운 이미지로 만들어 주고 있었다.
이런 명동을 지배하는 사람이 이영한이었다.
명동의 주인, 한국 사채업을 총괄하다시피 하는 이가 그였지만.
내가 그를 명동의 주인으로 만들어 주었기에 이영한은 아주 공손한 자세로 나를 맞이했다.
“회장님 오셨습니까!”
“얼굴이 많이 좋아지셨군요.”
“회장님 덕분입니다. 요즘은 쩐 장사보다 물 장사로 더 쏠쏠하게 벌어들이고 있습니다.”
쩐 장사는 사채를 뜻했고.
물 장사는 금융타워 주변에 깔려 있는 고급 술집을 의미했다.
금융타워는 역대급 수익을 올리고 있었고, 매일 밤 고급 술집에 거액을 쏟아내는 금융사 직원들이었다.
“물 장사로 벌어들이는 돈이 얼마나 된다고 그러십니까. 다른 사람도 아니고 명동의 주인이 너무 약한 소리를 하시네요.”
“하하하, 취미 생활로 그 정도 수익을 올리면 아주 쏠쏠하지요.”
이영한은 매년 거액의 수익을 올리고 있었다.
웬만한 은행보다 더 많은 현금을 보유하고 있었고, 그렇게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었던 건 전부 우리 쪽에서 나오는 정보 덕분이었다.
당연하게도 나는 공짜로 정보를 제공해 주지 않는다.
이영한에게 받아 낼 것이 있기에 정보를 제공해 주었고, 이제 수확을 할 시기가 되었다.
“일전에 제가 부탁드렸던 일은 잘 처리되고 있나요?”
“경기도 인근의 부지 매입 건 말씀이십니까? 부동산 시장이 불황일 때부터 사들였기에 저렴한 가격으로 대량의 부지를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계속해서 부지를 사들이고 있습니다.”
이영한은 나를 위해 경기도 인근의 땅을 사들이고 있었다.
반도체 도시를 만들기 위해선 엄청난 규모의 부지가 필요했고, 착공을 앞당기기 위해선 토지 매입부터 끝내 놓아야만 했다.
“알박기를 하거나 터무니없는 가격을 요구하는 사람도 있었을 텐데 잘 정리가 되었나 보군요.”
“알이 박혀 있으면, 빼면 그만 아니겠습니까? 우리 애들이 박힌 알 빼는 데는 아주 도가 튼 놈들입니다.”
토지 매입 과정은 가장 어려운 문제였다.
땅주인들은 당연히 더 많은 토지보상을 원하기 마련이었고.
공시지가보다 2~3배는 더 달라고 하는 경우는 약과였다.
정부에서 나서면 조금은 나아지겠지만.
그래도 여전히 토지 보상 문제로 착공에 긴 시간이 걸리곤 했다.
그렇기에 나는 미리 토지 문제를 이영한을 통해 해결해 두었다.
“현재까지 확보한 부지 규모가 어느 정도죠?”
“100만 평이 넘습니다. 평균적으로 평당 30만 원 선에서 매입을 했습니다.”
“토지 매입에만 3조 원 이상이 들었겠군요.”
“그래서 제 통장이 아주 텅텅 비었습니다. 명동의 돈이 전부 경기도 땅에 묻혀 있는 셈이나 다름없습니다.”
“또 약한 소리를 하시는군요.”
3조 원은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었다.
명동의 주인이라고 해도 3조 원은 부담되는 액수긴 했지만, 지금까지 우리 쪽 정보를 통해 벌어들인 수익에 비하면 적은 금액이기도 했다.
“이번엔 정말 약한 소리가 아닙니다. 사채로 돌리는 돈을 제외한 여유 자금 모두를 토지 매입 자금으로 사용했습니다. 오죽하면 고급 술집을 만들 때는 명동의 어르신들에게 자금을 융통하기까지 했습니다.”
“조만간 태우그룹이 정부의 지원을 받아 토지 매입에 돌입할 겁니다. 못해도 평당 40만 원에 매입할 테니 조금만 더 들고 있으세요.”
“그렇게만 해 주신다면, 감사할 따름입니다.”
1조 원의 차익.
3조 원에 사들인 땅을 태우그룹이 4조 원에 사들인다.
우리 대신 험한 일을 해 주었으니 1조 원 정도의 보상금은 받아야지.
그리고 앞으로도 험한 일을 더 많이 해야 하기도 하니 제대로 보상을 해 줘야 또 써먹을 수 있었다.
“그리고 더 많은 부지를 확보해 주세요. 강 대위를 통해 6조 원을 지원해 드리죠.”
“200만 평이나 더 추가로 매입하라는 말씀이십니까?”
“매년 반도체 단지를 몇 개씩 더 추가 건설할 겁니다. 이번에 토지 보상으로 버는 돈까지 전부 토지 매입에 사용해 주세요.”
“지원받은 6조 원에 보상으로 받는 4조를 더하면 10조 원이나 됩니다. 그 돈을 전부 토지 매입에 사용하라는 말씀이십니까?”
반도체 도시를 단번에 만들 수는 없었다.
매년 공사를 확대해 나가며 규모를 넓혀 나가야 했고, 그러기 위해선 계속해서 토지 매입을 해야만 했다.
“조만간 대규모 반도체 도시 정책이 발표될 겁니다. 정확히 어느 땅에 반도체 도시를 만들지는 발표되지 않겠지만, 경기도 인근에 생길 거라는 이야기는 흘러나오게 됩니다.”
“그러면 지금보다 땅값이 많이 오르겠군요.”
“그러니 최대한 빨리 토지 매입을 진행해 주세요.”
“전 직원을 총동원해 토지 매입에 들어가겠습니다!”
“토지 보상 금액은 정해져 있습니다. 저렴하게 땅을 사들여야 이 회장님 수중에 돈이 많이 남지 않겠어요?”
지금이야 1조 원의 차익을 올릴 수 있지만.
땅값이 오르게 되면, 차익은 줄어들기 마련이었다.
그러니 조급해야 하는 건 내가 아니라 이영한이었다.
“명동 어르신들에게 부탁해서라도 자금을 최대한으로 확보해 토지 매입에 들어가겠습니다!”
“정책이 발표되면 눈독을 들이고 토지를 사들이는 세력이 나올 수도 있어요.”
“제가 다른 건 다 참아도 제 밥그릇에 숟가락을 들이미는 건 못 참습니다. 그것도 회장님께서 직접 차려 주신 진수성찬을 어찌 뺏기겠습니까! 다시는 숟가락도 들지 못하게 뼈 마디마디를 조져놓겠습니다!”
최대한 부지를 확보해 둬야 태우그룹도 돈을 아낄 수 있었다.
지금은 평당 20~30만 원 하는 땅값이었지만, 실제 착공에 들어가게 되면 금액이 달라진다.
특히나 토지 공사가 매입한 땅을 사들일 경우.
용지 조성공사비, 간선도로 설치 비용에 공원과 도로 그리고 지자체에 넘겨야 하는 땅까지 생각하면 평당 250만 원 이상까지 뛰게 된다.
무려 8배 이상이나 높아지는 땅값.
그러니 20% 넘는 차익을 명동에 넘기는 한이 있더라도 명동의 힘을 이용해 부지를 확보하는 것이 이득이었다.
물론 명동에서 사들인 땅만으로는 반도체 도시를 만들 수는 없었고.
결국엔 정부나 토지 공사의 힘을 빌려 더 많은 부지를 확보해야 했다.
반도체 도시를 만들기 위해 700조 원이나 되는 예산을 책정한 이유기도 했다.
***
한 달의 시간이 지났다.
대통령은 약속대로 하야를 했고, 대선의 시간표가 이제 60일이 남았다.
그리고 오늘.
국민경제당의 최재석 의원은 700조 원 규모의 반도체 도시 개발을 1번 공약으로 공식 발표하기로 했다.
공식 발표까지 남은 시간은 고작 3시간.
나는 급히 주요 임원을 회장실로 불러들였다.
반도체 단지 같은 대규모 사업을 언론을 통해 듣게 할 수는 없었으니까.
“오늘 여러분들을 모신 이유는 태우그룹의 미래를 책임질 대규모 사업을 발표하기 위함입니다. 상의도 없이 이미 계획을 진행시킨 것에 대해 사과의 말씀부터 드리겠습니다.”
나는 고개를 숙여 사과부터 했다.
특히나 태우반도체를 이끌고 있는 리사 사장과 웨이 부사장을 향해 더욱 깊게 고개를 숙였다.
“태우그룹의 미래를 위해 700조 원 규모의 반도체 도시를 만들 계획입니다. 오늘 중으로 정치권에서도 이 문제를 다루게 될 것입니다.”
“잠시만요. 지금 제가 잘못 들은 거 아니죠? 700조 원이라고 하신 거 맞으신가요?”
“맞습니다. 700조 원을 반도체 도시에 투입할 계획입니다.”
대장부의 기운을 뽐내는 리사 사장이었지만.
지금은 힘없이 의자에 기대 멍하니 나를 바라만 보았다.
그만큼 700조 원이 주는 압박감은 대단했고, 리사 사장뿐만 아니라 모두가 눈만 껌뻑거리며 뒷말을 기다렸다.
“우선 자금 확보 이야기부터 드리겠습니다. 한 부회장님 대신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흠흠, 태우증권은 태우그룹의 사내 유보금을 운용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몇 번의 투자 성공 덕분에 자금 융자 없이 700조 원을 융통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현금으로 700조 원이나 사용할 수 있다는 말씀이세요?”
“그렇습니다. 그리고 지금 당장 700조 원을 전부 투입하는 것은 아니고, 매년 140조 원씩 5년에 걸쳐 투자할 계획입니다.”
“태우그룹의 1년 영업이익보다 많은 금액을 반도체에 투자를 하셔도 괜찮은가요?”
리사 사장의 물음은 타당했다.
태우그룹이 아무리 한국 1위 그룹이라고는 하지만, 1년 영업 이익은 겨우 40조 원에 불과했다.
물론 막심한 적자를 보는 태우상사와 같은 계열사 덕분에 40조 원인 셈이었다.
만약 태우반도체와 자동차, 전자와 같은 알짜 계열사만 놓고 본다면 더 높은 영업 이익을 기록할 수도 있었다.
그렇다 한들.
1년에 140조 원을 감당할 정도의 영업 이익은 되지 않았고.
4년치 영업 이익에 달하는 금액을 매년 5년씩이나 투자를 하겠다고 하니 믿지 못하는 리사 사장이었다.
“700조 원에 달하는 자금은 이미 확보해 두었습니다. 계열사 분담금 없이도 충분히 반도체 도시 완공이 가능합니다.”
“흠흠, 좋아해야 할지 싫어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공장의 규모가 커지면 더 많은 제품을 생산할 수는 있게 되겠지만, 만약 반도체 시장에 불황이 오게 된다면 감당 불가능한 적자를 기록할 수도 있습니다.”
처음으로 입을 여는 웨이 부사장이었다.
팹리스 시장을 리사 사장이 담당하고 있었고, 파운드리 시장은 웨이 부사장의 몫이었다.
그리고 태우반도체는 파운드리 공장이 팹리스 공장보다 2배 이상 더 큰 규모였기도 했다.
“반도체 도시의 경우에도 파운드리 시장을 염두에 두고 계획하였습니다. 매년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파운드리 시장을 독식하기 위해선 지금보다 몇 배는 많은 공장이 필요합니다.”
“제 어깨가 더욱 무거워졌습니다. 이제야 겨우 신축 반도체 단지의 수주를 끝내 놓았습니다. 반도체 도시가 완공되면, 정말 발에 땀이 나도록 돌아다니며 수주를 따내야겠습니다. 허허허.”
웨이 부사장의 웃음에는 설렘이 담겨 있었다.
태우반도체를 지금보다 몇 배는 더 키울 수 있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 보이는 그였다.
“최대한 빨리 착공에 들어갈 겁니다. 2년 안에 일부 공장을 가동하고 5년 안에 반도체 도시를 완공할 계획입니다. 가능하겠습니까?”
“착공만 할 수 있다면 충분히 가능한 계획입니다.”
태우건설 안덕환 사장이 대답했다.
태우반도체 단지 공사를 담당했던 태우건설이었고, 앞으로 태우반도체 도시 또한 태우건설이 담당하게 될 터였다.
“인력 수급에는 문제없겠나요?”
“태우반도체 단지 공사에 투입했던 인원을 그대로 고용하면 됩니다. 최소 5년 동안 장기 고용 의사를 밝힌다면, 전국 곳곳에서 인력을 수급받을 수 있습니다.”
“다른 업계보다 더 많은 수당을 약속하더라도 인력을 최대한 빨리 수급하도록 하세요. 그리고 5년이 아니라 10년 계약도 충분히 가능하지 않나요?”
반도체 공장을 완공한다고 해서 공사가 끝나는 건 아니었다.
반도체 기술은 매년 큰 폭으로 변하기에 5년 정도 지난 공장은 재시공을 통해 새로운 기술을 사용할 수 있게끔 하여야 했다.
“지금 있는 반도체 단지까지 더해지면 사실 10년이 아니라 평생 동안 공사가 진행되어야 합니다. 반도체 도시를 완공하면, 구축 공장을 리모델링하거나 허물고 새로 지어야 할 경우도 있습니다.”
“평생 유지보수를 해야 한다는 말이군요. 다른 말로 하면 평생직장이 될 수도 있겠군요.”
“그렇습니다. 대규모 인력 충원 공고를 전국에 띄우도록 하겠습니다.”
반도체 도시는 블랙홀과도 같은 역할을 하게 된다.
전국의 공사 현장 직종의 사람들을 빨아들이는 블랙홀.
저임금을 받던 조선소 용접공부터 일용직 공사 인부까지 전부 경기도로 몰려오게끔 하는 블랙홀이 만들어지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