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429)
독식하는 재벌 3세-429화(429/518)
429. 역대급 (4)
임원 회의가 끝나고 얼마 후.
국민경제당의 최재석 의원이 대선 1번 공약으로 700조 원 규모의 반도체 도시를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반도체 도시 분위기는 어떤가요?”
“언론은 물론이고, 실시간 검색어, SNS에까지 전부 반도체 단지 이야기로 시끄럽습니다. 그리고 경기도의 땅값이 요동을 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어느 지역에 반도체 도시를 짓는다고 발표도 하지 않았는데 벌써 말인가요?”
“아무래도 최재석 의원이 경기도지사를 역임했기에 경기도에 반도체 도시가 생기지 않을까 예상하는 듯합니다.”
한 부회장은 복잡미묘한 얼굴로 브리핑을 했다.
최재석 의원의 입에서 반도체 도시 공약이 발표되었으니 이제 빼도 박도 못하는 상황이 되었음을 인지한 그였다.
“얼굴이 왜 그렇게 안 좋아요. 1년에 140조 원이에요. 그 정도는 감당 가능하지 않아요?”
“무조건 1년에 140조 원 이상의 수익을 올려야 본전입니다.”
“왜 지금까지 벌어들인 돈은 빼고 생각하는 거죠? 석유 전쟁, 중국 공매도로 번 수익은 어디 잃어버리기라도 했어요?”
“이미 수중에 들어온 돈이지 않습니까. 다시 돈이 나가면 무조건 마이너스라고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주 바람직한 자세였다.
그런데 그럴 수 있을까?
반도체 도시가 내 계획의 끝이 아니었다.
그보다 더 많은 돈이 들어가는 계획도 세우고 있었기에 한 부회장이 아무리 열심히 돈을 번다고 한들 수익이 플러스 되긴 힘들 터였다.
“수익이 마이너스가 되지 않으려면, 브렉시트에서 무조건 큰 수익을 봐야겠군요.”
“준비는 완벽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아직 국민 투표까지 한 달이나 남았습니다. 수익을 보려면 한 달이나 남았는데 돈이 나갈 일은 계속해서 생기고 있으니 답답할 따름입니다.”
“해운사 빅딜 말이군요.”
해운사 빅딜이 성사 직전이었다.
대통령은 하야를 했고, 총리가 임시로 대통령직을 맡고 있었다.
그리고 대통령과 달리 총리는 해운사 빅딜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임기가 60일밖에 남지 않은 임시 대통령의 도움 덕분에 해운사 빅딜이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산업은행을 중심으로 한 채권단과 정부 관료들과의 협상이 끝났다고 합니다.”
“조만간 채권단이 찾아오겠군요.”
“안 그래도 오늘 오전에 연락이 왔었습니다. 최대한 빨리 협상을 하고 싶다는 연락이었습니다. 제 선에서 협상을 진행하면 되겠습니까?”
“현재상선과 현진해운의 경영진도 협상장에 참여한다고 하던가요?”
“그렇습니다.”
“재벌 총수님들이 참여한다는데 제가 직접 맞이하는 게 예의 아니겠어요? 금주 중으로 자리를 마련해 보세요.”
빅2 해운사가 드디어 내 손에 들어오게 생겼다.
이런 기쁜 일을 어찌 한 부회장의 손에 맡기겠는가?
내가 직접 그들을 만나 마침표를 찍어야 속이 후련할 것 같았다.
“사실 해운사 빅딜은 그리 큰돈이 나가는 것도 아니라 크게 걱정하지 않고는 있습니다.”
“해운사 두 곳을 인수하려면 대략 10조 원 정도가 필요한데 너무 무시하는 거 아닙니까?”
“700조 원에 비하면 10조 원이 대수겠습니까? 문제는 700조 원도 나가고 10조 원이 추가로 나가게 된 것이겠지만요.”
10조 원은 확실히 적은 금액은 아니었다.
그리고 해운사 인수에만 10조 원이었고, 용선료를 비롯한 각종 채무까지 더해지면 더 많은 금액이 들어가게 된다.
앞으로 적자만 보게 될 해운사였고.
그렇기에 한 부회장의 표정이 밝지 않았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해운사 적자 규모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몇 년만 잘 굴리면 충분히 흑자로 전환할 수 있어요.”
“회장님의 능력을 의심하지는 않습니다. 10조 원을 투자해 몇 배의 이득을 취하실 분이 회장님이시니까요.”
“계속 돈 나가는 이야기만 하다가는 한 부회장이 오늘 스트레스로 쓰러지겠군요. 그러니 이제 돈 들어오는 이야기를 합시다.”
한 부회장을 위해 주제를 바꾸었다.
당뇨병 치료제 유고빈이 대상이었고, 단번에 한 부회장의 표정이 밝아졌다.
“계속해서 판매량이 크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광고를 부탁하지도 않았는데 셀럽과 연예인들이 알아서 홍보해 주고 있습니다.”
“머스크가 첫 단추를 잘 끼워 준 덕분이죠.”
“게다가 TV를 비롯한 언론 광고의 효과까지 더해져 엄청난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못해도 올해 매출이 3천억 원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3천억 원의 매출에 미소를 짓는 한 부회장이었다.
나가는 돈은 조 단위였건만, 천억 단위를 벌어들인다고 좋아하다니.
괜히 이런 말을 했다간 한 부회장의 탈모만 빨라질 듯싶어 말을 아꼈다.
“매출은 계속 증가할 겁니다. 내년이면 조 단위 매출도 충분히 가능하겠죠.”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미국을 시작으로 유럽과 아시아 지역 판매까지 더해지면 지금보다 몇 배 높은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매년 200% 이상의 매출이 증가하고, 5년 뒤에는 수십조 원에 달하는 규모로 성장하게 될 테니 기대하셔도 좋아요.”
“안 그래도 요즘 자기 전에 유고빈 판매량을 확인하면서 자곤 합니다. 행복한 지표를 봐야 잠이 잘 와서 말입니다.”
마냥 좋은 일만 있는 건 아니었다.
유고빈의 매출이 증가함에 따라 불만을 품는 곳도 있었다.
“로보 노디스크의 반응은 어떤가요?”
“공식적으로 항의를 해왔습니다. 유고빈의 지분 일부를 넘기라는 내용의 항의였습니다.”
“조만간 고소장이 날아오겠군요.”
“그래 봐야 소용없습니다. 계약서에 서명까지 했는데 뭘 어떻게 하겠습니까? 우리가 강탈한 것도 아니고 정당한 대가를 주고 사들였는데 말입니다.”
사실 완벽하게 정당한 건 아니었다.
우리가 의도적으로 연구 자료를 오염시켰다는 것만 증명할 수 있다면, 우리가 불리해질 수도 있었다.
하지만 어떻게 증명을 하겠는가?
천민정 센터장을 회유하지 않는 한 그런 일을 일어날 수가 없었다.
“결정적 증거를 찾기 전까진 고소를 진행하지도 못할 겁니다. 그리고 고소를 진행해 봐야 손해를 보는 건 그쪽이 되겠죠.”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유고빈의 판매량 증대로 인해 센트리언의 주가가 폭등하기 시작했습니다.”
센트리언은 주식시장에서 없어서 못 사는 주식이 되어 버렸다.
지분 대부분을 내가 보유하고 있었기에 시장에 풀려 있는 주식의 양이 그리 많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수요가 폭발하니 주가가 엄청난 속도로 상승할 수밖에 없었다.
“이제 시작에 불과하죠. 조만간 센트리언은 독자적으로 재계 10위까지 올라설 겁니다.”
“정말 그렇게까지 가능하겠습니까?”
“한국 기업이라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먹어 저평가를 받겠지만, 그래도 5년 안에 재계 10위는 무난하죠. 성장 속도가 지금처럼만 유지되면, 재계 3위권까지도 가능하다고 봅니다.”
사실 재계 3위도 부족했다.
회귀 전에는 로보 노디스크는 유고빈을 통해 유럽 1위 기업이 되었으니까.
“얘기만 들어도 아주 든든합니다.”
“유고빈이 앞으로 막대한 수익을 올릴 테니까. 지금 당장 돈이 많이 빠져나간다고 두려워 마세요.”
“알겠습니다. 우선은 최대한 빨리 해운사 채권단과의 만남 일정을 잡아 보겠습니다.”
돈은 가만히 들고 있어 봐야 겨우 은행 금리만큼 불어난다.
하지만 좋은 종목에 투자를 한다면 몇 배 혹은 수십 배 이상 불어난다.
그러니 수백조 원이 넘는 사내 유보금을 들고 있는 건 겁쟁이나 할 짓이었다.
물론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고 있으니 겁 없이 투자를 하는 것이기도 했다.
***
며칠 후.
해운사 빅딜과 관련된 모두가 태우그룹 본사를 찾아왔다.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 그리고 현진해운은 조 회장이 직접 참석을 했고, 현재상선의 경우 고석진 부회장이 경영자 대표로 참석을 했다.
모두가 착석을 하자 기획실장이 회의를 진행했고.
가장 먼저 내가 발언권을 얻어 태우그룹의 주인으로서 환영 인사를 전했다.
“먼 길을 와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저는 오늘 이 자리에서 큰 욕심을 부릴 생각은 없습니다. 부디 합리적인 선에서 협의가 진행되었으면 합니다.”
나는 산업은행 이명걸 회장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번 협의는 결국 산업은행이 어떤 결정을 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게 되어 있었고, 이 회장은 나와 같은 생각인지 고개를 끄덕였다.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에서도 큰 욕심을 부릴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해운사 매각을 통해 수익을 올릴 생각은 당연히 없고, 조금이라도 손실을 줄이고 싶을 뿐입니다.”
“그럼 우선 조건을 제시하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해운사 두 곳의 지분을 지금의 주가로 인수를 하고자 합니다.”
“그 조건은 받아들이겠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결손금 아니겠습니까?”
지분을 주가대로 인수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고.
정말 중요한 문제는 그간의 적자로 인해 생긴 결손금이었다.
해운사들은 결손금을 채권단에게 대출을 받았고, 현재상선만 해도 4조 원에 가까운 결손금 때문에 부분 자본잠식에 빠져 있었다.
두 곳을 합치면 대략 8조 원 규모의 결손금.
그런데 현재상선의 경우 시가 총액이 5천억 원 정도였고, 현진해운 또한 크게 차이 나지 않았다.
시가총액에 비해 몇 배나 더 큰 채무를 지고 있는 해운사들이었다.
“결손금을 오롯이 태우그룹이 감당할 수는 없습니다.”
“김 회장님의 말씀에 동의합니다. 현진그룹과 현재그룹에서 성의를 보여야 협의가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지요.”
“현재그룹은 보유 지분 모두를 무상감자 하도록 하겠습니다.”
보유 지분을 소각시켜 버린다는 뜻이었다.
그렇게 되면, 채권단이 보유한 지분의 가치는 상승하게 된다.
“현진그룹에서도 지분을 무상감자 하도록 하겠습니다.”
“흠, 지분을 포기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두 그룹에서 보유한 지분의 가치는 아무리 높게 잡아도 수천억 원 규모에 불과합니다. 8조 원에 달하는 부채를 고작 수천억 원으로 없는 셈 칠 순 없지 않겠습니까?”
산업은행 이명걸 회장이 압박을 가했다.
현진그룹의 조 회장은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이미 1조 원이 넘는 금액을 현진해운에 투입했습니다.”
“모두가 손해를 보는 입장입니다. 그런데 어찌 팔 하나 자르겠다는 결단도 없는 겁니까!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과 영원히 척이라도 질 생각입니까? 그리고 국민적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서라도 결단을 하셔야 합니다.”
이번 협상이 물거품이 된다면.
현진해운은 법정관리에 들어가게 되고, 곧이어 파산 절차를 밟게 된다.
그럴 경우, 모든 비난은 조 회장에게 쏠리게 되어 있었다.
현진그룹의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그런 일은 막아야 했다.
항공사, 유통사를 비롯한 여러 계열사까지 연쇄적으로 피해를 입을 수도 있었으니까.
“400억 원까지 사재를 출연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그 이상은 정말 어렵습니다.”
“현재상선은 얼마까지 가능합니까?”
“사재로 300억 원을 출연하고, 현재증권을 매각한 자금도 투입하도록 하겠습니다.”
사실 주식회사는 파산할 경우 지분을 포기하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상장 기업이 재벌가의 개인 회사라고 여전히 여겨지고 있었고, 그렇기에 사재 출연 압박이 가능한 것이기도 했다.
물론 사재 출연을 하지 않는다고 해도 상관은 없었다.
영원히 한국에서 기업 활동을 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하지만 현진그룹과 현재그룹은 여전히 남아 있는 계열사가 있었고, 모두 한국에서 활동을 해야 하기에 사재 출연을 할 수밖에 없었다.
만약 사재 출연을 하지 않고 파산 절차를 밟게 된다면.
앞으로 어떤 불이익을 당할지 모르기에 최소한의 성의라도 보여야만 했다.
그런 성의를 보이지 않는다면, 국민적 비난과 함께 보복, 표적 수사를 당할 수도 있었다.
“흠, 좋습니다. 채권단에서도 일정 부분 손해를 감수하도록 하겠습니다.”
이제 채권단의 차례로 넘어갔다.
채권단이 부채를 얼마나 탕감해 주느냐에 따라 해운사 빅딜의 성공 여부가 달렸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