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43)
독식하는 재벌 3세-43화(43/518)
43화. 100억의 가치 (1)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황영철 사장이 연신 고개를 숙였다.
소규모 회사는 항상 자금이 문제였다.
그런데 대기업에서 지원을 해 주겠다고 하니 얼마나 기쁘겠는가.
“투자금으로 1억을 받고 싶다고 하셨죠?”
“그렇습니다. 개발비로 1억이면 충분합니다.”
“1억 가지고 되겠어요? 10억을 투자해 드리죠.”
“10억이나 말씀이십니까?”
“너무 적나요?”
“아, 아닙니다. 너무 많은 금액입니다. ……혹시 특허 소유권을 전부 이전해 달라는 조건은 아니시지요?”
사람을 뭘로 보고.
나는 최소한의 도리는 아는 사람이다.
고작 10억밖에 안 되는 돈으로 MP3 플레이어의 특허권을 뺏어 가진 않는다.
“저는 그렇게 파렴치한 사람 아닙니다. 제대로 된 제품을 개발하려면 10억은 있어야 하니 드린 말씀입니다. 생산부터 마케팅까지 들어가는 돈도 전부 우리가 지원해 드리겠습니다.”
“…… 너무 좋은 조건이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더 제안하고 싶은 조건이 있긴 합니다.”
황 사장의 얼굴이 단번에 일그러졌다.
“무슨 조건입니까?”
“디지털케이스의 지분 일부를 제가 구입하고 싶습니다. 단순히 특허만을 공동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완벽한 파트너가 되어 함께하고 싶습니다.”
“지분이라면 얼마나 말씀이십니까?”
“지분 1퍼센트에 2억 원. 제가 원하는 지분은 49퍼센트이며 2억을 추가해 100억 원에 지분을 구입하고 싶습니다. 당연히 제 모든 지분은 황 사장님의 우호 지분이 될 것이고,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드립니다.”
무려 100억 원에 달하는 금액이다.
물론 실리콘밸리의 벤쳐 회사들이 받는 금액에 비하면 적은 금액이었지만, 한국에서는 이보다 더 좋은 조건은 없기도 했다.
“아직 우리 회사는 제대로 된 제품도 없습니다. 그런데 100억 원이나 들여 지분을 구입하신다니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기술이나 제품이 뭐가 중요하겠습니까. 새로운 시각을 가진 황 사장님이 회사에 있지 않습니까. 저는 황 사장님을 믿고 지분을 구입하려는 것입니다.”
“조, 조금만 생각할 시간을 주실 수 있으십니까?”
“당연히 시간은 넉넉히 드려야죠. 지분 구입과 별도로 투자금 10억 원은 오늘 중에 계좌로 입금해 드리겠습니다. 다시 한번 강조해서 말씀드리지만, 저는 디지털케이스의 경영권에 일절 관심이 없습니다. 그리고 특허를 강탈해 가고 싶은 마음도 없습니다.”
황 사장의 얼굴이 실시간으로 쪼그라들었다.
얼마나 고민이 많으면 머리에서 김이 나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
“관심을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그런데 MP3 플레이어가 정말 가치가 있는 제품이 되겠습니까?”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셔서 저에게 투자를 제안하신 것 아니십니까?”
“그렇긴 하지만, 98억 원을 주고 지분을 살 정도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물론 실패할 수도 있겠죠. 그래도 상관없습니다. 황 사장님 같은 분은 언젠가는 성공하게 되어 있으니까요. 98억 원에 황 사장님과 영원한 파트너가 될 수 있다면 남는 장사지요.”
아직 자신의 가치를 잘 모르는 황 사장이었다.
세계 최초의 MP3 플레이어를 만든 사람이 설마 100억 원만큼의 가치도 없겠는가?
“결정했습니다. 지분의 49퍼센트를 판매하겠습니다. 그 대신 소장님이 보유하신 지분은 제 우호지분으로 남겠다는 계약서를 받고 싶습니다.”
“당연히 그래 드려야죠. 아! 그리고 지분을 판매할 경우 서로의 동의를 얻는다는 조항도 삽입하겠습니다. 그리고 대표님이 지분을 판매해야 할 경우가 생길 시 저를 우선 협상 대상자로 하겠다는 조항도요.”
“그런 조항이라면 저는 만족합니다.”
계약서는 빠르게 작성되었고.
나는 태우그룹 기술 연구소 소장이 아닌 SAVE 투자회사의 이름으로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혹시나 그 부분을 문제 삼을까 핑곗거리를 생각해 두었지만.
큰 계약을 성사시켜서 그런지 황 사장은 그 부분까지는 신경 쓰지 못했다.
‘호박이 넝쿨째 굴러 들어왔어.’
고작 100억 원으로 향후 10년을 주도할 기술을 얻게 되었다.
역시 사람은 착하게 살고 봐야 한다니까.
* * *
4월이 시작되었다.
무려 한 달 동안이나 한 팀장은 일본에 거주하며 일본 기업들과 협상을 진행했고, 이제야 협상이 끝나고 한국으로 돌아온 한 팀장이었다.
“고생했어요. 협상이 한 달이나 걸릴 줄은 몰랐네요.”
“일본 주가가 하루가 다르게 떨어지고 있어 협상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주가가 더 떨어지기 전에 파생상품 계약을 끝내고 싶었겠죠. 그런데 월가의 하이에나들은 어쩌고 있나요?”
파생상품 계약을 보유한 건 월가도 마찬가지였다.
물론 내가 가진 파생상품 계약을 월가에게 넘긴 것이긴 하지만.
“예상대로 정말 뼈까지 씹어 먹고 있습니다. 얼마나 날뛰는지 일본 은행 하나가 꼬꾸라졌습니다. 그 덕분에 우리 협상이 손쉽게 진행된 부분도 있긴 합니다.”
“괜히 하이에나가 아니죠. 우리와 협상하는 쪽은 복 받은 거죠.”
나는 월가의 습성을 잘 알고 있었고.
그렇기에 파생상품 일부를 그들에게 넘겼다.
그들이 난리를 피워 줘야 우리가 더 나아 보이니까.
“SAVE 투자회사로 돌아가는 대로 TDK로부터 인수한 배터리 회사 경영을 시작해 주세요. 구디너프 교수님과 협력해서 이차전지를 개발할 수 있도록요.”
“전문 경영인도 고용해 아무 문제 없이 회사가 운영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하겠습니다.”
“그런데 혹시 트래블러스의 다이먼에게 온 연락은 없나요?”
이제 슬슬 다이먼의 능력이 필요할 때가 되었다.
구조조정을 통해 회사를 정상화시키는 그의 능력은 외환위기가 시작되면 본격적으로 필요하겠지만, 지금부터도 사용할 곳이 매우 많았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트래블러스 소속이었고.
스승처럼 여기는 트래블러스 대표 샌디 웨일과의 관계가 소원해지지 않는 이상 영입하기가 쉽지가 않았다.
“데이비드가 꾸준히 관리를 하고 있긴 하지만, 트래블러스를 나올 생각은 없어 보인다고 합니다.”
“아쉽군요. 계속해서 좋은 관계를 유지해 주세요.”
“아! 그리고 데이비드에게 독일 한번 다녀오라고 전해 주세요.”
“독일이라면 어디를 말씀이십니까?”
“프라운호퍼 연구소를 다녀와야 할 일이 있어요. 자세한 사항은 문서로 작성해서 SAVE로 보내 놓을게요.”
이왕 MP3 플레이어 사업을 시작할 거면 제대로 해야지.
처음 MP3를 만든 곳은 프라운호퍼 연구소였다.
MP3 플레이어가 아직 나오지 않아 아직 제대로 각광받고 있지 않지만, MP3 플레이어가 본격적으로 사용되는 순간 프라운호퍼 연구소로 막대한 사용료를 지불해야 했다.
그러니 먼저 선수를 쳐야지.
MP3 플레이어 특허에, MP3 특허까지 내가 보유하게 된다면.
제품을 만들지 않아도 알아서 돈이 들어오는 시스템을 보유하게 된다.
* * *
며칠 후.
데이비드가 상기된 목소리로 전화를 걸어왔다.
[MP3 특허를 이미 넘겼다는데요?]“프라운호퍼 연구소에서 다른 곳으로 넘어갔다고? 거기가 어딘데요?”
[프랑스 가전제품 회사인 톰슨 멀티미디어로 넘어갔답니다.]“톰슨 멀티미디어요?”
[유럽 시장에서는 꽤 알아주는 회사입니다. 뭐 요즘은 좀 힘들긴 하지만요.]당연히 나도 톰슨 멀티미디어를 알고 있었다.
프랑스의 거대 국영 기업이자 1,800년 후반에 창립된 오랜 역사를 지닌 회사였다.
그런데 좀 이상하다.
분명 어디선가 톰슨 멀티미디어 회사에 대해 들어 본 적이 있는 것 같았다.
그 누군가가 어렴풋이 할아버지셨던 것 같기도 하고.
나는 의문을 풀기 위해 이른 시간에 퇴근을 했고.
저택으로 돌아가 커피 한잔을 하며 할아버지를 기다렸다.
커피를 전부 마셨을 때쯤 할아버지가 퇴근을 하셨고, 나는 반가운 얼굴로 할아버지의 상의를 받아들였다.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어쩐 일로 일찍 퇴근을 다 했니? 한창 바쁠 시기 아니냐?”
“아무리 바빠도 할아버지는 뵈어야죠. 아! 그런데 톰슨 멀티미디어라고 아세요?”
“역시, 네가 일찍 퇴근한 이유가 있구나. 톰슨 멀티미디어를 인수하려고 계획 중이다. 극비리에 진행 중인 사항인데 네 귀까지 용케도 들어갔구나.”
역시나!
어디선가 들어 본 적이 있던 것 같더니 할아버지의 쇼핑 장바구니 목록 안에 들어 있던 회사가 톰슨 멀티미디어였다.
그런데 톰슨 멀티미디어를 인수하시겠다고?
태우전자가 나름 큰 회사긴 하지만 톰슨 멀티미디어는 유럽 시장을 쥐고 있는 회사였다.
마치 새우가 고래를 잡아먹겠다는 꼴.
진짜 돈이 있든 없든 일단 회사의 규모를 키우려고 안달 나신 분이라니까.
“톰슨 멀티미디어를 인수하시겠다고요? 들어가는 자금이 상당하지 않겠어요?”
“돈이 필요하면 나도 마다했겠지. 1프랑이면 인수할 수 있다고 하더구나.”
“1프랑이면 100원 아닌가요?”
“맞아. 단돈 100원에 인수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는데 그냥 넘길 수는 없지 않겠느냐?”
어떤 미친놈이 회사를 100원에 넘기겠나?
분명 엄청난 문제가 있으니 강제로 회사를 떠넘기려는 것이겠지.
“혹시 톰슨 멀티미디어가 가진 부채를 떠안는 조건으로 인수하시려는 건 아니시죠?”
“오! 거기까지 알고 있었느냐? 대충 2조 6천억 원에 달하는 부채를 가지고 있긴 한데. 빚이야 천천히 갚으면 되지 않겠느냐? 태우전자를 세계 최대 규모로 키울 수 있는 기회가 왔는데 놓칠 수야 없지.”
아이고 머리야.
부채가 얼마라고? 무려 2조 6천억 원?!
창원 공장의 부채를 줄이려고 안달했던 내가 우스울 지경이었다.
그런데 크게 걱정되진 않았다.
톰슨 멀티미디어를 태우전자가 인수할 일은 없으니까.
무슨 연유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톰슨 멀티미디어 인수는 흐지부지될 터.
만약 인수가 되었다면, 내가 모를 리가 없었다.
“톰슨 멀티미디어는 프랑스에서 가장 큰 전자제품 회사인데 정부에서 가만히 있겠어요?”
“생각을 해 보거라. 톰슨 멀티미디어는 국영 회사다. 당연히 프랑스 정부의 허가가 없으면 인수 협의조차 불가능하지. 이번 인수는 프랑스 정부에서 우리 태우전자에 문의해 온 일이란다.”
“프랑스 정부가 주도하고 있다는 말씀이세요?”
프랑스 정부에서 주도하고 있는데 왜 안 되었을까?
하긴 프랑스는 국민들의 목소리가 높은 나라로 유명하다.
프랑스의 자존심이나 다름없는 국영 기업을 해외로 판매한다고 하니 들고 일어섰겠지.
“프랑스 정부와 협상이 잘만 끝난다면 당장 내년부터 톰슨 멀티미디어를 태우그룹의 계열사로 만들 수 있단다. 그렇게만 된다면 삼진이든 소니든 전부 태우전자 밑이 되는 게지.”
“그렇군요. 잘 되길 바랄게요.”
“말리지 않는 게냐?”
“할아버지가 하시는 일인데 제가 어떻게 말리겠어요. 저는 그냥 휴대폰 사업이나 열심히 하겠습니다.”
“허허, 네가 응원을 하니 힘이 더 솟구치는구나. 무조건 성공해 보이마.”
나는 할아버지의 어깨를 주물러 드리고는 방으로 올라갔다.
그러곤 데이비드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다.
“프랑스 톰슨 멀티미디어로 가세요. 그리고 MP3 특허를 무조건 구입하세요. 돈은 얼마가 들어도 상관없어요.”
회사를 팔아야 할 정도로 사정이 좋지 않은 톰슨 멀티미디어였다.
이런 상황에서 특허를 비싼 값에 사겠다고 하면 무조건 팔지 않겠어?
그리고 데이비드 특유의 친화력이면, 어떻게든 비집고 들어가 특허권을 구입해 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