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430)
독식하는 재벌 3세-430화(430/518)
430. 역대급 (5)
해운사들의 부채는 8조 원가량.
채권단이 택할 수 있는 방법은 현재 3가지였다.
가장 극단적인 방법은 파산이었다.
파산 이후 매각한 자산을 채권단이 나눠 가지는 방법이었고, 이 방법을 사용하면 원금의 50%도 돌려받지 못하기 마련이었다.
두 번째는 채권단에서 해운사를 직접 경영하는 방법이었다.
기업의 가치를 끌어올려 원금 혹은 그 이상의 가격으로 매각해 이익을 취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 방법은 너무도 큰 리스크가 따라붙었다.
기업의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선 더 많은 금액을 투자해야 했고, 부채의 규모가 줄어들긴커녕 더 늘어날 수도 있었다.
마지막 방법은 당연히 매각이었고.
매각을 위해선 부채 일부를 채권단에서 탕감해 줘야지만 가능했다.
입찰 대상자가 많은 경우야 경쟁을 시켜 가격을 올릴 수도 있겠지만, 매년 조 단위의 적자를 보는 해운사를 사려는 사람은 없었다.
채권단 대표인 산업은행 이명걸 회장은 마지막 방법을 택했다.
그는 살짝 뜸을 들이고는 매각 의사와 부채 탕감 비율을 밝혔다.
“부채의 10%를 탕감하는 조건으로 해운사 매각을 진행하고 싶습니다.”
“해운사 경영진들의 사재출연 금액을 제외하고 10%입니까?”
“아닙니다. 부채 8조 원에서 10%를 탕감하겠습니다. 8천억 원 규모 정도가 되겠군요. 탕감한 부채에서 사재출연 금액을 제한 후 해운사를 인수하시면 되는 조건입니다.”
그리 나쁜 조건은 아니었다.
채권단의 부채 탕감과 사재 출연 금액까지 더해지면 얼추 1조 원에 가까운 돈을 아낄 수 있는 셈이었으니까.
하지만 살짝 아쉬운 금액이기도 했다.
그렇기에 나는 이명걸 회장이 아닌 해운사 경영진을 향해 질문을 던졌다.
“해운사 자구안 중에 용선료 재협의 조항이 있었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어느 선까지 협의가 되었는지 알고 싶습니다.”
“……15%까지 할인받기로 하였습니다. 조금 더 협의를 진행하면 최대 20%까지는 할인받을 수 있을 듯합니다.”
“현진해운도 같은 조건입니다.”
해운사 인수의 가장 큰 걸림돌은 용선료였다.
용선료 이야기가 나오자 경영진은 물론이고, 채권단마저 인상을 찌푸릴 정도였다.
“용선료 금액이 솔직히 너무 과합니다. 현재 시세에 비해 10배나 더 높은 가격으로 책정되어 있으니 말입니다. 해운사를 매각하게 되면, 10배 높은 용선료를 태우그룹이 감당해야겠군요.”
“흠흠, 김 회장님이 직접 협상에 나서면 조금 더 할인을 받을 수 있지 않겠습니까?”
“솔직히 저는 해운사 인수로 돈을 벌 생각은 없습니다. 태우그룹을 비롯한 한국 기업들의 수출에 지장이 생기지 않게 하기 위해 해운사 인수를 고려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경제 발전을 위해 아주 어려운 선택을 하셨습니다. 산업은행 회장이 아니라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회장님의 결단에 감사드립니다.”
모두가 내 말에 동의했다.
비싼 용선료와 해운업계의 불황이 덮쳤기에 해운사가 흑자 전환할 거라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지금 해운사를 인수하는 건 미친 짓이나 다름없었기에 주도권은 내가 쥐고 있는 셈이기도 했다.
“두 곳의 해운사를 인수하게 되면 매년 조 단위의 적자를 보게 됩니다. 그럼에도 저는 해운사를 끝까지 지킬 생각입니다.”
“태우그룹의 숭고한 뜻을 받아들여 탕감 규모를 15%까지 늘리겠습니다.”
고작 15%?
결국엔 아껴 왔던 말을 꺼내게 생겼다.
“현진해운이 파산할 경우, 청산 가치가 대략 2조 원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파산 후 자산을 태우그룹이 모두 매입하게 되면, 2조 원을 아낄 수 있습니다. 현재상선 또한 마찬가지 아니겠습니까?”
“아직 해운사 파산에 대해선 정해진 것이 없습니다. 너무 과한 의견입니다.”
이명걸 회장의 말이 틀리진 않았다.
현진해운 파산을 밀어붙였던 청와대가 지금은 사라졌다.
그러니 법정 관리에 들어가게 되면, 파산을 하게 될지는 미지수였다.
그렇다고 해서 해운사가 파산하지 않을 가능성이 전혀 없는 건 아니기도 했다.
“저도 과한 의견이라는 건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채권단의 조건도 너무 과합니다. 청산 가치보다 2배나 많은 금액을 낼 수는 없습니다.”
“……잠시만 시간을 주십시오.”
이명걸 회장은 채권단을 불러 모아 회의를 진행했다.
그들은 계산기를 두들기고 노트에 숫자를 적어 가며 의견을 나누고 나서야 내게 새로운 제안을 던졌다.
“20%까지 할인율을 올리겠습니다. 그 이상은 정말 우리도 불가능합니다. 파산이 확정된 상황이라면 모를까 지금 상황에서는 20%가 최선입니다.”
“1조 6천억 원을 할인해 주신다는 말씀이군요.”
이 정도 조건이면 사실 나쁘지 않긴 했다.
해운업계의 불황은 조만간 끝나게 되고, 코로나 시대가 찾아오게 되면 해운사들은 엄청난 수익을 올리게 된다.
지금까지의 적자를 만회하고도 남을 흑자 규모였고.
그러니 6조 4천억 원 정도에 해운사 두 곳을 인수해도 남는 장사였다.
“알겠습니다. 위의 조건으로 해운사 매각 계약을 체결하겠습니다. 경영진의 사재 출연은 따로 계약서에 명시하도록 하겠습니다.”
“회장님의 결단 덕분에 한국 해운업계가 다시 살아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채권단 모두가 자리에서 일어나 내게 고개를 숙였다.
악성 채권을 모두 넘겼으니 당연히 기분이 좋겠지.
물론 한국 해운업계를 걱정하는 마음도 아주 조금은 섞여 있어 보이긴 했다.
“계약서는 실무진이 작성하도록 하지요. 그동안 잠시 휴식을 취하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태우그룹 본사 휴게실을 제공해 드리겠습니다. 호텔 수준은 아니더라도 잠시 쉬기엔 충분한 공간입니다.”
“감사합니다. 잠시 실례 좀 하겠습니다. 후우!”
장시간 이어진 협상이 드디어 끝이 났고.
채권단은 많은 것이 담긴 한숨을 내쉬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데 현진그룹의 조 회장은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내게 할 말이 있는 건가? 조 회장에게 다가서자 기다렸다는 듯이 말을 걸어왔다.
“왜 이런 결정을 하셨습니까? 솔직히 저는 회장님께서 현진해운이 파산하길 기다리고 있는 줄 알았습니다. 저와 체결한 계약도 있지 않습니까?”
“저도 그럴 계획이었습니다. 하지만 상황이 달라져 버렸습니다.”
현진해운의 알짜배기 자산만 빼먹는다.
이게 처음의 계획이었지만, 해운사 빅딜을 통해 초거대 해운사를 보유하는 것으로 계획을 변경했다.
“갑자기 계획을 변경한 이유를 알 수 있겠습니까?”
“제가 해운사에 관심을 가진 이유는 태우그룹의 제품을 안전하게 수출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런데 해운업을 알면 알수록 그런 제 계획이 얼마나 터무니없는지 깨달았습니다.”
“태우그룹이 아무리 한국 1위 그룹이라곤 하지만, 모든 선박에 태우그룹의 제품만을 실을 수는 없는 법이긴 하지요. 그런 이유라면… 현재상선까지 인수하실 필요가 있었습니까?”
해운사가 커질수록 운반할 수 있는 화물의 양은 늘어난다.
두 곳의 해운사를 인수하게 되면, 당연히 그 양은 2배로 증가하게 되기 마련.
그렇게 되면 태우그룹의 부담도 더 커지게 된다는 걸 나도 잘 알고 있었다.
“해운업계는 해운 동맹이 카르텔처럼 존재하더군요. 동맹에 가입하거나 혹은 동맹에 대항하기 위해선 규모를 키울 필요가 있어 보였습니다.”
“역시 해운 동맹 때문에 빅딜을 고집하신 거군요. 정말 쉽지 않으실 겁니다. 해운 동맹은 정말 골치 아픈 놈들입니다. 현진해운도 현재상선도 해운 동맹 때문에 고생을 아주 많이 했습니다.”
해운 동맹은 해운사에게 필수라고 볼 수 있었다.
동맹끼리 화물을 공유하기에 항상 일정한 양의 화물을 채워 선박을 운용할 수 있었다.
호황일 때는 상관없겠지만, 불황일 경우에 빈 선박으로 돌아오게 되는 일을 방지할 수 있어 해운사 입장에서는 꼭 필요한 관계가 해운 동맹이었다.
“해운사 인수를 끝마치는 대로 해운 동맹과 접촉해 볼 생각입니다. 현진해운과 현재상선이 합쳐졌으니 세계 5위권의 해운사 규모가 됩니다. 그러면 해운 동맹에서도 우리에게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지 않겠습니까?”
“해운 동맹을 만만하게 보시는군요. 한국 해운업이 이렇게 된 이유 중에는 해운 동맹의 입김도 작용했습니다. 한국 해운업계를 망가트려 주변국의 해운사가 그 이득을 나눠 가지려고 했다고 저는 추측하고 있습니다.”
음모론으로 치부할 수는 없는 말이긴 했다.
실제로 회귀 전에는 현진해운이 파산하고 난 뒤 가장 이득을 본 곳은 주변국의 해운사였으니까.
특히나 중국과 일본 해운사가 막대한 이득을 본 것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우선은 만나 보고 결정하려고 합니다.”
“용선료 재협상도 만만치 않을 겁니다. 용선료 재협상이 없다면, 흑자 전환이 불가능한 구조입니다.”
“잘 알고 있습니다. 용선료 문제부터 차근차근 해결해 나가야겠지요.”
이미 용선료 협상은 끝내 놓은 상태였다.
현진해운의 용선료 대부분은 세스팬이라는 선주 회사와 체결한 계약이었고, 나는 진작 세스팬과 협상을 통해 용선료를 50% 할인받기로 해두었다.
물론 50%도 과한 금액이긴 했다.
여전히 시세에 비하면 5배는 비싼 금액이었으니까.
그러니 현재상선의 용선료 협상도 하는 김에 할인율을 더 높여 볼 생각이었다.
“아무쪼록 한국 해운업을 잘 부탁드립니다. 이제 한국 해운업은 태우그룹의 손에 달려 있습니다.”
“너무 부담을 주시는군요. 그래도 지금처럼 적자를 보는 한이 있더라도 해운업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약속은 드릴 수 있습니다.”
“정말 잘 부탁합니다.”
내 손을 두 손으로 감싸 쥐며 말하는 조 회장이었다.
그만큼 현진해운을 아낀 것이기도 했고, 이번 정권 들어 마음고생을 심하게 해서 그런지 여러 감정이 복받치는 듯 보였다.
***
해운사 빅딜이 성사되었다.
계약서에 도장을 찍는 순간, 채권단에 일시불로 부채 모두를 송금했다.
그 순간, 현진해운과 현재상선은 태우상사의 일부로 흡수가 되었다.
“또 태우상사의 부담이 커지겠습니다. 안 그래도 적자 규모가 줄어들고 있지 않은데 이제 해운사 적자까지 태우상사가 떠안게 되었습니다.”
“지금이야 적자에 허덕이게 되겠지만, 해운업과 지하자원 그리고 전자 상거래 업종까지 동시에 폭발적인 성장을 하게 될 겁니다.”
한 부회장은 태우상사에게 너무 큰 부담을 준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대부분의 사업부가 큰 적자를 보고 있는 곳이었고, 해운업까지 더해져 적자 규모가 더 커지게 되었다.
“태우상사를 쓰레기통이라고 증권가에서 부르고 있습니다. 태우그룹의 적자 사업부를 전부 태우상사에 버린다고 말입니다.”
“그렇게 말하라고 하세요. 쓰레기통이 아니라 보석함이라는 걸 조만간 알게 될 테니까요.”
태우상사의 도약은 몇 년 남지 않았다.
해운업, 지하자원 그리고 전자 상거래까지.
모두 한 가지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다.
코로나 시대가 오게 되면 폭발적인 성장을 하게 되는 사업이었다.
코로나 시대가 오는 순간.
태우상사는 태우그룹의 핵심 계열사로 성장하게 된다.
지금 받는 수모를 단번에 만회하고도 남는 폭발력을 보일 태우상사였다.
“회장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시니 믿고 따르겠습니다. 그리고 대한타이어의 주성재 회장으로부터 연락이 왔었습니다.”
“타이어 개발 투자 건으로 연락이 왔나 보군요.”
전기차 생산을 위해선 전기차 전용 타이어 개발이 필수였고.
우린 한국의 3대 타이어 회사와 공동 연구를 진행 중에 있었다.
그중에서 타이어 시장 점유율 1위인 대한타이어와 가장 활발히 연구를 진행하고 있기도 했다.
“타이어 개발 건으로 연락이 온 것만은 아닌 듯합니다. 반드시 회장님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하십니다. 타이어 개발 건이면 태우자동차 사장과 이야기해도 충분한데 말입니다.”
“주 회장님의 연세가 여든에 가까우시죠?”
“내년이면 여든이 되십니다.”
여든이 넘은 재벌 총수가 날 만나자고 할 이유는 몇 가지 없었다.
아마 모든 재벌 총수가 하고 있는 후계 고민을 나와 나누기 위해 연락을 한 게 분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