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431)
독식하는 재벌 3세-431화(431/518)
431. 왕자의 난 (1)
다음 날.
대한타이어 주성재 회장과의 만남을 가졌다.
할아버지와 비슷한 연세로 아직도 경영을 이어 나가고 있는 분이시기에 아주 정중하게 고개 숙여 인사를 하였다.
“회장님께서 이렇게 저를 보고자 하셔서 정말 놀랐습니다. 할아버지에게 회장님의 이야기는 아주 많이 전해 들었습니다. 대한타이어가 한국 1위 타이어 기업이 될 수 있었던 건 전부 회장님의 능력 덕분이라고 하셨습니다.”
“허허허, 제 얼굴에 금칠을 해 주셨군요. 태우그룹에 비하면 보잘것없는 그룹입니다.”
인자한 모습으로 미소를 보이는 주성재 회장이었다.
하지만 눈빛만큼은 날카로웠고, 여전히 뛰어난 판단력을 지니고 있음을 직감할 수 있었다.
“대한타이어의 뛰어난 기술력 덕분에 전기차 소음 문제와 하중 문제를 많이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아닙니다. 태우그룹이 먼저 문제점을 인지하고, 개선 방안까지 알려 주신 덕분에 전기차 전용 타이어를 개발할 수 있었지요. 우리가 한 일은 그저 아이디어 몇 개를 더한 것뿐입니다.”
아주 겸손한 자세로 나오는 주 회장이었다.
어떻게 보면 태우그룹과 대한타이어는 갑과 을의 관계라고 볼 수도 있긴 했다.
태우, 카이, GM까지. 많은 태우그룹 자동차 계열사에 타이어를 납품하고 있는 대한타이어였으니까.
하지만 대한타이어는 일반적인 하청 업체는 결코 아니었다.
매출액만 해도 7조 원이 넘는 회사였고, 뛰어난 기술력도 보유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이렇게 저자세로 나오는 건 바라는 점이 있기 때문일 터.
주 회장의 말문을 열기 위해 내가 먼저 나서 가려운 곳을 긁어 주었다.
“무슨 문제라도 있으십니까? 안색이 불편해 보이십니다.”
“허허, 나이를 먹다 보니 고민이 많아집니다. 특히나 후계 문제가 참 머리를 아프게 하는군요.”
“후계 문제를 저와 상의하시고 싶으신 겁니까? 죄송하지만 태우그룹은 다른 그룹의 후계 문제에는 관여하지 않습니다.”
“이미 후계는 결정했습니다. 제가 결정한 자식 놈이 회사를 지킬 수 있도록 도와주실 순 없으시겠습니까?”
주 회장은 슬하에는 4명의 자식이 있었다.
그러니 승계가 결정된다고 하더라도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다분했고.
주 회장이 뒷선으로 물러나게 된다면, 후계자가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선 강력한 동맹군이 필요했다.
태우그룹만큼 든든한 동맹군이 어디 있겠는가?
대한타이어의 최대 고객이자 한국 재계 1위 그룹의 지원을 받는 후계자를 누가 공격하겠는가.
“장남에게 후계를 넘기실 생각이십니까?”
“아닙니다. 장남에게 넘길 생각이었다면 김 회장님을 찾아오지도 않았겠지요. 회사 경영에 한해서는 차남이 장남보다 훨씬 뛰어납니다.”
대한타이어는 태우그룹에도 중요한 파트너였다.
전기차 전용 타이어 개발에 있어서 대한타이어는 꼭 필요했고, 주 회장이 회장 자리에서 물러난다고 하더라도 계속 지금의 관계를 유지해 나가야 했다.
“제가 한 가지 제안을 드려도 되겠습니까?”
“김 회장님의 제안이라면 얼마든지 받아들일 용의가 있습니다.”
“태우자동차 계열사들이 대한타이어에 지분 투자를 할까 합니다. 전기차 전용 타이어 개발을 위한 지분 투자라면 아무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 겁니다.”
지분만큼 후계자를 지원해 줄 수 있는 좋은 수단은 없었다.
게다가 전기차라는 핑계를 삼으면, 지분 투자를 문제 삼을 사람도 없었다.
“지분 투자의 규모를 여쭈어도 되겠습니까?”
“2조 5천억 원 규모 정도면 대략 20% 정도의 지분을 확보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정말이십니까!”
“그리고 태우그룹이 보유한 지분 20%는 주 회장님의 우호 지분으로 남겠다고 약속드리겠습니다.”
“그렇게만 해 주신다면 더할 나위 없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후계 승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조 원이 넘는 금액을 투자하는 건 결코 아니었다.
전기차 전용 타이어 개발의 속도를 높이고, 태우자동차 계열사와 대한타이어의 파트너쉽을 강화할 목적도 있기에 이런 결정을 내렸다.
“대신 투자한 돈은 모두 전기차 전용 자동차 개발에 사용해 주셨으면 합니다. 전용 RND 센터 건립과 관련 부서 확대에 사용해 주십시오.”
“당연히 그렇게 사용해야지요. 최대한 빨리 유상 증자를 통해 지분 투자를 할 수 있도록 준비를 해두겠습니다.”
여든에 가까운 주 회장이 진심으로 감사를 표하고 있었다.
한국 재벌 가문의 숙명이었고, 가장 큰 골칫거리가 후계 승계임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
후계 승계 문제가 한국 재벌가의 문제만은 아니었다.
며칠 뒤, 대한타이어 그룹의 승계 문제와는 차원이 다른 후계 승계 과정이 내 귀로 흘러 들어왔다.
데이비드가 직접 한국까지 찾아와 알려온 정보였고.
아직은 공식적으로 발표되지도 않은 소식이기도 했다.
“빈 살만 국방부 장관이 드디어 칼을 빼내 들었어요. 나예프 왕세자를 폐위하고, 빈 살만을 새로운 왕세자로 임명한다고 합니다.”
“말 그대로 왕자의 난이 일어났군요.”
“그리고 연달아 왕족 몇 명을 구금 조치한다고 합니다.”
오랜 시간 칼을 갈며 기다린 빈 살만이었다.
준비를 철저히 했기에 그의 칼은 빠르고 날카롭게 움직일 게 분명했다.
“빈 살만이 제대로 칼춤을 추겠어요.”
“칼춤 정도가 아닙니다. 왕족들을 호텔 한 곳에 전부 구금할 기세예요. 혹시나 더 심한 조치를 취하진 않겠죠?”
“그래도 왕족입니다. 비리로 축적한 재산을 국고로 환수하고, 왕족을 호텔에 감금하는 정도로 그칠 겁니다. 감옥에 가두거나 형을 집행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일단 과감하게 칼을 뽑긴 했다.
하지만 여전히 전대 국왕인 압둘라 파벌이 사우디에는 존재했고.
그들이 지금까지 축적한 엄청난 자금력을 사용하는 순간, 숙청 과정은 매우 복잡해진다.
물론 나는 이미 결과를 알고 있긴 했다.
빈 살만의 압도적인 승리.
하지만 1년 가까이 빠르게 숙청이 시작되었다는 변수가 존재했다.
내가 개입함으로써 비리 정보를 더욱 빠르게 수집할 수 있게 되었고, 그 결과 숙청의 시간이 앞당겨졌다.
“사우디에 피바람이 불면 유가가 또 흔들릴 수도 있겠어요.”
“압둘라 파벌이 움직인다면 그럴 가능성이 있죠. 분위기는 어때요?”
“전대 국왕의 파벌은 흩어져 있어요. 그들이 모이는 순간 결과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죠. 그들이 모이기 전에 숙청을 끝내야 빈 살만이 성공할 수 있어요.”
데이비드는 사우디에도 많은 정보원을 보유하고 있었고.
한 부회장의 경우엔 금융타워에 속한 금융사를 통해 정보를 확인하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새로운 정보를 얻어 낸 한 부회장이 다급히 안으로 들어왔다.
“사우디은행에서 2,000개가 넘는 계좌를 동결했다고 합니다. 사우디 왕족과 거래를 자주 하는 영국 금융사에서 들어온 정보입니다.”
“계좌부터 틀어막겠다는 거군요. 확실히 군자금이 없으면 전쟁은 일어날 수 없죠.”
“사우디은행의 계좌는 틀어막을 수 있어도 외국 계좌는 사우디 정부에서 어떻게 할 순 없습니다. 해외 계좌에 들어 있는 자금을 사용한다면, 내전까지 일어날 수 있습니다.”
내전은 일어나선 안 되었다.
미리 예상하지 못한 변수가 내전이었고, 그렇게 된다면 회귀 전과 상황이 완전히 달라지기에 내가 아는 정보가 물거품이 되어 버린다.
“빈 살만과 연락은 되나요?”
“아직 연락을 시도해 보지 않았습니다. 숙청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연락을 했다간 괜히 서로 곤란해질 수도 있습니다.”
“사우디 쪽에서 먼저 연락이 오길 기다려야 하겠군요.”
우리는 계속 정보를 수집하며 연락을 기다렸고.
오후 4시가 되어서야 빈 살만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옆에 사람이 있습니까?]“아무도 없어. 도청 방지 시스템도 가동 중이라 FBI나 CIA도 도청이 불가능해.”
[형, 후우. 제가 잘하고 있는 거 맞겠죠?]목소리가 심하게 떨리는 빈 살만이었다
그런데 후회나 긴장이 아니라 흥분으로 인해 떨리는 듯 들렸다.
“잘하고 있어. 시간이 부족할 테니 도움이 필요한 게 있으면 빨리 말해.”
[우선 사우디 왕족과 고위층 200여 명을 체포해 호텔에 감금해 뒀어요. 형이 주신 명단에 있는 사람들이죠. 나머지 인원도 오늘 안에 전부 잡아들일 겁니다.]우리는 오랜 시간 사우디 왕족과 고위층의 비리를 조사해 왔고.
불법적인 일로 자금을 축적한 사람의 명단은 500명이 훌쩍 넘었다.
무려 500명이나 되는 왕족과 고위층을 오늘 하루 안에 전부 체포하겠다고 선언한 빈 살만이었다.
“나머지 고위층의 위치 정보가 확인되면 너에게 보내면 되는 거야?”
[그래 주시면 고맙죠. 혹시 전용기를 타고 도망갈 수도 있어 사우디 공군을 24시간 준비시켜 뒀어요. 해외로는 절대 도망가지 못하니 사우디 어디에 있는지만 알아내 주시면 돼요.]빈 살만은 사우디 군사와 경찰권을 확보한 상태였다.
그러니 딱히 내 도움이 없이도 왕족과 고위층의 위치를 찾아낼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숙청은 시간 싸움이었기에 한 명이라도 더 빨리 체포하기 위해 나에게까지 도움을 청한 빈 살만이었다.
그리고 태우그룹은 그럴 능력이 있었다.
왕족과 고위층이 SNS를 사용하는 순간 위치 정보를 확인할 수 있었고.
천 센터장은 미리 명단에 있는 고위층 500명은 물론이고, 가족과 친척 심지어 가정부의 SNS까지 전부 파악할 수 있도록 알고리즘을 만들어 두었다.
“몇 명의 위치는 이미 확보해 두었어. 지금 바로 보낼게.”
[역시 형밖에 믿을 사람이 없어요. 내 옆에 있는 사람도 압둘라 파벌이 숨겨 놓은 스파이가 아닌지 의심돼요. 하지만 압둘라 파벌에서 아무리 거액을 뿌린다고 해도 형은 절대 회유하지 못하죠.]나를 강하게 믿는 빈 살만이었다.
그의 상황을 생각하면 충분히 이해가 갔다.
내전에 가까운 숙청을 진행하고 있으니 사방이 적으로 느껴질 터였다.
“압둘라 파벌에 넘어간 사람도 확인되면 바로 알려 줄게. 그런데 한 가지만 명심해. 절대 너무 많은 피를 흘리면 안 된다. 그리고 숙청 과정이 최대한 외부로 퍼지지 않도록 막아야 해.”
[휴대폰을 비롯한 전자 기기부터 압수했어요. 그리고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목숨까지 노릴 생각은 없어요. 처먹은 돈을 뱉어 내기 전까진 죽고 싶다고 해도 살려 낼 겁니다.]숙청의 목적이 단순히 권력을 잡기 위함은 아니었다.
왕족과 고위층의 금고에 쌓여있는 자금을 국고로 환수하는 것 또한 중요한 목적이었고.
목적을 이루기 위해선 무엇이든지 하겠다는 의지가 빈 살만의 목소리에서 느껴졌다.
“혹시 필요하면 태우그룹 경호인력까지 보내 줄 수 있어.”
[그럴 순 없죠. 경호를 외국인이 맡으면 말이 나오게 됩니다. 사우디 왕실의 비리 청산을 위한 숙청으로 알려져야 합니다.]흥분한 줄 알았더니 생각보다 냉정한 빈 살만이었다.
어느 때보다 판단력과 집중력이 뛰어나 보였기에 숙청이 성공할 거란 확신이 들었다.
“명단에 있는 사람들의 자금 규모를 업데이트해서 새로 보낼게. 국고 환수에 큰 도움이 될 거야.”
[그 정도 도움만 주시면 충분합니다. 이번 숙청이 끝나면 반드시 형에게 크게 보답을 할게요.]“우리 사이에 보답은 무슨, 그냥 다치지만 말아. 오늘 일을 안줏거리 삼아 술이나 한잔하자고.”
[올해 안에 형 얼굴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이만 끊을게요. 왕자 한 명을 생포했다는 연락을 받아서요.]진정한 왕자의 난이 시작되었다.
이번 일에 우린 오랜 시간을 투자했고, 반드시 성공해야만 했다.
그래야 사우디를 완벽한 우군으로 만들 수 있었고, 앞으로 발생할 미·중 패권 다툼에서 태우그룹이 주도권을 쥘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