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434)
독식하는 재벌 3세-434화(434/518)
434. 왕자의 난 (4)
특허 분쟁은 여러 분야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그런데 유전자 가위 특허의 경우엔 누구의 편을 들기 어려울 정도로 복잡한 구조였다.
“현재 3곳의 연구소에서 특허 분쟁을 진행 중에 있습니다. 우선 메인은 UC버클리 대학과 MIT, 하버드 대학이 공동으로 만든 브로드 연구소가 서로 특허권이 자신에게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제가 알기론 버클리 대학에서 먼저 유전자 가위 기술을 만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서정준 대표와 김장우 박사가 눈을 번쩍 떴다.
설마 내가 유전자 가위 기술에 관해서도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지 못했나 보다.
“버클리 대학의 제니스 교수가 가장 먼저 유전자 가위 기술 논문을 발표하긴 했습니다.”
“논문은 발표하긴 했지만, 특허로 인정받을 정도는 아니니 브로드 연구소에서 특허권 분쟁을 벌이고 있나 보군요.”
“그렇습니다. 논문만으로는 유전자 가위를 적용하긴 어렵습니다. 하지만 브로드 연구소에서는 실제 유전자 가위를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만들었기에 특허권이 자신에게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서정준 대표가 인상을 찌푸린 이유를 알겠다.
설명만 들어도 뒷골이 아파 올 정도로 복잡한 이야기였다.
“그런데 우선이라고 하셨죠? 또 다른 특허권 분쟁이 있습니까?”
“한국대학교 교수진에서도 비슷한 시기에 유전자 가위 기술 특허를 등록한 적이 있습니다. 미국이나 유럽 쪽은 모르겠지만, 한국에서만큼은 한국대학교가 유전자 가위 기술 특허권을 확보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한국대학교도 DNA 분야 연구에 뛰어난 실적을 보이고 있었다.
그런데 유전자 가위 기술 특허권을 주장할 정도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었는지는 미처 몰랐다.
“그러니까 센트리언이 유전자 가위 기술을 이용하려면, 최소 3곳과 협상을 진행해야 한다는 뜻이군요.”
“특허권 분쟁 판결이 나면, 승리한 쪽과 계약을 체결하면 됩니다. 하지만 작년부터 특허권 분쟁이 시작되었기에 판결이 나려면 최소 5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판결이 나기 전까진 특허 사용 계약을 체결하기가 매우 어렵겠군요.”
버클리 대학과 브로드 연구소 그리고 한국대학교까지.
특히나 한국대학교의 경우 국가 보조금을 받고 진행한 사업이었다.
그러니 웬만해서는 한국 특허권은 한국대학교 연구진이 받을 가능성이 높았다.
“유전자 가위 기술을 사용하고 싶어도 어디와 계약해야 할지 불분명합니다.”
“복잡하게 꼬인 실타래를 단번에 푸는 방법이 있죠.”
“그런 방법이 있습니까?”
“가위로 다 잘라 버리면 됩니다. 그리고 새로운 타래에 실을 차곡차곡 묶으면 시간 낭비를 줄일 수 있죠.”
“어떻게 하실 계획인지 감도 잡지 못하겠습니다.”
서정준 대표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내가 무슨 의도를 가지고 한 말인지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그였다.
“3곳이 지금 특허권 분쟁을 진행하고 있다고 했죠? 그러면 3곳이 보유한 특허를 전부 우리가 구입하면 됩니다. 그보다 더 쉬운 방법이 어디 있겠습니까?”
“가능하겠습니까? 기업을 상대로 특허권을 사들이는 건 어렵지 않지만, 대학교의 경우엔 조금 어렵습니다. 특히나 논문을 처음 기재한 제니스 교수와 브로드 연구소의 교수진들은 특허권을 절대 판매하지 않으려고 들 것입니다.”
돈 앞에 안 되는 일이 어디 있겠는가?
그리고 미국에서의 문제는 데이비드를 통하면 아주 쉽게 해결할 수도 있었다.
그리고 교수진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카드도 우리는 쥐고 있었다.
“유전자 가위 특허 관련 일은 제가 알아서 해결하도록 하죠. 조만간 유전자 가위 기술을 마음껏 사용할 수 있도록 해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무리한 부탁임에도 들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꼭 신약 개발 성공으로 회장님의 은혜에 보답하겠습니다.”
김장우 박사는 아이 같은 미소를 지으며 감사를 표했다.
그만큼 연구욕과 학구열이 높은 김장우 박사였고, 그가 센트리언의 연구를 이끌고 있기에 센트리언의 미래는 매우 밝았다.
우리는 서로 악수를 나누며 아주 훈훈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지만.
갑자기 서정준 대표가 분위기를 깨는 보고를 해 왔다.
“로보 노디스크 쪽에서 항의 문서를 보내왔습니다. 유고빈의 지분 일부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소송을 진행하겠다고 합니다.”
“특허권 분쟁이 남의 이야기가 아니었군요. 우리도 특허 소송에 휩싸이게 생겼군요. 그래도 걱정 마세요. 로보 노디스크에게 유고빈을 빼앗기는 일은 절대 없을 테니까요.”
“정말 괜찮겠습니까?”
“정말로 억울했다면 진즉 소송을 진행했을 겁니다. 그런데 의미 없이 협박이나 다름없는 항의 문서만 보내는 이유가 뭐겠어요? 그러니 무시하셔도 좋습니다.”
짖기만 하는 개는 무섭지 않은 법이다.
갑자기 달려든다고 하더라도 우린 이미 개 목줄을 쥐고 있으니 당기기만 하면 그만이었다.
***
센트리언 출장을 마치고 본사로 복귀했고.
유전자 가위 특허를 얻기 위해 데이비드에게 전화를 넣었다.
[보스! 이 시간에 전화한 거 보니 시키실 일이 있나 보네요.]“유전자 가위 특허 분쟁 소식은 알고 있죠?”
[작년에 소송이 진행되었다는 정도만 알고 있어요. 그런데 워낙 복잡한 사안이라 어떻게 결론이 날지 모른다고 하더라고요.]“인류의 의학 발전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사람끼리 싸우면 안 되지 않겠어요? 그러니 버클리 대학과 브로드 연구소가 보유한 유전자 가위 특허를 사들여 특허 분쟁을 끝내야겠어요.”
모든 유전자 가위 관련 특허를 태우그룹으로 모은다.
그렇게 되면 특허 분쟁은 의미가 없어지게 되고.
우린 자유롭게 유전자 가위 기술을 사용할 수 있게 될 뿐 아니라, 다른 제약 회사에서나 연구소에서 유전자 가위 기술을 사용하려면 우리에게 사용료를 지불해야 된다.
[로비를 통하면 충분히 가능하긴 해요. 그런데 돈이 꽤 많이 들어요. 배보다 배꼽이 더 클 수도 있는데 괜찮겠어요?]“그 정도 가치는 있으니 괜찮아요. 그리고 교수진에겐 한국 IIT에서의 유전자 가위 기술 공동 연구와 교수 제의도 해 주세요. 지금 받는 연봉의 3배 이상을 약속하고, 원하는 연구를 무제한 지원하겠다고도 전해 주세요.”
[보스가 시키는 일이니 당연히 해야죠. 그런데 정말 손해만 볼 것 같긴 합니다.]유전자 가위 기술은 아직 저평가당하고 있었다.
학계와 의료계에서는 유전자 가위 기술의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고 있긴 했지만, 그게 전부였다.
하지만 몇 년만 지나도 유전자 가위의 위상은 달라진다.
유전자 가위 기술이 노벨상을 받기까지 하니 무슨 할 말이 더 있겠는가?
지금이야말로 저가에 특허권은 물론이고 교수진을 영입할 적기라고 볼 수 있었다.
센트리언에서도 노벨상을 받는 사람 한 명 정도는 나와야 하지 않겠는가?
그래야 센트리언의 위상은 더욱 높아지고, 유고빈을 비롯한 다양한 신약을 더 잘 팔아먹을 수도 있게 된다.
***
금융타워에서 한 부회장과 함께 TV를 시청했다.
정확히는 투표 방송이었고, 대선이나 총선이 아닌 브렉시트 국민 투표 결과를 지켜보고 있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브렉시트 찬반 여론이 반반으로 나왔습니다. 당장 어제 진행된 여론조사에서도 오차 범위 내의 박빙의 결과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왜 그렇게 손을 떨어요? 반드시 브렉시트는 통과될 테는 편하게 지켜보세요.”
“브렉시트 사전 작업에 들어간 자금만 300조 원에 달합니다. 영국 기업 공매도와 주변국 기업의 주식 매입, 그리고 유로화 공략까지. 브렉시트가 통과되지 않는다면, 태우증권은 물론이고 금융타워 전체가 엄청난 타격을 입게 됩니다.”
목소리를 높이는 한 부회장이었다.
그만큼 브렉시트 여론은 투표 결과가 나오기 전까진 알 수가 없었다.
안절부절못하는 한 부회장을 위해 나는 긍정적인 이야기를 해 주었다.
“여론조사 결과만 놓고 본다면 박빙이 맞지만, 세부 지표를 따져 보면 브렉시트가 통과될 수밖에 없어요.”
“적극 투표층의 차이 때문에 말씀입니까?”
“그렇죠. 투표율이 높은 노년층과 보수층에서 반대 여론이 높습니다. 반대로 찬성 여론이 높은 지지층은 청년들과 진보층이고요.”
한국뿐만 아니라 모든 국가에게 적용되는 공식이 있었다.
나이를 먹을수록 투표율이 증가하고, 젊을수록 투표장에 찾아가지 않는다.
결코 청년층을 비하하기 위한 공식이 아니라 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이런 경향이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곤 한다.
“저도 알고는 있지만, 도박사들도 잔류에 베팅했습니다. 도박사들이 어떤 사람들입니까? 지는 싸움에는 한 푼도 걸지 않는 사람들 아닙니까. 그런데 EU 잔류 가능성을 무려 70%라고 보고 있습니다.”
“이제 투표가 마감되었으니 예측조사를 지켜보면 되겠군요.”
보통의 선거라면 출구 조사가 있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브렉시트 국민 투표는 방송사에서 출구 조사를 진행하지 않았고, 그 대신 5천 명 혹은 1만 명 단위의 표본을 통해 여론조사 기관에서 예측조사를 진행했다.
“예측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어떻게 나왔죠?”
기획실장이 벌써 예측조사 결과를 입수해 사무실로 달려 들어왔고.
3곳의 여론 조사 기관의 결과를 순차적으로 보고했다.
“두 곳에서는 잔류가 54%와 52%로 더 높게 나왔습니다. 그리고 10,000명이나 되는 가장 많은 표본으로 조사를 진행한 곳에서는 반대로 탈퇴가 52%로 더 높게 나왔습니다.”
나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한 부회장에게는 진정하라곤 했지만, 예측조사 결과를 받아 들자 절로 긴장이 되었다.
“정말 박빙의 결과긴 하군요.”
“여론조사 기관 두 곳에서 잔류가 더 유리하다고 나왔습니다. 지금이라도 대처를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지금 움직인다고 해서 뭐가 달라지겠어요. 결국엔 투표 결과가 정식 발표되어야 알 수 있는 일입니다.”
수백조 원이 들어간 작전이었다.
지금 섣불리 움직인다고 해서 손해를 극적으로 줄일 수 있는 것도 아니었고.
브렉시트가 통과되었을 때 얻을 이익까지도 날아갈 수도 있었기에 참고 기다려야 했다.
“개표 완료까지 10시간 정도가 소요된다고 합니다.”
“그전까지 휴게실에서 눈이라도 붙이세요.”
“불안해서 잠이 오겠습니까? 사우나라도 가서 몸이나 지지다 돌아오겠습니다.”
한 부회장은 손톱을 갉아먹으며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한국 대선 때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한국 대선이야 최재석 후보가 줄곧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기도 했고, 당선되지 못하더라도 태우그룹이 입는 손해는 그리 크지 않았다.
하지만 브렉시트는 달랐다.
태우증권은 물론이고 금융타워 전체가 거액을 배팅한 상황이었기에, 브렉시트가 통과되지 않는 순간 지금까지 석유 전쟁과 중국 공매도로 얻은 이익을 다 토해 내야 할 수도 있었다.
그렇게 초조하게 시간을 지새웠고.
퇴근시간이 다 되자 한 부회장이 사무실로 찾아와 여전히 초조한 모습으로 개표 결과를 기다렸다.
그렇게 30분이 지났을 무렵.
드디어 개표 결과가 발표되었다.
[EU 탈퇴 : 51.9%, EU 잔류 : 48.1%]“우와아아아! 브렉시트가 통과되었습니다!”
“휴우, 역시 결과가 이렇게 나왔군요.”
“됐습니다! 됐어요!”
한 부회장의 환호성이 시발점이 되었고.
초조하게 개표 결과를 기다리고 있던 금융타워의 모든 직원이 함성을 내질렀다.
막대한 금액을 베팅한 판에서 승리하게 되었으니 목청이 뭐가 아깝겠는가?
“휴우.”
모두가 함성을 질렀지만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히도 역사의 흐름은 달라지지 않는다.
지금까지의 내 행보가 나비효과를 일으켜 브렉시트 결과를 뒤집을 수도 있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다행스럽게도 이번엔 우려하던 일은 생기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