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436)
독식하는 재벌 3세-436화(436/518)
436. 재협상 (1)
세스팬의 대표 제리 왕.
그가 한국을 찾아왔다.
우린 이미 그를 구워삶을 준비를 해 놓았다.
그런데 제리 왕은 괜히 세스팬의 대표에 앉은 것이 아니었다.
우리가 전혀 예상도 못 한 방향으로 협상을 진행하려는 그였다.
“제리 왕 대표가 선주 20명과 함께 입국한 것 같습니다.”
“선주 20명? 현진해운과 현재상선에 선박을 빌려준 선주들인가요?”
“20명의 인적 사항을 모두 파악하진 못했지만, 파악된 8명만 놓고 본다면 모두 두 곳의 해운사와 관련된 선주들입니다.”
제리 왕 대표가 왜 선주들을 이끌고 한국을 방문했을까?
이유는 뻔했다. 재협상의 주도권을 쥐기 위해 이런 쇼를 벌이고 있었다.
“재협상을 통해 용선료를 오히려 올릴 계획인가 보군요.”
“20명의 선주들을 자신이 설득하는 대신 용선료 할인율을 50%에서 30%로 변경하길 바라는 것 같다고 기획실에서 판단하고 있습니다.”
세스팬은 이미 나와 50% 용선료 합의를 한 상태였다.
하지만 나머지 선주들은 아니었고, 일괄적으로 30% 선으로 용선료 합의를 이끌어 내기 위해 세를 과시하고 있는 제리 왕 대표였다.
“확실히 대단한 사람이긴 하군요.”
“협상 일정을 미루는 것이 어떠십니까? 이대로 협상장에 들어서게 되면, 제리 왕 대표가 주도권을 가지게 됩니다.”
“멀리서 한국까지 왔는데 기다리게 할 수는 없죠. 오늘 저녁에 일정이 잡혀 있나요?”
“오후 7시에 본사에서 협상을 진행하기로 하였습니다.”
“그렇게 진행하세요.”
제리 왕 대표의 계획이 뭔지 알 것 같았다.
선주를 대거 이끌고 나타나 생각할 틈도 주지 않고 재협상을 진행한다.
나쁘지 않은 작전이긴 했지만, 나 또한 전혀 반대할 필요가 없는 작전이기도 했다.
일일이 20명의 선주를 만나러 갈 고생을 하지 않아도 되는 셈이니까.
“회장님, 제리 왕 대표와 선주분들이 도착하였습니다.”
위풍당당한 모습으로 태우그룹 본사를 찾아온 제리 왕 대표였다.
그의 뒤로는 세를 과시할 목적인지 20명의 선주가 줄지어 들어오고 있었다.
“태우그룹을 방문하신 여러분들을 환영합니다. 갑작스레 손님을 맞이하게 되어 준비가 소홀할 수도 있습니다. 넓은 아량으로 이해 부탁드립니다.”
“우리는 물 한 잔이면 충분합니다. 용선료를 협상하는 자리에서 뭐가 더 필요하겠습니까? 하하하!”
중국에서 봤을 때와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 제리 왕 대표였다.
그때는 공매도 공격으로 기가 많이 약해져 있었지만, 지금은 공매도 위협이 끝났기에 가슴을 활짝 펴고 있었다.
“안으로 모시겠습니다.”
미소와 함께 손님을 회의실로 안내했다.
내가 너무 자연스럽게 나오자 제리 왕 대표가 잠시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
선주 20명을 데리고 오면 내가 부담스러워할 줄 알았나?
당황은 무슨, 너무 고마워서 꼭 안아 주고 싶을 정도였다.
“바쁘신 분들이니 곧장 용선료 협상부터 들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세스팬과는 이미 재협상을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태우그룹이 해운사를 인수하면, 용선료를 50% 할인하기로 계약을 체결하였습니다.”
“흠흠, 현진해운의 경우엔 그렇지만, 현재상선은 새롭게 협상을 진행해 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현진해운이나 현재상선의 경우 자금 부족으로 용선료 할인을 고려했지만, 자금력이 든든한 태우그룹이 모기업이 되었으니 굳이 용선료 할인을 진행할 필요가 있겠습니까?”
이렇게 나오시겠다?
제리 왕 회장이 용선료 할인을 원점으로 돌리려는 듯한 발언을 내뱉었다.
정말 용선료 할인을 없던 일로 만들려는 뜻은 아니었고, 최대한 주도권을 쥐기 위해 과감한 발언을 던진 듯 보였다.
[제리 왕 회장님의 말씀이 옳습니다. 이미 체결한 계약을 재협상한다는 건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지요.] [그래도 요즘 해운업이 어렵다 보니 조금은 도와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설마 양심도 없이 50%나 할인해 달라고 하진 않겠죠?] [우선은 태우그룹의 이야기부터 다 들어 보고 결정하도록 하시죠. 그게 예의 아니겠습니까?]선주들도 지원 사격에 나섰다.
미리 입을 맞춰 둔 건지 동시에 나를 양심 없는 사람으로 몰아가는 그들이었다.
그런다고 내가 물러설 거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오히려 이런 분위기가 조성되면 나는 더 강하게 나서는 스타일이었다.
“계약을 체결할 당시와 비교하면 용선료 시세가 10배 가까이 하락했습니다. 10년 장기계약이라는 불평등 조항을 강요한 건 선주들이었습니다.”
[불평등 계약이라니요! 우리가 계약을 체결하라고 협박이라도 했습니까?] [10년 장기 계약을 하겠다고 먼저 나설 때는 언제고 지금 와서 다른 말을 합니까!] [이럴 거면 차라리 선박을 회수해 가겠습니다!]내가 강하게 나서자 선주들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선박을 회수하겠다는 강경 조치까지 내놓은 선주까지 나왔다.
“저는 아직 아무런 조건도 말하지 않았습니다. 아무리 과한 용선료가 책정되어 있다고 해서 아무런 조건도 없이 재협상을 할 정도로 무례한 사람은 아닙니다.”
“흠흠, 일단 김 회장님의 말씀을 끝까지 듣고 결정을 하시지요.”
제리 왕 회장이 선주들을 진정시켰다.
이미 주도권은 자신이 쥐었다고 생각하는지 음흉한 미소까지 짓고 있는 그였다.
“제가 제시할 수 있는 조건은 3가지입니다. 해운업계의 불황으로 선주님들도 자금 압박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먼저 선박을 처분하시고 싶은 선주님이 계신다면, 태우그룹에서 매입하겠습니다.”
선박을 들고만 있어도 적자를 보는 시대였다.
장기 계약을 체결한 해운사들이 용선료를 연체하고 있었고, 지금 새롭게 계약을 체결하면 10%밖에 안 되는 용선료를 받게 되니 여러모로 손해인 상황이었다.
그런 선주들을 위해 나는 탈출구를 열어 주었다.
손해만 보는 선박을 태우그룹에 넘기고 해운업계에서 떠날 수 있는 기회.
몇몇 선주들은 큰 관심을 보이며, 선박 매입 가격을 물어보기까지 했다.
“선박은 지금 시세에 맞게 구입하도록 하겠습니다.”
“다른 조건은 뭐가 있죠?”
“용선료 계약이 올해를 시작으로 3년 안에 끝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추가적으로 5년 계약을 체결하는 조건으로 용선료 재협상을 하였으면 합니다.”
해운업도 결국은 수요와 공급의 규칙이 통용되는 시장이었고.
계속해서 새로운 선박이 만들어지고 있기에 용선료 가격은 떨어지고 있었다.
그렇기에 용선료가 상승할 것이란 기대를 하는 선주는 없었기에, 추가적으로 5년 계약이라는 조건은 매우 구미가 당기는 제안이었다.
“태우그룹이 금융사를 가지고 있어서 그런지 용선료도 주식처럼 물타기를 하려고 하는군요.”
“이전 계약과 새로운 계약을 통해 합리적인 가격으로 용선료를 합의 볼 수 있지 않겠습니까?”
주식에서 자주 사용하는 물타기.
보유한 주식의 주가가 떨어질 경우, 저점에서 주식을 더 사들여 평균 단가를 낮추는 전략이었다.
용선료라고 해서 물타기를 하지 말라는 법은 없었고.
추가로 5년 계약을 체결하는 조건이라면, 선주들에게도 전혀 나쁘지 않은 계약이었다.
“나쁘지 않은 조건이긴 하지만, 연체된 용선료부터 해결하는 게 우선 아니겠습니까?”
“당연히 그렇습니다. 용선료 재협상이 끝나는 대로 연체된 용선료를 오늘 당장 입금해 드릴 수 있습니다.”
“연체 금액이 얼마인지 아시고 하시는 말씀입니까?”
“4조 원에 달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자금 압박에 시달리는 선주들.
그들에게 연체 용선료 4조 원은 가뭄의 단비와 같은 존재였다.
하지만 용선료 재협상에 사인을 하지 않는다면, 단비는 내리지 않는다.
“재협상을 해야지만 연체 용선료를 오늘 입금해 준다는 뜻입니까?”
“불가피하게 그렇게 해야만 합니다.”
“마치 협박처럼 들리는군요.”
“협박은 아니지만, 그렇게 들렸다면 사과드리겠습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제가 드리는 제안은 이러합니다. 선박 인수, 추가 용선 계약 5년, 마지막으로 연체 용선료 일시불 지급입니다.”
“그래서 용선료를 얼마나 할인받고 싶은 겁니까?”
“기존 계약의 용선료를 70% 할인받고 싶습니다. 그 대신 신규 계약의 경우 최고 대우를 해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신규 5년 계약의 용선료도 일시불로 지불해 드리겠습니다.”
마지막 카드까지 던졌다.
연체 용선료와 추가 5년 용선료까지 일시불 지급.
막혀 있는 자금 사정을 단번에 뚫어 낼 수 있는 금액이었다.
어느 해운사든 5년 치 용선료를 한 번에 지급하는 경우는 없었고, 이는 압도적으로 선주에게 유리한 조건이었다.
“솔직히 말씀드리지요. 어느 해운사에서도 제시하지 못한 아주 좋은 조건이긴 합니다. 하지만 할인율 70%는 너무 과합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너무 과하긴 하군요. 한 번에 목돈을 받을 수 있긴 하지만, 지금까지의 손해를 생각하면 당연히 받아야 할 돈이지요.] [흠흠, 용선료 50% 정도면 생각을 해 보겠지만, 70%라면 그냥 선박을 회수하는 편이 낫겠습니다!] [태우그룹 같은 거대 기업이 왜 이렇게 쪼잔하게 나오는지 모르겠네요. 통 크게 용선료 50% 할인으로 합시다.]배를 타는 선원은 거칠다고 했었나?
선원뿐만 아니라 선주들도 한 성격을 하는 사람들이었다.
내가 아주 과감한 제안을 했음에도 만족하지 못하고 성격을 드러내는 선주들이었다.
여기서 오냐오냐하며 받아 주면, 끝도 없이 기어오를 것이기에 나는 또다시 강하게 나갔다.
“조건을 받아들이기 어렵겠다면, 원하시는 대로 선박을 회수해 가셔도 좋습니다. 하지만 연체 용선료는 국제 소송을 통해 조율을 하게 될 것입니다.”
“김 회장님! 지금 대놓고 협박을 하시는군요. 우리가 모두 동시에 선박을 회수해 가면 해운사를 제대로 운용할 수 있을 것 같습니까?”
[선박 귀한 줄 모르는 사람과 협상은 무슨 협상이야.] [한국까지 와서 이런 대접을 받다니. 참나.] [다들 뭐 합니까? 자리에서 일어나세요.]자리에서 일어나는 척을 하는 선주들이었다.
하지만 실제로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간 사람은 없었고.
그저 목소리만 높이며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라고 투정만 부렸다.
“실장님, 준비한 자료를 틀어 주세요.”
“대형 스크린에 송출하겠습니다.”
회의실 앞쪽에는 대형 스크린이 달려 있었고.
기획실장은 미리 준비한 자료를 대형 스크린에 송출했다.
“태우그룹이 보유하고 있는 선박의 숫자와 우리가 최대 주주로 있는 선주 회사의 명단입니다.”
태우그룹이 보유하고 있는 선박의 숫자는 상상 이상이었다.
여러 경제 위기에서 일본, 중국, 그리스와 유럽을 통해 선박을 사들였다.
정확히는 돈 대신 선박을 받았다고 볼 수 있었고, 그렇게 보유한 선박의 숫자는 선주들을 놀라게 하기 충분했다.
[태우그룹은 이번이 해운사를 처음 시작하는 거라고 하지 않았어?] [경제 위기 때 선박이 어디로 넘어갔다고는 들었는데, 거기가 태우그룹이었다니.]“흠흠, 다들 진정하고 김 회장님의 말을 계속 들어 봅시다.”
선주들의 목소리가 확 줄어들었다.
제리 왕 회장이 20명이 넘는 선주를 이끌고 왔을 때 내가 고마워했던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태우그룹은 선주들에게 끌려다닐 이유가 전혀 없었으니까.
“태우그룹이 보유하고 있는 선박의 선복량은 60만 TEU가 넘습니다. 선주님들이 현진해운과 현재상선에 용선한 선박의 선복량과 비교해도 절대 적지 않습니다.”
“우리가 선박을 빼도 충분히 해운사를 운용할 수 있다는 말이군요.”
이제야 말귀를 알아듣는 제리 왕 대표였다.
협상의 주도권이 그에게서 나에게로 단숨에 넘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