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439)
독식하는 재벌 3세-439화(439/518)
439. 재협상 (4)
로보 노디스크의 러스 이사장이 한국을 방문했다.
태우그룹이 아닌 센트리언과 관련된 일이었기에 센트리언 본사 건물에서 그를 맞이했다.
“한국에서 뵙게 되니 더욱 반갑습니다. 연락을 주셨으면 제가 덴마크로 갔을 텐데 죄송합니다.”
“제가 살면 얼마를 더 살겠습니까? 나이를 먹을수록 마음이 급해지더군요. 그리고 이번 일은 시간을 끌어 봐야 양측이 전부 큰 손해를 보지 않습니까?”
시간을 끌면 손해를 본다?
사실 태우그룹이나 센트리언은 딱히 손해 볼 건 없었다.
유고빈 지분 소송으로 인해 구설수에 오르긴 했지만, 노이즈 마케팅 효과가 있어 판매량은 더욱 증가하였으니까.
“먼저 유감의 말씀부터 드리겠습니다. 태우그룹과 센트리언은 로보 노디스크에서 제기한 소송에 전혀 동의하지 않습니다. 거액을 들여 당뇨병 치료제 기술을 구입하였습니다. 그리고 계약서에는 당뇨병 치료제를 개선해 만든 신약의 모든 권한이 태우그룹과 센트리언에 있음을 정확히 명시하기까지 했습니다.”
“계약 자체가 허위이지 않았습니까! 에릭센 이사가 양심 고백을 했어요. 유고빈의 기술 판매에 외압이 있음을 고백했단 말입니다.”
에릭센 이사가 누구였더라?
아! 기억이 났다. 데이비드에게 회유당한 로보 노디스크의 판매 담당 이사였다.
그가 적극적으로 나서 준 덕분에 손쉽게 유고빈의 모든 권한을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었었다.
“에릭센 이사를 회유한 것이 뭐가 문제라도 됩니까? 로보 노디스크 측에서는 당뇨병 치료제 연구를 중단하려고 하였습니다. 기술 개발을 중단하고 모든 자료를 폐기처분하려고 한 것을 우리가 매입해 유고빈으로 만들었을 뿐입니다.”
“인공지능을 이용해 의도적으로 연구 결과를 오염시켰다는 의혹도 있지요.”
“태우그룹의 인공지능 시스템은 세계 모든 인공지능과 비교해도 매우 우수한 성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만약 결과가 오염되었다면, 그건 허가받지 않은 사람이 접근해 인공지능을 조작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한마디로 모두 로보 노디스크의 책임이라는 말이었다.
에릭센 이사를 회유한 것이 뭐가 문제가 되겠는가?
폐기처분 될 뻔한 당뇨병 치료제를 매각하자고 주장한 건 죄가 아니었다.
법적으로 따져 봐야 할 부분도 있겠지만, 계약서에 사인을 한 사람은 에릭센 이사가 아니라 경영진과 러스 이사장이었다.
그리고 인공지능 기술의 경우엔.
로보 노디스크가 인공지능에 욕심을 부리지 않았다면 결과가 오염되었을 리도 없었다.
“인공지능 관련해서는 사과를 드리지요. 약간의 욕심이 화를 불렀습니다.”
“그럼, 저도 사과를 드리면 끝나는 일인가요? 로보 노디스크에서 폐기한 기술을 매입해 신약을 만들어 죄송하다고 하면 되겠습니까?”
“김 회장님! 제가 이렇게까지 말하는데 꼭 그렇게 부정적으로 나오셔야겠습니까? 유고빈의 기술 대부분이 로보 노디스크에서 개발한 것임은 김 회장님도 잘 알고 있지 않습니까!”
회귀 전이었다면 그의 말이 맞았다.
전적으로 다이어트 치료제를 로보 노디스크에서 만들었으니까.
하지만 이번 생에는 많은 역할을 태우그룹과 센트리언이 맡아 주었고, 기술 대부분이 로보 노디스크의 소유라는 것에는 동의할 수 없었다.
“태우그룹과 센트리언이 개발한 기술도 상당합니다. 그리고 우린 정당한 대가를 주고 기술을 구매하였습니다. 로보 노디스크처럼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기술을 강탈하진 않았습니다.”
“그 부분은 제가 다시 한번 사과드리겠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당뇨병 치료제 개발을 위해 노력한 연구진들을 생각해서라도 유고빈의 지분 일부를 반드시 인정받아야만 하겠습니다.”
너무도 당당하게 지분을 요구하는 러스 이사장이었다.
그의 마음이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었다.
자신들의 기술력으로 유고빈을 만들었다고 생각하니 이렇게 나오는 거겠지.
하지만 이미 계약서에 서명을 하고, 대금까지 전부 받은 상황에서 이렇게 나와서는 안 되었다.
“지분을 인정받고 싶다면, 결국 법정에서 싸워 봐야겠군요. 덴마크 법정에서 로보 노디스크가 승소한다고 하더라도 완전 승소는 어려울 겁니다. 계약서가 존재하고, 유고빈 제작에 태우그룹과 센트리언의 기술력이 들어간 것은 변함이 없으니까요.”
“덴마크 법정에서 우리가 승리하면, 덴마크는 물론이고 유럽 전 지역에서 유고빈을 판매할 수 없게 됩니다. 그래도 괜찮으시다는 말씀입니까?”
당연히 괜찮을 리가 없었다.
하지만 괜찮은 척을 해야지만, 주도권을 잡을 수 있기에 표정 변화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유럽 시장을 포기하도록 하죠. 하지만 로보 노디스크도 유럽 시장에 다이어트 치료제를 판매하지 못하게 할 순 있습니다.”
“극단적으로 나오시는군요.”
“먼저 소송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사용한 것은 로보 노디스크입니다.”
“몇 번이나 공문을 보냈지만, 아무런 대답을 해 주지 않아 소송을 제기할 수밖에 없었어요.”
충분히 서로 할 말은 하였다.
그러니 이제 슬슬 보유한 나머지 카드를 내밀 때가 되었고.
나는 먼저 미국에서 제기한 인공지능 기술 탈취 카드를 내밀었다.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테슬라 등이 제기한 인공지능 기술 탈취 소송의 배상금은 최소 20억 달러 수준으로 책정될 겁니다. 로보 노디스크에서 제대로 소명을 하지 못한다면 100억 달러 이상의 역사적인 배상금이 부과될 수도 있지요.”
“……빠져나갈 수 없는 함정을 파 두신 거 같군요.”
러스 이사장이 해탈한 표정을 지었다.
미국이라면 정말 100억 달러 이상의 배상금이 나올 수도 있는 곳이었다.
한국에서 이런 소송이 제기되었다면, 기껏해야 10억 원 규모의 배상금이 나오겠지만, 미국에서는 수십조 원의 배상금이 부과될 수도 있었다.
“저는 함정을 설치한 적이 없습니다.”
“보안을 더욱 철저히 하실 수도 있지 않으셨습니까.”
“옆 사람이 허술하게 귀중품을 관리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게 훔쳐도 된다는 뜻은 아니지요.”
이번 협상은 플러스가 아니라 마이너스에 초점을 둬야 했다.
유고빈 유럽 판매가 제한되더라도 매출이 감소할 뿐 어쨌든 수익이 생긴다.
하지만 로보 노디스크의 경우 막대한 배상금을 맞게 되면 무조건 마이너스가 되는 셈이었다.
100에서 50이 되는 것과 0에서 –30이 되는 것.
절대적 수치만 놓고 본다면 전자가 더 손해였지만.
미래 수익이 감소하는 것과 현재 수익이 감소하는 것의 차이는 분명히 존재했다.
“저도 그냥 지분을 인정해 달라고 할 생각은 없었습니다.”
“그 말씀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진작 말씀하셨으면, 불필요한 논쟁은 필요가 없었을 텐데 말입니다.”
드디어 카드를 꺼내는 러스 이사장이었다.
그가 보유한 카드가 무엇일까?
기술 탈취 같은 부정적인 카드가 아니라 우리에게 보상을 주는 카드를 낼 터였고, 예상은 정확히 들어맞았다.
“태우그룹이 이번에 해운사를 설립했다고 들었습니다. 그리고 해운 동맹 가입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로보 노디스크의 정보력이 그렇게나 우수한지는 몰랐습니다. 폐쇄적인 해운 동맹의 정보까지 알고 계시는군요.”
“제가 어떻게 이런 정보를 알고 있겠습니까? 2M 동맹의 한 축인 머스크 해운사가 덴마크 기업이니 알지 않겠습니까?”
러스 이사장이 꺼낸 카드는 정말 예상외였다.
설마 해운 동맹이라는 카드를 준비해 올 줄이야.
로보 노디스크와 머스크가 덴마크에 위치한 회사임은 알고 있었지만, 업종이 완전히 다르기에 전혀 예상하지 못했었다.
“해운 동맹 가입을 도와주시겠다는 말씀입니까? 로보 노디스크에서 가능한 일입니까?”
“덴마크 정부의 도움을 받는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지요. 이미 정부 최고위층과 이야기도 끝내 놓은 상황입니다.”
“해운 동맹과 지분 일부를 교환하자는 뜻이군요.”
“많은 양의 지분도 아닙니다. 20%의 지분만 인정해 주시면, 해운 동맹 가입을 책임지겠습니다. 전략적 동맹이나 임시 동맹이 아닌 완벽한 2M 해운 동맹의 일원이 되도록 해 드리겠습니다.”
머스크는 다국적 기업이긴 하지만 덴마크 기업이라고 볼 수 있었고.
덴마크 정치권에서 움직인다면, 충분히 해운 동맹에 태우해운을 받아들일 수 있긴 했다.
지금 시점에서 해운 동맹 가입은 절실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유고빈 지분 20%와 맞바꿀 수는 없었다.
유고빈은 수천억 달러의 가치를 보유하고 있었고, 20%라고 할지라도 최소 수백억 달러의 가치였다.
해운 동맹 가입이 수백억 달러의 가치가 있을까?
절대 아니라고 단언할 수 있다.
지금 시점만 놓고 본다면, 타당한 거래일 수도 있겠지만.
미래 가치까지 전부 놓고 생각한다면 일방적으로 손해를 보는 거래였다.
“지분 20%는 너무 과합니다. 태우그룹에서 제시할 수 있는 조건은 이러합니다. 유럽 지역 생산 판매권을 로보 노디스크에게 드리겠습니다. 로열티도 평균보다 더 낮게 받도록 하겠습니다.”
“로열티까지 받겠다는 말씀이군요. 해운 동맹 가입에 비하면 너무 조촐한 보상 같습니다. 로열티를 아예 받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그런 조건은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거절 의사를 밝힌 러스 이사장.
하지만 나는 오히려 기분이 좋았다.
러스 이사장과 로보 노디스크는 아직도 유고빈의 가치를 제대로 알지 못한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해운 동맹에 비해 조촐한 보상이라고?
오히려 과한 보상에 가까웠거늘 그런 조건을 거절한 러스 이사장이었다.
“그럼 이렇게 하는 건 어떻겠습니까? 유고빈과 인공지능 소송을 전부 취하하는 대신 제가 로보 노디스크 재단에 1억 달러를 기부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는 지금까지 노력한 연구진들을 위한 보상입니다.”
“소송을 취하하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고작 1억 달러로는 해운 동맹을 움직일 수가 없습니다.”
“해운 동맹을 움직이려면 보상금을 얼마나 드려야 하겠습니까?”
“최소 50억 달러는 있어야 덴마크 정부도 면이 서지 않겠습니까?”
6조 원이 넘는 금액을 보상금으로 달라?
사실 줄 수도 있는 금액이었다.
유고빈의 가치에 비하면 6조 원은 그리 큰 금액도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해운 동맹 가입비로 6조 원을 내는 것이라면 사양이었다.
해운 동맹 가입이 절실하다고는 하지만.
6조 원에 달하는 기부금을 내고 가입할 정도로 절박한 건 아니었다.
몇 년 동안 적자를 본다고 해도 6조 원이 넘지는 않을 테니까.
“우선은 해운 동맹 건은 더 생각을 해 봐야겠습니다. 양측이 소송을 취하하는 것으로 합의를 보시죠. 그리고 다시는 같은 건으로 문제를 일으키지 않겠다는 조항을 추가해야겠습니다.”
“그건 제가 드리고 싶은 말이군요. 인공지능 기술 탈취 건에 대해선 다시는 말이 나오지 않았으면 합니다. 그리고 해운 동맹 문의를 하고 싶으시면 언제든지 연락을 주십시오.”
이렇게 합의를 보았다.
재단에 기부를 하는 것도 없던 일로 하였고.
그저 소를 취하하는 것으로 이번 만남을 끝냈다.
회의실에서 일어나는 러스 이사장.
그는 나를 보며 미묘한 미소를 지었다.
해운 동맹 가입을 위해 조만간 내가 연락할 거라고 생각하니 짓는 미소겠지.
아쉬운 쪽이 나라고 생각하는 건가?
그럴 일은 절대 없다.
50억 달러의 기부금을 내고 해운 동맹에 가입한다?
그 돈이면 차라리 내가 해운 카르텔을 만들고 말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