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44)
독식하는 재벌 3세-44화(44/518)
44화. 100억의 가치 (2)
요즘은 정말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모르겠다.
워낙 벌여 놓은 일이 많다 보니 하루가 1분처럼 느껴졌고, 달력을 보니 어느샌가 4월이 되어 있었다.
나는 스티브와의 통화로 4월을 시작했다.
주로 개발팀이나 디자인팀과 소통하는 그였지만, 이번만큼은 내게 직접 전화를 걸어왔다.
[소프트웨어 개발이 마무리되었네. 지금까지 나온 휴대폰 소프트웨어와는 차원이 다른 물건이야.]“고생하셨어요. 제가 말씀드린 기능은 다 들어가 있는 거죠?”
[당연하지. 그런 기능을 추가하느라 시간이 오래 걸린 것이지. 계산기와 메모 기능까지 다 추가했네. 그리고 단순한 핀볼 게임도 하나 추가해 넣었네. 다른 건 다 이해가 되지만 게임은 왜 추가해 달라는 건지 도통 모르겠네.]지금의 휴대폰은 말 그대로 전화기였다.
단지 무선으로 전화를 할 수 있게끔 만든 기계였다.
하지만 몇 년만 지나도 휴대폰으로 모든 것을 하는 시대가 찾아온다.
“휴대폰으로 음악을 듣고 영화를 보고 게임을 하도록 하는 게 저의 목표입니다.”
[내 목표도 거의 동일하네. 게임만 제외하면 말이지.]게임을 왜 이렇게 싫어할까?
스티브는 유명한 음악광이었지만, 게임에는 상당히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휴대폰으로 음악도 듣고 영화도 보면 당연히 게임도 할 수 있는 건데 말이다.
“게임은 그렇다 치고, 그럼 폴더폰 제작은 끝난 거나 다름없겠네요.”
[소프트웨어와 디자인 부분에서는 더는 수정할 부분이 없네.]“그럼 다음 단계를 시작할 때가 되었네요.”
[아직 폴더폰을 제대로 생산하지도 못하고 있는데 벌써 다음 단계를 준비하려는 건가?]“쉼 없이 달려야 남들이 쫓아오지 못하죠.”
[그렇지. 다음 목표는 무엇인가?]“스티브가 원하는 대로 휴대폰으로 음악을 들을 수 있도록 해야죠.”
[듣던 중 반가운 소리군.]음악광답게 목소리가 격하게 바뀌는 스티브였다.
“MP3 플레이어를 개발 중에 있습니다. 그런데 바로 다음 버전 휴대폰에 적용하기엔 아직 기술 개발이 더 필요합니다. 그동안은 다른 기종의 휴대폰을 우선적으로 개발해야 하긴 합니다.”
[사람을 들었다 놨다 하는군. 결국 다음 기종까지는 음악 재생이 불가능하다는 것 아닌가?]“음악 재생이 가능한 휴대폰은 애플로 돌아가서 만드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폴더폰은 물론이고 다음 버전 휴대폰도 스티브가 애플로 돌아가기 위한 사전작업입니다.”
[알겠네. 그럼 이번엔 무슨 휴대폰을 만들면 되는 건가?]“폴더폰은 만들었으니 이제 슬라이드폰을 만들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자네가 보여 줬던 디자인 초안에 슬라이드 형식의 휴대폰이 있긴 했었지.]다음 휴대폰은 슬라이드폰이었다.
폴더폰이 나온 이후 다양한 디자인의 휴대폰이 쏟아지게 되어 있었다.
그중에서 성공한 디자인과 실패한 디자인이 있었고, 나는 어떤 디자인이 성공할지 잘 알고 있다.
“슬라이드폰까지 개발하고 나면, 그다음 버전부터는 음악 재생이 가능한 휴대폰을 만들 수 있습니다.
[그때가 되면 내가 애플로 돌아갈 수 있다는 말이겠군.]“무조건 제가 스티브를 애플로 돌아갈 수 있도록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자네만 믿겠네. 그런데 폴더폰의 생산은 언제부터 시작하려는 건가?]“준비가 다 끝났으니 당장 시작해야죠. 출시는 10월 이후로 보고 있지만, 지금부터 생산을 시작해야 문제점을 수정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재고도 쌓을 수 있죠.”
폴더폰은 지금 당장 출시해도 큰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공장의 규모가 작으니 최대한 재고를 쌓은 뒤 출시를 해야 했다.
그리고 홍보를 위해서라도 10월로 출시 일정을 잡을 수밖에 없었다.
“9월에 독일에서 국제가전 박람회가 열리는 건 아시죠?”
[당연히 알고 있지.]“거기서 스티브가 폴더폰을 자랑하고 와 주셨으면 합니다.”
[홍보를 하고 오라 이거군. 미국에서 열리는 CES도 아니고 독일 국제 박람회에 내가 나간다고 해서 홍보효과가 있겠나?]“그럼요. 스티브가 홍보하면 대박이 날 거예요.”
[흠, 알겠네. 준비를 철저히 하겠네. 그러니 자네도 완벽한 폴더폰을 만들어 주게나.]“제대로 된 제품이 아니면 출시조차 하지 않겠습니다.”
나는 스티브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인천 공장으로 향했다.
같은 공장이 맞나 싶을 정도로 처음 왔을 때와는 확연히 다른 인천 공장이었다.
공장의 외관을 구경하고 있을 때 이 과장이 내게 다가와 인사를 건네 왔다.
“소장님 오셨습니까. 생산 준비는 모두 끝났습니다.”
“확실히 공장이 많이 깔끔해졌네요.”
먼지 한 톨 보이지 않는 공장이었다.
반도체 공장과 비교해도 크게 떨어지지 않는 인천 공장의 청결도였다.
뭐 내가 청결을 강조하기도 했다.
“에어커튼 설치도 완료되었고, 공기 청정 시스템도 정상 가동합니다. 그리고 작업자 모두가 방진복을 입고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다들 많이 불편해하시죠?”
“큰 불만은 아직 없습니다. 워낙 먹을 게 잘 나오니 넘어가는 것 같습니다.”
회사는 결국 돈과 복지였다.
복지 중에서 가장 중요한 건 식사였고.
먹을 것만 잘 줘도 회사에 대한 충성심이 증가하게 된다.
거기에 나는 보너스까지 약속한 상태였으니 방진복을 입는다고 해도 작업자들이 큰 불만을 터트리진 않았다.
“식사는 무조건 신경 써 주세요. 그리고 나머지 이야긴 공장장실에 가서 마저 하도록 하죠.”
이 과장과 함께 공장장실로 올라갔고.
그곳에는 방진복을 입고 서류를 처리하고 있는 공장장의 모습이 보였다.
“왜 그렇게 입고 계십니까?”
“작업자들도 방진복을 입고 있는데 저도 입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야 불만이 적게 나옵니다.”
“혹시 다른 사무직 직원도 방진복을 입게 시키신 건 아니시죠?”
“저 그렇게 독한 사람 아닙니다. 저만 불편하면 충분합니다.”
구철규 공장장은 참 특이한 사람이었다.
인천 공장에 오래 근무해서 사람이 바뀐 건지 아니면 특이한 사람이라 인천 공장 공장장이 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인천 공장에 딱 어울리는 공장장임에는 분명했다.
“이제 본격적인 폴더폰 생산을 시작해 주세요.”
“안 그래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하루에 몇 대나 생산이 가능하겠습니까?”
“인천 공장과 부천 공장 두 곳을 돌리면 하루에 못해도 1,000대는 생산이 가능합니다.”
고작 천 대.
하루에 1천 대면 한 달이면 3만 대.
출시까지 6개월이 남았으니 18만 대의 재고를 쌓을 수 있었다.
“생산량이 부족합니다. 공장을 풀로 가동하면 몇 대까지 가능하겠습니까?”
“2교대나 3교대로 돌리면 생산 대수는 늘긴 하겠지만, 그렇게까지 많은 재고가 필요하겠습니까? 솔직히 지금 생산량도 매우 많은 양입니다.”
공장장의 걱정은 당연했다.
한국 휴대폰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삼진전자의 경우에도 한 기종 판매량이 20만 대 언저리였다.
그런데 우리가 18만 대를 생산하려고 했다.
팔리지 않게 된다면 모든 제품은 악성 재고로 남게 되니 공장장이 우려하고 있었다.
“공장장님도 보셔서 아시지 않습니까? 무조건 성공할 수밖에 없는 제품입니다.”
“그래서 저도 18만 대 생산에 동의를 했습니다. 그 정도 생산량이면 재고가 남아도 충분히 감당 가능한 숫자니까요. 하지만 그 이상은 너무 모험입니다. 판매량 추이를 보며 추가 생산에 들어가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제가 모든 책임을 지겠습니다. 공장을 풀로 가동해서 재고를 쌓아 주세요.”
어차피 모든 책임은 내가 지게 되어 있다.
일정 부분 공장장에게도 책임이 전가되겠지만, 그가 손해 볼 일은 결코 생기지 않는다.
폴더폰은 무조건 성공하는 제품이니까.
“그럼 3교대로 공장을 가동하겠습니다. 그렇게 되면, 생산량은 하루에 1,500대까지는 가능합니다.”
“9만 대의 재고를 추가로 쌓을 수 있겠네요. 그래도 27만 대밖에 되지 않네요.”
“27만 대면 초대박입니다. 삼진전자도 이루지 못한 판매량입니다.”
“출시만 되면 제가 왜 이러는지 아시게 되실 겁니다.”
인천과 부천 공장의 3교대 근무가 결정되는 순간이었다.
지금까지 크게 할 일이 없어 쉬엄쉬엄 일하는 생산직 직원들이 이제는 3교대로 잠도 줄여 가며 일하게 되었다.
일이 늘어나면 당연히 인건비도 늘어난다.
특히나 야간 근무의 경우에는 수당도 따로 챙겨 줘야 하기에 더욱 많은 인건비가 들어가기 마련이다.
인건비가 늘어난 만큼 위험 부담도 당연히 늘어난다.
내 실패를 바라는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상황이 만들어졌다.
* * *
태우전자 사장실.
박진훈 사장과 우성일 부사장이 느긋하게 티타임을 즐기고 있었다.
“인천 공장이 오늘부터 3교대 근무를 시작한다고 합니다. 부족한 인원을 지원해 달라고 하는데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당연히 지원해 줘야지. 아낌없이 지원해 주라고.”
“그래도 괜찮겠습니까? 3교대 휴대폰을 조립하면, 매달 4만5천 대의 휴대폰이 생산됩니다. 재고로 남을 경우 손해가 막심합니다.”
박진훈 사장은 커피 잔을 내려놓으며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차기 회장이 될 사람을 조련하는 비용이라고 생각하면 그렇게 비싼 것도 아니지. 그리고 악성 재고가 남으면 중국이나 동남아로 헐값에 팔아 손해를 최소화할 수도 있고.”
“김 소장을 이번 기회에 완전히 보내 버리실 생각이십니까?”
“우리가 왜 휴대폰 사업에 집중하지 않는지 자네도 잘 알지 않나.”
“모토로라와 삼진전자가 이미 깊숙이 뿌리박은 휴대폰 시장이기 때문입니다. 괜히 끼어드는 순간 피 터지는 경쟁을 벌여야 합니다.”
“그런 휴대폰 시장에 재고를 30만 대 가까이 쌓아 놓는다? 초대박을 치지 않는 한 무조건 재고가 남게 되지. 그러니 아무리 제품을 잘 만들어도 결코 성공했다는 소리를 듣지 못한다는 거야.”
“사장님의 깊은 뜻을 이제야 이해했습니다.”
전자 제품 시장에서 수십 년을 구른 박진훈 사장이었다.
시장의 흐름을 누구보다 잘 안다고 자신하고 있었고, 휴대폰 시장에 지금 뛰어드는 건 자살 행위라고 생각하는 그였다.
“전자나 자동차 말고 증권 쪽이 좋지 않겠나? 월가에서 일한 경험도 있다고 하니. 김 소장의 적성에 맞는 곳으로 보내 줘야지. 제조업은 경험이 중요한 곳이니 경험을 쌓고 오는 것이 맞아.
“맞는 말씀이십니다. 김 소장이 열심히 경험을 쌓는 동안 우리가 태우전자를 지켜야지요.”
“어쩌겠나? 그래도 우리가 키운 태우전자인데 끝까지 책임을 져야지.”
충성스러운 가신의 말처럼 들리지만.
실상은 차기 회장인 김민재를 따돌리고 태우전자를 자신들이 알아서 경영하겠다는 말이나 다름없었다.
“그런데 태우전자에서 생산하는 휴대폰 시제품은 안 보셔도 괜찮으시겠습니까?”
“괜히 책임질 일은 안 만드는 게 좋아.”
“아! 제품 판매량이 저조하면, 시제품을 보고도 왜 도와주지 않았냐는 말이 나올 수도 있겠습니다.”
“뒷말이 나오지 않게 하려면 우린 지원만 해 주면 되는 거지. 돈을 달라면 돈을 주고 사람을 달라면 모두 주라고.”
“그렇게 하겠습니다. 이거 참 돈을 퍼주고도 기분이 좋을 수도 있는지 몰랐습니다. 하하하!”
웃음소리로 가득 차는 사장실이었다.
폴더폰의 실패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그들이었고, 오히려 더 많은 양의 휴대폰을 생산해 더 많은 손해를 보길 기원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