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440)
독식하는 재벌 3세-440화(440/518)
440. 재협상 (5)
협상을 마치고 사무실로 돌아왔다.
한 부회장이 이미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을 들고 대기하고 있었고.
단숨에 아메리카노를 마시는 것에 그치지 않고 얼음까지 와그작 씹어 먹었다.
“협상이 잘 진행되지 않으셨습니까?”
“나름 원하는 것을 주고받았어요. 아무 조건 없이 서로 소송을 취하하기로 했어요.”
“조금 아쉽긴 하지만, 그런 조건으로 상황을 마무리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소송을 계속 진행한다면, 로보 노디스크에 더 큰 피해를 입힐 수 있긴 하지만 우리도 적지 않은 출혈을 감수해야 합니다.”
얼음이 식도를 타고 내려가자 머리까지 차가워졌다.
이번 협상은 무승부 혹은 내가 약간 손해를 봤다고 봐야 했다.
물론 장기적으로 본다면, 유고빈의 가치가 더욱 높아질 테니 내가 이득이긴 했지만.
지금 시점만 놓고 본다면, 배상금의 가치가 유고빈보다 더 높으니 아주 약간의 보상이라도 더 뜯어냈어야 맞았다.
“능구렁이 같은 영감이었어요. 아주 오랜만에 속이 뒤집히더군요.”
“무슨 일이 있으셨습니까?”
“50억 달러를 기부하면 2M 해운 동맹 가입을 도와주겠다고 하더군요.”
“로보 노디스크가 무슨 권한이 있어 해운 동맹 가입을 운운하는 겁니까?”
“덴마크 정부와 아주 굵은 선이 닿아 있는 듯 보였어요.”
“하긴 전 세계 어느 기업이든 정부와 선이 닿아 있기 마련이긴 합니다.”
이번 협상은 조금 아쉽긴 했다.
그래도 기술 탈취 분쟁을 빠르게 끝냈으니 더는 구설수에 오르지 않게 되었다.
이번 협상을 통해 유고빈의 모든 권한이 센트리언과 태우그룹에 있음을 증명하게 되었으니 나쁠 게 전혀 없었다.
이렇게 마음을 달래 보았지만.
러스 이사장의 마지막 표정을 생각하니 또 짜증이 치솟았다.
“지금 우리가 보유한 선박이 얼마나 되죠?”
“태우해운의 선복량은 210만 TEU가 조금 넘습니다.”
“핀테크 은행이 담보로 보유하고 있는 선박과 차명으로 보유하고 있는 선박까지 전부 합친 양은 얼마죠?”
선주들에게 보여 준 선박이 끝이 아니었다.
태우그룹의 이름이 아닌 핀테크 은행이나 다른 곳을 통해 보유하고 있는 선박의 양도 꽤 되었다.
특히나 그리스와 유럽 재정 위기 당시 획득한 선박의 양이 적지 않았다.
“모두 합치면 280만 TEU가 조금 안 됩니다.”
“그 정도 규모면 세계 몇 위 정도나 됩니까?”
“글로벌 해운사 4위인 코스코 해운사와 거의 비슷한 수준입니다. 1위 해운사인 머스크의 선복량은 400만 TEU가 넘습니다.”
세계 7위였던 현진해운과 현재상선을 합쳤다.
거기에 내가 모았던 선박까지 더해지자 단번에 세계 4위 규모까지 치고 오를 수 있게 된 태우해운이었다.
단독으로 세계 4위인 것은 엄청난 성과긴 했지만.
해운 동맹을 단독으로 상대하기엔 부족한 선복량이기도 했다.
특히나 2M 해운 동맹의 경우, 세계 1위와 2위 해운사가 맺은 동맹이었고.
그 두 곳의 선복량을 합치면 800만 TEU가 훌쩍 넘었다.
물론 해운 동맹에 기여하는 선복량은 제한적이긴 했다.
머스크가 400만 TEU의 선복량을 보유하고 있지만, 해운 동맹에 기여하는 선복량은 160만 TEU가 조금 넘었다.
그렇다고 한들 태우해운 혼자 해운 동맹을 상대하기엔 역부족이었다.
“태우해운 혼자서는 해운 동맹을 어떻게 하긴 힘들겠군요.”
“대만이나 일본 혹은 중국 쪽 해운사와 동맹을 체결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현진해운이 속해 있던 해운 동맹을 먼저 깨고 배신한 곳에 손을 내밀 수는 없죠. 그리고 다른 해운 동맹도 한국 해운업을 견제하기 위해 입을 맞췄을 가능성이 높아요.”
괜히 카르텔이라고 하는 것이 아니었다.
자신들의 이득을 위해서라면, 언제든지 힘을 합칠 수 있었고.
만약 어느 한 곳이 약속을 어기고 태우해운과 손을 잡는다면, 엄청난 보복이 가해질 수도 있었다.
그러니 누가 태우해운과 손을 잡으려고 하겠는가?
개별 해운사를 설득하는 건 불가능했고, 해운 동맹 자체를 설득해야지만 해운 동맹과 손을 잡을 수 있었다.
“아직 해운 동맹 개편이 끝나지 않았습니다. 지금부터라도 어떻게든 상황을 만들어 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상황을 만들어야죠. 기존 해운사들이 만들어 둔 상황을 깨고 우리가 주도하는 상황을 만들 필요가 있겠어요.”
“카르텔을 와해할 정도의 상황을 만들 수가 있겠습니까?”
“강력한 해운사 카르텔을 상대할 수 있을 만한 강력한 동맹군을 이용하면 충분히 가능하죠.”
“그런 동맹군이 있습니까?”
해운 카르텔을 상대할 수 있는 해운사는 없었다.
하지만 해운사가 아니라 국가를 이용한다면, 충분히 그들을 상대할 수 있었다.
“미국 대선이 얼마 안 남았죠? 대선이 끝나면, 충분히 상황을 만들 수 있겠군요.”
“미국을 이용해 해운 카르텔을 와해시킨다는 작전입니까? 너무 스케일이 커지지 않겠습니까?”
“미국 정도 되는 거대한 망치를 휘둘러야 카르텔을 깨부술 수 있지 않겠어요?”
해운 동맹 가입을 하려면, 50억 달러를 내라고?
차라리 그 돈을 미국에 투자하고 만다.
50억 달러면 충분히 미국 정부를 움직일 수 있는 금액이었고, 해운 동맹 주도권을 내가 쥘 수 있었다.
“우선은 데이비드에게 연락을 해 봐야겠군요.”
“지금 바로 전화를 넣어 보겠습니다.”
한 부회장이 데이비드에게 전화를 걸었고.
졸린 목소리로 전화를 받는 데이비드였다.
[무슨 일? 피곤해 죽겠는데 나중에 전화하면 안 될까? 어제도 밤새 술을 들이켰다고.]“무슨 술을 그렇게 마셨어요?”
[보스? 저는 한 부회장인 줄 알았어요. 술을 왜 마셨겠어요. 보스가 시킨 일을 처리하느라 유전자 가위 관련 교수진, 연구원들과 밤새 술을 마셨죠. 교수들이라고 해서 술이 약할 줄 알았더니 피 대신 술이 흐르는 사람들이더라고요.]유전자 가위 기술을 위해 열심히 돌아다니고 있는 데이비드였다.
술을 얼마나 마셨는지 휴대폰 너머에서도 알콜 냄새가 넘어오는 기분까지 들었다.
“고생 많았어요. 진척은 좀 있어요?”
[처음엔 다들 부정적인 반응이었는데 지금은 그 정도는 아니게 됐어요. 태우그룹과 센트리언이 한 몸이라고 설명을 했고, 센트리언에서 유전자 기술 기반 연구를 대규모로 진행하고 있다고 하니 조금은 관심을 보이더라고요.]태우그룹은 세계적으로 유명하지만 센트리언은 아니었다.
그나마 이번에 다이어트 치료제로 인해 구설수에 오르면서 유명세가 조금 높아졌을 정도였다.
“어떻게든 자리를 마련해서 한국 센트리언 연구소로 방문하도록만 만들어 주세요. 직접 눈으로 보게 되면 생각이 많이 달라질 겁니다.”
[센트리언 연구소에 IIT 연구소까지 연달아 방문할 수 있도록 만들어 볼게요.]“필요하다면 전용기를 띄워도 되니 돈 걱정은 말고 진행해 보세요.”
[언제는 제가 돈 걱정하고 일을 벌인 적이 있나요? 보스와 일을 하면서 자금이 부족한 경우는 한 번도 없었어요.]로비 자금부터 활동 자금까지.
데이비드가 필요한 만큼 지원을 해 주었고.
미국 최고의 로비스트인 그가 아직까지 내 옆에 남아 있는 이유 중 하나였다.
“바쁜 건 알겠는데 한 가지 부탁을 더 드려야겠어요.”
[미국 내에서 처리할 수 있는 일이라면 가능해요.]“미국 해운사들을 포섭해 주세요. 그리고 트럼프 후보 선거 캠프를 만나 미국 해운업계 강화 정책을 고려해 달라고 부탁해 주세요.”
[이번엔 미국 해운업까지 진출하시려고요? 하긴 미국이 해운업이 많이 약하긴 하죠.]전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이 미국이었다.
막대한 양을 수출하고 막대한 양을 수입하는 국가가 미국이었다.
하지만 웃기게도 미국 해운업은 규모가 크지 않았다.
정확히는 규모 있는 해운사가 없었다.
글로벌 해운사 순위 10위권 안에 미국 해운사가 없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자존심을 살짝 건드려 보세요. 미국 해운 사업을 해외 국가들에게만 의존하냐는 식으로 말이죠.”
[아메리카 퍼스트를 외치고 있는 트럼프 후보 캠프에겐 확실히 먹힐 만한 소스 같습니다. 그런데 한국 해운사도 타격을 입지 않겠습니까?]“타격을 입기 전에 성의를 보이면 되지 않겠어요? 50억 달러 규모를 미국 해운업계 발전을 위해 사용한다고 하면 됩니다.”
[괜찮은 전략이네요. 제가 책임지고 트럼프 후보 캠프를 공략해 볼게요. 안 그래도 항구지역의 공약이 부족하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으니 효과가 있을 것 같아요.]해운 카르텔이 아무리 강력하다고 한들.
세계 최대 물류 시장인 미국을 상대로 어떻게 하겠는가?
미국 해운업계와 손을 잡고 완전히 새로운 해운 동맹을 만드는 계획이 이제 시작되었다.
***
늦은 시각.
이제는 시원해진 밤공기를 느끼며 명동을 찾아갔다.
명동의 주인이 입구에서부터 나를 기다리고 있었고, 그와 함께 저택 안으로 들어갔다.
“회장님 덕분에 이번에도 아주 큰 돈을 벌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최대한 많은 수익을 안겨 주고 싶었지만, 정부의 눈치도 봐야 하기에 생각보다 적은 수익만 안겨 드렸습니다.”
“아닙니다. 4조 원에 사들인 땅으로 7천억 원이나 남겨 먹었으면 배부를 만큼 남겨 먹었습니다.”
반도체 도시 1구역 공사 준비가 한창이었다.
최재석 대통령이 당선된 직후부터 시작된 준비였고.
이전의 반도체 단지 착공에만 3년이 걸린 걸 생각하면 매우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었다.
이는 미리 토지 매입 과정을 순탄하게 만든 덕분이었다.
이영한이 명동의 힘을 사용해 토지 매입을 끝내 놓았기에 착공에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최소 2년 이상의 시간을 아낀 셈이니 7천억 원 정도의 차익을 그에게 주는 건 전혀 아깝지 않았다.
“전국의 공사장 인력들이 전부 반도체 공사 현장으로 달려간다는 이야기가 들려오고 있습니다. 잘 아시겠지만, 중소 건설업계 사장 중에서 어두운 일을 하던 사람이 꽤 있어 이야기를 전해 듣고 있습니다.”
“아직도 인력이 부족해요. 반도체 공장 공사가 돈이 된다는 이야기가 흘러 퍼지면 더 많은 인력이 모여들지 않겠어요?”
“다른 현장보다 최소 1.5배 이상 돈을 벌 수 있다는 이야기가 벌써 공공연히 떠돌고 있습니다. 특히나 요즘은 인터넷을 통해 정보가 퍼지는 시대 아니겠습니까? 젊은 인부들이 특히나 경기로도 많이 이동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제 공사는 시작에 불과했다.
더 많은 인력과 더 많은 땅이 필요한 시기였다.
“인력도 문제지만 땅도 문제군요.”
“대선 직전에 최대한 많은 토지를 매입해 두었습니다. 10조 원이 넘는 돈을 전부 투입한 덕분에 2구역과 3구역 공사 진행에도 큰 어려움이 없을 듯합니다.”
“그래도 부족해요. 지금은 땅값이 많이 올라 어렵겠지만, 주변 토지도 매입해 주세요.”
“이번 달에만 알박기 세력 4곳을 세상에서 지워 버렸습니다. 회장님이 하시는 일에 지장이 생기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모든 토지를 매입하고 공사를 진행했다면 얼마나 좋았겠는가?
하지만 반도체 도시의 규모를 생각하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었고.
1구역의 토지를 미리 준비한 것만 해도 유례가 없었던 일이었다.
“너무 시끄러운 일이 생기지 않을 정도로만 진행해 주세요.”
“그런 쪽은 저희가 전문입니다.”
“알박기 세력 같은 놈들은 과격하게 처리하더라도, 기존 주민의 경우엔 최대한 예의를 갖춰 상대하세요. 그리고 정말 협상하기 어려운 주민이 있으면, 명단을 저에게 주세요.”
돈보다 땅이 더 중요한 사람이 있기 마련이었다.
땅에 사연이 담겨 있는 사람들이었고, 내가 보유한 능력을 활용하여 실마리를 찾으면 되었다.
“정말 어려운 사람이 있으면 연락드리겠습니다. 하지만 아직은 명동의 정보력만으로도 충분히 해결이 가능합니다.”
“그러면 다행이군요. 이번 반도체 도시 사업이 끝나면, 더 많은 차익이 남는 사업을 같이 진행해 보시죠.”
“회장님의 부름이라면 차익이 얼마가 남든 상관 않고 곧장 달려가겠습니다!”
명동의 힘은 쓸모가 있었다.
쓸모가 있는 곳은 키워야 했고, 코로나 시대가 찾아오면 명동이 돈을 벌 방법은 무궁무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