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446)
독식하는 재벌 3세-446화(446/518)
446. 눈에는 눈 (1)
태우반도체 기술 개발팀 정영근 대리.
그는 두 개의 소속을 보유하고 있었고, 스파이일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그렇다고 해서 아무런 증거도 없이 그를 압박할 수는 없었기에 확인 작업부터 들어가야 했다.
이런 일은 강 대위가 전문이지.
필요하다면 명동의 힘까지 빌려도 되었지만, 우선은 강 대위로부터 간단한 뒷조사부터 들어가기로 하였다.
“뒷조사 한 명만 해 주세요. 태우반도체 정영근 대리의 계좌 조회부터 최근에 누굴 만났는지까지 확인해 주세요.”
[조사 강도는 어느 수준으로 하면 되겠습니까?]“우선은 빠르게 확인할 수 있는 정보부터 확인해 주시고, 이후에는 사돈에 팔촌의 정보까지 전부 확인하세요.”
[강도를 가장 높게 하여 조사하겠습니다. 1시간만 주시면, 계좌 조회와 최근에 증가된 자산까지 모두 파악해서 보고드리겠습니다.]1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30분도 지나지 않아 강 대위로부터 연락이 왔고, 내 예상보다 훨씬 많은 정보를 보고받을 수 있었다.
[정영근 대리의 모든 계좌를 조회해 보았지만, 이상 거래는 감지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신용카드 현금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받은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신용 대출까지 다 하면 5억 원이 넘습니다.]“가족 중에 누가 아프거나 입원을 해 있는 상황인가요?”
[그런 건 아닙니다. 부모 두 분 다 건강하시고, 아직 결혼도 하지 않아 아이도 와이프도 없습니다. 그리고 본인 소유의 아파트와 건물은 한 채도 없었습니다.]자랑은 아니지만, 태우그룹은 최고 수준의 연봉을 자랑한다.
그중에서도 태우반도체는 매년 큰 금액의 보너스를 지급하고 있었다.
집에 아픈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고, 집을 산 것도 아닌데 5억 원이 넘는 대출을 받을 이유는 없었다.
그리고 일반적인 대출이라면.
차를 사든 집을 사든 기록이 남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정영근 대리는 그 어떤 기록도 남아 있지 않았고, 돈이 나간 기록만이 남아 있었다.
“주기적으로 돈이 나갈 일이 뭐가 있을까요?”
[제 주변에서 그런 경우는 딱 한 가지뿐이었습니다. 도박에 빠진 사람들이 그런 경향을 보이곤 했습니다.]“가능성이 높겠군요. 24시간 밀착 감시에 들어가세요. 그리고 분명 차명으로 돈을 받은 흔적이 남아 있을 겁니다. 누구에게 얼마를 받았는지 빠르게 알아봐 주세요.”
강 대위와의 짧은 통화를 마치고.
천민정이 잠들어 있는 휴게실로 향했다.
문을 열기도 전부터 앓는 소리가 들려왔고, 안으로 들어가 보니 식은땀을 흘리며 악몽을 꾸고 있는 천민정의 모습을 발견했다.
“괜찮으세요?”
“저는 괜찮아요. 혹시 명단에서 의심되는 사람을 찾아내셨나요?”
“정영근 대리가 의심됩니다. 중국의 청화그룹과 접촉 가능성이 있어요.”
“청화그룹이라면, 중국의 반도체 회사네요.”
“아직은 정확한 증거를 잡아내지 못해 움직일 수가 없어요.”
“제가 증거를 찾아도 될까요?”
살기가 느껴지는 눈빛.
천민정은 반드시 자신이 범인을 잡겠다는 의지를 눈빛으로 보여 주었다.
“혹시 불법적인 일을 하실 생각은 아니시죠? 그렇다면 차라리 강 대위나 다른 전문가에게 맡기는 편이 안전해요.”
“절대 걸리지 않을 방법을 사용할 생각이에요. 사내 이메일을 통해 백도어 프로그램을 설치해서 PC와 휴대폰으로 뭘 하는지 조사할 생각이에요.”
“걸리면 불법 사찰이 되는 거 알고 있죠?”
“그럴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할게요. 필요하면 강 대위님의 도움을 받을게요.”
사실 천민정을 이런 일이 투입하는 건 낭비였다.
인공지능 센터장인 그녀는 태우그룹의 많은 계열사 핵심 사업의 중심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녀를 말릴 수는 없었다.
다른 것도 아니고 자존심이 달린 문제였기에.
“그럼 그룹 내부의 일은 천 센터장이 맡아 주세요. 외부의 일은 강 대위가 맡을 겁니다.”
“그렇게 할게요, 그리고 상대가 청화그룹이라면 어떤 정보를 원할지 어느 정도 예상이 가요. 그러니 덫도 미리 설치해 둘게요.”
천민정의 몸에 생기가 돌았다.
방금까지 앓고 있던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적극적으로 나서는 그녀였다.
***
퇴근 후, 강 대위의 사무실.
천민정 센터장은 강 대위와 함께 정영근 대리의 뒷조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내가 도착하자 그동안 조사한 자료를 폭포수처럼 쏟아 내는 그들이었다.
“정영근 대리의 휴대폰을 좀비폰으로 만들었어요. 최근에 받은 메시지부터 자주 접속한 사이트까지 전부 파악했어요. 그리고 가장 많이 접속한 사이트는 불법 토토였어요.”
“불법 사설 사이트 말인가요?”
“맞아요. 수억 원이 넘는 금액을 불법 토토로 잃은 자료까지 확보했어요.”
불법 토토는 중독성이 매우 강한 도박이었다.
우선 돈이 걸리면 평소에는 재미도 없던 마이너 스포츠 경기도 챙겨 보게 된다.
“저도 새롭게 확인한 정보가 있습니다. 정 대리의 가족 계좌를 조사해 보니, 할머니 이름의 계좌로 6억 원을 입금받은 기록을 확인했습니다.”
“고작 6억 원에 양심을 팔았다는 말이군요.”
“도박 중독자에게 양심이 어디 있겠습니까? 도박 자금만 지원해 준다면 뭐든 하는 사람들 아니겠습니까?”
괜히 도박판에 이런 말이 있는 게 아니었다.
팔이 잘리면 다리로 다리가 잘리면 혓바닥으로 도박을 한다.
그러니 고작 6억 원에 양심을 팔았겠지.
태우반도체 직원으로서의 커리어는 결코 6억 원 이하의 값어치가 아니었다.
매년 높은 수준으로 연봉이 인상되고, 웬만해서는 정년을 채우고 퇴사할 수 있으니 기대 수익은 20억 원이 넘었다.
“청화그룹과의 연관성은 발견했나요?”
“그 부분이 문제입니다. 브로커를 통해 돈과 정보를 주고받은 것 같습니다. 정영근 대리는 지금 당장 구속조치가 가능하지만, 청화그룹은 건드리기가 어렵습니다.”
“그럼, 그냥 정영근 대리를 이대로 두는 건 어떻습니까?”
동시에 나를 바라보는 천민정과 강 대위였다.
지금까지 고생고생을 하며 증거를 수집했더니 그냥 두자고 하니 당황한 모습을 숨기지 못한 그들이었다.
“그냥 없던 일로 하고 끝내자는 말씀이신가요?”
“정 대리를 처리하고 나면 끝일까요? 차라리 우리가 통제 가능한 스파이를 만드는 편이 낫지 않겠어요?”
“적을 더 가까이 두는 전략이군요.”
“그리고 정 대리가 접근할 수 있는 정보를 의도적으로 오염시켜 청화그룹으로 보내면 그들은 돈은 돈대로 쓰고 시간 낭비도 하게 되지 않겠어요?”
직접 만난 청화그룹 자웨이 회장은 욕심이 그득한 사람이었다.
반도체 굴기라는 목적을 이루기 위해 뭐든지 할 사람이었고, 스파이 한 명이 걸린다고 해서 경각심을 갖기는커녕 더욱 적극적으로 움직일 부류였다.
“회장님, 그럼 오염된 정보와 함께 악성 코드를 같이 보내도 될까요? 우리 정보를 가져가면, 우리도 저쪽 정보를 가지고 와야 공평하니까요.”
“우리가 그랬다는 것만 모른다면 뭐든 해도 괜찮죠. 자신 있나요?”
“지난번에 동남아에 구축한 서버와 암호화 프로그램과 인공지능을 이용해 만든 VPN을 이용하면, 절대 누가 그런 짓을 했는지 모를 거예요.”
사실 청화그룹이 보유한 정보는 탐나지 않았다.
하지만 복수심에 불타는 천민정의 화를 풀어내기 위해선 보복이 필요했다.
“천 센터장이 하고 싶은 대로 일을 진행해 보세요.”
“완벽하게 움직일게요. 그리고 청화그룹 내부 정보를 분석해 또 다른 산업 스파이가 있는지도 파악해 볼게요.”
“그런데 회장님, 청화그룹은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받고 있는 기업입니다. 일이 잘못되면, 국제 분쟁으로 커질 수도 있습니다.”
강 대위가 걱정스레 말하였다.
그런데 나는 그의 걱정스러운 말에서 오히려 한 가지 결심을 하게 되었다.
“청화그룹과 중국 정부의 강한 유대감을 부수면 되겠군요.”
“한국도 그렇지만 중국에서도 동문 사이의 유대감은 상당합니다.”
“강한 유대감일수록 작은 충격에도 쉽게 균열이 생기는 법이죠.”
중국 반도체 굴기의 중심이 청화그룹이었다.
다르게 해석한다면, 청화그룹을 무너뜨릴 수만 있다면.
중국 반도체 굴기는 성공할 수 없다는 말이 되기도 했다.
이전에는 사실 중국 반도체 굴기를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들이 아무리 노력하더라도 태우반도체가 한 발 이상 앞서 나갈 자신이 있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생각이 달라졌다.
후발 주자가 더는 다가오지 못하도록 사다리를 걷어차 버려야겠다.
그들이 먼저 우리를 건드렸으니 그에 상응하는 보복을 하는 게 인지상정 아니겠는가?
“회장님, 한 가지 고민이 더 있어요. 정 대리 말고도 더 많은 스파이가 있지 않을까요? 요즘 들어서는 직원 모두가 스파이가 아닐까 하는 걱정까지 들어요.”
“개인 라인을 통해 태우반도체와 인공지능 센터에 있는 전 직원의 뒷조사를 진행하도록 하죠. 그러니 괜한 의심부터 하진 마세요.”
개인 라인이 따로 어디 있겠는가?
내가 가진 능력을 통해 직원들의 상세정보를 일일이 확인하는 수밖에.
강 대위나 다른 조직을 동원하는 것보다 훨씬 빠르고 정확한 방법이었다.
단점이라면 내 개인 시간이 너무 뺏긴다는 점이다.
하지만 태우그룹의 자본과 시간을 들여 개발한 기술을 거저먹으려는 놈들을 처단하기 위해선 기꺼이 내 시간을 할애할 수 있었다.
***
2016년의 마지막 달.
이맘쯤이 되면 전 계열사 사장을 불러들여 사장단 회의를 진행하곤 했지만.
이번에는 크게 적자를 보고 있는 태우상사 이종수 사장만을 불러 연말 회의를 진행했다.
“올해도 고생 많으셨습니다. 제가 사장님에게 너무 무거운 짐을 넘겨드린 것 같아 항상 죄송한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닙니다. 모두 제 능력이 부족해 벌어진 일입니다.”
“이종수 사장님이 아니었다면, 태우상사는 지금보다 더 힘들어졌을 겁니다. 이제 조금만 더 참으면 됩니다.”
격려의 말로 회의를 시작했다.
그룹의 임원은 전부 계약직이었고.
실적이 좋지 않은 임원은 계약 연장이 힘들었다.
특히나 사장의 경우엔 실적의 압박을 더욱 강하게 받았고, 그렇기에 이종수 사장은 죄인의 모습을 한 채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었다.
“정말 괜찮습니다. 그리고 지하자원의 경우 매출이 크게 증가하지 않았습니까?”
“몽골과 남미 지역의 지하자원 생산량이 증가하였습니다. 하지만 내후년까지 인프라 공사를 계속 진행해야 하기에 매출 대부분을 재투자하여야 합니다.”
“괜찮습니다. 공사만 마무리되면 태우그룹의 캐시 카우가 되어 줄 겁니다.”
지하자원 개발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오랜 시간과 돈이 드는 작업이었고, 제대로 개발만 된다면 수십 년을 남겨 먹을 수 있는 사업이었다.
“문제는 로켓입니다. 올해도 2조 원에 가까운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600만 명이 넘는 가입자를 확보했지만, 물류센터 증축을 비롯한 인프라 공사에 많은 돈이 들어가고 있습니다.”
“로켓도 자리만 잡으면 문제가 없습니다. 우리 딱 2년만 더 고생을 합시다. 다른 문제가 더 있나요?”
한숨을 내쉬는 이종수 사장.
내가 이번에 새롭게 안겨준 짐 덩어리가 많이 무거웠나 보다.
“태우해운도 문제입니다. 해운 동맹 문제로 많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적자 규모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쉽지가 않습니다.”
“해운 동맹에서 견제를 하고 있나요?”
“물류비부터 운임비까지 해운 동맹끼리는 저렴한 가격으로 운송이 가능합니다. 그러니 많은 기업이 해운 동맹에 가입된 해운사를 찾고 있습니다.”
“걱정 마세요. 그 문제는 조만간 해결해 드리겠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식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그때가 되면, 이종수 사장을 괴롭히는 해운 동맹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된다.
새로운 해운 동맹 개편을 태우해운을 중심으로 할 수 있도록 만들 계획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