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447)
독식하는 재벌 3세-447화(447/518)
447. 눈에는 눈 (2)
2017년 1월 17일.
제45대 미국 대통령 공식 취임식이 열렸다.
비가 와서 그런지 오바마 대통령의 취임식에 비하면 적은 관중이 모여들었다.
하지만 부족한 관중을 채우는 반대 시위가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어, 조용한 분위기는 절대 아니었다.
[트럼프는 물러나라!] [차별주의자는 미국을 떠나라!]반 트럼프 시위를 들으며 취임식에 참석했고.
시위대가 빠르게 진압되었는지 취임식 행사가 시작되자 고성이 많이 사그라들었다.
그렇게 시작된 취임식.
일반적으로 대통령 취임식 연설에서는 통합과 화합을 외치기 마련이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달랐다.
“저는 모든 미국인에게 충성하겠다고 선서하였습니다. 수십 년 동안 우리는 외국의 산업을 풍요롭게 하는 대가로 미국의 산업을 희생시켰습니다! 슬프게도 다른 나라를 지원하느라 미국의 군대는 고갈되었습니다.”
트럼프의 과격한 연설에 모두가 놀랐고.
내 옆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데이비드도 놀래서 귓속말을 전해 왔다.
“저래도 괜찮을까요? 대통령 취임식이 아니라 마치 선전포고 선언문 같아요.”
“다들 그러려니 할 겁니다. 대선 기간 중에는 이보다 더 심한 말도 많이 했으니까요.”
“그래도 대통령 취임식 연설을 이렇게 하는 경우는 처음 봐요. 확실히 정치인 출신이 아니라 그런지 워싱턴의 문법을 사용하지 않긴 하네요.”
워싱턴의 문법이 아니다?
정치인의 문법도 아닐뿐더러 일반인의 문법과도 많이 달랐다.
트럼프 대통령만이 사용하는 문법이었고, 그가 대통령이 될 수 있었던 이유가 이런 부분이었다.
트럼프의 연설은 끝나지 않았고.
더욱 강경한 발언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미국은 지금까지 다른 나라를 부유하게 만들기 위해 미국의 부와 힘을 사용했습니다. 공장은 차례차례 문을 닫고 미국의 노동자들은 이 나라를 떠났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부는 다른 나라에 재분배되었습니다.”
더는 다른 나라의 경제 발전에 신경 쓰지 않겠다는 선언.
트럼프 대통령은 더더욱 목소리에 힘을 주며 열변을 토했다.
“이 자리에서 새로운 강령을 발동합니다! 모든 권력자는 들으세요. 오늘부터 새로운 비전이 미국을 다스리게 됩니다.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미국인 근로자와 미국인 가정의 이익을 최우선할 것입니다!”
드디어 나왔다.
아메리카 퍼스트.
미국을 우선시하겠다는 정책 기조를 정식으로 발표한 트럼프 대통령이었다.
“우리 제품을 훔쳐 만들고, 기업을 훔치고, 우리 일자리를 파괴하는 다른 나라의 유린적인 행동으로부터 미국을 지켜야 합니다!”
무역 분쟁을 암시하는 부분이었다.
미국의 특허를 무단으로 사용하는 국가에 대한 경고이기도 했다.
“단 두 가지 규칙. 미국 제품을 사고, 미국인을 고용하라. 이 규칙만 지키면 아메리카는 다시 위대해질 수 있습니다!”
전쟁 선언문과 같은 취임 연설이 끝이 났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자들은 눈물까지 흘리며 환호성을 질렀고.
반대로 해외 귀빈이나 기업가들은 미국 정책 기조 변화에 대해 고민하며 근심 어린 표정을 지었다.
***
취임식이 끝나고 이틀 후.
나는 공식적으로 미국 정부의 초청을 받아 워싱턴을 방문했다.
[미국 해운 회의]오늘 내가 초청받은 회의의 주제였고.
많은 기자진은 물론이고, 미국 해운업계 종사자와 FMC까지 참석한 공개회의였다.
연방 해사 위원회 FMC.
미국 해운업계의 감독관이 그들이었다.
해운에 관한 규제와 운임담합 같은 불공정 거래 행위를 감시하는 기관으로, 글로벌 해운사에게는 저승사자나 다름없는 곳이었다.
“미국 해운업계를 위한 회의를 시작하겠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첫 안건이 해운 사업이었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의 1호 안건은 오바마케어 폐기였지만.
공식 회의를 진행하는 건 해운 사업이 처음이었다.
1호 회의는 큰 관심을 끌기 마련이었다.
앞으로의 트럼프 정부의 정책 기조를 알 수 있는 회의였고, 그렇기에 많은 기자진이 회의에 참석한 것이기도 했다.
“취임 연설에서 말했듯이 저는 미국의 부가 외국으로 유출되는 것을 막고자 합니다. 미국 해운 사업이 그런 식으로 운영되고 있더군요. FMC에 묻도록 하죠. 미국의 수출입 물량이 얼마나 됩니까.”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물량을 수입하고 있고, 수출 물량도 세계 3위 수준입니다.”
“그런데 왜 미국은 글로벌 해운사를 보유하고 있지 않습니까? 왜 유럽이나 중국 해운사에 미국의 화물을 모두 맡기냐는 말입니다!”
미국은 거대한 해운 수요를 가진 국가였다.
세계 최대 물동량이라는 무기를 휘둘러 해운시장을 지배하는 곳이 미국이었다.
그렇기에 굳이 글로벌 해운사를 보유하지 않더라도 외국의 해운사를 통제하고 관리할 수가 있었다.
해운사 입장에서도 미국은 절대 놓칠 수 없는 고객임은 분명했다.
아무리 아시아와 유럽 항로의 물량이 많다고 한들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북미 항로의 물동량과 비교할 수는 없었다.
“외국 해운사가 공정한 방식으로 운영되도록 지속적인 감시와 감독을 하고 있습니다.”
“제가 원하는 건 공정한 방식이 아니라 미국에 이득이 되는 방식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연설에 했던 말을 반복했다.
공정한 부의 분배가 아닌 미국에 이득이 되는 분배 방식을 원하는 그였다.
“국제적 협약에 어긋난 행동은 할 수가 없습니다. 만약 우리가 외국 해운사를 규제하게 된다면, 다른 국가도 우리를 규제하게 됩니다.”
“제가 그냥 규제하자고 합니까? 외국 해운사들은 해운 동맹이라는 카르텔을 만들어 이득을 취하고 있어요. 그로 인해 중소규모 해운사들이 공정한 경쟁을 하지 못하고 있죠. 그래서 미국 해운사가 성장하지 못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해운 동맹을 걸고넘어지는 트럼프 대통령이었다.
일방적인 규제를 한다면 문제가 되겠지만, 카르텔 척결이라는 대의명분을 내세운다면 주도권은 미국에게 넘어온다.
해운 동맹은 공정하지 않은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었으니까.
특히나 미국의 경우엔 글로벌 해운사를 보유하지 않고 있었기에 더욱 당당히 이 문제를 제기할 수 있었다.
“외국 해운사들이 해운 동맹을 만드는 게 국제 협약에 어긋나는 일은 아닙니다.”
“그럼, 우리도 해운 동맹을 만들면 되지 않겠어요? 미국 해운사 혹은 미국에 투자하는 해운사들이 힘을 합쳐 해운 동맹을 만들면 되겠군요.”
트럼프 대통령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고.
갑작스레 나를 향해 손을 뻗으며 말을 이어 나갔다.
“태우해운에서 50억 달러를 미국 해운 사업을 위해 투자하기로 했습니다. 태우해운과 같이 미국에 투자하는 해운사와 미국 해운사가 힘을 합친다면, 미국의 국익에 큰 도움이 되지 않겠습니까?”
돈 쓴 보람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대선 자금 후원과 해운 사업에 투자하는 50억 달러.
단순히 말 한마디로 갚을 수 있는 금액은 결코 아니었지만, 그 말을 하는 사람이 미국 대통령이라면 충분히 가능했다.
“다들 왜 가만히 있나요? 미국 해운 사업을 위해 큰 투자를 해 주시는 분에게 박수를 보냅시다.”
나는 얼떨결에 자리에서 일어났고.
트럼프 대통령이 먼저 박수를 치자 회의에 참석한 장관과 기관장도 따라서 박수를 쳤다.
요즘 들어 개인 방송이 유행한다고 했었지?
별다른 친분도 없는 방송인에게 왜 후원을 하나 싶었는데, 이제는 알겠다.
대통령과 장관이 이런 리액션을 해 주는데 어떻게 지갑을 열지 않을 수 있겠는가?
“태우해운은 미국 해운 사업의 발전을 위해 계속 노력하겠습니다. 미국의 중소 규모 해운사와 힘을 합치고, 낙후된 항구와 항만 인프라 재개발에 많은 관심을 가지겠습니다.”
“김 회장님은 한국에서 기업 활동을 하고 계시지만, 미국 명예 시민권자이기도 하죠. 김 회장처럼 미국의 국익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더 많은 기회는 바라지 않습니다. 그저 해운 동맹의 해운사들과 동등한 기회만 주어진다면 충분합니다.”
해운 동맹에 가입되지 않는 순간 불이익을 받게 된다.
하지만 미국이 움직여 준다면, 최소 동등한 입장에서 해운사를 운영할 수 있었고.
오히려 조금 더 유리한 입장으로 미국 수출입 물량을 받아 낼 수도 있었다.
“50억 달러를 투자한 기업가도 그저 동등한 기회만을 얻고 싶어 합니다. 얼마나 해운업계가 망가졌는지 아시겠습니까? 그래서 저는 FMC에 더 많은 권한을 부여하고자 합니다.”
“어떤 권한의 강화인지 알 수 있겠습니까?”
FMC 관계자들이 큰 관심을 보였다.
권한을 강화해 주겠다는데 어느 기관장이 싫어하겠는가?
“해운업체 조사권을 부여할까 합니다. 단순히 관리와 감독만 하는 것이 아니라 조사까지 진행할 수 있게 되는 것이죠. 특히나 미국의 국익을 침해하는 해운사에 한해서는 강도 높은 조사를 진행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겠습니다.”
“조사권이 생긴다면, 지금보다 훨씬 공정하고 국익에 도움이 되도록 FMC를 운영할 수 있습니다!”
해운업체 조사권.
안 그래도 저승사자라 불리는 FMC에게 신형 무기까지 얹어 준다는 의미였다.
FMC에 잘못 찍히면 미국에서 해운업을 할 수 없게 될 터였고, 글로벌 10위권 안에 드는 대형 해운사라고 할지라도 예외는 없었다.
“오로지 국익만을 생각하세요. 태우해운처럼 미국의 국익에 도움이 되는 파트너와 같이 미국 해운사업을 키워 나가야만 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기자진에게 공개된 회의였고.
회의에 있던 모든 발언은 실시간 속보로 나가고 있는 중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해운산업을 육성하겠다고 선언했고, 태우해운이 그 중심이 될 거라는 발언을 글로벌 해운사들도 전부 듣고 있을 터였다.
***
회의를 마치고 호텔로 돌아왔다.
먼저 호텔로 돌아와 대기하고 있던 데이비드가 엄지손가락부터 들어 올렸다.
“아주 난리가 났어요. 트럼프 정권이 오바마케어부터 손을 본다고 해서 반대 여론이 들끓고 있었는데, 미국 해운산업 육성은 큰 공감을 받고 있어요. 그리고 태우해운 기사도 아주 긍정적으로 나오고 있고요.”
“회의가 끝난 지 한 시간도 안 지났는데 벌써 반응이 나오고 있나 보군요.”
“실시간으로 회의 내용이 속보로 나오고 있었죠.”
미국 해운산업 육성을 반대할 미국인이 얼마나 있겠는가?
특히나 가장 권력이 강한 정권 초기에 나온 정책이다 보니 언론사에서도 좋은 기사를 써 주고 있었다.
“미국 해운사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태우해운과 같이 손을 잡겠다고 연락이 쇄도하고 있다고 하네요. 그리고 우리가 비밀리에 인수한 회사들의 주가가 동시에 급상승하고 있어요.”
핀테크 은행과 AIZ 등을 이용해 미국 중소 규모 해운사를 사들였었다.
새로운 해운 동맹 개편을 위해선 미국 해운사의 힘이 필요했으니까.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어야겠군요. 우리가 인수한 미국 해운사들과 태우해운이 손을 잡고 해운 동맹을 만든다는 정보를 푸세요.”
“타이밍 좋네요! 기존 해운 동맹들이 아주 기겁을 하겠어요.”
미국 정부의 지원을 받는 새로운 해운 동맹.
북미 항로를 포기할 수 없는 기존 해운 동맹에게는 엄청난 악재였고.
그들 또한 거액을 들여 미국에 투자를 하거나, 아니면 우리와 손을 잡아야만 하는 구조가 되었다.
“이제 입장이 바뀌는 거죠. 이전까지는 태우해운이 손을 내밀었다면, 이젠 기존 글로벌 해운사들이 우리를 향해 손을 뻗어야 할 겁니다.”
“벌써 손을 뻗어 온 해운사가 있어요. 글로벌 1위 해운사 머스크가 회장님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연락을 해 왔어요.”
괜히 글로벌 1위 해운사가 된 게 아니었다.
누구보다 빠르게 기류를 읽어 내고 행동했기에 머스크가 1위 해운사가 되었겠지.
그렇게 대단한 머스크가 우리에게 구애의 손짓을 보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