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449)
독식하는 재벌 3세-449화(449/518)
449. 눈에는 눈 (4)
쉐렌이 기다리고 있는 회의실.
안으로 들어서자 환한 미소를 짓는 그가 보였다.
본사와 아주 좋은 방향으로 이야기가 진행되었음을 표정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오래 기다리게 하여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한 시간은 족히 걸릴 것이라 예상했는데 30분도 안 지났습니다.”
“결론만 먼저 말씀드리면, 김 회장님의 제안을 수락하기로 하였습니다.”
내가 내건 조건은 3가지였다.
1. 선박 5척 양도.
2. 북해 유전 매입
3. 발주 선박 인수
1번 조건을 제외한 나머지 조건은 머스크 그룹에게 이득이 되는 조건이었다.
무려 100억 달러나 되는 현금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는 조건이었으니까.
“북해 유전과 한국 조선소에 발주 넣은 선박을 전부 태우그룹으로 매각하겠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가격이지 않겠습니까?”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100억 달러도 과하게 책정한 금액입니다. 회사 경영진들이 모두 반대하고 나섰지만, 해운산업의 발전을 위해 출혈을 감수하고 내린 결정입니다. 그러니 가격 협상은 어렵습니다.”
무려 100억 달러나 되는 금액이었다.
해운업계 불황으로 현금 유동성에 문제가 생긴 머스크 그룹에게는 가뭄의 단비와도 같은 금액이기도 했다.
그렇기에 가격 협상은 불가했다.
만약 저쪽에서 협상을 하려고 든다면, 이번 거래 자체를 엎어 버릴 생각까지 가지고 있었다.
“북해 유전과 발주 선박 매각 자금으로 100억 달러면 충분합니다. 그 부분이 아니라 선박 5척 양도에 관한 부분을 협의드리고자 합니다.”
“설마 그 정도도 양보를 안 하실 생각이십니까? 중고 선박 5척의 가격을 생각하면 절대 과한 요구는 아니지 않습니까?”
“중고 선박이라고는 하지만 성능에는 전혀 문제가 없는 선박들입니다. 그런 선박을 5척이나 태우그룹으로 양도하는 건 어렵습니다.”
엎어야 하나?
이 정도도 양보를 하지 않으려는 머스크 그룹의 행태에 살짝 화가 나려고 했다.
내가 불편해하는 걸 느꼈는지 쉐렌은 얼른 말을 이어 나갔다.
“그렇다고 해서 양도를 하지 않겠다는 건 아닙니다.”
“어떻게 하고 싶으신 겁니까?”
“선박 5척이 신뢰의 상징이라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그러니 우리가 만들 새로운 해운 동맹의 소유로 선박 5척을 양도하고자 합니다.”
“해운 동맹이 공동으로 소유하는 선박으로 삼자는 것이군요.”
머스크 그룹에서 나름 머리를 굴렸다.
피해를 최소화하며 이득은 보는 조건이었고.
태우해운으로서도 그다지 나쁜 조건이 아니기도 했다.
“공동 소유를 운운하기 앞서, 우선 해운 동맹부터 명확히 해야 할 듯합니다.”
“기존의 2M 동맹에 태우해운과 미국 중소규모 해운사들의 연합체가 들어오는 방향이 가장 좋지 않겠습니까? 혹시나 중국이나 대만, 일본의 해운사가 동맹으로 들어오길 바라십니까?”
설마 그럴 리가.
한국 해운업의 가장 큰 라이벌이 주변국이었다.
특히나 중국과 대만 해운사와는 파이를 나눠 먹는 구조였기에, 같은 동맹에 들어가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게다가 먼저 배신까지 당했다.
현진해운이 기존에 가입했던 해운 동맹이 와해되며 먼저 동맹을 탈퇴한 그들이었다.
“말씀하신 대로 기존의 2M 동맹에 태우해운과 미국 해운사들이 합류하는 방향이면 충분합니다. 그런데 제가 한 가지를 더 제안드려도 되겠습니까?”
“어떤 제안이든 경청하겠습니다.”
“2M 동맹과 다른 해운 동맹의 치킨 게임으로 한국 해운사들이 파산에 이르렀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 부분은 사과드리겠습니다. 하지만 결코 한국 해운사들을 목표로 삼고 출혈경쟁을 벌인 건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태우해운에서 원하신다면, 출혈 경쟁을 멈출 생각도 있습니다.”
해운사들의 적자는 결코 불황 때문만은 아니었다.
좋은 항로를 쟁탈하기 위해 벌인 치킨 게임으로 인해 더 큰 피해를 입은 해운사들이었다.
해운 동맹은 다른 해운 동맹을 견제 혹은 파산시키기 위해 덤핑 정책을 펼쳐 왔다.
“제 말을 오해하고 계신 것 같습니다. 출혈 경쟁을 멈추는 것이 아니라 조금 더 공격적으로 하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드리고자 합니다.”
“가격을 더 낮추자는 말씀입니까?”
“태우그룹으로부터 100억 달러의 수혈을 받으면, 머스크 그룹도 자금 사정이 넉넉해지지 않습니까? 태우해운도 자금 사정이 아주 넉넉합니다. 이번 기회에 해운업계의 판도를 완전히 바꾸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회귀 전에는 치킨 게임의 패배자는 한국 해운업계였다.
덤핑 경쟁을 버틸 자본력이 부족했고, 10배에 달하는 용선료의 압박까지 받아 경쟁 자체가 불가능했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태우그룹이라는 든든한 모기업이 버티고 있으니까.
선박만 든든히 확보할 수 있다면, 외국 해운사 모두와 덤핑 경쟁을 붙어도 이길 자신이 있었다.
“우린 괜찮지만, 미국의 중소 규모 해운사들이 감당할 수 있겠습니까?”
“괜히 동맹이겠습니까? 어려울 때는 서로 돕고 살아야지요. 동맹 차원에서 중소 규모 해운사를 돕는다면 충분히 가능합니다.”
“결코 적지 않은 금액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됩니다.”
“손실액의 70%를 태우해운에서 지원하겠습니다. 나머지 30%만 2M 해운 동맹에서 지원해 주십시오. 그 정도는 가능하지 않습니까?”
태우그룹이 엄청난 손해를 감수하겠다고 먼저 나섰다.
만약 이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미국의 해운사를 배척한다는 이미지가 생길 수도 있기에 어쩔 수 없이 받아야만 하는 조건이었다.
“태우그룹에서 70%를 감수하신다면, 나머지 30%는 2M 동맹 차원에서 감수하도록 하겠습니다.”
“북미 항로를 장악하기 위한 투자라고 생각하면 결코 많은 금액은 아닙니다. 이번 치킨 게임으로 북미 항로와 아시아 항로의 승자가 결판나게 됩니다. 그렇기에 태우그룹은 손실액의 70%나 지원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태우그룹의 결정에 경의를 표합니다.”
사실 태우그룹이 손해를 보는 조건은 절대 아니었다.
미국 해운사 대부분은 핀테크 은행과 다른 금융사를 통해 사들였다.
다시 말하면, 미국 해운사 대부분이 내 소유란 뜻이었다.
내 소유의 해운사가 손해가 나면 당연히 내가 채워 넣어야 했다.
그런데 손실액의 30%를 머스크와 2M 동맹에 떠넘기는 셈이었으니 전적으로 태우그룹이 이득을 보는 조건이었다.
그런 사실을 모르는 쉐렌이었고.
태우그룹이 엄청난 손해를 감수한다는 것에 고마워하고 있었다.
손해를 감수하는 건 태우그룹이 아니라 2M 동맹이라는 것을 모르니 가능한 일이었다.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빠르게 움직여야 합니다. 미국 정부에서 해운업계에 규제를 시작하기 전에 좋은 모습을 보여야 규제를 피해 갈 수 있고, 좋은 항로를 선점할 수 있습니다.”
“태우그룹에게만 손해를 부담하게 하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픕니다. 제가 직접 나서서 5척의 선박 중 2척은 태우그룹에게 양도하는 것으로 본사를 설득해 보겠습니다.”
역시나 협상에서는 앓는 척을 해야 하나라도 더 얻을 수 있었다.
달라고 하지도 않았건만, 알아서 선박 2척을 태우그룹에 넘기겠다는 쉐렌이었다.
“지금 상황에서 선박을 양도받으면 적자 규모가 더 커질 수도 있겠지만, 태우그룹은 모든 손해를 감수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정말 든든한 동맹을 얻은 것 같습니다. 이번 주 내로 계약이 마무리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태우해운 실무진을 덴마크로 보내겠습니다. 그편이 더 빠르게 계약을 체결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정말 감사합니다. 2M 해운 동맹이 해운업계를 독식할 날이 머지않은 것 같습니다. 아! 이젠 2M 동맹이라고 불러서는 안 되겠군요. 혹시 생각해 두신 이름이라도 있으십니까?”
2M 해운 동맹의 역사는 이제 끝이었다.
태우해운을 중심으로 새로운 해운 동맹이 만들어졌으니, 당연히 태우해운의 이름이 맨 앞에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TAM 동맹이 어떻습니까? 태우그룹의 T, 아메리카의 A 그리고 기존 2M 동맹의 M입니다. 거창한 이름보다 간단한 이름이 더욱 부르기 쉽지 않겠습니까?”
“좋습니다. TAM 동맹이 하루빨리 결성될 수 있도록 지금 바로 움직이겠습니다.”
미소를 지으며 악수를 청하는 쉐렌이었고.
나는 비장한 표정을 지으며 악수를 나눴다.
태우그룹이 해운업계에 그만큼 진심이라는 걸 보여 주기 위한 연기였고, 이런 연기를 해 줘야 세부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어 나갈 수 있었다.
***
협상을 마치고 호텔로 돌아갔다.
데이비드와 다이먼이 이미 호텔에 도착해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보스! 표정을 보니 협상은 잘 끝났나 보네요.”
“원하는 대로 북해 유전도 얻고 선박도 얻어 냈죠.”
“100억 달러나 안겨 주는데 당연히 그 정도는 얻어 내야죠.”
“저는 회장님이 왜 이런 협상을 진행하는지 선뜻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100억 달러나 들여 북해 유전과 선박을 사들이려는 이유를 아무리 분석해 봐도 답이 나오지가 않았습니다.”
마냥 좋아하는 데이비드.
그와 달리 다이먼은 이번 협상을 분석하고 있었다.
그리고 분석 결과가 그다지 좋지 않았는지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북해 유전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겁니까? 아니면 선박을 사들인 게 문제인 겁니까?”
“둘 다입니다. 먼저 북해 유전의 경우만 봐도 머스크 그룹이 왜 매각하려고 하겠습니까? 유럽은 탄소 중립 정책을 펼치고 있고, 유가도 상승하지 않고 있으니 가치가 없다고 판단해서 매각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북해 유전의 위치는 유럽이었다.
영국과 덴마크 사이에 놓여 있었기에 당연히 유럽 시장이 가장 큰 고객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유럽은 친환경 에너지를 사용하도록 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었으니 석유 유전이 더는 가치가 없다고 판단할 수도 있었다.
게다가 셰일 혁명까지 있었다.
셰일 가스로 인해 석유 공급량이 크게 증가하였으니 새로운 유전 개발은 손해만 보는 일이라고 많은 전문가가 예측하고 있었다.
“지금 유럽은 대부분의 에너지를 러시아 쪽으로부터 공급받고 있죠.”
“파이프라인을 통해 저렴하게 공급받고 있습니다. 그래서 북해 유전의 가치는 더욱 하락하였습니다.”
“하지만 러시아에서 언제까지 에너지를 공급받을 수 있을까요? 만약 러시아가 파이프라인을 막기라도 한다면, 유럽 전체가 에너지 대란을 겪게 됩니다. 그때가 되면 북해 유전의 가치는 지금보다 10배 이상 상승하게 될 겁니다.”
“러시아가 왜 파이프라인을 막겠습니까? 막대한 이익을 안겨 주는 사업을 포기할 이유가 없지 않습니까?”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그런 일이 생기지 않겠지.
하지만 러시아는 영토 확장을 여전히 꿈꾸고 있는 나라였고.
우크라이나 침공 같은 사태가 발생한다면, 유럽은 도의상 파이프라인을 통해 러시아로부터 에너지를 공급받을 수 없게 된다.
“러시아는 크림반도를 침공했죠. 또다시 그런 일이 생기지 않을 거라고 누가 보장할 수 있겠습니까?”
“러시아가 대규모 전쟁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보십니까?”
“충분히 그럴 수 있는 국가가 러시아죠. 그렇게 된다면 북해 유전은 유럽의 생명줄 역할을 하게 될 수도 있어요.”
“회장님의 말씀대로만 된다면, 북해 유전은 유전이 아니라 금광의 역할을 하게 되긴 하겠습니다.”
북해 유전뿐만이 아니었다.
선박 인수로 해운사를 확장하는 것도 미래를 보고 한 선택이었다.
코로나 시대가 오면, 1년 안에 지난 10년간의 적자를 만회할 수 있었고.
3년이 지나면 과거 50년 동안의 영업 이익보다 더 높은 영업 이익을 기록할 수 있었다.
“나는 무조건 보스 의견에 동의해요. 보스가 투자해서 언제 망한 적 있어요?”
“저도 반대하는 건 아닙니다. 그저 이해가 가지 않았을 뿐이고, 이젠 왜 그런 선택을 하셨는지 이해가 되었습니다.”
“그러니까 왜 보스 의견에 의문을 가지냐고, 그냥 따라가면 머리 쓸 일도 없는데 말이야. 아! 그리고 보스, 내일 애플 신사옥 완공식이 있어요. 지금 바로 캘리포니아로 가셔야 참석하실 수 있지 않을까요?”
애플 신사옥 완공식.
당연히 내가 참석해야 하는 행사였다.
애플의 최대 주주이기도 하였고, 태우건설이 모든 역량을 다해 만든 신사옥이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