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45)
독식하는 재벌 3세-45화(45/518)
45화. 100억의 가치 (3)
SAVE 투자회사의 데이비드.
그는 인재 영입을 담당하고 있을 뿐 아니라 각종 로비를 비롯한 외부 활동을 담당하고 있었다.
뛰어난 친화력으로 미국 인맥을 휘어잡은 그였고.
프랑스로 가서도 그의 친화력은 전혀 줄지 않았다.
“와인하면 프랑스 아니겠습니까? 근방에 있는 로마네 콩티를 전부 쓸어 왔습니다.”
“오늘 입이 호강하겠습니다. 요즘 들어 골치 아픈 일만 가득했는데 데이비드 덕분에 스트레스가 확 풀립니다.”
한 병에 수백에서 수천만 원까지 하는 비싼 와인이 테이블을 가득 채웠고.
테이블 옆에는 데이비드와 톰슨 멀티미디어 임원진이 앉아 있었다.
데이비드가 프랑스에 온 지 불과 이틀도 되지 않아 이미 절친한 친구가 되어 있는 그들이었다.
술이 한 병이 들어가고 두 병이 들어가자.
톰슨 멀티미디어의 임원진들은 속에 담고 있던 불평불만을 쏟아 내었다.
“회사가 힘든 게 우리 책임입니까? 미국, 일본, 한국에서 물량공세를 펼치는데 우리보고 어쩌라는 건지.”
“그러게 말입니다. 말이 좋아 국영 기업이지, 오히려 국영 기업이라서 손해만 보고 있어요. 경영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제약이 너무 많아 제대로 경영할 수 없는 상황이죠.”
“우리 마음을 정확히 아시네요.”
데이비드는 가려운 곳을 정확히 알고 긁어 주었다.
그러면서도 임원진들의 욕망을 살짝살짝 건드렸다.
“일은 많이 시키면서 연봉을 많이 주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회사가 어렵다는 핑계로 연봉이 더 줄어들지 않았습니까.”
“내 말이 그 말입니다. 연봉이라도 많이 줘야 신나서 일을 하지. 이거 원 봉사활동 하는 것도 아니고 아주 죽을 맛입니다.”
“게다가 회사가 다른 곳으로 팔릴 수도 있다면서요. 그것도 아시아 변방에 위치한 한국에 팔린다는 소문이 월가에서 이미 돌고 있씁니다.”
“극비 사항인데 그 소문이 벌써 월가에까지 퍼졌습니까? 역시 월가의 정보력은 웬만한 정보기관보다 뛰어나군요.”
데이비드는 대답 없이 와인을 들이켰다.
톰슨 멀티미디어 인수 관련 정보는 월가가 아니라 김민재에게 들은 정보였다.
“그런데 회사가 인수되면 어떻게 되는 겁니까?”
“자리에서 물러나야겠죠. 에휴, 어떻게 여기까지 올랐는데 진짜 억울해 죽겠습니다.”
“그럼 제가 좀 도와드릴까요?”
“좋은 곳이라도 소개시켜 주실 겁니까?”
“직장이야 다 돈 벌려고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톰슨이 보유한 특허 몇 개를 팔아 주시면 제가 넉넉히 챙겨 드리겠습니다.”
와인을 따라 주며 말하는 데이비드였다.
임원진들은 술을 받으면서 깊은 생각에 빠졌다.
어차피 다른 곳으로 팔려 나갈 회사였다.
이런 상황에서 특허 몇 개가 팔린다고 해서 문제 삼을 사람이 있을까?
“특허를 판매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죠. 문제는 단가 아니겠습니까?”
“당연히 단가를 높게 불러 드려야죠. 임원을 달고 받지 못한 보너스보다 더 챙겨 드리겠습니다.”
술자리는 밤새 이어졌고.
톰슨 멀티미디어의 임원진들이 만족할 만한 조건을 내걸었기에 술자리는 즐겁게 마무리되었다.
* * *
두 달이 지났을 무렵.
나는 데이비드로부터 아주 좋은 소식은 전해 들었다.
[보스! 톰슨 멀티미디어와의 일은 잘 끝났어요. MP3 관련 특허와 음향, 영상 관련 특허를 모조리 쓸어 왔어요.]“고생했어요. 쉽지 않았을 텐데 잘 하셨어요.”
[그런데 돈을 너무 많이 썼습니다.]“돈은 크게 상관없어요. 그런데 얼마나 썼는지는 궁금하긴 하네요.”
[한국 돈으로 치면 대충 100억 원 정도 썼어요. 사실 특허 구입에는 50억 원도 안 들어갔는데 임원진 입 속으로 50억 원을 넣어 줘야 해서 100억 원을 사용했어요.”“100억 원이면 저렴하네요. 더 써도 상관없었어요.”
100억 원에 MP3 특허면 정말 저렴한 금액이다.
MP3 플레이어가 개발되고 나면, 100억이 아니라 몇 배를 줘도 구입하기 어려운 특허들이니까.
[이제 미국으로 복귀할게요. 정치인들과 만찬이 약속되어 있어서요.]“고생 좀 해 주세요. 정치권의 힘을 쓸 날이 얼마 남지 않았어요.”
[저야 보스가 무슨 일을 하려는지는 모르지만, 여당 야당 할 것 없이 정치인들을 잘 구워삶아 두겠습니다.]외환위기가 찾아오면 정치권의 도움을 받을 일이 생긴다.
그전에 미리 약을 골고루 쳐 둬야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을 수 있고, 남들보다 더 큰 목소리를 낼 수도 있게 된다.
전화를 끊고 잠시 생각에 잠겨 있을 때.
비서진이 다급히 내 사무실 안으로 들어왔다.
평소에는 절대 허락 없이는 내 사무실에 들어오지 않던 사람들이었다.
“무슨 일이죠?”
“대형 사고가 터졌습니다. TV를 틀겠습니다.”
다급히 TV를 트는 비서였고.
모든 채널에서 같은 뉴스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삼풍백화점 붕괴.]오늘이 그날이었구나.
나는 올해 삼풍백화점이 붕괴될 거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정확한 날짜까지는 모르고 있었다.
날짜는 몰랐지만.
앞으로 내가 뭘 해야 할지는 이미 계획을 세워 두었다.
“지금 당장 그룹 본사로 가야겠습니다. 회장님의 위치를 파악해서 알려 주세요.”
“알겠습니다.”
나는 다급히 그룹 본사로 차를 몰고 달려갔고.
본사도 대형 사고의 여파로 인해 다급히 움직이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도 비서실 직원 한 명이 나를 알아보고 인사를 건네왔다.
“소장님도 회의에 호출받으셨습니까? 회의는 9층 대회의실에서 진행됩니다.”
“회장님이 소집하신 회의인가요?”
“그렇습니다. 기획실과 비서실 전 인원이 참여하는 회의입니다.”
“그럼 같이 들어가죠.”
회의 참석 요청은 받지 않았지만.
나는 연구소 소장이라는 직함과 회장님의 손자라는 자격으로 회의실 안으로 밀고 들어갔다.
당연히 나를 막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상석에 앉아 있는 할아버지께서도 자연스레 옆자리를 내어 주셨다.
“너도 들어서 알고 있겠지만, 삼풍백화점이 붕괴되었다. 우리에게 직접적인 영향은 없겠지만, 향후 상황을 예측하기 위해 회의를 소집했다.”
“지금 회의를 할 시간이 없습니다. 당장 움직여야 합니다.”
“뭘 어떻게 움직이자는 것이냐?”
“태우건설의 크레인을 지금 당장 현장으로 보내셔야 합니다.”
“정부에서 요청도 오지 않았는데 어찌 우리가 먼저 나설 수 있겠느냐?”
내가 너무 흥분했나?
할아버지가 손을 들어 나를 진정시키려고 했고, 비서실장 아저씨도 한 팔을 거들었다.
“김 소장님, 태우건설에서 크레인을 갑자기 빼 오면 공사 일정에 지장이 생깁니다.”
“공사 일정이 하루 이틀 밀어지는 게 중요한 게 아닙니다! 지금 당장 움직이셔야 합니다. 우선 투입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투입한 뒤 회의를 진행해도 늦지 않습니다.”
“김 소장. 흥분을 가라앉히게나. 비극적인 사건은 맞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먼저 나선다고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란다. 사고가 일어나면 소방당국의 매뉴얼대로 진행되어야 하고, 우리가 나서면 매뉴얼이 어긋나 버린다.”
웬만한 사고라면 매뉴얼이 중요하겠지.
하지만 백화점이 붕괴될 상황을 누가 예상이나 했겠나?
그리고 소방당국이 보유한 장비로는 구조 활동에 한계가 있었다.
붕괴된 건물에서 구조 활동을 벌이기 위해서는 건설 현장에서 사용하는 대형 장비들이 꼭 필요했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요지부동이었다.
먼저 나서는 걸 꺼려 하고 계셨고, 이런 상황에서 할아버지를 움직이게 만들 방법은 단 하나였다.
“현재건설에서 움직이기 전에 우리가 먼저 나서야 합니다.”
“현재건설이 움직인다니 그건 무슨 말이냐?”
“정부에 점수를 따기 위해 현재건설은 무조건 움직이게 되어 있습니다. 지금 현재그룹과 정부의 관계를 잘 아시지 않습니까.”
“정부에 단단히 찍혀 있는 상황이지.”
현재그룹 회장은 지난 대선에 대권에 도전했었다.
할아버지도 대권에 도전할 뻔했지만, 다행히도 무산되었다.
한데 현재그룹 회장은 당당히 후보로 나섰었고, 당연히 당선되지 못하고 다시 그룹 회장 자리로 돌아와야 했다.
“현재그룹은 정부와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가진 힘을 총동원할 것이 분명합니다.”
“그래서 우리가 먼저 나서서 관계 개선을 막자는 말이구나.”
“그룹 이미지 차원에서도 큰 도움이 되는 일입니다. 수십 억을 들여서 TV나 신문에 광고를 하는 것보다 훨씬 도움이 되는 일입니다.”
나는 이후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알고 있었다.
사실 현재그룹이 먼저 나선 것이 아니라 정부에서 현재건설에 도움을 요청했다.
대통령은 당선 이후 여러 차례의 대형 사고가 발생했고, 모든 일이 나랏일 책임이기에 지지율이 급락했다.
민심을 돌리기 위해선 빠르게 사고를 수습해야 했고.
대통령은 현재건설에게 도움을 요청해 중장비를 사용해 사고를 수습했었다.
이번엔 그 자리를 우리가 차지해야 했다.
이제 몇 년 남지도 않은 외환위기를 생각하면 정부와의 좋은 관계가 필수였으니.
“내가 잠시 오해했구나. 나는 대형 참사에 사고가 마비되어 흥분한 줄 알았구나.”
“물론 대형 참사를 빠르게 수습해야 한다는 마음도 있습니다. 우리가 빠르게 나선다면 최대한 피해를 줄일 수 있지 않겠습니까?”
“좋은 이미지와 정부와의 관계. 두 가지 이득을 볼 수 있는 일이구나. 김 실장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할아버지의 시선이 실장 아저씨에게로 옮겨졌다.
김 실장 아저씨는 잠시 고민을 하다 힙겹게 말을 꺼냈다.
“나쁘지 않은 계획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먼저 나서기 전에 정부에 통보라도 해야 하지 싶습니다. 구조 작업의 혼선을 막기 위해서라도 소통이 꼭 필요합니다.”
“지금 당장 대통령실에 연락을 넣어 보게나. 태우건설의 중장비를 준비시켜 놓겠다고 전하게.”
“알겠습니다.”
비서실장 아저씨가 조용히 회의실을 빠져나갔다.
태우그룹 비서실장이니만큼 대통령실과 직통으로 연결할 수 있는 라인을 보유하고 계셨다.
“대통령실에서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아직 대책본부가 만들어지지 않았지만, 만들어지는 대로 태우건설과 소통하여 중장비 지원을 요청하겠다고 합니다.”
“반응은 어떻던가?”
“워낙 급한 상황이라 제대로 표현하지는 못했지만, 목소리에서 고마움이 물씬 느껴졌습니다.”
“이왕 움직이기로 했으니 제대로 움직여야겠군. 구조 현장에 필요한 모든 지원을 아끼지 말게나. 태우그룹 소속 병원들에도 연락을 넣어 의료진을 투입하라고 지시를 내리게나.”
할아버지는 역시나 화끈한 분이셨다.
한 번 결정을 내리면 불도저처럼 밀어붙이는 성격이었다.
문제는 인수 합병에도 그런 성격을 드러내셨고, 마음에 드는 기업이 있으면 일단 인수하고 보곤 하셨다.
회의는 계속해서 진행되었고.
백화점 붕괴로 인해 삼풍그룹이 입을 피해까지 계산하는 기획실 직원들이었다.
“삼풍그룹이 파산할 가능성이 적지 않습니다. 인명 피해가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기에 피해보상 규모가 천문학적으로 불어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정부에서도 거액의 배상액을 책정할 것이 분명하기에 삼풍그룹이 살아남기 힘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삼풍그룹이 쓰러진다라. 거기도 괜찮은 계열사가 꽤 있었지.”
이런 상황에서도 인수 합병에 욕심을 내는 할아버지셨다.
진짜 옆에서 보고 있자니 속에서 열불이 터져 나왔다.
나는 어떻게든 회사 규모를 줄여 부채율을 낮추려고 하는데 할아버지는 자꾸만 정반대로 움직이시려고 하고 계셨다.
이렇게 속을 앓으며 회의는 지속되었고.
저녁이 되어서야 재난본부에서 태우건설 중장비 투입을 요청해 왔다.
“건설 현장 반장들도 전부 삼풍백화점으로 가라고 하게나. 괜히 크레인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으면 우리가 욕받이가 될 수 있어.”
“태우건설 사장이 직접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우려하시는 일은 결코 발생하지 않을 겁니다.”
역시나 할아버지의 말은 태우그룹 내에서는 절대적이었다.
엉덩이가 무겁기로 소문난 태우건설 사장까지도 사건 현장으로 보내 버릴 정도였다.
그 소식을 듣고 나서야 나는 회의실에서 일어나 광화문 곰을 만나기 위해 명동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