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450)
독식하는 재벌 3세-450화(450/518)
450. 눈에는 눈 (5)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애플 신사옥.
한국처럼 거창한 완공식 행사는 거행되지 않았고.
애플 직원들과 관련자들이 즐기는 조촐한 파티 형식으로 완공식 행사가 대체되었다.
“미스터 킴! 왜 이렇게 오래간만인가. 살아생전 킴의 얼굴을 못 보고 죽는 줄 알았네.”
“자주 찾아왔어야 하는데 죄송합니다.”
스티브의 말이 농담처럼 들리지 않았다.
앙상하게 마른 몸, 생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 얼굴.
제대로 걷지도 못해 휠체어에 의존하고 있는 스티브였다.
“표정이 왜 그런가? 장례식이 아니라 완공식 행사장일세. 좀 웃게나.”
“건강은 좀 어떠십니까?”
“…억지로 버티고 있네. 신사옥이 완공되는 모습은 보고 가야지 않겠나.”
회귀 전에는 애플 신사옥을 스티브의 유산이라고 부르기도 했었다.
그가 설계하고 계획한 신사옥이었지만, 신사옥이 완공된 모습을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스티브였었다.
하지만 이번 생은 달랐다.
내가 강력하게 개입한 덕분에 그의 삶은 길어졌고.
그가 원하는 대로 애플 신사옥의 모습을 살아서 볼 수 있게 되었다.
“태우건설이 지어서 이런 말을 하는 건 아니고, 정말 잘 만들지 않았습니까? 애플의 혁신적인 이미지와 정말 잘 어울리는 신사옥입니다.”
“그 이야기를 하니 괜스레 미안해지는군. 내 고집 때문에 몇 번이고 설계를 뒤엎어 완공이 늦어졌다네. 태우건설이 고생을 많이 했지.”
애플 신사옥은 진작 완공이 되었어야 했다.
하지만 스티브의 완벽주의자 성격이 어디 가겠는가?
아이폰을 만들 때도 그랬지만, 작은 부분까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모조리 뜯어고쳐 버렸다.
“몸도 안 좋으신데 신사옥 공사 현장에 매일 출근하다시피 했다고 들었습니다.”
“이 땅이 어떤 땅인가. HP가 처음 시작한 땅 아닌가. 여기에 애플 신사옥을 짓는다는 의미는… 내가 HP의 후계자라는 뜻 아니겠나? 그러니 소홀히 할 수가 없었네.”
미국 IT 회사의 시초라 부를 수 있는 HP.
스티브 또한 HP에 다녔던 적이 있었기에 많은 추억이 남아 있는 땅이었다.
게다가 오롯이 HP의 기술력을 애플이 이어받았다는 의미도 있었기에 스티브에게는 더욱 남다른 신사옥이기도 했다.
“HP의 후계자가 뭐가 중요하겠습니까? 스티브의 애플은 이미 HP를 뛰어넘지 않았습니까?”
“지금이야 그렇지만, 앞으로가 중요한 것 아니겠나? 그러니 부탁 하나 함세.”
갑작스레 내 손을 잡는 스티브였다.
마치 나뭇가지를 잡은 것처럼 앙상하기만 한 그의 손이었다.
“스티브의 부탁이라면 무엇이 되었든 들어드리겠습니다. 말씀만 하십시오.”
“내가 살날이 얼마나 남았겠나. 이미 애플의 경영에는 손을 뗐네.”
“잘하셨습니다. 이젠 회사 걱정은 말고 몸만 챙기십시오.”
“그런데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네 내가 사라지면 애플도 사라질까 걱정되어 잠이 잘 오지가 않네. 그러니 내가 없어지더라도 미스터 킴이 계속해서 애플에 많은 도움을 주길 부탁하네.”
내가 한 일이 뭐가 있겠는가?
그저 애플이 이룬 혁신을 조금 일찍 알려 줬을 뿐이었다.
스티브의 눈에는 내가 혁신적인 인물로 보이겠지만, 나는 그저 미래의 스티브로부터 현재의 스티브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역할밖에 한 일이 없었다.
“제가 도울 수 있는 일은 무엇이든지 돕겠습니다. 그리고 부탁은 오히려 제가 해야 합니다. 스티브가 없는 애플이 계속해서 태우그룹과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런 걱정은 할 필요가 없네. 차기 경영진들에게 단단히 일러 두었네. 태우그룹과는 절대 척을 지지 말라고 말이지.”
사실 이런 부탁을 할 이유는 없었다.
애플의 최대주주가 나였으니, 내가 원하는 대로 애플을 움직일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나는 애플의 경영에는 최대한 간섭하지 않고 있었고, 그런 기조를 계속해서 유지하고 싶었기에 스티브에게 이런 부탁을 한 것이었다.
“앞으로도 애플과 태우그룹이 동반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미스터 킴이 그렇게 말을 해 주니 참 든든하네. 만약 애플 경영진이 실수하더라도, 나를 봐서 딱 5번만 참아 주게나.”
“5번이 아니라 10번, 100번을 하더라도 참겠습니다. 절대 태우그룹이 먼저 애플의 손을 놓는 일은 없을 거라고 약속드립니다. 물론 제가 태우그룹을 떠난 뒤는 장담하지 못하겠지만요.”
“미스터 킴은 아직 젊으니 못해도 30년 동안은 약속이 유지가 되겠지. 그 정도면 충분하다네.”
스티브의 손을 부드럽게 감싸 쥐었다.
그에게 약간의 온기라도 넘겨주고 싶었다.
내 마음이 전달되었는지 평온한 미소를 짓는 스티브였다.
“애플과 태우그룹이 함께하는 한 두 기업은 영원할 겁니다. 그러니 걱정 마시고 몸만 생각해 주세요.”
“이제야 안심이 되는군. 미스터 킴의 얼굴도 봤으니 나는 이만 돌아감세. 외부 활동을 오래 할 수 있는 몸 상태가 아니라 미안하네.”
“아닙니다. 제가 너무 오래 붙잡고 있었네요. 차까지 제가 모시겠습니다.”
나는 직접 휠체어를 끌며 그를 차로 안내했다.
그 짧은 시간 동안 우린 많은 추억을 공유했다.
앞으로 쌓을 추억은 얼마 남지 않았기에 행복한 과거의 추억을 그에게 남겨주고 싶었다.
***
애플의 새로운 경영진과 하루가 넘게 같이 시간을 보냈다.
스티브의 영향력 덕분인지 태우그룹에 매우 호의적인 경영진들이었고.
밤새도록 술을 즐기며 그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렇게 다음 날이 되었고.
밀린 잠을 비행기 안에서 채우고는 월가로 향했다.
퀀텀펀드의 조지 대표와 다이먼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미스터 킴을 보려면 이 정도는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지. 어떻게, 애플 신사옥 구경은 잘하고 왔나?”
“누가 만들었는지 몰라도 아주 멋진 건물이었습니다.”
“애플 신사옥을 태우건설이 만든 걸 누가 모른다고 은근슬쩍 자랑을 하는 겐가.”
좋은 분위기에서 대화가 이어졌다.
그도 그럴 것이 브렉시트로 많은 돈을 벌어들였기에 분위기가 나쁠 수가 없었다.
특히나 조지 대표는 자신이 가장 잘하는 화폐로 큰 수익을 올렸기에 더욱 얼굴이 밝아 보였다.
“브렉시트도 이제 단물이 서서히 빠지고 있으니 다음 프로젝트를 시작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기다리다가 목이 빠질 지경이야. 오늘도 다음 프로젝트가 뭔지 알려 주지 않는다면, 속옷까지 벗어 던지고 태우그룹 본사에서 시위를 할 테니 그리 알아.”
절대 보고 싶지 않은 장면이었다.
전 세계적으로 이슈가 되긴 하겠지만, 내 취향은 결코 아니었기에 얼른 다음 프로젝트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 놓았다.
“트럼프 정권이 다음 프로젝트의 핵심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을 공격한다는 건 아닐 테고, 트럼프 정권의 움직임에 따라 투자처를 정한다는 것인가?”
“아메리카 퍼스트 정책은 이미 시작되었다는 걸 알고 계시지요?”
“당연히 알다마다 아메리카 퍼스트 1호 정책이 바로 태우해운이 아닌가. 미국 해운사와 함께 태우해운이 동맹을 결성할 수 있었던 것도 아메리카 퍼스트 정책 덕분이라고 알고 있네.”
해운 업계는 시작에 불과했다.
아메리카 퍼스트 정책은 해운 업계는 물론이고, 다양한 산업을 뒤흔들 정책이었다.
“역사적으로 미국은 패권에 도전하는 다른 국가를 가만히 둔 적이 없습니다.”
“다음 패권국이라고 하면, ……중국이 되겠군.”
“무역 전쟁 수준의 제재가 가해질 것이라 예상됩니다. 특히나 엄청난 보복관세를 주고받게 될 것입니다.”
“얘기만 들어도 아주 난리가 나겠군. 뭐 우리야 큰 난리가 날수록 더 좋은 사람들이긴 하지만, 걱정이 되긴 하는군.”
조용하고 편안한 시대는 큰돈을 벌기 어려웠다.
반대로 큰 사건이 일어날수록 다양한 지표가 요동을 치기에 큰돈을 벌 수 있었다.
“미국은 중국의 공산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할 것이고, 중국은 미국의 농수산물과 자동차와 같은 주요 품목에 보복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언제쯤 본격적으로 분쟁이 시작될 것으로 보는가?”
“아무리 늦어도 내년 후반기가 되면 시작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아직 1년도 더 남았군.”
아무리 큰 프로젝트라고 할지라도 6개월이면 충분했다.
물론 준비를 오래 하면 할수록 더 많은 수익을 취할 순 있긴 했지만.
2년 가까이 준비하는 건 시간 낭비였고, 그 시간을 금융타워 금융사들이 잠자코 기다릴 리가 없었다.
“장기적인 프로젝트로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으로 삼고, 단기 프로젝트를 따로 시작할까 합니다.”
“그렇고말고. 2년 가까이 손가락만 빨 수는 없지 않겠는가? 자네에게 이런 말을 할 건 아닌데, 요즘 고객들도 눈이 높아져서 10% 정도의 수익률에는 감사의 인사조차 하지 않고 있네.”
몇 년 동안 높은 수익률에 적응이 되어 버린 금융사였다.
2년 동안 사료를 주지 않는다면, 언제 하이에나로 돌변할지 몰랐다.
반대로 주기적으로 사료만 잘 넣어 준다면, 말 잘 듣는 사냥개 역할을 해 줄 그들이기도 했다.
“우선은 유가로 조금 재미를 볼까 합니다.”
“30달러 선이던 유가가 벌써 50달러를 돌파했네. 더 재미를 볼 수 있겠는가?”
“1년 안에 못해도 65달러까지는 회복할 듯합니다. 소소하게 재미를 볼 정도는 되지 않겠습니까?”
“30% 정도 상승한다면 수익률이 꽤 나오긴 하겠어. 그런데 조금 부족하지 않겠나?”
30%의 수익률에도 만족하지 못하는 조지 대표였다.
레버리지까지 활용한다면, 못해도 2배 장사는 할 수 있었지만.
금융타워의 금융사 모두가 나눠 먹기엔 턱없이 부족한 사료긴 했다.
“유가는 주전부리에 불과합니다. 올해와 내년을 버텨 낼 양식은 따로 있습니다.”
“뜸을 너무 들이는군. 그러다가 밥이 타겠네.”
“앞으로 2년 동안 주력할 상품은 비트코인입니다.”
작년부터 이미 비트코인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하지만 비트코인을 만들어 배포한 곳이 태우그룹이었고.
대부분의 비트코인을 미국 IT 기업과 나눠 가지고 있었기에 따로 투자를 하진 않았었다.
“비트코인 시장이 주식 시장보다 더 뜨겁다는 이야기를 듣긴 했었네.”
“뜨거운 곳에는 세력들이 들끓기 마련이죠. 금융타워의 자본력이면 세력들을 탈탈 털어먹을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거야 당연한 말이지. 그런데 세력들이 가진 돈을 우리가 나눠 먹는다고 해서 간에 기별이나 가겠는가?”
비트코인으로 장난질을 치려는 세력.
그들을 금융타워 금융사들을 이용해 견제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금융사 모두가 배불리 먹이기엔 세력의 규모가 크지 않았다.
그렇기에 나는 새로운 먹잇감 하나를 던져야 했고.
태우그룹이 만든 비트코인과는 큰 연관이 없는 사료를 제시했다.
“알트코인 시장이라면 모두가 배불리 먹고도 남을 파이가 존재합니다.”
“알트코인? 비트코인과 비슷한 건가?”
“비트코인 이후에 나온 후발주자를 알트코인이라고 부릅니다. 비트코인과 함께 알트코인까지 공략한다면, 2년 동안 아주 배불리 먹고도 남습니다.”
비트코인은 태우그룹과 큰 관련이 있어 건드리기 힘들었지만.
알트코인의 경우 우리와는 전혀 관련이 없기에 어떻게 건드려도 상관이 없었다.
그리고 알트코인 시장은 아직 폭발적인 성장을 하지 않은 시점이기도 했다.
지금 시점에서 금융사들이 알트코인에 승선한다면?
최소 5배 이상의 차익을 남기는 항로를 개척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