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452)
독식하는 재벌 3세-452화(452/518)
452. 변수 창출 (2)
반도체 임원진 회의.
팹리스를 담당하는 리사 사장과 파운드리 분야를 담당하면서 최근 승진한 웨이 사장.
그리고 그 두 명이 이끌고 있는 임원진 20명까지 임원진 회의에 참석했다.
연말에 실적 보고를 하지 않았기에.
이번 임원진 회의에서 실적 보고를 한다고 생각했는지 엄청난 분량의 자료를 들고 회의실로 찾아온 그들이었다.
“태우반도체 비전 회의를 시작하겠습니다.”
“실적 보고를 받을 생각은 없었는데 많이들 준비하신 것 같으니 보고부터 먼저 시작할까요?”
기획실장이 사회 역할을 맡았고.
회의가 시작되자마자 나는 먼저 마이크를 태우반도체 임원진에게 넘겼다.
리사 사장이 대표로 마이크를 잡았고, 2016년 태우반도체 실적 관련 데이터를 보고했다.
데이터 보고에만 30분이 넘게 걸렸고.
결론이 담긴 마지막 말을 집중해서 들었다.
“태우반도체의 실적은 매년 최고 기록을 경신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올해는 더욱 많은 수요가 예상되고 있습니다. 1분기 영업 이익이 최소 20% 이상 상승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작년 매출이 200조 원, 영업 이익만 해도 30조 원이면 확실히 반도체 시장이 호황이긴 하군요.”
반도체 산업은 사이클이 존재했고.
지금은 최고 호황 지점이었다.
하지만 2년이 지나면 불황 사이클이 찾아오게 된다.
그렇다면 당연히 투자를 줄여야 맞았다.
하지만 불황 사이클을 단숨에 뒤집어 줄 코로나 시대가 찾아오기에 그런 걱정은 할 필요가 없었다.
최소 코로나 시대까지는 계속해서 반도체의 수요가 늘어날 것이 분명하니까.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나마 태우반도체의 경우 진작 공장 규모를 늘린 덕분에 높은 매출을 올릴 수 있었습니다.”
“확실히 반도체 수요가 많이 늘었군요. 최소 올해와 내년까지는 반도체 시장이 좋을 것 같아요.”
“매출과 영업 이익이 높긴 하지만, 반도체 도시 개발과 구형 공장 리모델링에 많은 금액이 투입되기에 영업 이익은 낮아질 수도 있습니다.”
태우반도체는 1년에 30조 원이 넘는 금액을 벌어들였다.
이런 실적이 가능했던 건 파운드리 시장을 선점했기에 가능했다.
내년에 반도체 도시 1단지가 완성이 되면, 영업 이익이 100조 원을 돌파할 가능성도 있었다.
시장의 호황과 막대한 물량이 더해져 시너지 효과가 발생하고.
3배가 넘는 영업 이익 상승이 가능한 게 지금의 반도체 시장이었으니까.
“구형 공장 리모델링에도 많은 금액이 들어가긴 하겠군요.”
“반도체는 워낙 사이클이 빠르게 변화하는 제품이다 보니, 주기적으로 새로운 시설과 장비를 들여와야 하며, 공장 내부 공사도 함께 진행해야 합니다.”
반도체 공장은 리모델링의 연속이다.
못해도 5년 주기로 공장을 신식으로 바꿔야 하기에 반도체 공장 공사 인력은 평생직장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었다.
“사실 여러분들을 오늘 이 자리에 모은 이유 중 하나가 구형 공장 리모델링 문제 때문입니다.”
“저도 구형 공장 리모델링의 필요성에 의문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반도체 도시가 완성이 되면, 구형 공장이 딱히 필요하지 않습니다. 아무리 공장을 증축하고 시설과 장비를 교체한다고 하더라도 신형 반도체 생산에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신형 반도체에 특화되어 있는 반도체 도시였다.
반대로 구형 공장의 경우엔 구형 반도체에 특화되어 있었기에 리모델링에도 한계가 있었다.
“구형 공장은 결국 구형 반도체를 생산할 수밖에 없죠.”
“구형 반도체 생산을 할 이유가 없습니다. 중국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구형 반도체를 생산하고 있어 가격 경쟁력에도 크게 밀리고 있습니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
당연히 시작은 구형 반도체였다.
태우반도체나 삼진 반도체의 경우 7나노급의 반도체 개발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지만.
중국 반도체 기업들은 28나노 이상급의 구형 반도체 개발과 생산에 집중하고 있었다.
“가격 경쟁력이 밀린다고 해서 28나노 이상급의 반도체 생산을 멈출 수는 없어요. 시장의 파이를 중국 기업에게 빼앗기는 순간, 기술 격차는 더욱 빠르게 좁혀지게 됩니다.”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구형 반도체를 생산해야 한다는 말씀입니까?”
사실 이 문제는 최근 들어 생각했다.
중국의 청화그룹이 산업 스파이를 이용해 태우반도체의 기술과 노하우를 훔치려고 하는 순간부터가 시작이었다.
우리가 공간을 비워 줘야 할 이유가 있을까?
구형 반도체가 돈이 안 된다고 공간을 비워 준다면, 중국 반도체 기업들이 무혈입성하게 된다.
“구형 반도체 생산 공정에 최대한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하면, 적자를 보지는 않을 겁니다.”
“지금도 많은 자동화 장비와 설비를 이용해 반도체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물론 신형 반도체에 비하여 자동화할 수 있는 구간이 더 많을 수는 있지만, 완전 자동화는 불가능합니다.”
“극소수의 인력만 투입해 구형 반도체 공장을 가동할 수 있도록 구형 공장을 리모델링해 주세요. 적자만 보지 않으면 충분합니다.”
수익적인 측면만 생각해서 정한 결정이 아니었다.
수익만 놓고 본다면, 구형 반도체 생산을 후발주자에게 넘겨주는 편이 오히려 나았다.
다른 제품이라면 그렇게 했을지도 모르겠지만.
전략 무기로 사용할 수 있는 반도체였기에 최대한 우리가 파이를 지키고 있어야 했다.
전자제품에 신형 반도체만 들어가는 것은 아니었고, 구형 반도체를 필요로 하는 전자기기는 여전히 많이 남아 있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분쟁이 본격화된다면.
돈이 안 되는 구형 반도체가 의외의 변수 역할을 할 수 있었다.
미국에서 중국 반도체 시장을 견제한다고 하더라도, 구형 반도체를 공급받기 위해선 어쩔 수 없이 중국 반도체를 사들여야 한다.
그런데 구형 반도체를 태우반도체에서 공급할 수 있다면?
태우그룹이 반도체 시장에서 주도권을 쥘 수 있고, 우리는 더 큰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될 수도 있었다.
“구형 공장을 자동화 공장으로 만들기 위해선 많은 자금이 필요합니다.”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진다고 해도 상관없어요. 구형 반도체 파이를 우리가 계속해서 쥐고 있어야 후발주자를 견제할 수 있어요.”
“후발주자와 태우반도체의 기술 격차는 못해도 5년 이상이 납니다. 중국 정부에서 막대한 지원을 한다고 하더라도 격차는 2년 이상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계속 구형 반도체 파이를 쥐고 있으면, 기술 격차는 5년 이상으로 늘어날 수도 있죠. 결국 반도체는 기술력과 노하우가 결합되어야 하는 분야니까요.”
생산량이 늘어날수록 당연히 노하우도 늘어나기 마련이었다.
그런데 태우반도체가 생산량을 쥐고 놓아주지 않는다면, 후발주자들이 생산할 수 있는 물량은 줄어들게 되어 있었다.
“정말 적자를 봐도 상관없겠습니까?”
“수조 원 단위의 적자를 봐도 괜찮습니다. 신형 반도체에서 나오는 매출로 충분히 감당할 수 있고, 부족하다면 본사 차원에서 지원을 하죠.”
“그럼, 제가 원하는 대로 만들어 봐도 될까요?”
리사 사장의 표정이 돌변했다.
지금까지는 부정적인 의견만 내놓던 그녀였지만.
적자를 봐도 상관없다는 이야기가 나오자 장난기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어떻게 하려고요?”
“예전부터 해 보고 싶었던 공장 방식이 있었어요. 인공지능과 결합해서 사람이 컨트롤해야 하는 부분을 최소화하고, 물류 창고와 자동차 공장에 적용된 다양한 기술을 총동원해 완전 자동화 반도체 공장을 만들어 보고 싶었어요.”
태우그룹은 뛰어난 자동화 기술을 보유하고 있었다.
아마존과의 협업을 통해 자동화 설비 기술을 공동으로 개발하고 있었고.
자동차 계열사에서는 로봇 팔을 비롯한 다양한 로봇을 개발하고 사용하고 있기도 했다.
그리고 천민정이 센터장으로 있는 인공지능 기술까지.
“태우그룹의 모든 기술력을 총동원해서 자동화 공장을 짓겠다는 말처럼 들리는군요.”
“말로만 하는 스마트 팩토리가 아닌 진정한 의미의 스마트 팩토리를 만들어 보이겠어요! 자동차, 물류, 인공지능까지 전부 합쳐서 무인으로 가동되는 공장을 만들어 보겠습니다.”
방금까지 적자를 고민하던 사람이 맞는 걸까?
리사 사장이 구상하는 스마트 팩토리를 만들기 위해선.
기존 리모델링 비용보다 최소 3배 이상 최대 10배까지도 더 많은 비용이 들어가게 된다.
게다가 구형 공장이 한 곳만 있는 것도 아니었다.
대형 단지 규모의 구형 공장이 내년부터 쏟아져 나오게 된다.
그 모든 구형 공장을 스마트 팩토리로 만든다면, 정말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질 수도 있었다.
“지금이 아니면, 시도조차 불가능하겠군요. 태우반도체의 매출이 증가하고 있는 시점이니 리사 사장님이 하고 싶은 대로 해 보세요.”
“저도 한 말씀 드려도 되겠습니까?”
가만히 이야기만 듣고 있던 웨이 사장.
그도 할 말이 많은지 입술을 가만히 두지 못하고 있었다.
“웨이 사장님도 구형 공장에 관심이 많으신가요?”
“그렇습니다. 파운드리 공장은 저에게 맡겨 주십시오. 지금보다 훨씬 뛰어난 생산성을 보이는 공장으로 만들어 보이겠습니다.”
“그럼 이렇게 하죠. 구형 공장 1곳씩을 맡으세요. 그리고 장단점을 분석해서 나머지 구형 공장에 적용하는 것으로요.”
리사 사장과 웨이 사장이 서로 눈빛을 맞췄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동료 경영진이었지만, 지금부터는 경쟁 상대가 되었다.
내가 보기엔 이게 경쟁할 일인가 싶었지만, 두 사장의 생각은 매우 달랐다.
“계열사 인력을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을 요청드립니다!”
“태우건설과 상시 소통 가능한 라인 개설을 요청합니다!”
동시에 요구사항을 쏟아 내는 두 명.
단순히 변수 창출을 위한 구형 반도체 공장 리모델링에 불과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경쟁의 장으로 변모되어 버릴 조짐을 보이고 있었다.
***
며칠 후.
천민정 센터장이 다급히 나를 찾아왔다.
구형 반도체 공장 때문에 달려왔나 싶었지만.
다급한 그녀의 표정을 보니 다른 사건이 터졌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무슨 일입니까?”
“대규모 해킹 시도가 확인되었습니다. 비트코인 거래소는 물론이고, 비트코인을 대량으로 보유하고 있는 기업들을 동시다발적으로 해킹을 하고 있습니다.”
비트코인 해킹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었다.
이전부터 지속적으로 해킹 시도가 있었지만, 지금처럼 천민정 센터장이 흥분하는 경우는 잘 없었다.
“규모가 아주 큰가 보군요.”
“중소 규모의 거래소에서는 비트코인이 해킹 당했다고 합니다. 비트코인의 신뢰성과는 큰 관련이 없긴 하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여러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비트코인을 만든 사람 중 한 명이 천민정이었다.
그녀가 처음 태우그룹에 입사하여 한 일이 비트코인 제작이었고, 그렇기에 더욱 애착을 가지고 있었다.
“산업 스파이부터 해킹까지 아주 난리도 아니군요. 이번에도 중국 쪽 소행입니까?”
“저도 처음에는 중국으로 의심했지만, 분석한 결과 북한의 소행으로 확인되었습니다.”
한 가지 기억이 떠올랐다.
북한이 비트코인 해킹으로 엄청난 수익을 올렸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었다.
새로운 외화벌이 수단으로 해킹을 선택한 북한이었고, 비트코인은 북한의 입장에서는 노다지나 다름이 없긴 했다.
“해킹 방어가 가능합니까?”
“우리와 연관된 회사의 경우엔 방어가 가능하지만, 중소 규모 거래소의 경우엔 어떻게 할 수가 없습니다.”
태우그룹의 보안은 확실했다.
암호화폐를 만든 사람들이 보안을 책임지고 있었고.
다수의 인력이 실시간으로 방어를 하고 있었기에 뚫릴 확률은 전무했다.
하지만 다른 기업도 우리와 같은 보안 시스템을 보유할 수는 없는 실정이었다.
“중소 규모 거래소에도 해킹 방지 시스템을 지원해 줄 수 있나요?”
“시스템을 지원할 수는 있지만, 결국엔 전문 인력이 있어야만 제대로 활용할 수가 있습니다.”
“우선은 그렇게 진행하도록 하세요.”
북한이 우리를 건드린다?
만약 이런 시도가 계속된다면, 나도 가만히 당하고만 있지는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