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455)
독식하는 재벌 3세-455화(455/518)
455. 변수 창출 (5)
강 대위가 무사히 한국으로 돌아왔다.
느긋하게 사무실에서 장비를 정리하고 있는 그의 모습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고생하셨어요.”
“걱정한 것과 달리 매우 쉽게 작전이 진행되었습니다. 나름 훈련을 받은 암살자였지만, 미숙한 점이 보이는 것으로 보아 전문적인 훈련을 받은 느낌은 아니었습니다.”
“말레이시아에서 있었던 일은 기억에서 지워 버리세요. 그냥 위급 환자가 있어 도왔다는 추억 정도로만 기억하세요.”
국정원이나 CIA에서 조사가 들어올 수도 있었다.
한국 국군 출신 10명이 북한 2호를 구했으니 많은 의심을 살 수밖에 없었다.
특히나 아트로핀 주사까지 사용했으니 더욱 큰 의심을 받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의심을 아무리 받는다고 한들 상관은 없었다.
2호를 구할 목적성을 아무리 조사해도 찾을 수 없을 터였고, 모르쇠로 일관하면 딱히 할 수 있는 일도 없었으니까.
게다가 중견 기업 규모의 대표인 강 대위였다.
그를 호위하기 위해 10명이 움직였고, 아트로핀 주사까지 구비했다고 둘러대면 될 일이었다.
물론 오랜 기간 의심을 받긴 하겠지만.
우리가 더는 북한 2호에 접근하지만 않는다면, 문제가 더 커지지는 않을 터였다.
“사실 직원들 중에서도 이번 작전이 정확히 무엇을 목적으로 하는지에 대해서 모르는 이들도 있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모르거나 모르는 척을 해야 문제가 생기지 않아요.”
“명심하겠습니다. 그런데 정말 암살이 일어날 줄은 예상도 못 했습니다. 게다가 구하기 어려운 VX를 이용해 독살을 진행할 줄은 더더욱 몰랐습니다. 태우병원 의료진이 없었다면, 2호는 목숨을 부지하기 힘들었을 듯합니다.”
이번 암살 작전의 배후는 알려지지 않는다.
굳이 찾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기도 했다.
이런 짓을 저지를 사람이 누군지는 안 봐도 뻔히 보였으니까.
“의료진들에게 이야기를 들어 보니 정말 다행이었다고 하더군요. VX가 아니라 VX2라는 물질로 2가지 독극물이 합쳐져야 제대로 된 효과가 나온다고 합니다.”
“손바닥으로 한 번 더 2호의 얼굴을 문질렀어야 제대로 된 효과가 나왔겠습니다.”
“강 대위가 추가 행위를 방지한 덕에 2호의 목숨을 살린 셈이죠.”
여러 운이 겹쳐 2호의 목숨을 살렸다.
암살에서 살아난 2호가 어떤 결정을 내리고 어떤 움직임을 보일지는 우리와 상관이 없었다.
그저 북한이 더는 태우그룹을 건드리지 못할 정도의 변수를 2호가 만들어 내기만을 기대할 뿐이었다.
***
며칠 후.
천민정 센터장이 나를 찾아왔다.
요즘 들어 그녀가 찾아오면 겁부터 났다.
혹시나 무슨 일이 또 터졌나 싶어 그녀의 얼굴부터 살폈지만, 오늘은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나요?”
“생각지도 못한 소득이 있었어요! 청화그룹에 심은 악성코드를 통해 내부 정보를 빼내다 보니 이런 게 나왔어요.”
파일철 하나를 내미는 천민정 센터장.
온통 중국어와 숫자만이 가득한 자료였지만.
회사 경영에 관련된 자료들이었기에 무슨 내용인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다.
“횡령과 비리 관련 자료 같군요.”
“회장님은 단번에 알아보실 줄 알았어요! 아주 여러 방향으로 해 먹었더라고요. 하청업체 한 곳을 밀어줘서 리베이트를 받아먹었고, 회삿돈을 개인 주머니로 옮긴 정황도 발견했어요.”
정부 보조금은 눈 먼 돈이라는 이야기는 전 세계가 비슷했다.
게다가 중국 반도체 굴기의 중심이라고 불리는 청화그룹의 경우엔 천문학적인 지원금이 들어오고 있는 실정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욕심이 나지 않겠는가?
티가 나지 않는 선에서 뒷주머니를 챙기는 건 모두가 알면서도 그냥 넘어가고 있겠지.
“비리 규모가 어느 정도나 되죠?‘
“지금까지 확인된 것만 해도 천억 원이 훌쩍 넘어요. 부동산 비리까지 더해지면 2천억 원도 넘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많이 먹긴 했구나.
물론 중국 정부에서 반도체 굴기를 위해 수십 조가 넘는 돈을 쏟아 내고 있긴 했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2천억 원이 넘는 돈을 따로 챙기는 건 과했다.
“정보를 조금 더 수집해 주세요. 확실한 물증까지 확보되면 정보를 풀도록 하죠.”
“중국 정부와 청화그룹의 관계를 이간질하실 건가요?”
“이간질이 아니라 사실을 알리는 거죠. 그 과정에서 불화가 생길 수도 있긴 하겠지만요.”
“살짝 흔들어만 보시겠다는 거네요.”
청화그룹 흔들기.
물론 청화그룹 혼자 중국 반도체 굴기를 이끌고 있는 건 아니었다.
오히려 청화그룹보다 더 큰 규모의 기업도 있었지만, 그래도 청화그룹만 흔들어도 꽤 큰 효과를 볼 수 있었다.
“중국 반도체 굴기가 개인의 부를 축적하는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고 알려지면, 중국 국민들이 가만히 있지 않겠죠.”
“가능할까요? 아시다시피 중국은 정보 통제가 심한 곳이라서요.”
“정보가 통제되어도 상관없죠. 중국 고위층과 청화그룹의 사이가 서먹해지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니까요.”
전폭적인 지원이 있어야지만 반도체 굴기가 성공할 수 있었다.
하지만 개인의 비리가 엮이게 되면, 의심을 살 수밖에 없었다.
의심은 지원 속도를 늦추게 하고) 그렇게 되면 후발주자는 절대 선발주자를 따라잡을 수 없게 된다.
“제가 아주 제대로 흔들어 볼게요. 태우그룹에 스파이를 심은 대가를 꼭 치르게 만들 거예요!”
“정보의 근원지가 태우그룹이라는 건 절대 알려지면 안 됩니다.”
“그건 걱정 마세요. 이번에 북한 해커들과 싸우면서 새로운 통로를 만들었어요. 정보의 근원지가 북한으로 의심될 수 있도록 조작이 가능해졌어요.”
일거양득을 노리겠다?
그런다고 해서 큰 효과는 없겠지만, 천민정 센터장만 행복하다면야 뭘 해도 상관은 없었다.
“다른 보고 사항은 있나요?”
“딱히 보고드릴 만한 사항은 아니긴 한데, 이번에 외국 연구진과 커뮤니케이션 강화를 위해 원격 화상 회의 시스템을 대대적으로 업데이트했어요. 특히나 유전자 가위 협업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꼭 필요한 업데이트라고 생각했어요.”
유전자 가위 연구진 30% 정도가 한국에 입국했다.
하지만 나머지 70%는 여전히 미국이나 유럽에 상주하고 있었고.
협업을 위해서는 의사소통이 강화될 필요가 있었다.
유전자 가위뿐만이 아니었다.
인공지능센터부터 다양한 계열사가 외국 연구소와 협업을 진행하고 있었고, 원활한 개발을 위해서는 의사소통이 중요했다.
“어떤 방식으로 업데이트를 했나요?”
“큰 건 아니고, 기존에 있던 통역 시스템을 AI를 이용해 강화했어요.”
“통역의 정확도가 높아졌다는 뜻인가요? 아니면 통역 속도가 빨라졌다는 건가요?”
“둘 다예요. 전문 용어까지 통역이 가능하고, 1초 딜레이 정도로 실시간 통역이 가능해요. 텍스트와 음성 통역 모두 이용이 가능하도록 업데이트를 진행했어요.”
이게 그렇게 쉽게 되는 일인가?
천민정은 자신의 필요에 의해 통역 프로그램을 몇 년 전에 만들었었다.
영어를 배우기 싫다는 이유만으로 만들어진 결과물이 통역 프로그램이었으니까.
아마 이번에도 같은 이유겠지.
협업을 진행함에 있어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으니 업데이트를 했을 가능성이 높았다.
“1초 정도의 딜레이라면 의사소통에 크게 도움이 되겠군요.”
“사용해 보니 확실히 대화 속도가 빨라졌어요. 내년까지는 딜레이를 0.5초 정도로 줄이는 게 목표예요. 인공지능의 성능과 컴퓨터 혹은 모바일 기기의 성능이 더 좋아지면 딜레이를 더 획기적으로 줄일 수도 있어요.”
이래서 내가 계속 천민정을 바쁘게 굴리는 것이다.
자신이 불편하면,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서 만드는 사람이었으니까.
“항상 하는 말이지만, 천 센터장이 하고 싶은 일은 무조건 마음대로 하세요. 지원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말만 하고요.”
“항상 감사드려요. 지금까지 제가 하고 싶었던 일을 못 했던 적은 없어요.”
“그래도 맡고 있는 프로젝트에 문제가 되지 않을 정도로만 하세요.”
통역 시스템의 업데이트도 물론 중요했지만.
그보다 훨씬 중요한 프로젝트를 몇십 건씩이나 맡고 있는 천민정이었다.
“당연히 그러고 있어요. 지금은 자율주행 시스템에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하고 있기도 하고요.”
“자율주행은 잘 진행되고 있나요?”
“일부 고속도로에서 시운전을 성공했어요. 물론 완전 자율주행은 아니고, 3단계인 조건부 자동화 자율주행 시운전이었어요.”
“시운전의 반응은 어떤가요?”
“대성공이었어요! 한 번의 오류도 없이 시스템이 주변 상황을 완벽하게 파악하고 대처를 했어요.”
자율주행 3단계.
여기서부터 운전자는 핸들에서 손을 뗄 수가 있었다.
시스템의 요청이 있을 때에만 운전자가 핸들을 조작하면 되는 단계였다.
많은 자동차 업체에서 자율주행을 개발하고 있지만.
3단계를 완성한 업체는 태우그룹 말고는 없었고, 다른 곳들은 아직 2단계 수준에 멈춰 있었다.
“다른 곳과 기술 격차가 크게 나는군요.”
“우리가 훨씬 먼저 시작했으니까요. 다른 업체는 기껏해야 2~3년 전에 관심을 가졌지만, 우린 10년 넘게 자율주행 관련 기술을 집중적으로 연구해 왔어요.”
기술력의 격차보다 시간의 격차가 더 중요했다.
시간부터 자본까지. 우린 다른 업체보다 훨씬 많은 투자를 감행했다.
그러니 한발 먼저 자율주행 3단계 기술력을 확보할 수 있었고, 이젠 4단계에 도전할 때가 되었다.
“4단계 기술력 개발도 잘 되고 있죠?”
“우선은 3단계의 미흡한 부분 개선부터 먼저 진행하고 있어요. 눈이나 비가 오는 등의 기상 악화 상황에서는 오류가 발생하곤 해요. 이 문제를 완벽히 개선해야만 고도 자동화 단계에 돌입할 수 있어요.”
4단계부터는 운전자가 필요가 없었다.
진정한 자율주행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었고, 특정 도로나 조건 하에서만 운전자가 운전을 하면 되는 단계였다.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마세요. 아직 후발주자와의 기술 격차가 꽤 있으니까요.”
“기술 격차라는 게 갑자기 줄일 수도 있는 거라서요. 최대한 빨리 4단계 기술력을 확보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올해 안에 3단계 자율주행 차량 양산에 들어갈 겁니다.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중심을 잡아주세요.”
“걱정 마세요. 올해 안에 3단계 차량 양산에 들어가고 내후년에 4단계 차량이 양산될 수 있도록 타임 테이블을 짜 두었어요.”
확신에 찬 천민정이었다.
절대 자만은 아니었고, 축적된 기술력과 인공지능센터를 믿기에 나올 수 있는 자신감이었다.
***
며칠 후.
천민정이 빼낸 청화그룹 자료를 중국 언론에 뿌렸다.
언론부터 SNS에서까지 관련 정보가 퍼져 나가며,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했다.
“청화그룹 공매도를 할까도 생각했는데 안 하길 잘한 것 같습니다. 생각보다 반응이 미지근합니다.”
“반도체 굴기의 중심이 되는 회사니 중국 정부 차원에서 문제가 커지길 바라진 않을 테죠.”
아쉬워하는 한 부회장이었다.
이번 작전은 나와 천 센터장 그리고 한 부회장만이 알고 있었다.
“그래도 확실히 예전처럼 청화그룹이 막 나가진 못할 것 같습니다. 미운털이 한번 박히면 빼내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겠습니까?”
“우리가 불화의 씨앗을 심긴 했지만, 씨앗에서 꽃이 필지는 중국 정부와 청화그룹이 하기 달렸죠. 그저 변수를 만들었다는 것에 만족하면 됩니다.”
변수가 어떻게 작동될지는 예상하기 어려웠다.
그래도 변수가 생겼으니 예전처럼 순탄하게 흘러가진 않겠지.
“그리고 사우디 정부 쪽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빈 살만 왕세자가 조만간 한국을 방문한다고 합니다.”
“벌써 안정화가 되었나 보군요.”
“숙청도 일단락되었고, 빈 살만 왕세자를 반대하는 세력도 진압이 끝났으니 이제 외부 활동을 시작하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외부 활동의 시작이 한국행이라. 오랜만에 즐거운 술자리를 가질 수 있겠군요.”
이전에도 중요했지만.
앞으로는 사우디와의 관계가 더욱 중요해진다.
그리고 사우디의 권력 중심에는 빈 살만이 있었고, 그와의 우애를 다지는 것은 태우그룹에게 매우 중요한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