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456)
독식하는 재벌 3세-456화(456/518)
456. 거대 자본 (1)
1년 전에도 한국을 방문했던 빈 살만.
그때와 지금의 위상은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정식으로 왕세자에 임명되었기에 대한민국 정부 차원에서 대대적인 의전 행사까지 준비했다.
그렇게 첫날은 정부 행사에 참석했던 빈 살만이었고.
다음 날이 되어서야 태우그룹 본사를 찾아올 수 있었다.
“빈 살만 왕세자님 오셨습니까?”
“우리 사이에 뭘 그렇게 딱딱하게 불러요? 평소처럼 하면 되지.”
빈 살만은 두 손을 활짝 펼쳐 나를 끌어안았다.
그간의 고생을 격려하기 위해 나도 그를 꽉 안아 주었다.
“고생했어. 너무 확실하고 깔끔하게 처리했더라.”
“형 덕분이죠. 절대 부인할 수 없는 정보가 있으니 순탄하게 일이 진행되더라고요.”
“이제 왕권을 노릴 만한 세력도 싹 사라졌고, 너를 추종하는 세력이 점점 늘어나고 있어. 이젠 조금 여유를 부려도 될 것 같아.”
빈 살만은 너무 굳어 있었다.
숙청 과정에 많은 피가 흘렀기에 온종일 긴장하며 지낼 수밖에 없었다.
물론 어느 정도의 긴장을 유지하는 건 좋지만, 과도한 긴장은 사람을 망가트린다.
“몸에 힘을 빼야 하는데 쉽지가 않네요. 그래도 형이 있는 한국에 오니 긴장이 좀 풀리는 것 같아요.”
“한국에선 아무런 걱정도 하지 마. 다른 곳에서는 몰라도 한국에서는 태우그룹이 너 하나 정도는 지킬 수 있으니까.”
“이번 숙청 과정에서 한 가지 배운 게 있어요. 완전히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소중한지에 대해 배웠어요. 형은 제가 신뢰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사람 중 한 명이에요. 정확히는 제가 가장 신뢰하는 사람이에요.”
이 말을 들으려고 몇 년을 고생했던가?
유년 시절부터 공을 들였고, 바쁜 와중에도 계속 연락을 한 보람이 느껴졌다.
사우디 왕세자와의 굳건한 신뢰 관계.
아무리 많은 돈을 들인다고 해도 살 수 있는 관계가 아니었고,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가 있는 관계였다.
“코흘리개 시절부터 같이 지냈는데 당연히 서로를 신뢰해야지.”
“그래서 형에게 한 가지 부탁을 하려고 해요. 형에게만 할 수 있는 부탁이에요.”
“네가 하는 부탁이라면 당연히 들어줘야지. 뭘 들어주면 될까?”
“사우디 국부 펀드를 금융타워에 입점하려고 합니다.”
“이미 입점해 있잖아?”
“지금 입점해 있는 건 껍데기에 불과하죠. 알맹이를 금융타워에 입점시키려고 해요.”
마다할 이유가 없는 제안이었다.
사우디 국부 펀드는 전 세계에서 손꼽히는 자본금을 가진 펀드였으니까.
“태우증권이 사용하는 공간을 비워서라도 자리를 마련할게.”
“사우디 국부 펀드의 규모가 이전과 확연히 달라질 거예요. 숙청 과정에서 국고로 환수한 자금 대부분을 국부 펀드로 옮겼어요.”
“금고에 가만히 묵혀 둬서 좋을 건 없지. 좋은 선택이야.”
사우디 국부 펀드의 권한은 원래 재무부가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2015년부터 권한이 왕실 직속 경제개발위원회로 넘어갔고.
위원회의 의장을 빈 살만이 맡고 있었기에 국부 펀드의 결정권을 그가 보유하고 있었다.
“펀드의 규모는 고작 2천억 달러에 불과해요. 저는 3년 안에 최소 2배 이상으로 늘리고 싶어요.”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니지. 금융타워에 속한 금융사들의 평균 수익률만 나와도 충분히 2배 이상 수익을 낼 수 있어.”
3년 안에 2배.
월가의 헤지펀드를 생각하면 불가능에 가까운 수익률이었다.
하지만 금융타워의 수익만 놓고 본다면, 오히려 소박한 목표라고도 볼 수 있었다.
“그래서 부탁을 하는 거죠.”
“금융타워에 들어오는 문제라면 걱정 마. 당장 내일이라도 들어올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해 줄게.”
“그게 아니죠. 형이 직접 국부 펀드를 맡아 주세요.”
“무슨 말이야? 나보고 국부 펀드를 맡아 달라니?”
“말 그대로예요. 태우증권과 형이 사우디 국부 펀드의 투자처 물색을 전적으로 책임져 주세요.”
너무 과하게 신뢰 관계를 구축했나?
나를 신뢰하는 건 좋다만, 이 정도로 의지하려고 들 줄이야.
“사우디 국부 펀드를 나보고 책임지라는 말이야?”
“태우그룹이 어떻게 성장했는지 태우증권이 1년에 얼마를 벌어들이는지 옆에서 잘 지켜봤어요. 어렸을 때부터 형이 전화로 금융계에서 수익을 올리는 법을 저에게 설명해 주셨죠.”
빈 살만과의 친분을 유지하기 위해 전화를 자주 했었다.
전화를 하면 무슨 할 이야기가 있겠는가?
대부분이 어디에 투자를 해서 얼마를 벌었다는 이야기였고, 그 이야기를 지금까지 기억하고 있을 거라고는 예상치 못했다.
“사우디 국부 펀드 자금의 일부가 아니라 전부를 맡아 달라는 건 조금 부담스러워.”
“물론 모든 자금을 맡아 달라는 건 아니에요. 염치가 있죠. 딱 절반만 맡아 주세요.”
“절반이라면 천억 달러를 맡아 달라는 거네? 그것도 과해. 정보를 주거나 프로젝트에 공동으로 참여하는 정도는 해 줄 수 있어도 전적으로 내가 맡는 건 좀 아닌 거 같아.”
다른 금융사였다면 이런 기회를 넙죽 받았겠지.
하지만 태우증권은 그럴 수가 없었다.
이미 보유하고 있는 자금이 너무 많아 투자처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그런데 사우디 국부 펀드의 천억 달러까지 받게 되면, 투자처를 찾는 게 더더욱 어려워진다.
“그냥 맡아 줘요. 아버지도 형이라며 믿을 수 있다고 허락해 주셨어요.”
“우선 MOU 정도만 체결하는 것으로 하자. 태우증권과 사우디 국부 펀드가 MOU를 체결해서 공동으로 투자를 하는 방식으로 진행하는 거지.”
“MOU를 체결해도 되고, 정식으로 계약을 체결해도 상관없어요. 대신 무조건 사우디 국부 펀드가 1순위로 태우증권과 같이 움직일 수 있기만 하면 충분해요.”
다분히 계산적인 빈 살만의 말과 행동이었다.
그저 친하고 신뢰하니까 사우디 국부 펀드를 맡기겠다?
이건 빈 살만을 모르기에 할 수 있는 생각이었다.
그는 금융타워의 금융사들이 매년 얼마를 벌어들이는지 잘 알고 있었고.
그중에서도 1순위가 되면 더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는 계산이 있기에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이었다.
단지 방법의 차이가 있을 뿐.
다른 금융사라면 여러 조건을 제시하며 이런 제안을 해 오겠지만.
빈 살만은 그동안의 친분과 신뢰를 조건으로 내걸며 떼를 쓰듯 제안해 왔다는 점이 달랐다.
“지금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는 이미 자리가 꽉 차서, 다음 작전부터는 사우디 국부 펀드도 같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할게.”
“그럼 좋죠. 그런데 이왕 한국에 온 김에 괜찮은 한국 기업에 투자를 할까 하는데 추천 좀 해 주세요. 한국까지 왔는데 그냥 갈 수는 없잖아요.”
사우디의 왕세자가 오면 대기업 총수들이 몰려든다.
사우디와 협업 또는 투자를 받기 위해 대기업 총수들이 직접 영업 사원이 되는 셈이었다.
그런데 나에게는 종목을 추천을 해 달라고 하다니.
내 한마디에 조 단위의 돈이 오갈 수 있기에 말이 쉽게 나오지가 않았다.
“생각하는 분야는 있고?”
“우선은 게임 분야에 투자를 할까 해요. 제가 게임을 좋아해서가 아니라 앞으로 게임 업계의 전망이 좋다고 판단해서 하는 말이에요.”
“게임 업계야 나쁘지 않긴 하지. 그런데 어느 게임 회사에 투자를 하느냐에 따라 수익률이 극명하게 나뉠 거야.”
한국 게임 업계는 엄청난 규모로 성장했다.
고객이 지갑을 열 수밖에 없게 만드는 BM(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쌓아 올린 유리성이라는 게 문제라면 문제였다.
“그래서 형에게 추천을 받는 거죠. 어디에 투자를 하면 좋을까요?”
“잠시만, 게임 업체를 잠시 살펴 보고 알려 줄게.”
한국 게임 회사의 명단을 살펴보았다.
상단에는 과금형 게임으로 큰 수익을 올리고 있는 회사들이 있었다.
지독한 과금형 구조로 욕을 먹고 있긴 하지만, 최소 3년 동안은 높은 성장률을 보일 회사였다.
10분 정도 명단을 확인하고.
그중에서 괜찮은 회사 몇 곳을 선택해 빈 살만에게 추천을 했다.
“MC소프트에 투자하면 3년 안에 못해도 3배 정도의 수익률은 올릴 수 있어.”
“여긴 한국에서 제일 시가 총액이 높은 게임사 아닌가요?”
“태우그룹에서 주식을 꽤 많이 들고 있는 곳이기도 하지. 그만큼 안정적인 구조를 지닌 회사야.”
아직도 과금형 게임의 성장 동력은 무시할 수준이 아니었다.
무시할 수준이 아니라 더 가파르게 성장할 수 있는 힘을 보유하고 있었다.
문제는 그 동력이 몇 년 남지 않았을 뿐이었지만, 빈 살만은 3년 동안 투자할 곳을 찾고 있었기에 나쁘지 않은 기업이었다.
“태우그룹이 보유하고 있다면, 당연히 저도 지분을 인수해야죠.”
“지금 주가가 25만 원 정도 할 거야. 조금 비싸긴 해도 충분히 더 성장할 수 있는 곳이야.”
“주가가 비싸니 많이는 말고 딱 10억 달러만 투자하면 되겠네요.”
10억 달러면 1조 원이 넘는 금액이었다.
그런데 빈 살만은 1조 원을 소액 투자를 하는 것처럼 말했다.
그만큼 사우디 국부 펀드의 규모가 대단했고, 사우디의 자본력이 살아나고 있음을 증명하는 말이었다.
“10억 달러면 충분하긴 하지.”
“다른 게임 회사는 어때요? 1위 회사에만 투자하기엔 좀 아까워서요.”
“중국에서 한한령을 내린 건 알고 있지? 중국 게임 시장 판호를 더는 한국 게임 회사에게 열어 주지 않고 있어. 중국 시장을 주력으로 삼는 게임사들의 피해가 막심해 질 거야.”
“MC소프트는 한국 시장을 꽉 잡고 있으니 피해가 적을 거라는 말이네요.”
“대만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기도 하고, 수익 구조가 워낙 좋다 보니 피해가 적을 뿐이지.”
많은 게임사가 중국 시장을 통해 엄청난 성장을 이루어 내었다.
하지만 한한령 이후에는 중국 시장이 문을 열어 주지 않기에 지금과 같은 성장을 기대할 수는 없었다.
“MC소프트에만 투자를 할게요.”
“다른 분야 투자는 어떻게 하려고?”
“우선은 MOU만 체결을 하고 상황을 보고 투자를 할지 말지 결정을 해야죠. 일단 금융타워에 정식으로 들어가고, 형이랑 상의해서 결정을 할게요.”
사실 투자할 만한 게임 회사가 한 곳이 더 있었다.
아직 상장조차 하지 않은 회사였지만, 2017년 최고의 게임을 출시할 회사가 있었다.
블랙홀.
배틀 아레나라는 게임이 조만간 출시한다.
게임 플랫폼 세계 판매율 1위를 달성할 게임이었고, 블랙홀 게임사의 장외주식 가격은 200배 넘게 폭등하는 것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이런 대박 종목을 그냥 알려 줄 수는 없지.
MC소프트를 추천한 것만으로도 도리는 다한 셈이다.
가장 맛있는 요리는 내가 먹거나, 아니면 다른 조건을 받고 알려 줘야 하지 않겠는가?
“저는 이만 일어날게요. 다른 기업과 미팅이 남아 있어서요. 일정이 다 끝나면 같이 밤새도록 술이나 마시죠.”
“언제든지 연락만 해. 한국식으로 대접을 할 테니까.”
“기대하고 있을게요.”
빈 살만은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고.
사무실 밖으로 나가는 순간, 얼굴색을 싹 바꾸며 왕세자의 위엄을 선보였다.
그렇게 빈 살만의 태우그룹 방문이 끝이 났고.
몇 시간이 지나지 않아 대형 속보를 들고 나를 찾아온 한 부회장이었다.
“빈 살만 왕세자가 MC소프트 10억 달러 지분 인수를 공식 발표하였습니다.”
“벌써요?”
“MC소프트를 방문해서 지분 인수 계약을 체결했다고 합니다.”
“행동력 하나는 끝내주는군요.”
괜히 숙청을 통해 왕세자에 오른 게 아니었다.
숙청을 진행하는 것처럼, 빠른 행동력으로 MC소프트 지분을 인수한 빈 살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