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457)
독식하는 재벌 3세-457화(457/518)
457. 거대 자본 (2)
빈 살만과 10시간이 넘게 술을 들이켰다.
마지막 한국 일정까지 전부 마친 그와 강 대위의 별장에서 온갖 종류의 술을 즐겼다.
낮이 되어서야 우린 정신을 차렸고.
공항으로 가는 그를 배웅해 주고 나서야 본사로 출근을 할 수 있었다.
“회장님, 괜찮으십니까?”
“오랜만에 폭음을 했더니 정신을 차리기가 힘드네요.”
“꿀물이라도 한 잔 타오겠습니다.”
한 부회장이 준비한 꿀물을 들이켰다.
그제야 속이 좀 풀리면서 눈이 맑아지는 기분이 들었다.
“이제야 좀 살겠네요.”
“빈 살만 왕세자가 몇 번만 더 한국을 방문하면, 회장님이 버티질 못하겠습니다.”
“그러게 말입니다. 빈 살만은 잘 갔죠?”
“한국을 뒤흔들어 놓고 아주 잘 갔습니다. 모든 언론 1면이 빈 살만 왕세자 관련 이야기로 도배되다시피 했습니다.”
사우디의 왕세자 빈살만.
이름만으로도 신문 1면을 채우기에 충분했지만.
그는 엄청난 돈을 뿌렸기에 더욱 언론에서 흥분하여 기사를 만들어 내었다.
“MOU를 엄청 체결하고 갔더군요.”
“건설, 에너지, 자동차 등등 아주 다양한 산업과 MOU를 체결했습니다. 그래서 언론에서 대서특필하고 있고, 관련 주식이 폭등하기도 했습니다.”
“MOU가 뭐라고 주식까지 폭등하는지. 그냥 같이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에 불과한데 말이죠.”
“사실 그렇습니다. MOU를 체결하더라도 정식 계약까지 가는 경우는 드물긴 합니다.”
MOU 체결은 아무런 효력이 없었다.
‘사우디와 기업이 같은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도 있다’라는 뜻일 뿐이었다.
“체결된 MOU 중에서 10%정도라도 정식 계약으로 넘어가면 다행이죠.”
“그런데 태우증권과 체결한 MOU는 체결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입니다. 사우디 국부 펀드에서 언제 정식 입주가 가능한 지 며칠 동안 매일 문의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다른 MOU는 몰라도 금융 쪽은 거짓이 아니었다.
빈 살만이 약속한 일이기도 했고, 사우디 국부 펀드에 이익이 되는 일이었으니까.
“한 부회장이 골치가 아프겠군요.”
“사우디 국부 펀드 정도 되는 곳을 아무 자리나 줄 수도 없고, 그렇다고 기존 금융사 보고 자리를 이전하라고 할 수도 없습니다.”
“정 안 되면, 제가 조지 대표에게 부탁을 해 보죠. 퀀텀펀드가 사용하는 자리 정도면, 사우디 국부 펀드도 만족하지 않겠어요?”
퀀텀펀드는 가장 먼저 금융타워에 들어온 금융사였다.
그렇기에 가장 좋은 자리를 선점했고, 가장 넓은 사무실을 사용하고 있었다.
“퀀텀펀드가 자리를 비워 준다면 문제가 해결되긴 하지만, 퀀텀펀드에서 섭섭해하지 않겠습니까?”
“자리가 뭐가 중요하겠어요? 결국 금융사에게 가장 중요한 건 수익률이죠. 그리고 태우증권 바로 옆 사무실을 마련해 준다고 하면, 오히려 더 좋아할 겁니다.”
태우증권은 금융타워에서 가장 낮은 층에 위치하고 있었다.
주인 된 도리로 높은 곳을 차지할 수 없다는 이유였고, 그렇기에 남는 공간이 꽤 되었다.
“그렇게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런데 정말 사우디 국부 펀드의 자금을 태우증권이 일부 운용하게 되는 겁니까?”
“언론에 벌써 보도가 되었나 보군요.”
“100억 달러 정도의 규모를 태우증권이 운용하게 될 것이라는 기사가 보도되었습니다. 사우디 정부 쪽에서 흘린 정보라고 기획실에서 연락이 왔었습니다.”
사우디 정부 쪽에서 정보를 흘렸다?
의도가 다분한 정보 공작일 수도 있었지만.
빈 살만이 그만큼 금융타워와 함께하고 싶다는 의미이기도 했으니 그냥 귀엽게 넘어가기로 했다.
“팩트 체크가 제대로 되지 않은 언론 보도이군요.”
“그렇습니까? 하긴 100억 달러 규모는 조금 과하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반대입니다. 규모를 너무 축소해서 보도했어요. 100억 달러가 아니라 1,000억 달러 규모를 태우증권에서 운용하게 될 겁니다.”
“천억 달러나 말씀입니까? 너, 너무 많은 금액입니다!”
태우증권의 모든 투자 책임은 한 부회장이 지고 있었다.
내가 투자처에 관한 방향성은 제공하지만, 투자처를 분석하고 찾는 건 한 부회장의 일이었다.
그런데 천억 달러나 추가된다면?
그만큼 한 부회장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었고.
투자처를 찾기 위해 지금보다 2배 이상의 노력을 해야만 했다.
“그렇게 걱정할 필요는 없어요. 3년 안에 2배 정도의 수익률을 원하고 있더군요. 그 정도는 충분히 할 수 있지 않나요?”
“불가능한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형평성을 생각해야 하니 태우증권만 수익률이 높은 투자를 독식하긴 어려워집니다.”
“독식하기 어려운 판이 조만간 찾아오니 걱정 마세요. 그리고 사우디 국부 펀드의 이름값을 사용하면 더 큰 파이를 우리가 먹을 수도 있고요.”
사우디 국부 펀드는 일반 금융사가 아니었다.
사우디 정부에서 운용하는 자금이었기에 금융사로 치부할 수만은 없었다.
사우디라는 국가와의 관계까지 엮여 있으니 그만큼 강한 힘을 우리가 사용할 수 있게 되는 셈이었다.
“사우디 국부 펀드가 들어오게 된다면, 우선은 안정적인 수익이 나오는 곳에 투자를 할까 합니다. 마음 같아서는 유가 선물 같은 것을 건드리고 싶지만, 사우디가 산유국이다 보니 유가에는 민감할 것 같아 제외했습니다.”
“유가 말고도 먹을거리는 많죠. 게다가 장기적으로 이익을 취할 생각 같으니 미리 미·중 무역 전쟁에 투자해도 됩니다.”
한 부회장과 사우디 국부 펀드 관련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기획실장이 다급히 노크를 하고 들어왔다.
“회장님, 청와대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비공식적으로 대통령님과의 저녁 식사에 초대받으셨습니다.”
“만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또 연락이 왔다고요? 무슨 일이 생겼나 보군요.”
최재석 대통령은 대기업 총수를 부하로 여기는 사람은 아니었다.
그렇기에 아무 이유 없이 부를 이유는 없었고, 게다가 이렇게 다급히 부르는 것을 봐서는 꽤 큰 문제가 생긴 게 분명했다.
“간다고 하세요. 청와대에서 해장을 해야겠군요.”
“청와대에 들어갈 준비를 하겠습니다.”
빈 살만과 마신 술이 아직 깨지도 않았다.
청와대 수석 요리사의 뜨끈한 국물 요리로 속을 풀기로 했다.
***
청와대에 위치한 조촐한 별관.
수석 요리사가 아닌 영부인이 끓여 주신 김치찌개와 두부전으로 차려진 밥상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미안하네. 함부로 자네를 이렇게 부르면 안 된다는 건 알지만, 너무 답답해서 참을 수가 없었네.”
“괜찮습니다. 집에서 밥을 먹나 여기서 밥을 먹나 어차피 사람은 밥을 먹어야 살 수 있지 않겠습니까? 게다가 영부인님이 끓여 주신 김치찌개를 제가 언제 또 먹어 보겠습니까?”
최재석 대통령의 표정은 상당히 어두웠다.
선거를 치를 때는 생기가 넘쳤던 그였지만, 오히려 당선되고 난 후부터 급속도로 늙어 가는 그였다.
“대통령이라는 자리가 멀리서 볼 때는 참 좋아 보였는데, 막상 오르고 나니 이처럼 힘든 자리가 없다는 생각이 요즘 들어 든다네.”
“중국 때문에 걱정이 많으십니까?”
“한한령이 점점 심해지고 있지. 한국 기업들이 중국에서 쫓겨나고 있고, 중국에서는 한국 제품을 불태우기까지 하고 있다네.”
한한령의 피해가 극에 달했다.
몇 년 전만 해도 중국 시장을 기회의 땅이라고 여겼던 기업들이었지만, 지금은 지옥의 땅이 되어 버리고 말았다.
“화장품, 전자제품, 엔터테인먼트까지 다들 힘들다고 알고 있습니다.”
“중국 시장에서 한국을 완전히 지워 버리려는 듯이 움직이고 있다네. 심지어 한국 연예인들은 중국에서 공연장을 빌릴 수도 없다네. 게다가 관광 사업도 큰 피해를 입고 있네. 중국 정부 차원에서 한국 관광을 막고 있는 실정이지.”
중국이라 가능한 정책이었다.
다른 나라로 관광하는 것 자체를 막아 버리다니.
물론 테러 위험이 있는 국가의 경우 우리도 여행 제한 조치를 하기도 하지만, 국가 간의 문제로 인해 관광을 막는 경우는 없었다.
“시간이 지나면 기업들은 알아서 돌파구를 찾게 되어 있습니다. 미국과 유럽 시장에 도전을 하거나 동남아 시장을 새롭게 만들어 낼 수도 있습니다.”
“사실 한한령이야 시간이 지나면 언젠가는 해결될 것으로 보고 있다네. 하지만 더 큰 문제가 있지 않은가?”
“어떤 문제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한국의 인구가 줄어들기 시작했네. 출산율은 1까지 떨어졌고, 내년이면 0.9까지도 하락한다는 전망이 있다네.”
지금의 출산율은 1이었다.
최재석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낮아 보이겠지만.
미래를 알고 있는 나의 입장에서는 매우 높은 수치였다.
몇 년만 지나면 0.8이하로 떨어지게 되어 있었으니까.
“출산율을 회복하기 위해 태우그룹 차원에서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출산 휴가부터 재택근무까지 가장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알고 있네. 하지만 모든 기업이 태우그룹 같을 수는 없지 않은가. 결국 한국의 노동 가능 인구는 점점 떨어지게 되어 있네.”
최재석 대통령이 왜 이럴까?
고민 상담을 간혹 하긴 했지만, 이렇게까지 앓는 소리를 하는 경우는 처음이었다.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으십니까?”
“경제 활동 인구가 줄어들면, 결국 연금 문제가 커지지 않겠는가? 지난 정권에서 공무원 연금 개혁에는 성공했지만, 국민연금 개혁까지는 이뤄 내지 못했네. 그리고 공무원 연금 개혁도 손볼 곳이 많이 남아 있기도 하지.”
“태우 경제 연구소에서 국민연금이 2055년 이전에 고갈될 수도 있다는 보고서를 받은 적이 있습니다.”
“부족한 부분은 결국 세금으로 보전해야 하지 않겠나? 그렇게 되면 미래 세대에 너무 과중한 부담을 주게 되네.”
국민연금 개혁은 뜨거운 감자였다.
반드시 해야 하지만, 표가 떨어지는 개혁이었기에 정치권에서 꺼내 들지 못하는 주제였다.
“그래도 국민연금 기금에서 잘 운용하고 있지 않습니까?”
“작년 수익률이 고작 4.75%에 불과하네.”
“워낙 기금의 규모가 커서 그렇습니다. 수익금으로 따지면 25조 원에 달합니다.”
“금융타워도 그만한 규모를 운용하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 수익률은 최소 50%라고 알고 있네.”
국민연금 이야기가 왜 금융타워로 이어지는 거지?
최재석 대통령이 무슨 의도를 가지고 이런 이야기를 꺼내는 걸까?
“국민연금은 안정성이 최우선이지 않습니까. 하지만 금융타워는 공격적으로 투자를 하고 있어 높은 수익을 내고 있습니다. 반대로 위기가 오면 엄청난 손해를 볼 수도 있습니다.”
“손해를 본다? 자네가 손해를 본 적이 있었던가? 내 기억으로는 한 번도 없는 것 같군. 그러니 사우디 국부 펀드도 금융타워에 입주하고, 태우증권과 MOU를 체결한 것 아니겠는가?”
이제야 나를 이 자리에 부른 이유를 정확히 알았다.
사우디 국부 펀드와 태우증권이 체결한 MOU가 최재석 대통령을 다급하게 만들었나 보다.
“MOU를 체결하긴 했지만, 사우디 국부 펀드의 수익률을 태우증권이나 금융타워가 보장해 주는 건 절대 아닙니다.”
“수익률은 보장해 주지 않겠지만, 1순위로 좋은 투자를 제공해 준다고 알고 있네. 왜 국민연금이 아니라 사우디 국부 펀드가 1순위가 돼야 하는 건가?”
“그야 사우디 국부 펀드가 금융타워에 들어오고, 자금 일부를 우리에게 맡기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국민연금 일부도 금융타워에 맡길 계획이네.”
이게 이렇게 되다니.
사우디 국부 펀드에 이어 국민연금까지.
글로벌 5위 안에 드는 펀드와 기금이 서로 돈을 맡기겠다고 찾아오는 웃기는 상황이 발생하고 말았다.
그만큼 금융타워의 입지가 튼튼해졌다는 뜻이긴 했지만.
태우증권과 금융타워에 과도한 부담이 되는 금액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