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458)
독식하는 재벌 3세-458화(458/518)
458. 거대 자본 (3)
다음 날.
관자놀이를 누르며 금융타워로 출근했다.
내가 어제 청와대에서 오랜 시간 머물고 왔다는 걸 알고 있는 한 부회장이 꿀물을 타서 들고 왔다.
“청와대와 이야기는 잘 나누셨습니까?”
“후우, 좋아해야 할지 아니면, 싫어해야 할지 모르는 일이 생겼어요.”
“무슨 일입니까?”
“국민연금 일부를 금융타워에 맡기겠다고 하는군요.”
“그게 가능합니까? 연기금을 일반 금융사에 맡긴 사례는 본 적이 없습니다.”
“사우디 국부 펀드가 우리에게 돈을 맡긴 건 사례가 있어서 그랬겠어요?”
국민연금 기금은 많은 제약이 달려 있었다.
그리고 한국의 금융계 엘리트가 선호하는 직장이 국민연금이기도 했다.
그렇기에 550조 원이 넘는 자금을 운용하며 4%가 넘는 수익률을 올릴 수 있었다.
“국민연금 기금에서 반발하지 않겠습니까? 소속감도 매우 높고 엘리트라는 자부심이 매우 높은 곳이 국민연금 기금입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국민연금을 금융타워에 맡기지 않았겠죠. 그런데 사우디 국부 펀드라는 변수가 생기면서 기회가 생겨 버렸죠.”
아무리 대통령이라고 하더라도 국민연금을 마음대로 할 수는 없었다.
국민연금은 말 그대로 대한민국 복지의 중심에 있었기에 조금이라도 실수를 한다면, 엄청난 비난 세례를 받기 마련이었다.
“사우디 국부 펀드 덕분에 국민연금의 일부라도 금융타워에 맡길 수 있게 되었군요.”
“가장 좋은 방법은 국민연금 개혁이지만, 그걸 정치권에서 합의해 주겠어요? 그러니 차선책으로 국민연금 기금의 수익률을 높이는 방법을 택한 것이죠.”
“그렇긴 하지만, 정치권에서 반발이 거세게 일어날 듯합니다.”
“대통령 연임을 건 도박이라고 볼 수 있죠.”
최재석 대통령부터 연임이 가능했다.
단단한 지지율을 보유하고 있었기에 가만히만 있어도 재선 가능성이 높았다.
그럼에도 국민연금이라는 도박수를 던진 최재석 대통령이었고, 그의 재선이 금융타워에 달려 버리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특정 기업 밀어주기라고 문제 삼을 수 있습니다.”
“청와대라고 모르겠어요? 알면서도 국민연금 고갈을 막기 위해 이런 선택을 한 거죠.”
“내년에는 지방선거도 있습니다. 대통령 중간 평가라고도 볼 수 있는 선거입니다.”
“지방선거 전까지 국민들이 만족할 만한 수익률을 올리지 못한다면, 국민경제당이 대패를 하는 선거가 될 수도 있겠군요.”
한국은 대통령에게 제왕적인 권력을 부여한다.
그렇다고 해서 마음대로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건 아니었고.
국민 심기를 건드리는 국정 기조를 보인다면, 표를 통해 국민들은 심판을 할 수 있었다.
“지방선거에 대통령 연임까지 우리 손에 달려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너무 무겁습니다. 국민연금에서 우리에게 넘겨주는 금액의 규모가 정확히 어떻게 되는 겁니까?”
“청와대는 절반을 원하고 있지만, 그럴 가능성은 높지 않죠. 아마 100조 원 정도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국민연금의 20% 정도를 우리에게 맡긴다는 것이군요. 조금 과한 말일 수도 있지만, 대한민국의 미래까지 우리가 책임지게 생겼습니다.”
선거의 승리와 패배는 대한민국의 미래와 아주 큰 상관은 없었다.
하지만 국민연금이 투자 실수로 인해 고갈되어 버린다면, 대한민국의 미래가 어두워지는 셈이었다.
“그러니 단기적으로 최대한 수익을 낼 수 있는 방향으로 움직여야죠.”
“규모가 워낙 크다 보니 단기적으로 수익을 내긴 어렵습니다.”
“우선은 게임 업계 투자부터 시작하죠.”
“지금 시점에서 게임 업계에 투자를 하는 건 너무 위험합니다. 1위 게임사라면 가능성이 있지만, 이미 사우디 국부 펀드가 MC소프트의 지분을 인수해 버렸습니다.”
장기전을 위해선 단기적인 성과부터 보여야 했고.
그러기 위해선 아까운 카드 한 장을 국민연금을 위해 사용해야만 했다.
한국 게임 사상 게임 플랫폼 동시 접속자 기록을 경신한 블랙홀의 배틀 아레나라는 패를 말이다.
“국민연금 기금이 들어오면 블랙홀 지분 인수부터 들어가세요.”
“블랙홀이라면, MC소프트에서 떨어져 나온 게임사이지 않습니까? 시총이 1조도 안 되는 회사로 알고 있습니다.”
“이번에 새로운 게임 하나를 런칭합니다. 게임 개발을 위해 해외 유명 게임 제작자를 데리고 왔다고 하더군요. 분명 성공합니다.”
“회장님이 그렇게 말씀하시니 무조건 성공하겠습니다. 국민연금의 돈이 들어오는 대로 최대한 블랙홀의 지분을 인수하겠습니다.”
최소 10배 장사가 가능한 주식이었다.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구사할 게임인 만큼 화제성도 매우 높았다.
국민과 정치권에게 믿음을 심어 주기엔 충분한 카드였고, 그 이후엔 장기적인 투자가 가능했다.
“나머지 금액은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채권이나 유가에 투자하고 기다리세요. 연말까지만 버티면, 괜찮은 투자처가 많이 생겨날 겁니다.”
“우리가 먹을 파이를 나눠 줘야 하니 조금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국가의 일이니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우리가 무료로 국민연금 기금을 굴리는 건 아니었다.
일정 부분 수수료를 받기로 하였지만, 사실 수수료는 우리 입장에서는 큰 금액이 아니었다.
우리 돈으로도 충분히 수익을 내고도 남았으니까.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결코 나쁜 일은 아니었다.
미·중 무역 분쟁과 코로나 시대를 생각하면 굴릴 수 있는 자금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았으니까.
***
금융타워 일로 정신이 없을 때.
데이비드가 한국을 방문했다.
그가 한국으로 들어올 때마다 묵직한 사건을 들고 들어왔기에 마음을 졸이며 그를 맞이했다.
“또 무슨 일이라도 터졌나요?”
“보스! 인사도 생략하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는 겁니까? 이번엔 그렇게 큰일은 아니에요. 보스 얼굴도 볼 겸해서 들어왔어요.”
“오느라 고생했어요. 그런데 무슨 일인지부터 우선 듣고 환영 파티를 하죠.”
데이비드가 과한 미국식 리액션을 선보이며 불만을 표했다.
그래도 나는 눈 하나 깜빡이지 않았고, 어쩔 수 없이 본론부터 꺼내는 데이비드였다.
“북해 유전 개발을 시작했어요. 빡빡한 유럽의 규제를 뚫고 허가를 얻어 내느라 아주 생고생을 했어요.”
“고생 많았어요. 유럽에서 친환경 규제를 들고나와서 유전 개발이 어려웠을 텐데 데이비드가 노력한 덕분에 성공했군요.”
“이미 북해 유전이 개발되어 있는 상황이기도 했고, 규제 범위에서 벗어나는 지역이기도 해서 가능했어요. 완전 처음부터 개발해야 하는 유전이었다면, 규제를 뚫기 어려웠을 겁니다.”
유전 개발은 최소 5년의 시간이 걸린다.
탐사부터 시작한다면 10년 혹은 20년 이상도 걸릴 수 있었다.
하지만 북해 유전은 이미 탐사가 끝나 있었고, 시추만 하면 되기에 원유 생산까지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 유전이었다.
“그런데 지금 시점에서 유전 개발을 하는 게 괜찮을까요? 원유 가격이 조금씩이지만 하락하고 있어요.”
“떨어지는 날이 있으면 오르는 날도 있지 않겠어요? 손해를 보더라도 거금을 들여 산 북해 유전을 그냥 둘 수도 없죠.”
“지금 시점에서 유전 개발에 이렇게 거액을 사용하는 회사는 우리 말고는 없어요. 그래서인지 백악관에서도 관심을 보이고 있어요.”
미국은 석유에는 항상 진심인 나라였다.
석유를 통제할 수만 있다면 전쟁도 불사하는 국가였고, 그나마 셰일 혁명 이후론 나아지긴 했다.
“백악관에서 왜 북해 유전에 관심을 보이고 있죠?”
“북해 유전에 관심이 있다기보단, 북해 유전에 들어간 자금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거죠.”
“미국에도 그만한 자금을 투자해 달라는 말인가요?”
“그렇죠. 아메리카 퍼스트를 내걸고 대통령에 당선되었으니 그만큼 미국에 더 많은 투자가 일어나길 백악관 차원에서 바라고 있어요.”
미국 석유 업계에도 거액을 투자해 달라는 뜻이었다.
정권 초기인 만큼 더 많은 실적을 바라고 있는 백악관이었고, 북해 유전 규모 정도의 투자를 바라고 있었다.
“규제 문제는 풀어 준답니까?”
“그 문제가 복잡하죠. 친환경 유전 사업을 원한다고 해야 할까요? 특히나 지지율에 큰 신경을 쓰기에 인근 주민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유전 개발을 하길 바라고 있어요.”
“규제도 안 풀어 주면서 유전 개발은 하고 싶다? 참 대단하군요.”
미국에는 엄청난 양의 유전이 잠들어 있었다.
하지만 실제로 개발된 유전은 한정적이었고, 규제 문제로 인해 개발을 진행하지 못하는 곳도 많았다.
물론 그렇다고는 하지만.
한정된 유전을 개발한 것만으로도 웬만한 산유국보다 더 많은 석유를 생산하고 있기도 했다.
“그냥 미국에 돈만 달라는 것이나 다름없죠. 그래서 그냥 한 귀로 듣고 흘렸어요.”
“만약 400억 달러 정도를 유전 개발에 투자한다면, 백악관에서 뭘 얻어 낼 수 있을까요?”
“그 정도 금액이면 웬만한 요구는 다 들어줄 듯합니다.”
“그러면 태우그룹이 관심이 있다는 정도로만 소문을 내세요.”
“정말 400억 달러를 투자하실 생각입니까?”
“지금 당장은 아니죠. 3년 정도 뒤에 투자할 생각은 있어요. 트럼프 정권이 끝나기 직전이 되겠군요.”
사실 지금 투자를 해도 되긴 했다.
하지만 모든 투자는 저점에서 시작해야 큰 이득을 얻을 수 있었고.
백악관과의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어 나가려면 석유 가격이 지금보다 훨씬 더 떨어져야 큰 이득을 취할 수 있었다.
“소문을 내면 곧장 백악관에서 반응이 올 겁니다. 그런데 3년이나 지나서야 투자를 한다고 하면, 반응이 좋게 나올 것 같지는 않아요.”
“초기 투자로 100억 달러 정도는 할 수 있다고 미끼를 던지세요.”
“100억 달러 정도면 백악관에서도 만족할 만한 금액이긴 하네요.”
“미끼치고는 아주 고급 미끼죠.”
저점에서 투자를 하는 게 가장 좋지만.
반대로 투자가 너무 느려져 원유 가격이 상승할 때 석유 생산을 시작도 못 하면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그러니 100억 달러 정도만 선투자를 하고.
생산 준비를 끝마친 뒤에야 나머지 협상을 진행하는 것이 최선이었다.
“그런데 투자할 만한 유전이 있습니까? 웬만한 곳은 이미 다 주인이 있고, 아니면 규제가 강한 지역 말고는 없어요.”
“딱 한 곳이 남았죠. 사람이 살지 않으면서 유전이 있는 곳이 미국에 남아 있어요.”
“그런 곳이 있었나요?”
“알래스카. 거기라면 아무도 관심을 주지 않는 땅이죠.”
“알래스카에 석유가 많이 매장되어 있다는 건 알지만, 생산성이 나오겠습니까? 운반 비용도 많이 들고, 탐사와 개발도 어려운 지역이에요.”
지금이야 큰 의미가 없는 알래스카 유전이었다.
하지만 미·중 무역 분쟁 그리고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까지 발생하고 나면 상황이 달라진다.
알래스카와 아시아 지역은 그리 멀지 않았고.
천연가스와 석유를 상대적으로 싼 가격으로 공급할 수 있게 되니까.
“힘든 지역의 유전을 개발하는 것이니 백악관으로 많은 것을 얻어 낼 수 있지 않겠어요?”
“그렇긴 하겠네요. 백악관 입장에서는 손해 보는 건 전혀 없고, 실적은 쌓을 수 있는 최적의 장소긴 합니다.”
“너무 급하게 움직일 필요는 없어요. 천천히 진행하면서 백악관을 안달 나게 만들어 보세요.”
“그건 제가 또 전문이죠.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한국까지 방문하도록 만들어 드리죠!”
사실 약간의 도박성 투자였다.
만약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지지 않는다면.
알래스카 유전 개발은 손해만 보는 투자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믿었다.
회귀 전이나 지금이나 러시아의 영토 확장 욕심이 변하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