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46)
독식하는 재벌 3세-46화(46/518)
46화. 100억의 가치 (4)
늦은 밤의 고택은 운치가 넘쳤다.
은은한 조명이 정원을 밝히고 있었고, 중앙에 위치한 정자에서는 광화문 곰이 곰방대를 피우며 나를 반갑게 맞이했다.
“자네 말대로 삼풍그룹이 휘청거리게 생겼어.”
“제가 원하는 방향은 아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그렇게 되었습니다.”
“어떻게 알았나? 월가에서 백화점이 붕괴될 거란 정보를 알아냈을 리는 없을 텐데.”
“백화점이 붕괴되지 않아도 삼풍그룹은 무너졌을 겁니다. 그저 시기가 조금 앞당겨졌을 뿐입니다.”
이 회장이 의심쩍은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그래도 내가 할 수 있는 말이 없다.
미래를 보고 왔다고 할 순 없으니까.
“명동의 사람들에게 욕 좀 들으시겠습니다.”
“나 대신 삼풍그룹 주식과 채권을 떠안은 놈들에게 말인가? 그런다고 어쩌겠나? 이미 팔아 버렸는데. 그리고 이미 태우그룹 주식도 다 쓸어 놓았으니 더는 그놈들과 거래할 일도 없다네.”
명동에 퍼져 있던 태우그룹의 주식은 상당했다.
이 회장이 보유하고 있던 주식과 채권으로는 가격을 맞출 수 없어, 월가의 이름으로 그에게 돈을 빌려주기까지 했다.
당연히 SAVE 투자회사에서 나온 돈이었고.
그가 구입한 주식과 채권은 어차피 내게 돌아오게 되니 엄밀히 말하면 빌려줬다기보단 주식 매입 외주를 맡겼다고 봐야 했다.
“지금 듣는 욕은 약과일 겁니다. 다른 기업까지 줄줄이 무너지게 되면 그때는, …아주 장수하시겠습니다.”
“그렇지 욕 많이 먹으면 오래 살고 좋은 법 아니겠나? 그리고 빈털터리가 하는 욕 정도야 얼마든지 들어 줄 수 있다네. 빨리 그날이 왔으면 좋겠군.”
이 회장의 눈빛만 봐도 나에 대한 믿음이 강해졌음을 알 수 있었다.
삼풍그룹 사태로 인해 나를 완전히 믿기 시작한 이 회장이었다.
“이제 보유하신 재산이 태우그룹 주식과 채권 말고는 없으시겠습니다.”
“그러니까 말이야. 자네에게 태우그룹 주식을 다 넘기면 현금밖에 남지 않는다네. 내가 단씨 놈처럼 현금왕 노릇을 할 것도 아니고, 어디에 투자해야 좋을지 모르겠네.”
재주를 부린 곰에게는 고기 한 점이라도 던져 줘야 하지 않겠나?
맡은 임무를 착실히 수행한 광화문 곰을 위해 나는 한 가지 정보를 풀었다.
“당분간은 한국 주식을 하시지 마시고, 미국 주식에 투자를 하세요.”
“미국 주식이라? 좋은 정보라도 가지고 있나?”
“마이크로소프트에 전부 투자하세요. 최소 50%의 수익은 보실 수 있을 겁니다.”
“그 회사라면 컴퓨터 관련 회사 아닌가? 그런데 주식이 그렇게나 뛴단 말인가?”
미국에서 IT 붐이 일어나기 시작할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물론이고, IT 관련 주식들이 일제히 상승한다.
내 기억으로는 80% 이상의 수익을 달성할 수 있었고, SAVE 투자회사에서도 IT 업체의 주식을 공격적으로 사들이고 있기도 하였다.
“불안하시면 제가 원금 보장 계약서를 써 드릴 수도 있습니다. 대신 수익금의 10%를 저에게 주셔야겠지만요.”
“허허, 아주 날강도가 따로 없구만. 계약서는 필요없네. 자네 말이라면 무조건 믿어야지.”
“한 가지 정보만 더 드리죠. 최소한 50%의 수익률이라고 했지만 무조건 2배 이상 버실 수 있을 겁니다.”
“그건 또 무슨 말인가? 주식이 50% 오르는데 2배의 수익을 얻을 수 있다니?”
“드릴 만한 힌트는 다 드렸습니다.”
외환위기가 오면 달러의 가치가 2배 이상 상승한다.
그러니 미국 주식에 투자하면, 달러를 보유하고 있는 셈이었고, 환율 상승으로 인해 2배 이상의 수익을 또 한 번 얻을 수 있었다.
“그럼 언제까지 마이크로소프트 주식을 들고 있으면 되겠나? 원래 주식이라는 건 파는 시기가 가장 중요하지 않겠나?”
“명동의 주인이 되기 직전에 청산하시면 됩니다.”
“미국 주식에 투자해 돈을 번 다음, 그 돈으로 명동을 휘어잡으란 소리군.”
“명동의 주인이 되는 1단계 계획이죠.”
“허허, 자네와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마치 내가 청년이 된 것 같은 착각이 든다네.”
“청년이 별거 있겠습니까? 100세까지 살면 50세까지 청년이고, 200세까지 살면 100세까지 청년 아니겠습니까? 이번 일로 욕을 아주 많이 드시게 될테니 200세까지는 거뜬하지 않겠습니까?”
“하하하! 그럼 200세까지 살아 보도록 하겠네!”
헛소리 같은 내 농담에도 아주 좋아하는 이 회장이었다.
자신의 꿈이 한 걸음 다가왔으니 어찌 기분이 나쁘겠는가.
* * *
삼풍백화점 사태 수습에 일주일이 걸렸다.
회귀 전에는 한 달 가까이의 시간이 걸렸던 것에 비해 빠르게 수습이 되었다.
이는 사태 초기부터 태우그룹이 전폭적인 지원을 한 덕분이었고.
크레인, 포크레인, 덤프트럭을 비롯한 중장비부터 숙련된 태우건설의 직원들이 파견된 덕분이었다.
아직 체계적인 매뉴얼을 보유하지 못했던 한국이었지만.
부족한 부분을 태우건설이 채워 주었기에 사망자의 숫자도 회귀 전보다 절반 이상으로 줄일 수 있었다.
그러니 정부 입장에서는 태우그룹이 얼마나 고맙겠는가?
대통령이 직접 할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어 감사를 표할 정도였다.
“허허, 손자 덕분에 대통령에게 고맙다는 말도 다 들어 보는구나.”
“할아버지의 빠른 결단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할아버지와 나는 거실 소파에 앉아 다과를 즐기며 말했다.
내일부터 해외 출장이 계획되어 계신 할아버지였기에 오늘은 특별히 일찍 퇴근해 오붓한 시간을 보내기로 하였다.
“대통령실에서 은근슬쩍 원하는 사업을 밀어주겠다고 하던데 뭘 달라고 하면 좋겠느냐? 태우건설의 여러 공사가 지연된 만큼은 받아 내야 하지 않겠느냐.”
“지금 당장 보상을 원하면 우리의 좋은 의도가 왜곡 될 수도 있습니다. 지금은 정부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에 만족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최대한 할아버지를 말렸다.
또 사업을 벌리면 그만큼 내가 할 일이 늘어나니까.
“쯧쯧, 모든 일에는 때라는 것이 있단다. 정부에서 고마워할 때 하나라도 받아 내야지. 시간이 지나면 입을 싹 닦을 놈들이 정부 놈들이다.”
“이미 얻을 건 충분히 얻었지 않습니까? 다른 대기업과 달리 태우그룹은 한국을 위한다는 이미지를 국민들에게 심어 줬습니다. 사람들이 태우그룹을 국민 그룹이라고 부르기까지 합니다.”
“광고 효과로 만족하란 말이냐? 대기업을 운영하려면 욕심도 부려야 하는 법이란다.”
욕심도 정도껏 부리셔야지.
여하튼 모든 생각이 그룹 확장에만 가 있다니까.
“욕심이 과하면 오해를 받기 마련입니다. 우리가 선의로 움직였다는 걸 확실히 인식시켜야 태우그룹이 더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습니다.”
“흠. 그래 이번 일은 네 공이 가장 크니 네가 하자는 대로 해 주마. 그런데 휴대폰 출시 준비는 잘 되어 가고 있느냐? 들리는 소문으로는 재고를 상당히 많이 만들고 있다고 하더구나.”
할아버지는 그룹의 모든 일을 알고 계셨다.
당연히 인천과 부천 공장이 3교대로 폴더폰을 쉼 없이 찍어 내고 있다는 것도 알고 계셨다.
“솔직히 재고가 부족합니다. 마음 같아서는 공장 2~3곳에서 폴더폰을 더 생산하고 싶습니다.”
“나보고는 욕심을 내지 말라고 하더니. 욕심은 네가 부리고 있구나. 폴더폰이 팔리지 않고 악성 재고로 남으면 어쩌려고 그러느냐.”
“재고를 남기지 않을 자신이 있습니다.”
“자신감이 넘치는 건 좋다만. 만약 실패한다면 아무리 나라도 너를 지켜 주기 어렵단다.”
권력의 중심에 할아버지가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저지른 실책까지 모두 무마시킬 수 있는 건 아니었다.
내가 차기 회장이 되는 건 당연한 일이었지만, 성과를 세워야만 안정적으로 권력을 이양할 수가 있었다.
“그럼 반대로 생산된 폴더폰이 대성공을 거둔다면, 어떻게 됩니까?”
“네가 하고 싶은 일을 마음대로 할 수 있게 되겠지. 폴더폰이 어떤 결과를 낼진 모르겠다만, 성공했다고 가정하면 무엇을 하고 싶으냐?”
“태우전자를 개혁시킬 수 있는 자리로 오르고 싶습니다. 지금의 태우전자는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저 삼진전자나 LC전자의 뒷 꽁무니만 따라붙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봅니다.”
할아버지의 눈썹이 미간을 향해 움직였다.
상당히 기분이 나쁠 때 나오는 습관으로, 회사였다면 큰소리가 나왔겠지만, 다행히도 여긴 나와 할아버지가 지내는 집이었기에 할아버지는 화를 참아 내셨다.
“그래서, 네가 태우전자를 맡으면 삼진전자보다 더 뛰어난 회사로 만들 수 있단 말이냐?”
“지금의 방식으로는 결코 삼진전자를 뛰어넘을 수 없습니다.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회사를 개혁해야만 가능합니다.”
“그래서 태우전자의 사장 자리에 앉고 싶다는 게냐?”
“폴더폰이 아주 크게 성공한다면 그럴 자격이 생기지 않겠습니까?”
“그 이야기는 폴더폰의 결과가 나온 뒤에 해도 늦지 않겠구나. 시간이 많이 늦었다. 내일 비행기를 놓치지 않으려면 이만 자야겠구나.”
할아버지는 거실에서 일어나 방으로 들어가셨다.
아직 대답은 듣지 못했지만, 나는 태우전자의 사장 자리에 욕심이 있다는 걸 내비쳤다.
* * *
나는 오랜만에 강 대위의 사무실을 찾았다.
독일에서 열릴 가전 박람회가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시기였다.
“대표님, 정말 오래간만입니다. 저를 잊으신 줄 알았습니다.”
“말을 너무 심하게 하신다. 그래도 통화는 종종 했잖아요.”
“대표님이 보고 싶어서 그냥 해 본 말이었습니다. 그런데 여기까지 찾아오신 거면 다음 작전을 실행할 때가 되었습니까?”
“박진훈 사장 비리 자료는 확보하셨나요?”
내가 태우전자 사장 자리에 오르기 위해선.
현 태우전자 사장인 박진훈을 끌어내려야 했다.
폴더폰이 대성공을 거둔다고 한들 박진훈 사장이 건재하면 그 자리에 오르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니 약점을 찾아야 했고.
강 대위는 반년이 넘게 박진훈 사장의 약점을 수집하고 다녔다.
“겉보기에는 청렴결백한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누굽니까? 특히나 국세청 돌아이가 아주 제대로 파 보니 의심쩍은 부분이 한둘이 아니었습니다.”
“약점을 찾긴 했나 보군요.”
“횡령에 비자금 조성 그리고 부동산까지. 여러 증거를 확보했습니다.”
강 대위의 정보 수집 능력은 대단했다.
하지만 그의 능력이 아무리 뛰어나다고 한들 빠꼼이인 박진훈 사장의 약점을 찾아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내가 힌트를 줬기에 가능했다.
나는 박진훈 사장의 특이 사항을 확인해 강 대위에게 넘겼고.
그 정보를 토대로 깊게 파고들어가 약점을 찾아낼 수 있었다.
“증거의 중요도는 얼마나 되죠?”
“솔직히 구속까지 가기엔 조금 힘듭니다. 변호인단을 잘만 꾸린다면 기껏해야 벌금 정도입니다.”
“그 정도 흠집이면 충분하겠네요.”
평소라면 그 정도 흠집에는 끄떡도 하지 않을 박진훈 사장이다.
하지만 내가 밑에서 치고 올라가는 상황이라면, 작은 흠집이 크게 작용하게 된다.
“증거를 더 확보하세요. 개인 사생활 문제까지도요.”
“10명이 넘는 직원이 24시간 감시하고 있습니다.”
“시끄러운 일이 생기지 않도록 조심하라고 하세요.”
개인 사찰 문제는 심각한 범죄 행위였다.
그러니 조심스럽게 움직여야만 했고, 증거를 수집한다고 해도 써먹기는 쉽지 않았다.
그래도 약점을 하나라도 더 찾아내야 그를 끌어내릴 가능성이 증가하니 사람을 붙였다.
“아! 그리고 박진훈 사장 파벌의 다른 사장의 약점 몇 가지도 확보했습니다.”
“그건 조금 더 묵혀 두세요. 박진훈 사장이 쓸려 나가고 난 뒤에 사용할 겁니다.”
파벌은 리더가 있어야만 유지가 가능했다.
수장이 사라지면 그 자리를 누군가는 대신 채워야 했고.
그 자리를 내가 차지한다면, 나는 사장단 회의에서 영향력을 넓힐 수 있게 된다.
“9월이 되면 박진훈 사장 사건을 터트릴 준비를 하세요.”
“알겠습니다. 신호만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독일 가전 박람회가 바로 신호탄이었다.
나의 성공과 박진훈 사장의 몰락을 알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