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460)
독식하는 재벌 3세-460화(460/518)
460. 거대 자본 (5)
며칠 후.
한 부회장이 국민경제당과 이야기를 끝내고 찾아왔다.
“공연장 규제를 철폐하기로 하였습니다. 대한민국 문화 발전을 위한다는 대의명분도 있고, 최재석 대통령의 지지율도 높은 상황이기에 어렵지 않게 규제를 철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른 대기업에서도 공연장을 많이 만들겠군요.”
대한민국의 문화 발전을 생각하면 아주 좋은 일이었다.
물론 어느 대기업도 태우그룹만큼 거대하고 화려한 공연장을 만들 수는 없을 테니 우리가 돋보이게 될 터였다.
“그런데 정말 6조 원이나 들여서 공연장을 만들 생가입니까? 조금 과한 금액입니다.”
“공연장을 짓는 데 최소 5년은 걸리지 않겠어요? 1년에 1조 2천억 원씩 투자를 한다고 생각하면 과한 금액은 아니죠. 그리고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프로젝트가 시작되면 엄청난 수익을 올릴 수 있어요.”
한 부회장이 눈을 감고 고개를 끄덕였다.
공연장 하나에 6조 원을 사용하는 걸 여전히 아깝다고 생각하는 그였지만.
앞으로 벌어들일 돈을 생각하면 충분히 감당 가능하다고 판단한 듯했다.
“공연장 계획은 태우건설로 넘기도록 하겠습니다.”
“다른 보고 사항이 있나요?”
“샤롯그룹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정확히는 차남인 진동구 부회장으로부터 온 연락이었습니다. 조만간 만나 식사를 하고 싶다고 합니다.”
“드디어 연락이 왔군요.”
한한령으로 많은 기업이 피해를 입었다.
하지만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곳은 샤롯그룹이었다.
사드 부지를 제공한 곳이 샤롯그룹이었기에 중국 정부 차원에서 샤롯그룹을 괴롭혔다.
“샤롯그룹의 두 명의 형제가 전쟁을 방불케 하는 후계 다툼을 벌이고 있습니다. 작년부터 치열한 다툼이 지속되었고, 올해 안에는 전쟁이 끝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진호균 회장님이 후계를 제대로 밀어주지 못한 탓이 크죠.”
대기업의 후계는 최대한 빠르게 정하는 편이 좋았다.
물론 뛰어난 자식에게 기업을 물려주고 싶은 건 당연한 마음이겠지만.
시간을 끌수록 자식들은 거대한 파벌을 만들기 마련이었고, 기업 자체가 반으로 쪼개지는 불상사가 발생할 수도 있었다.
“진호균 회장님은 장남인 진동오 부회장을 밀고 있습니다. 일본 샤롯그룹을 맡고 있었던 진동구 부회장을 사임시켜 더는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만들기도 하였습니다.”
“진작 했다면 진동오 부회장이 회장 자리에 오를 수 있었겠죠. 하지만 너무 늦어 버렸어요.”
“7월에 있을 주주 총회에서 최후의 승자가 가려질 것 같습니다.”
“그래서 진동구 부회장이 급하게 연락을 했나 보군요.”
태우그룹은 한국의 많은 대기업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고.
샤롯그룹의 지분 또한 적지 않게 보유하고 있었다.
그렇다고는 하지만 후계 구도를 완전히 뒤집을 정도는 아니었고, 결국은 주주들의 선택에 따라 결과가 나오게 되어 있었다.
“진동구 부회장을 만나 보시겠습니까?”
“만나서 이야기는 들어 봐야죠. 진동구 부회장 덕분에 우리가 여기에 있는 것 아니겠어요? 은혜에 보답은 못 해도 이야기 정도는 들어 줄 수 있죠.”
태우그룹 신사옥은 샤롯그룹 부지에 지어졌다.
진동구 부회장의 도움 덕분에 부지를 매입할 수 있었고, 그를 회장으로 만들어 주겠다는 약속을 하기도 했었다.
뭐 지금 상황에서 내가 도움을 준다고 해서 결과가 달라지진 않겠지만.
그래도 약속은 했으니 이야기 정도는 들어줘야지.
***
강 대위의 식당 별관.
오랜만에 이곳에서 진동구 부회장과의 만남을 가졌다.
몇 년 동안 진행된 후계 전쟁 때문인지 안색이 많이 상해 있는 진동구 부회장이었다.
“많이 피곤해 보이십니다.”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입니다. 어찌어찌 살얼음판에 빠지지 않고 잘 걸어 나가곤 있습니다. 그리고 이제 마지막 한 걸음만 더 나아가면 살얼음판에서 살아 나갈 수 있지요.”
정말 말 그대로 살얼음판이었다.
후계 전쟁에서 무려 3번의 주주총회가 열렸고.
진동구 부회장은 주주총회에서 모두 승리하며 자리를 지킬 수 있었다.
“7월에 있을 주주총회에서도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고 태우그룹 차원에서 예측하고 있습니다.”
“태우그룹에서 그렇게 전망하고 있다니 정말 듣기 좋은 말이군요. 김 회장님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죄송한 마음일 따름입니다. 더 큰 도움을 드려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습니다.”
“절대 아닙니다. 김 회장님의 선견지명 덕분에 임원진과 주주들의 적극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한한령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샤롯그룹.
원래라면 중국 진출을 진동구 부회장이 맡기로 되어 있었다.
하지만 내가 한 조언으로 인해 그는 일본 샤롯그룹으로 피신할 수 있었고, 중국 투자 실패의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었다.
“부회장님께서 잘 관리하신 덕분이지요. 대부분의 임원진이 진동구 부회장님을 따르고 있다는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사드 부지 반대를 외친 덕분에 임원진들의 마음을 살 수 있었습니다.”
한한령의 원인이 되는 사드 부지 문제.
진동구 부회장은 사드 부지 제공을 적극반대하고 나선 유일한 사람이었고.
그렇기에 임원진은 물론이고 주주들의 마음까지 사로잡을 수 있었다.
“마음 같아서는 태우그룹이 보유하고 있는 샤롯그룹의 지분을 부회장님의 우호지분으로 만들어 드리고 싶지만, 진호균 회장님과의 약속이 있어 중립으로 남아야만 합니다.”
“중립이면 충분합니다. 제가 걱정하는 변수는 태우그룹의 지분이 저쪽으로 넘어가는 것 딱 하나뿐이었습니다. 중립만 지켜 주신다면, 제가 승리할 수 있습니다!”
얼마나 자신감이 넘치는 반응인가.
도움을 달라는 것이 아니라 중립만 지켜 달라고 하는 진동구 부회장이었다.
“중립을 지키겠다는 약속은 반드시 지키겠습니다. 진호균 회장님이 도움을 요청해도 끝까지 중립을 지키도록 하겠습니다.”
“아버지는 더 이상 나서기 힘드실 듯합니다. 연세가 연세인 만큼 외부 활동에 나서기 힘드십니다. 그리고 이번에 한정후견인 판결까지 받게 될 듯합니다.”
진동오 부회장이 믿는 카드는 진호균 회장이었다.
하지만 진호균 회장이 한정후견인 판결을 받게 되는 순간 카드의 가치는 사라지게 된다.
한정후견인은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부족한 사람이라는 의미이기에 지금부터 진호균 회장의 의견은 의미가 없어진다.
“이른 감이 있지만 축하드립니다.”
“김 회장님 덕분입니다. 꼭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어 오늘 자리를 마련한 것이기도 합니다.”
감사할 일일까?
중국 진출, 사드 배치, 한한령, 그리고 샤롯그룹의 부지까지.
샤롯그룹의 입장에서 보면 이득 되는 일은 단 한 가지도 없었다.
하지만 진동구 회장은 감사의 인사를 했다.
열 가지를 잃어도 왕좌에만 앉을 수 있으면 되었기에.
***
다음 날.
한 부회장이 찾아와 어제의 일을 물어 왔다.
“진동구 부회장과는 잘 이야기가 되셨습니까?”
“감사의 인사만 백번은 더 받은 것 같네요. 분위기를 보니 진동구 부회장이 왕좌를 차지할 듯합니다.”
“금융타워에서도 그렇게 예상하고는 있습니다.”
샤롯그룹의 이야기를 한참이나 나눴다.
그런데 분명 나쁜 이야기는 아니었건만 한 부회장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뭐 안 좋은 일이라도 있나요?”
“태우통신에서 한 가지 보고가 올라왔습니다. 꽤 심각해질 수 있는 사안이고, 회장님이 보유하고 계신 미국 IT 기업과도 관련된 사안입니다.”
“태우통신에서? 무슨 일이죠?”
“망 사용료 관련으로 현재 통신 업계가 뜨겁습니다.”
망 사용료.
인터넷 회선을 사용하는 비용이라고 부를 수 있었고.
한국에서는 트랜짓 요금이라고 해서 트래픽에 따라 통신사에 비용을 내는 것도 포함되어 있는 개념이었다.
“망 사용료 문제가 언젠가는 일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죠.”
“몇 년 전부터 알게 모르게 문제가 일어나고 있었고, 그동안은 잘 협의가 되고 있었지만, 재작년에 만들어진 발신자종량제 정책 이후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오게 되었습니다.”
국내 IT 기업의 경우 통신사에 막대한 망 사용료를 지불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형평성을 고려해 해외 IT 기업을 상대로도 망 사용료를 받아야 한다고 통신업계가 강하게 주장하고 있었다.
“한국이 유독 망 사용료가 비싸게 책정되어 있다는 이야기는 들었어요.”
“한국 통신사들이 2티어로 책정되어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1티어 망을 사용하는 대가로 일정 비용을 지불해야 하니 높은 망 사용료를 받을 수밖에 없기도 합니다.”
“그래서 어떤 기업들이 문제가 되고 있나요?”
“구글, 페이스북, 동영상 플랫폼, OTT 등 미국 IT 회사 대부분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전부 내가 대주주로 있는 기업들이었다.
물론 태우통신도 망 사용료를 받고 있다고는 하지만, 다른 통신사의 배까지 불리고 싶지는 않았다.
“여론은 어떻죠?”
“양비론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통신사는 비싼 통신 요금을 부과하면서 제대로 망도 깔지 않고 망 사용료만 높게 받아먹는다고 욕을 먹고 있고, 미국 IT 회사들은 한국에 제대로 세금도 내지 않는다며 욕을 먹고 있습니다.”
통신사들은 수익에 비해 투자가 적은 편이었다.
4G나 5G 회선에 투자를 한다고는 하지만 수익에 비할 정도는 아니었고.
인터넷 강국이라 불리는 한국에 1티어 망을 확보한 통신사가 없는 건 확실히 바람직하지 않았다.
하지만 미국 IT 기업도 마찬가지였다.
한국에서 조 단위의 수익을 올리고 있는 그들이지만, 내는 세금은 푼돈에 불과했다.
해외에 법인을 만들어 세급 납부를 피하고 있으니 비난을 피하기는 어려웠다.
“해결하기 아주 복잡한 문제군요.”
“여론이 한쪽으로 치우치면 해답을 찾기 쉽습니다. 하지만 이번 일은 양쪽 모두에게 잘못이 있어 해답을 찾기가 어렵습니다.”
“우선 간단하게 생각하죠. 태우그룹에게 이득이 되는 방향만 봅시다.”
“태우그룹만 보면 되는 겁니까? 아니면 회장님이 보유하고 계신 지분까지 고려해야 됩니까?”
이것도 문제였다.
단순히 태우그룹만 생각한다면, 태우통신만 고려하면 되었다.
하지만 내가 가진 미국 IT 회사의 지분은 결코 적지 않았고, 태우그룹 계열사라고 봐도 될 정도로 많은 지분을 보유한 회사도 있었다.
“제가 가진 지분까지 고려해서 생각을 하죠. 크게 보면 태우그룹의 자산이라고 볼 수 있으니까요.”
“그렇다면 지금의 망 사용료를 줄이는 방향이 이득이 됩니다.”
“태우통신에서 일방적으로 다른 통신사에 비해 값싼 망 사용료를 제공해 주면 어떨까요?”
“쉽지 않습니다. 통신 카르텔과 완전히 척을 지게 됩니다. 완벽한 명분 없이 일방적으로 그런 결정을 내릴 수가 없습니다.”
한국 통신사들 사이엔 긴밀한 협약이 맺어져 있었다.
협약을 깨고 나가는 순간, 한국 통신 업계로부터 배척을 받게 된다.
게다가 협약을 깨는 순간 엄청난 불이익을 받게 되니 완벽한 명분 없이는 움직일 수가 없었다.
“한국이 시발점이 될 수도 있어요. 한국에서 망 사용료를 높게 책정하면, 유럽에서도 동조할 가능성도 있어요.”
“EU에서 한국의 사례를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긴 합니다.”
“한국이 선례가 되면 곤란해집니다. 지금 당장은 한국 통신사들의 매출이 늘어 좋을 수도 있지만, 장기적으로 놓고 보면 한국의 인터넷 생태계가 위협받을 수도 있어요.”
우선은 급한 불부터 꺼야 했고.
그러기 위해선 조금은 과격한 방법이 필요했다.
“태우통신과 미국 IT 회사 망 사용료 계약을 새롭게 체결하세요. 지금보다 절반 가격으로 말이죠.”
“그래도 되겠습니까?”
“안 될 게 뭐가 있겠어요? 계약부터 체결하고 상황을 지켜보도록 하죠.”
망 사용료 인하 정책은 간 보기에 불과했다.
타 통신사에서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그리고 정치권과 여론의 분위기까지 알아내기 위한 수였다. 그리고 태우통신의 점유율 상승에도 도움이 될 수도 있는 전략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