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462)
독식하는 재벌 3세-462화(462/518)
462. 지분 참여 (2)
태우통신 이주영 사장이 회장실을 방문했다.
망 사용료 문제로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 흰머리가 부쩍 늘어나 있는 그였다.
“타 통신사와 방통위에서 계속해서 압박을 가하고 있습니다. 태우통신과는 더 이상 협업을 진행하지 않겠다는 으름장까지 놓고 있습니다.”
“우리가 뭘 잘못한 거죠? 가격 경쟁은 어느 분야에서든 일어나는 일 아니겠어요?”
“한국 통신업계의 생태계를 파괴하는 짓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국 기업과 외국 기업의 형평성 문제로 방통위에 신고를 했고, 고소까지 진행한다고 합니다.”
최재석 대통령이 권력을 차지했다고는 하지만.
통신 카르텔은 여전했고, 오히려 더욱 단단해져 부수기조차 어려울 지경이었다.
“타 통신사에서 태우통신과의 협업을 배제하려고 들겠군요.”
“이미 그러고 있습니다. 태우통신의 망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경고성 공문이 날아왔고, 태우통신도 타 통신사의 망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조치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재협상이 필요하겠군요.”
“협상이 쉽지가 않습니다. 태우통신이 점유율이 가장 높다고는 하지만, 동등한 등급의 통신사들이기에 주도권을 잡기가 어렵습니다.”
한국 통신업계를 장악하고 있는 3곳의 통신사.
태우통신이 40%가 넘는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다지만, 반대로 60%는 타 통신사에서 점유하고 있었다.
결코 태우통신 혼자서는 살아남기가 힘든 구조였다.
그렇기에 이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재협상 과정이 필요했다.
하지만 타 통신사와의 협상 자체가 어렵다고 생각하고 있는 이주영 사장이었다.
“동등한 입장에서는 협상이 어렵겠죠. 하지만 우리가 더 높은 곳에 오른다면 협상을 쉽게 진행할 수 있지 않겠어요?”
“더 높은 곳이라고 하시면… 점유율 말씀입니까? 이번 사태가 길어질수록 점유율이 오를 순 있지만 50%가 한계입니다. 그리고 타 통신사들이 태우통신을 배제한다면, 오히려 점유율이 하락할 수도 있습니다.”
동등한 입장이라는 말의 의미를 오해하고 있는 이주영 사장이었다.
나는 점유율 차이로 인한 순위가 아닌 근본적인 차이를 말하고 있었다.
“글로벌 통신업계에서 대한민국 통신사들은 2티어더군요. 그런데 태우통신이 글로벌 1티어 통신사로 승격하게 되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당연히 등급이 다르니 타 통신사와 재협상을 진행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렇긴 합니다만, 1티어 통신사로 승격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캐시 서버부터 다수의 해저 케이블과 서버 등 여러 요소가 필요합니다.”
“태우그룹은 세계 어느 통신사와 비교해도 부족하지 않은 서버를 가지고 있죠. 그리고 쇼프트뱅크로부터 해저 케이블 지분도 일부 받아 오게 되었습니다.”
1티어 통신사 혹은 티어 1 네트워크.
같은 1티어 통신사끼리는 무정산 피어링 혹은 무정산 상호접속만으로 전 세계 네트워크를 사용할 수 있었다.
그런데 특정한 기관이 티어를 지정해 주는 건 아니었다.
1티어 통신사들끼리의 계약을 통해 이루어진다고 볼 수 있었고.
해저 케이블과 같은 인프라만 갖춰지면 계약은 문제없었다.
“지금 당장 1티어 통신사로 승격하는 건 어렵지 않겠습니까? 다른 글로벌 통신사들이 태우통신과 동등한 계약을 체결하려고 하지 않을 것입니다.”
“지금 우리가 가진 인프라가 부족하니 계약이 어렵다는 말이군요.”
“해저 케이블 지분 일부를 보유하는 것만으로는 1티어 통신사 대우를 받을 수가 없습니다.”
“지분 일부만으로 그럴 수는 없죠. 하지만 해저 케이블 하나가 아니라 3개의 지분을 확보했다면 어떻겠습니까? 그리고 앞으로 3개 이상의 해저 케이블을 독자적으로 구축한다면 가능하지 않겠어요?”
쇼프트뱅크의 해저 케이블이 전부가 아니었다.
쇼프트뱅크보다 더 큰 규모의 회사와도 계약을 체결했다.
정확히는, 계약을 체결할 필요도 없이 내 의지만으로도 해저 케이블을 사용할 수 있었다.
내가 대주주로 있는 미국 IT회사들이 해저 케이블을 보유하고 있었으니까.
“…죄송하지만 잘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무슨 말씀이신지 더 자세히 설명해 주실 수 있으십니까?”
“구글과 페이스북 그리고 아마존이 보유하고 있는 해저 케이블의 지분 일부를 태우통신이 가지고 올 수 있게 되었다는 겁니다.”
“정말입니까? 그렇다면 가능성이 조금 생기긴 합니다.”
안색이 조금 밝아지는 이주영 사장이었고.
그의 얼굴색을 조금 더 밝게 만들기 위해 더욱 희망적인 말을 쏟아 내었다.
“그리고 앞으로 태우통신은 3곳의 해저 케이블 사업을 시작할 겁니다.”
“3곳이나 동시에 진행하는 것입니까?”
“한국과 북미, 한국과 아시아, 그리고 한국과 유럽까지. 사업 규모는 15억 달러이고, 글로벌 IT 기업들과 협업을 통해 진행하게 됩니다. 모든 준비는 끝났고, 발표만이 남아 있는 상황이죠.”
15억 달러면, 2조 원에 달하는 거액이었다.
하지만 충분히 투자할 가치가 있었고, 투자해야만 하는 일이었다.
“글로벌 기업과 같이 진행한다니 안심이 되지만, 투자 규모가 너무 과한 것 같습니다.”
“절대 과하지 않습니다. 태우통신의 작년 영업이익이 얼마지요?”
“1조 5천억 원을 기록하였습니다. 계속해서 영업이익이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1년에 1조 5천억 원을 벌어들이는 회사가 2조 원을 투자하는 게 뭐가 과한 금액입니까? 게다가 여러 회사와 협업을 진행하면, 1조 이하의 금액만 투자하는 셈이죠. 1년 치 영업이익보다 더 적은 금액입니다.”
1조 원에도 벌벌 떠는 이주영 사장이었다.
자동차, 반도체, 금융 등 다른 계열사는 수십조 원에 달하는 투자를 진행하는 것에 비해 태우통신은 너무 몸을 사리는 셈이었다.
“이제 태우통신도 적극적으로 해외 진출을 해야죠. 해저 케이블을 통해 국내 점유율은 물론이고, 해외 시장까지 공략할 수 있는 거름이 될 겁니다. 거름 가격으로 1조 원이면 과한 금액은 아니죠.”
“죄송합니다. 통신업계에 오래 있다 보니 뇌가 굳어 버린 것 같습니다. 어떻게든 투자를 줄이고 영업이익을 높이는 방향으로만 태우통신을 경영하고 있었습니다.”
그를 탓할 생각은 없었다.
애초부터 이주영 사장에게 태우통신을 맡긴 이유가 거기에 있었으니까.
지금까지 그룹에서 캐시카우 역할을 톡톡히 해 준 태우통신이었고, 이젠 그룹 차원에서 보답을 할 차례였다.
“이제 하고 싶은 투자를 마음껏 하시며 태우통신을 경영해 보세요.”
“안 그래도 5G 통신망에 투자할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타 통신사에서 준비하고 있으니 태우통신도 발맞춰 가야겠죠. 5G와 함께 해저 케이블 사업도 동시에 진행하세요.”
“두 가지 사업 모두 반드시 성공해 내겠습니다!”
5G 통신 기술 상용화는 어려운 일이었다.
회귀 전에도 문제가 많았던 기술이었고, 5G를 포기해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왔었다.
실패할 게 분명한 기술이긴 하지만, 태우통신만 뒤처질 순 없으니 반대를 하진 않았다.
***
며칠 후.
CNN에서 짧은 뉴스가 보도되었고.
그 내용을 한국 언론사에서 재생산하면서 한국 전체로 퍼져 나갔다.
[태우통신 글로벌 1티어 통신사로 승격 확정] [AT&T, 쇼프트뱅크,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등과 동맹을 결성한 태우통신] [태우통신 해저 케이블에 미래를 걸다. 10조 원 규모의 해저 케이블 사업 발표]말 그대로 찍어 내듯 쏟아지는 기사였고.
한 부회장은 그중에서 가장 헤드라인이 잘 뽑힌 신문을 들고 나를 찾아왔다.
“언론에서 아주 기름을 들이붓고 있습니다. 특히나 ‘통신사의 수입이 높아지면 요금 인하? 투자부터!’ 이런 식으로 제목을 뽑은 곳도 있습니다.”
“그동안 통신사들이 영업이익에 비해 투자를 적게 하긴 했죠.”
“허겁지겁 투자를 늘리려고 해도 태우통신이 무려 10조 원짜리 사업을 발표해서 따라올 수도 없습니다.”
실질 투자 금액은 고작 1조 원에 불과했다.
외국 기업의 투자 금액과 지분을 사들인 해저 케이블의 가치까지 더해 과하게 부풀려 기사를 써내는 기자들이었다.
자극적이고 금액이 클수록 큰 관심을 끌 수 있을 테니까.
태우그룹에 피해가 가는 보도는 아니었기에 딱히 사실 확인이나 정정 보도를 요청할 계획은 없었다.
“타 통신사들이 조용해졌겠군요.”
“당장 어제까지만 해도 태우통신을 한국 통신업계에서 추방해야 한다고 외치던 목소리가 쏙 들어가 버렸습니다. 2티어 통신사가 감히 1티어 통신사에게 감 놔라 배 놔라 할 수가 없게 된 거죠.”
갑과 을의 관계까지는 아니었다.
그래도 한국에서만큼은 국내 통신사들의 힘은 여전했으니까.
하지만 태우통신은 한 계단 더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게 되었으니 더는 이전처럼 막무가내로 나올 수는 없었다.
“태우통신이 1티어로 승격을 했으니 협상을 새롭게 진행해야 하지 않겠어요?”
“동등한 입장에서 체결한 계약은 이제 무효나 다름없습니다. 1티어 통신사와 2티어 통신사가 맺는 방식으로 새롭게 계약을 체결해야 합니다.”
“국내 IT 기업들도 큰 혜택을 받게 될 겁니다. 과도한 망 사용료가 크게 줄어들 테니까요.”
IT 선진국이라 불리는 한국이었지만.
사실 전혀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IT 사업을 진행하기 힘든 곳이 한국이었다.
특히나 동영상 플랫폼의 경우 과도한 망 사용료로 인해 대기업이 아니면 진출하기조차 어려웠고, 포털 사이트의 경우에도 매년 수백억 원 규모의 망 사용료를 지불하고 있었다.
그러니 중소 규모 IT 회사는 어떻겠는가?
사용자가 늘면 좋아해야 하지만, 망 사용료 걱정부터 하는 게 현실이었다.
하지만 태우통신이 글로벌 1티어 통신사로 승격하였기에 망 사용료가 미국이나 유럽 수준으로 낮아질 수 있었다.
“망 사용료가 줄어들긴 하겠지만, 타 통신사에서 협조를 해 줄지는 모르겠습니다.”
“협조를 해 줄 수밖에 없을 겁니다. 독과점으로 진행되던 통신업계에 균열이 생겼으니 살아남으려면 지금부터 발버둥을 쳐야죠.”
“태우통신이 1티어로 승격한 이상, 타 통신사들도 1티어로 승격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습니다.”
“해저 케이블과 서버에 큰 투자를 하긴 하겠죠. 하지만 상관없어요. 태우통신은 요금을 물가 상승률 이상으로 높이지 않을 테니까요.”
모든 기업은 투자한 만큼 이익을 내고 싶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경쟁사인 태우통신이 출혈을 감수하고 요금을 동결한다면, 어쩔 수 없이 요금을 올릴 수가 없었다.
망 사용료도 마찬가지였다.
계속해서 3배 느린 속도로 해외 사이트를 접속할 사용자가 어디 있겠는가?
그러니 결국엔 태우통신을 따라 망 사용료를 인하할 수밖에 없는 통신업계였다.
“앞으로 귀가 많이 간지러우시겠습니다. 통신사들의 입장에서는 회장님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른 사람처럼 느껴지지 않겠습니까?”
“욕이야 얼마든지 들어 줄 수 있죠. 대놓고 욕을 해도 상관없어요. 저들이 욕을 하든 말든 우리는 돈만 벌면 그만이죠.”
“안 그래도 열심히 돈을 벌고 있습니다. 국제 유가가 한 달 사이에 10달러 가까이나 빠졌습니다!”
유가가 요동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전처럼 대폭락을 하진 않을 터였고, 조만간 다시 50달러 선을 회복한다.
석유 기업들은 유가가 안정화되었다고 판단하고 다시금 투자를 시작할 시점이기도 했다.
코로나 시대가 오면 유가가 어떻게 될지도 모르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