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468)
독식하는 재벌 3세-468화(468/518)
468. 대비하다 (3)
무더운 여름이 찾아왔다.
금융타워의 외국인 직원들은 아직도 한국의 무더위에 적응하지 못했고.
에어컨이 나오는 사무실 안에서만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물론 무더위 때문만은 아니었다.
동시에 진행하는 3가지 프로젝트가 그들을 사무실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만들고 있었다.
“비트코인 청산 작업이 마무리되어 가고 있습니다. 태우증권과 핀테크 은행의 경우 추가로 매입한 비트코인을 모조리 매도하였습니다. 그리고 금융타워의 금융사들도 80% 이상 청산을 한 상황입니다.”
“나름 재미를 좀 봤겠군요.”
“올해 초에 2,000만 원 초반이던 가격이 지금은 2,500만 원을 넘어섰습니다. 대략 20%에 가까운 수익률입니다.”
20%의 수익률.
작다면 작을 수 있는 수익률이었다.
하지만 비트코인 프로젝트는 아직 끝나지 않았고, 하락장에는 더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기 마련이었다.
“아무리 늦어도 내년 초면 하락장이 찾아올 겁니다. 그때를 대비해 미리미리 준비를 해 두세요.”
“사전 작업에 이미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정치권에서 비트코인 규제 문제를 본격적으로 꺼내 들기 시작했습니다. 야당 국회의원이 비트코인 거래 세금 부과 법안을 예고하였습니다.”
“시장의 반응은 어떤가요?”
세금 부과보다 더 강한 악재는 없었다.
이런 규모의 악재가 터지면 가격은 폭락하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광기에 휩쓸린 시장일 경우엔 반대의 상황이 벌어지곤 했다.
“가격이 폭락하긴커녕 오히려 더 상승하고 있습니다. 금융타워가 비트코인을 전량 매도했는데도 계속해서 상승하고 있습니다.”
“금융타워 직원들이 아무리 전문가라고 해도 적지 않은 물량이 시장에 풀렸는데 오히려 가격이 상승했다는 거군요.”
“개인이 받아먹은 것도 있지만, 특정 세력이 과하게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는 듯합니다.”
세력이 열심히 배를 불리고 있다는 뜻이었다.
금융타워가 보유하고 있던 비트코인 전부는 아니겠지만, 많은 양을 세력들이 받아먹었다.
“명동에서 아주 잘하고 있나 보군요.”
“사채 금리까지 할인해서 세력들에게 빌려준다고까지 합니다.”
“그러다가 세력들이 빈털터리가 되면 어떻게 하려고 그러는지.”
세력을 키우라고 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명동이 피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세력을 키우라는 의미는 아니었다.
“저도 그런 걱정이 들어 이영한 회장에게 넌지시 말을 했었습니다.”
“뭐라고 하던가요?”
“사채업자가 못 받아 내는 돈은 없다고 자신하였습니다. 명동의 자존심을 걸고서라도 10원 한 푼까지 다 받아 낼 거라고 하였습니다.”
괜히 명동의 주인이 아니었다.
한국 사채업의 최고봉까지 오른 사람이 이영한이었고.
그는 어떤 방법을 사용해서라도 돈을 회수할 사람이었다.
“하긴 명동 걱정은 하는 게 아니죠.”
“전국구 조폭이 아무리 세력이 크다고 한들 명동만큼은 되지 않습니다. 게다가 금융타워 주변의 고급 술집을 독점하고 있어 명동의 세력이 더욱 커졌습니다.”
조폭도 결국은 일종의 사업체였다.
돈이 들어오는 구석이 있어야 사업체가 유지되는 법이었고.
하루에 수천만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고급 술집 단지를 보유하고 있는 명동은 거대한 세력을 형성하고도 남았다.
“세력들도 아주 광기에 빠졌네요. 정치인이 비트코인 규제를 예고했는데 귓등으로도 듣지 않는군요.”
“지금 규제를 예고한다고 하더라도 정식으로 법안이 상정되기까지 최소 1년은 걸린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 지금 마지막 한탕을 치기 위해 자금을 쏟아 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마지막 한탕.
세력은 개미를 털어먹어 수익을 실현하려고 할 터.
하지만 금융타워가 입을 벌리고 기다리고 있었다.
먹잇감은 개미가 아니라 자신들이라는 걸 모르는 세력들이었다.
“생각보다 세력들이 보유한 자금이 꽤 되는군요.”
“불법 스포츠 토토와 도박 사이트 운영자까지 비트코인 세력에 합류한 것 같습니다. 자금 세탁 목적으로 비트코인을 선택했다는 정보를 강 대위를 통해 확인했습니다.”
“겨울까지 배불리 먹이세요. 겨울잠을 자고 일어나면 가죽까지 다 벗겨져 있을 테니까요.”
“배불리 먹이는 건 문제가 아닌데 겨울잠을 자려고 하겠습니까?”
“안 자면 강제로 재우면 될 일이죠.”
세력들도 언젠가는 청산 작업을 밟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명동과 금융타워가 합동으로 공작질을 하면, 그 시기를 뒤로 늦출 수 있었다.
“그리고 유가도 상승세를 이어 나가고 있습니다. 올해 초만 해도 오르락내리락하면서 우상향했다면, 지금은 느리지만 하락 없이 상승하고 있습니다.”
“유가가 70달러를 넘는 순간, 본격적으로 물고기들이 미끼를 집어삼킬 겁니다.”
40달러 선이던 유가가 70달러까지 오른다면?
태우그룹이 보유하고 있는 유전 지분과 석유 기업에 욕심이 날 수밖에 없을 글로벌 석유 기업들이었다.
***
태우그룹이 뿌려 둔 많은 미끼.
그중에서 가장 먼저 반응이 온 건 러시아 자동차 공장이었다.
“현재자동차 그룹에서 러시아 공장 인수와 관련해서 협의를 나누고 싶어 하고 있습니다.”
“혹시 장 회장님으로부터 온 연락인가요?”
“그렇습니다. 장경준 회장이 회장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하고 있습니다.”
미끼를 장경준 회장이 물어 버렸다.
풀어 줄 때 풀어 주더라도 물고기 얼굴은 한 번 봐야 하지 않겠는가?
“오늘 저녁으로 일정을 잡아 주세요.”
“오늘 점심 식사도 가능하다고 연락이 왔었습니다. 자주 가는 식당에서 만남을 가질 수 있도록 일정을 조율해 보겠습니다.”
급한 건 사실 우리 쪽이 아니었다.
지금 당장 완성차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가질 수 있다면.
단번에 러시아 자동차 시장 점유율을 확보할 수 있게 되니 급한 건 현재자동차 혹은 다른 완성차 기업이었다.
“일본에서는 아직 연락이 안 왔나요?”
“문의 연락은 몇 번 왔다고 합니다. 정말 태우그룹이 러시아 공장을 매각하는 건지 파악하고 있는 중인 것 같습니다.”
“현재자동차 그룹과 러시아 공장 매각 건으로 협의를 한다고 일본 쪽에 뿌리세요. 그래야 마음이 급해지지 않겠어요?”
경쟁자가 있어야 값을 비싸게 받을 수 있는 법.
느긋하게 여유를 부리는 일본 완성차 기업을 움직이게 하려면, 빠른 정보 전달이 필요했다.
“일본 완성차 기업들도 러시아 시장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더욱이나 러시아 자동차 시장 점유율이 4위까지 밀려났습니다.”
“20%까지 밀려났으니 애가 타겠죠.”
러시아 자동차 시장은 크게 4곳이 차지하고 있었다.
1위는 유럽의 자동차 기업이었고, 그다음이 한국 그리고 러시아 마지막으로 일본이었다.
10년 전만 해도 25%가 넘던 점유율이 20%까지 떨어졌고, 그 자리를 한국 자동차 기업들이 채웠다.
“한 부회장이 금융타워에 있는 일본 금융사 몇 곳에 정보를 풀고 있습니다. 조만간 연락이 올 듯합니다.”
“오늘 만남으로 소문이 사실이라는 걸 알게 되겠군요.”
전쟁이 일어나기 전에 미리미리 러시아 공장을 처분해야 했다.
지금이야 수천억 원의 가치가 있는 공장이지만, 전쟁이 일어나는 순간 가치는 0원이 되어 버린다.
자동차, 전자, 배터리 등등.
태우그룹이 러시아에 보유하고 있는 모든 공장의 가치를 다 합하면 최소 10조 원에 달했고.
우선은 자동차 공장을 시작으로 하나씩 모두 처분해 나갈 계획이었다.
***
강 대위 식당 별관.
현재자동차 그룹 장경준 회장이 먼저 도착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실질적인 식당의 주인이 나였으니 내가 먼저 도착해 기다리고 있는 것이 예의에 맞았지만, 설마 한 시간이나 일찍 도착해 있을 줄은 몰랐다.
그만큼 마음이 급하다는 이야기였고.
러시아 자동차 공장을 무조건 인수하겠다는 의지가 보이는 움직임이었다.
“장 회장님! 제가 시간을 착각한 줄 알았습니다. 일찍 나온다고 나왔는데 기다리게 하여 죄송합니다.”
“아이고! 미안해하실 필요 전혀 없습니다. 시간이 남아 먼저 도착해 있었을 뿐입니다. 그나저나 오랜만에 이렇게 얼굴을 보니 너무 좋습니다.”
장경준 회장과 나의 역사는 아주 깊었다.
IMF 시절부터 이어져 왔던 역사였고, 라이벌 자동차 기업을 경영하고 있긴 하지만 그리 사이가 나쁘지도 않았다.
좋게 말하면 선의의 경쟁자.
하지만 더 깊게 들어가면, 언제든지 돌변할 수 있는 사이기도 했다.
“저도 장 회장님을 이렇게 볼 수 있어 너무 좋습니다. 미국과 유럽 그리고 아시아까지 선의의 경쟁을 통해 한국 자동차 업계 전체가 발전하고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태우자동차가 너무 앞서 나가는 것 같긴 합니다. 전기차 시장을 선도해 나가고 있지 않습니까.”
약한 소리를 하는 장경준 회장이었다.
사실 IMF 시절 카이자동차를 태우그룹이 인수했을 때만 해도 끝난 게임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장경준 회장은 게임을 포기하지 않았다.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점유율을 야금야금 키워 나가며 성장했고, 세계 5위까지 치고 올라왔다.
단일 자동차 기업으로만 놓고 본다면 태우자동차와 거의 차이가 나지 않을 정도.
단지 태우그룹에는 카이, GM이라는 다른 자동차 계열사가 있기에 우리가 앞서 나갈 수 있었다.
“내연기관차 시장을 더 뚫고 들어가기엔 한계가 있지 않겠습니까? 그러니 전기차 시장을 미리 선점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각 기업마다 전략이 다른 법이지 않겠습니까? 우리 현재자동차 그룹은 내연기관차에 조금 더 집중할 계획입니다. 물론 전기차 개발에도 많은 투자를 하고 있긴 하지만, 지금 당장은 내연기관차에 집중하고자 합니다.”
장경준 회장이 은근슬쩍 본론을 꺼내 들었다.
태우자동차는 전기차에 집중하니 내연기관차를 생산하는 러시아 공장을 현재그룹에 넘기라는 뜻이 담긴 말이었다.
“태우그룹도 내연기관차 개발을 포기한 것은 아닙니다. 전기차만큼이나 많은 금액을 내연기관차 개발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잘 알고 있고 말고요. 그런데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러시아 완성차 공장을 매각한다고 하던데 사실입니까?”
갑자기 훅 들어오는 장경준 회장.
나는 괜히 이마를 만지며 흐르지도 않는 땀을 닦는 척을 했다.
“러시아 공장에 관심이 있으십니까?”
“당연히 관심이 있고 말고요. 지금 당장 생산이 가능한 유일한 공장이지 않습니까?”
“하지만 지금 당장은 매각할 계획이 없습니다. 그리고 일본 자동차 기업들로부터도 문의가 계속 들어오고 있기도 합니다.”
“김 회장님! 같은 한국 기업 아닙니까! 이왕 공장을 매각한다면, 일본보다야 한국 기업에게 매각하는 편이 더 좋지 않겠습니까?”
같은 한국 기업이라 이러는 거지.
러시아 공장은 지금 당장이야 이득을 볼 수 있겠지만.
전쟁이 터지는 순간, 공장은 러시아 정부로 넘어가게 된다.
수천억 원이 넘는 돈이 순식간에 0원이 되는 셈이었고.
아무리 현재자동차 그룹의 자금력이 튼튼하다고 하더라도 큰 타격을 입게 되기 마련이었다.
“제가 주제넘게 조언 한마디를 해도 되겠습니까?”
“김 회장님의 조언이라면 억만금을 들여서라도 들어야지요.”
“태우그룹이 정말 전기차 생산에 집중하기 위해 러시아 공장을 매각하는 것 같습니까? 절대 아닙니다.”
“그러면 왜 그런 결정을 하신 겁니까?”
“그 이상은 설명해 드릴 수 없습니다. 그리고 오늘의 이야기는 회장님께서만 알고 계셔 주시기 바랍니다. 밖으로 새어 가면 서로가 곤란해질 수도 있습니다.”
정확한 정보는 주지 않았다.
그저 아주 약간의 경고만 해 줬을 뿐.
선택은 장경준 회장의 몫이었고, 그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개의치 않을 생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