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47)
독식하는 재벌 3세-47화(47/518)
47화. 가전 박람회 (1)
8월의 독일.
데이비드는 또다시 김민재의 지시를 받아 독일로 향했고.
뛰어난 친화력을 바탕으로 독일 가전 박람회 운영위원회와의 자리를 마련했다.
그의 목표는 단 하나.
이번 독일 가전 박람회에서 태우전자의 폴더폰의 비중을 높이기 위해서였다.
제품 설명회 순서를 처음 혹은 마지막에 배치하고, 태우전자 휴대폰 부스를 행사장 중앙에 위치하게 하기 위해 그는 운영위원회에게 공을 들였다.
한참이나 술을 먹였고.
좋은 음식도 몇날 며칠을 먹인 뒤에야 데이비드는 본론을 꺼냈다.
“태우전자에서 이번에 아주 혁신적인 휴대폰을 선보인다고 합니다. 독일 가전 박람회의 취지와 딱 맞는 그런 제품입니다. 그러니 비중을 좀 더 높여도 좋지 않겠습니까?”
“흠, 태우전자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 다른 기업에 비해선 부족합니다. 그리고 삼진전자나 일본의 기업들은 작년부터 공을 들여 왔습니다.”
예전부터 로비를 해 왔단 말이었다.
데이비드는 로비 금액을 높여 불러야겠다고 마음먹으며 대화를 이어 나갔다.
“태우전자에서도 이제부터 공을 열심히 들이겠다고 합니다.”
“흠흠, 비중을 조금 더 높일 순 있겠지만, 그래도 삼진전자보다 더 좋은 부스를 내어 주긴 힘듭니다. 그리고 제품 설명회도 좋은 순서를 드리긴 하겠지만, 처음이나 마지막은 힘듭니다.”
로비 금액을 높여 보았지만 효과가 미미했다.
여기서 금액을 더 높인다고 해서 효과가 있을 것 같지도 않았다.
돈이 문제가 아니었다.
삼진이나 일본의 기업은 이미 높은 인지도를 보유하고 있다.
반면 태우전자의 인지도는 그리 높지 않았고, 특히나 기술력이 우수하지 않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에 로비로만 해결하기엔 한계가 분명했다.
그런데 이런 상황을 보스는 어떻게 알고 있었을까?
김민재는 데이비드에게 지금 같은 상황이 오면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지 알려 주었었다.
“보안상의 이유로 미리 말씀드리지 못했지만, 이번 휴대폰은 스티브 잡스의 복귀작이기도 합니다. 그가 디자인부터 소프트웨어까지 모든 부분을 총괄했습니다. 태우전자에선 단지 생산을 맡았을 따름이고요.”
“스티브 잡스의 복귀작이란 말입니까? 어허! 그 이야기를 진작 하셨어야죠. 그러면 조금 더 편의를 봐드릴 수 있겠습니다.”
운영위원회는 서로 머리를 맞댔다.
스티브의 복귀식이라면 성대하게 연다고 해서 문제 삼을 사람은 없었다.
문제는 시기였다.
몇 달만 더 빨리 말해 주었다면, 당연히 좋은 부스와 좋은 순서를 제공할 수 있었겠지만.
이미 각종 회사에서 막대한 로비를 받고 약속을 했기에 고민이 필요했다.
꽤 긴 시간 함께 고민한 운영위원회는 어렵사리 데이비드에게 말을 꺼내었다.
“발표회 순서는 어떻게 할 수 있겠지만, 문제는 부스입니다. 삼진전자나 일본 기업에서 태우전자 부스가 센터를 차지한다면 크게 문제를 삼을 게 분명합니다.”
“그러면 이렇게 하는 것 어떻겠습니까? 태우전자 부스가 아니라 휴대폰 전용 부스를 만드는 겁니다. 태우전자의 이름은 아예 빼 버려도 됩니다. 스티브 잡스의 복귀 부스가 센터를 차지한다고 해서 누가 문제를 삼겠습니까?”
“오! 그런 방법이라면 충분히 가능합니다.”
이 또한 김민재가 알려 준 방법이었다.
데이비드는 그저 녹음기처럼 김민재의 말을 전했을 뿐이었다.
“그럼 이제 골치 아픈 문제는 뒤로하고 시원하게 한 잔씩 마시지요.”
“좋습니다! 오늘 밤이 새도록 달려 봅시다.”
데이비드는 오늘도 술독에 빠져 들어갔고.
그는 몰래 간에 좋은 약을 챙겨 먹으며 운영위원회와의 술자리를 즐겼다.
* * *
8월의 마지막 주.
나는 조나단, 이 과장 그리고 휴대폰 생산팀의 에이스들과 함께 독일로 향했다.
가전 박람회장 근처 호텔 스위트 룸에 도착하니 반가운 얼굴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헤이 킴! 정말 오랜만이야. 목소리로만 듣다가 이렇게 얼굴을 보니 더욱 반갑군.”
“스티브! 벌써 도착했어요. 행사가 시작되기 전에야 독일로 오실 줄 알았어요.”
“이번 작품이 내게 얼마나 중요한데 그렇게 여유를 부리겠어. 단 하나의 실수도 용납할 수 없는 행사야. 그래서 말인데 지금 바로 제품 설명회 리허설을 했으면 하는데. 준비 가능하겠어?”
워크 홀릭이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사람이 스티브였다.
직원들은 짐도 제대로 풀기도 전에 스위트 룸에서 리허설을 준비할 수 있도록 장비를 세팅해야했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어찌나 꼼꼼하던지 수십 번 넘게 수정을 하고 나서야 ppt 한 장을 넘길 수 있었다.
이럴 땐 도망이 상책이다.
“저는 행사장 부스로 가 볼게요. 세팅이 제대로 되어 있는지 확인해야 해서요.”
“어! 다녀와. 나는 리허설을 계속하고 있을 테니까.”
나는 이 과장과 함께 행사장으로 향했다.
디자인 담당인 조나단도 우리와 함께하고 싶어했지만, 스티브는 조나단이 마음에 들었는지 옆에 두고 놓아주질 않았다.
* * *
“행사장 규모가 상당합니다. 소장님 덕분에 이런 행사에도 참석할 수 있게 되고 정말 영광입니다.”
“앞으로 자주 오게 될 겁니다.”
우리는 주변을 둘러보며 행사장을 살폈다.
그러다 태우전자 부스에 도착했고, 태우전자 부사장이 다급히 나를 불렀다.
“소장님, 기술 연구소에서 만든 휴대폰이 아직 도착을 안 했습니다. 아직 멀었습니까? 지금 전시를 해 둬야 자리 배치를 마칠 수 있습니다.”
“휴대폰은 태우전자 부스에서 전시하지 않을 겁니다.”
“전시를 하지 않는다고요? ……알겠습니다.”
살짝 미소를 짓는 부사장이었다.
우리가 이번 박람회에 휴대폰을 선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건가?
얼마나 나를 얕보면 그런 생각을 하는 거지? 뭐 그렇게 생각해 주면 나야 고맙긴 하지.
태우전자와 휴대폰 사업은 별개였다.
한국에서 삼진전자와 더불어 초창기부터 휴대폰을 만든 태우전자지만.
휴대폰보다 가전제품 시장을 더 중시 여겼고, 휴대폰 생산 비중을 최소화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그래서 나도 태우전자와 휴대폰을 따로 보고 있었다.
마치 다른 기업의 부스를 보듯이 태우전자 부스를 대충 훑어만 보았다.
* * *
리허설 기간이 모두 끝났다.
9월의 시작과 함께 독일 가전 박람회가 시작되었고.
유럽은 물론이고, 미국, 아시아에서 가전에 관심 있는 사람이 모두 박람회장으로 몰려들었다.
곧이어 메인 행사인 제품 설명회가 시작되었다.
다양한 기업의 CEO 혹은 발표자들이 회사의 신제품을 광고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러한 신제품의 등장에 이 과장은 입을 다물지 못하고 구경했다.
“DVD 플레이어가 정말 비디오 시장을 대체할 수 있을까요? CD 한 장으로 비디오테이프보다 더 뛰어난 화질에 음향이라니 믿기지가 않습니다.”
“그런 날이 곧 오긴 하겠죠.”
“그리고 디지털카메라의 발전 속도가 정말 놀랍습니다. 가격이 너무 비싸긴 하지만 필름을 넣지 않고 사진을 찍을 수 있습니다. 정말 기술력의 발전이 너무 빠릅니다.”
주변 사람들도 이 과장과 비슷한 생각을 가진 듯 보였다.
하지만 내 눈에는 그저 구시대의 유물을 박물관에서 보는 기분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재미가 없는 건 아니었다.
이번에 나온 신기술의 다음 버전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기에 어떤 기술을 선점해야 할지 되새기는 아주 좋은 기회였으니까.
“이제야 우리 차례가 되었네요.”
“도저히 못 보겠습니다.”
“진정 좀 하세요. 직접 발표하는 것도 아니면서 발을 왜 그렇게 떠세요.”
이 과장은 손과 발을 한시도 가만히 두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 조명이 꺼졌고, 무대 중앙에 핀 조명과 함께 스티브가 등장했다.
“오늘 저는 혁신적이며 사용자 친화적인 휴대폰을 소개해 드리기 위해 이 자리에 올라섰습니다. 제품이 워낙 작아 잘 보이시지 않을 수도 있겠네요.”
주머니에서 폴더폰을 꺼내는 스티브였다.
딸깍! 그는 반으로 접힌 폴더폰을 열어 보였다.
“지금의 휴대폰은 벽돌이나 다름없는 디자인입니다. 휴대폰이란 이름이 붙었지만, 휴대하기에 매우 불편한 다지안이죠. 그래서 저는 반으로 접히는 휴대폰을 만들었습니다. 주머니에 넣고 다니기 딱 좋은 사이즈와 무게죠.”
대형 스크린에서 폴더폰의 사진이 크게 떠올랐다.
그 순간 기자들이 무서운 속도로 카메라 셔터를 눌렀고.
구경온 사람들은 환호성과 함께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아직 끝이 아닙니다. 단순히 디자인이 예쁘고 작다고만 해서 혁신적인 제품은 아닐 겁니다. 이 휴대폰은 사용자와 매우 친화적인 인터페이스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스티브는 검은색 007가방을 하나 꺼내들었다.
그리고는 가방을 열어 안에 들어 있는 물건들을 바닥으로 버리듯이 떨어트렸다.
“전화 번호부, 계산기, 메모지, 달력. 이제 이런 것들을 들고 다닐 필요가 없습니다. 이 휴대폰을 통해 그 모든 기능을 대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스티브는 폴더폰을 조작해 앞서 말한 기능들을 수행했다.
회귀 전에는 당연히 들어 있어야 할 기능들이지만, 지금의 휴대폰에는 이러한 기본적인 기능조차 들어있지 않는 경우가 허다했다.
휴대폰은 말 그대로 전화를 위한 휴대용 통신기기였으니까.
스티브는 폴더폰이 단순한 통신기기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자신의 회사가 만든 소프트웨어였기에 그의 말에는 막힘이 없었다.
“아! 그리고 휴대폰이 작으니 배터리의 용량이 얼마 되지 않을 거라 생각하실 수도 있겠군요.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100시간 이상 사용이 가능하며 손쉽게 배터리를 교환할 수도 있습니다.”
직접 배터리 교체 시범까지 보이는 스티브였고.
그의 모든 말과 작은 손동작에는 대중을 사로잡는 묘한 힘이 있었다.
“혁신적인 디자인과 혁신적인 기능. 저는 이 휴대폰의 이름을 이노베이션이라 지었습니다. 그런데 이름이 너무 길군요. 간단하게 이노폰(INO-PHONE)이라고 짓겠습니다.”
박수갈채가 터져 나왔다.
나도 스티브를 향해 박수를 쳤지만, 살짝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마음 같아서는 이노폰이 아니라 아이폰이라고 이름 붙이고 싶은 마음에서 였다.
하지만 폴더폰에게 아이폰의 이름은 과분했고.
그저 비슷한 스펠링이라는 것에 만족했다.
“소장님! 반응이 완전 뜨겁습니다. 벌써 기자들과 관중들이 우리 휴대폰 부스로 몰려들기 시작했습니다.”
“박람회 기간 동안 정말 많은 고객이 찾아올 겁니다. 잠재적으로 우리 휴대폰을 구입할 사람들이니 최대한 홍보를 많이 해 주세요.”
“스티브와 조나단까지 부스에서 상시 대기하기로 했으니 홍보 문제는 걱정 안 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태우전자 홍보팀의 도움을 받지 않고 만든 부스였다.
그렇기에 기술 연구소의 인력을 대거 끌고 와야 했고.
나는 능력치를 파악해 높은 홍보 능력을 보유한 연구원들에게 부스를 맡겼다.
그런데 반응이 내 예상보다 더 뜨거웠다.
부스 주변에는 발 디딜 틈도 없을 정도로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제품을 구경하기 위해 서로 몸싸움까지 벌이는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했다.
나는 그 모습을 조금 먼 거리에서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내게도 일거리가 넘쳐나기 시작했다.
“소장님, 미국 바이어가 휴대폰을 대량 구매를 논의하기 위해 미팅을 요청했습니다.”
“벌써 바이어가 움직이는군요.”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 바이어들도 미팅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태우전자에는 영업팀이 따로 존재했지만.
기술 연구소에는 당연히 그런 조직이 따로 구성되어 있지 않았고, 최종 결정권을 보유한 내가 직접 바이어를 상대해야만 했다.